2012 백제 문화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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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백제 문화 탐방 탐방 수기

백제의 숨결을 맡다

                              성심여자고등학교 2학년 난초반 김은아

'백제의 숨결을 맡다' 이번 체험학습에 붙이고 싶은 이름이다. 2박 3일의 짧고도 긴 체험학습 활동은 나에게 학창시절 마지막 수련회로서 매우 즐겁고 유익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학생 개개인이 전부 우리가 탐방하는 유적지에 대해서 사전조사를 하여 직접 발표를 함으로써 백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맡은 주제인 '궁남지'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궁남지에 담긴 '무왕의 어머니가 연못에 사는 용과 만나 무왕을 낳았다'는 전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보를 알아가는 등 백제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뿐더러 발표를 할 때에는 내가 스스로 조사한 사실들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준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했다.

이번 수련활동은 보통 수학여행 때 체험하는 신라나 고구려 문화가 아닌 백제 문화를 탐방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등을 갈 때면 매번 신라나 고구려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백제 문화는 탐방할 기회가 없었다. 내 기억으로 백제에 관한 탑이나 문화재를 전시한 박물관 등은 탐방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역사 공부를 할 때에는 백제에 대하여 공부할 때에는 애정이 가지 않았다. 국사 교과서에는 늘 백제에 대하여 '우아하고 온화하며 섬세함'이라던가 '일본 문화에 영향을 줌'과 같은 형식적인 설명 뿐 자세하게 기록되어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도, 최근에는 <근초고왕> 드라마가 방영되긴 하였지만, 대부분이 <주몽>이나 <태조 왕건>, <선덕여왕> 등 대개 삼국을 통일하고 새 나라를 건국한 고구려와 신라, 고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결국 백제 문화를 자세히 탐방할 기회는 갖지 못했고 그에 대하여 관심조차 갖지 못한 채 역사공부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탐방을 통하여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백제에 관련된 수많은 탑과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등에 전시된 백제 문화재들을 직접 눈으로 관찰함으로써 그에 담긴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백제탑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였다. 아무리 수많은 탑들을 보아도 몇 층인지만 알 뿐 모두 하나같이 똑같아 보였고, 백제탑의 고유한 특징 역시 잘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러나 여러 탑을 관찰한 후 마침내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을 관찰할 때가 되어서야, 가슴속에 꾸려 놓았던 상자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듯, 비로소 그들의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백제탑은 그 곡선이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 운치 있는 독특한 기품이 특징인 듯하였다. 단정하고 정돈된 탑의 선은 탑의 고귀한 형태와 그만의 기(氣)를 숨기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천천히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다보면 탑이 감추고 있던 고풍스러움을 서서히 드러내 보이며 그 자태를 뽐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보령 성주사지 5층 석탑을 설명하시며, 비록 멸망할 시기부터 처마의 끝이 파격적으로 올라가는 등 그들의 특유한 미를 잃었다고 설명하셨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마저도 세련되고, 우아함에 대조되는 힘찬 기상을 떠올려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부여 무량사 5층 석탑에서 다소 무겁고 묵묵하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탑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

하지만 백제인의 진정한 기품은 박물관 관람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다. 백제 박물관에 진열된 문화재를 보면서 탑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우수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진열된 수많은 백제 문화재는, 흔히 알려져 있듯이 우아하고 고풍스러우며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고대 유물이 아닌 4세기 쯤 부터의 유물에는 왕족이나 귀족이 사용하던 유품들이 많았는데, 색깔이 있는 화려한 목걸이, 매우 크고 아름다운 허리띠, 너무 무거워보여서 정말 신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큰 금으로 된 왕과 왕비의 신발 등과 같이 호화로운 유물들이 있는 반면, 유물 위로 돋보기를 설치할 정도로 매우 작은 귀걸이, 반지, 장식품이나 그 크기가 크더라도 민무늬로 고운 색깔만 있거나 단순한 무늬가 새겨져있는 등 소박한 유물들도 많았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은 우수함은 그들의 섬세함이었다. 백제 문화재 중에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동자승 모양의 동상, 용의 비늘이나 부처님의 머리와 같이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 백제 조상님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굉장히 많았다. 친구와 같이 박물관 관람을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장식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평소에 좋아하였던 금동대향로를 직접 보면서 그 곡선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백제문화의 좋은 인상에 더욱 보탬이 되었다.

2011년, 수련활동 장소를 백제로 선택한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마지막 수련회를 이렇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딱딱한 교과서를 읽는 책상 위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백제 문화를 직접 탐방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역사의 유구함과 우수한 전통에 대한 자긍심 및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었다. 백제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충남ㆍ전북에 있는 내내, 백제인과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문화재에 담겨 있는 귀족적이고 고풍스러운 그들의 숨결은 몇 천 년을 거슬러 내려온 대한민국의 자손인 나에게까지 느껴져 백제인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 숨결을 2011년 체험활동을 함께 한 친구들뿐만 아니라 후에 언젠가 이곳을 탐방할 후배들도 맡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생긴다.

                  2011년 5월 9일              이전 위로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