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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1-07-15 (일) 16:32
분 류 명품감상
ㆍ조회: 2085      
[통일신라] 최순우, 불국사의 대석단
      

크고 작은 자연괴석들과 잘 다듬어진 장대석들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장단 맞춰 쌓아 올린 불국사 석단의 짜임새를 바라보면, 안정과 율동, 인공과 자연의 멋진 해화(諧和, 어울림)에서 오는 이름 모를 신라의 신비로운 정서가 숨가쁘도록 내 가슴에 방망이질을 해 준다.

어느 해 초여름 불국사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낸 미국 보스턴미술과 동양부장 페인 씨도 안개가 걷혀 가는 이른 아침 고요 속에 잠긴 이 불국사의 앞들을 거닐면서 "나는 이제 미불이 되었구나"-미불은 중국 북송시대의 뛰어난 풍류시인이며 만인이 우러르는 대예술가-하고 탄식한 일이 있었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 속에 아무런 거드름도 아무런 시새움도 없이 이처럼 고급한 아름다움이 이다지 편안하게 놓여질 수가 있었을까. 멀리 눈을 들어 남산 줄기에 둘러싸인 벌을 바라보면 그 옛날 이 불국사의 무영탑을 맑은 물 위에 거울처럼 비춰 주었다는 영지가 아침 햇살에 그림처럼 빛나는데 절 뒤의 창창한 송림에선 바람도 없이 솔바람 소리가 이었다 끊겼다 하는 것이다.

토함산 서쪽 기슭, 높지도 얕지도 않은 터전에 남향해서 동서로 이어진 이 석단의 오른쪽에는 이 절 정계단인 청운교 백운교가 있고 이 돌계단을 올라서면 자하문을 거쳐서 대웅전 앞뜰이 된다. 석단의 왼쪽 계단은 연화교 칠보교, 이 다리 위 층대를 올라가면 안양문을 거쳐 극락전 앞뜰이다.

이 안양문과 자하문 사이에는 범영루가 우뚝 솟아 있어서 이 누마루 아래를 통해서 안양문에서 청운교 다리 밑을 거쳐 가는 꿈길 같은 보랑이 이어져 있고 불보살들이 옥보를 옮기며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만들어진 청운교 백운교의 중앙 계단에 서서 단상을 우러르면 자하문과 범영루 사이로 석가탑과 다보탑이 보랏빛 아침 햇살을 받는다.
조용한 시간을 틈타서 이 뜰을 거닐 때면 언제나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손에 안 잡히는 나의 그리운 사람은 차라리 보살부처이기나 했으면 좋겠거니 생각하노라면 나는 금새 눈시울이 더워 오곤 했다.

불국사의 이 대석단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범영루 발 밑에 쌓인 자연석 돌각담이었다. 우람스럽게 큰 기둥이 의좋게 짜여서 이 세상 태초의 숨소리들과 하모니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이 세계에 나라도 많고 민족도 많지만 누가 원형 그대로의 지지리도 못생긴(잘생긴) 돌들을 이렇게도 멋지게 다루고 쌓을 수 있었을 것인가.

우리 나라 사람들 앞엔 아무리 무뚝뚝한 돌들도 하라는 대로 하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의 대석단들에서도, 그리고 강원도 춘천 청평사의 석단에서도 나는 쾌재를 부른 적이 몇번이나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솜씨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타고난 재질이라고 쉽게 밀어붙여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석굴암을 뜯어 고칠 때만 하더라도 한국 안의 이름난 돌장이를 모두 뽑아다 시켜 보았지만 끝내 불국사의 돌각담 같은 재주를 부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들은 맘속으로 한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돌각담을 쌓을 수 있는 돌장이의 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돌각담의 아름다움을 대견히 아는 좋은 눈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 아마도 그러한 손을 길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을 봄 산색이 바뀌고 또 광선이 바뀌고 녹음졌던 절 숲, 고림 나뭇가지에 초롱초롱 달빛이 반짝이는 정월 대보름날 밤이면 아마 옛날 신라의 숱한 아가씨들은 떼지어 탑돌이를 하며 무슨 소원을 부처님꼐 빌었을 것이다. 소원이 있는 사람이면 마음이 외로울 때 이 뜰이 조용한 틈을 타서 이 석단 앞에서 석단의 크고 작은 돌들을 바라보고 그리고 범영루 너머로 석가탑을 바라보기를 권하고 싶다. 새벽이면 새벽대로 달밤이면 달밤대로 석가탑의 위 토막의 희망처럼 은은하게 멀게 가깝게 눈과 마음을 적셔 주는 것이다.

이 불국사는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재상 김대성이 창건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불국사 사적기에 보면 신라 법흥와 원년(514년)에 창건하고 진흥왕 때 중창한 후 다시 경덕왕대에 김대성이 3창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절의 가람배치의 양식이나 석조물들 그리고 극락전의 불상 양식 등을 보면 통일신라 시대 전성기의 양식을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8세기 중엽 석굴암과 전후하는 시대에 김대성이 세운 것이라는 설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학고재, 1994, pp.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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