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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1-07-15 (일) 16:33
분 류 명품감상
ㆍ조회: 2139      
[조선] 최순우, 백자 상감 당초무늬 편병
백자 상감 초문 편병

조선 1446년, 높이 22.1cm, 국보 제172호, 호암미술관 소장

    

바라보고 있으면 허허 하고 웃음이 절로 나올 지경이 된다. 이 병을 만든 사람이나 이것을 즐겨 쓰던 조선 시대 사람들이 모두 이 병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내 심정과 같은 흥건한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세상사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숨김없는 마음의 자세가 이 병에 새겨진 성근 그림처럼 야무지지도 못하고 모질지도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자 한 계산도 없고 또 그런 대로 따지고 봐도 별로 서운한 구석도 없어 보이는 점에 오히려 마음이 쏠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의 한편 둘레에도 무슨 풀꽃 한 가지가 빙글빙글 돌아서 돋아났고, 또 한편에는 잘 그렸다 할 수도 없고 못 그렸다 할 수도 없는 이름모를 풀잎 한 그루로 빈 데를 채웠으니 필경 도공은 이것을 새겨 넣으면서 저도 모르게 히히 하고 웃었을 것이 아닌가 한다. 앞면 한가운데는 큼직한 원을 겹쳐 그리고 그 안에 꼽실꼽실 돌려 새긴 희한한 형체 하나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형상한 것인지 그 형체 속에는 다시 어리숭한 작은 원이 두 겹으로 그려져 있다. 높은 원추형의 굽다리 윗둘레에 성큼성큼 둘려 새겨진 꽃잎 모양은 연꽃이라 하면 연꽃잎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연꽃으로 안 보인다면 무엇이 대수냐는 듯한 마음씨가 은은하게 풍겨지는 것도 같다.

세상에 하고많은 색깔 중에 어째서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쌀쌀스럽지도 훗훗하지도 않은 다정한 희빛을 그리도 좋아했는지, 모두가 타고난 천성에 그러한 인자가 스며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흰 살갗 위에 검지도 않고 그다지 푸르지도 않은 검정 단색 그림만을 조촐하게 넣고서야 마음이 편안했던 조상들의 안목을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병은 세조 12년(1466) 경상도 언양 현감 벼슬을 지내던 김윤의 집, 돌아간 어머니 정씨의 무덤에서 백자 흑상감 묘지(墓誌)와 함께 별견된 것으로 당시 언양 지방 백자 가마에서 시골 도공들의 손으로 구워졌음이 거의 분명하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학고재, 1994, pp.20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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