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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익산 미륵사지 동탑 복원은 잘못된 것입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이 좀 늦었습니다. 익산 미륵사지석탑은 한국미술사에 있어서 대단한 의미를 가지 석탑입니다. 그러나 저의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공부가 아직 미진하여 미륵사지서탑과 복원된 동탑에 대한 비교는 제대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미륵사지에는 여러번 가보았습니다만, 유심히 찬찬히 복원된 동탑을 서탑과 비교해볼 기회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습니만, 님께서 지적해주신 내용을 사진 자료들을 가지고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님께서 이야기 하신 것처럼 복원된 동탑은 대충 보면 기둥(우주)이 4개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왼쪽에서 첫번째 기둥, 세번째 기둥과 네번째 기둥 사이에도 중간 기둥을 만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둥이 여섯 개씩인 것은 같습니다. 다만 원래의 서탑은 중간 기둥이 좀더 튀어나와 보이게 만들어 입체감이 강한테 비해서, 복원된 동탑은 그렇지가 않아서 대충 보면 거의 중간 기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점은 잘못 복원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두번째로 지적하신 지붕(옥개석) 처마선의 경우는 사진만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의 서탑은 양쪽 끝부분이 좀더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복원된 동탑의 처마는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덜 올라가 있어서 멋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균형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복원된 동탑은 제 기억으로 1991년부터 시작하여 1993년에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태우 정부 시대에 기획하여 만든 것이므로, 그 시대의 우리의 문화재 복원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제가 2001년 여름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학예관에게 "왜 이렇게 조잡하게 복원되었는가"를 물었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예상된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공사가 추진되어 사람의 손으로 다듬어서 만들어야 할 탑을 기계로 깍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설계도 대충하여 부실 공사를 한 그 시대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죠. 상식 이하의 문화재 복원이었던 셈입니다. 좀더 치밀한 조사와 설계, 검토와 수정을 거쳐 이루어졌어야 될 동탑 복원은 그래서 안목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서탑에 대한 조사와 복원 작업도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전의 미륵사지서탑은 비록 기울고 검푸른 이끼가 끼어 있기는 했으나 그 탑은 처연한 모습이 사라진 백제문화와 백제인들의 꿈을 되살려주는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탑을 께끗이 닦아서 복원하면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하면 원래 남아있던 탑의 처연함과 아름다움마져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전라북도와 익산시에 의해서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미륵사지석탑은 국보 제11호입니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사되고 보수되어야 할 세계에 자랑할 문화재입니다. 너무 안일하고 경제성만 따지면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를 경제적인 차원에서 조사하고 복원한다면 우리는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게될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국가 정책과 정치를 감시하고 견제하듯이, 이제는 우리 시민들도 문화재 보호 운동에 참여하고 문화재의 관리와 보존 및 복원 과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후손들에게 지금 남아있는 문화재를 올바로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홈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미륵사지석탑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03년 3월 30일 아침에, 이창호 적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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