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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답변이 늦었네요.
그동안 좀 정신 없이 며칠을 보냈습니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던 데다 더 이상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답변이 늦어졌습니다. 오늘 새벽에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 [중3 질의응답] 게시판을 보니까 어느 학생이 곧 원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은혜양도 아마 그럴 것이다 싶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꼭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고 해결해 두는 것이 삶의 지혜인데, 그걸 알면서도 잘 준비가 안돼 가끔 이렇게 홍역을 치룹니다. 우선 고등학교의 선택은 우리가 살아가고 공부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히 부모님, 담임 선생님, 그리고 가고 싶은 학교의 선배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은혜양이 살고 있는 곳이 신도시 쪽이서서 고등학교가 신설되는 모양인데, 이 경우는 물어볼 대상이 막연합니다. 좀더 적극적이라면, 시교육청을 통하여 은혜양이 살고 있는 동네에 새로 세워질 학교가 어느 정도의 시설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교사진은 어떻게 배치할 예정인지(실력 있는 선생님들을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대충 할 것인지), 교장 선생님은 아마 내정되어 있을 터인데, 어떤 교육관을 가진 분이신지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능할 지 모르겠네요. 또 근처의 학교로 갈 경우 중요한 것은 그 동에에 살고계신 주민들의 의식구조와 성향입니다. 학교의 교육은 거기에 따라서 상당 부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직 입시 위주의 교육만을 원하는 분들이 주민들 중에 많다고 한다면, 그 학교는 그렇게 되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건전한 시민 의식을 가진 중산층이 많이 사는 동네라면, 그 학교는 훨씬 인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네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 나라의 학교는 바뀐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제 체험을 근거로, 만일 그 동네 분위기가 은혜양이 생각하기에 건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아니고, 시교육청에서 새 학교를 좋은 교육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판단되면, 거기에 지원하는 것이 후회가 덜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인천 부평의 신도시 신설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을 보다 낳은 입시 교육을 생각하고 서울 목동의 '좋은 동네'로 이사하고 전학시켰다가 쓰디 쓴 실패를 맞보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했지요.) 왜냐하면, 학교 다니는데 시간 낭비하지 않아서 좋고, 새 교실 새로운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고 선생님들도 새 학교에서 의욕적으로 좋은 학교를 만들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단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많아 초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고, 또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요구하는 것도 보았거든요. 그런데 '헌 학교'의 경우에는 웬만하더라도 너무 멀다면 우선 재고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학교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고, 시설이 좋으며, 좋은 교육을 위해서 애쓰는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라면, 약간 멀더라도(버스 타고 한 30분 정도에 닿을 수 있다면) 적극 그 학교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학교의 학생들, 학교의 교풍, 대학 진학률 이런 것들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제 생각에 학교를 대학 입시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의 많은 학교들은 오직 '입시' 교육만을 표방하면서 더 큰 많은 것들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제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가 비록 최고의 입시 명문은 아니지만, 정말 교육다운 교육, 꿈과 사랑이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성심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정말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결국 학교의 선택은, 은혜양과 부모님의 관심(아무래도 통학 거리를 고려하시겠지요)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다니는 근무하는 사람들과 다니는 학생들이 행복해 하는 학교가 최상의 학교입니다. 그 이상의 학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은혜양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17일 아침에, 이창호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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