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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인홍 (이상원)
내암 정인홍 (來庵 鄭仁弘) 이상원(李商元) (남명학연구원 연구위원) 선생의 자는 덕원(德遠)이요 호는 내암(來庵)이며 본관은 서산(瑞山)이다. 조선 중종 30년(1535년) 합천군 야로현(현재의 가야면)에서 고(考) 륜(倫)(증 영의정)과 충순위(忠順衛) 납(訥)의 딸인 진양 강씨(晋陽 姜氏)의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증조 희(僖)는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으로 삼가현감을 지냈다가 후에 이조판서를 증직받아 문형(文衡)의 가풍을 열게 된다. 내암은 남명(南冥)의 고제(高弟)로서 성품이 강직하고 효제(孝悌)에 독실하였다. 그는 나면서부터 기품이 뛰어났고 눈빛이 형형하여 중동(重瞳)으로 일컬어졌으며 정씨 가문의 서봉(瑞鳳)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났다. 그는 다섯 살에 조추문(弔雛文)을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새가 죽었는데 사람이 이를 곡하는 것은 의(義)에 어긋나나 네가 나 때문에 죽었기에 나는 너를 곡하노라”는 내용으로 어려서부터 의리(義理)와 강직(强直)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열 다섯 살까지 독학으로 학문을 닦아 오다가 당시 합천 삼가에서 뇌용정(雷龍亭)과 계복당(鷄伏堂)을 짓고 후학을 강도하던 남명(南冥)의 문하에 들어 고고탁절한 기상과 내경외의(內敬外義)의 실천적 학풍을 체득하게 된다. 23세에 내암은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였으나 명리(名利)를 탐하는 것이라 하여 과거공부를 폐하고 대과(大科)에는 나아가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31세 때에는 김해 산해정(山海亭)에서 남명선생을 찾아뵙고 선생으로부터 격치성정가(格致誠正歌)와 대학팔조가(大學八條歌)를 손수 받았다. 38세 때에 독실한 효제(孝悌)와 성품(性品)으로 황간(黃澗)현감을 제수 받았고 당시 이이(李珥), 성운(成運) 등과 서로 상면하여 시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였다. 41세 때 사헌부 지평에 배해졌으나 나아가지 않았고 43세 때에 영천군수(永川郡守)가 되어 출사한 적이 있으나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해 버렸다. 내암은 선조의 계속된 부름에 사헌부 장령(掌令)이 되어 출사하였다. 장령은 그 위계상 당하관으로 국가의 풍기를 관장하여 탄핵하는 사법기능을 가진 직책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정인홍은 산림(山林)에 자취를 감추고 학문에 잠심하고 효제(孝悌)함이 돈독하여 사람들은 그를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대간(臺諫)에 두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였다. 율곡(栗谷)의 석담일기(石潭日記)에 보면 이이(李珥)가 대사간(大司諫)에 제배되고 성운(成渾) 정인홍(鄭仁弘)이 장령(掌令)에 소명되자 나라 안팎이 기뻐하며 “왕의 선정하는 마음에 감복했다”고 하였다. 내암은 54세 때 동서인 대립의 격화 속에서 표출된 을축옥사(乙丑獄事)로 평소 정치적 성향을 같이하던 이발(李潑)과 동문(同門)이며 지기(知己)였던 수우당(守憂堂) 최영경(崔永慶)을 잃었고 자신도 삭탈관직되었다. 기축옥사는 정여립의 모반을 계기로 서인들이 동인의 기세를 꺽기 위해 일으킨 사화로서 많은 신진사류들이 무고하게 도륙을 당한 당쟁 최초의 이성을 잃은 행위였다. 이에 비록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있는 몸이지만 내암은 동문들의 억울한 희생을 보지 못하여 강력한 항소를 올리고 정철(鄭澈)과 성혼(成渾)은 무고하게 사류를 도륙하고 조정을 독단하는 것을 규탄하였다. 선생이 58세 되던 임진년(선조25년) 4월 14일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하여 산하를 도륙하였다. 이 해 5월 10일 합천의 야로현 숭산동(崇山洞)에서 김면(金沔), 곽율(郭율)(起), 박성(朴惺) 등과 창의토적(倡義討賊)을 모의하고 우도(右道) 각 문인들을 규합하여 대대적 의병활동을 전개한다. 모계일기(茅谿日記)에는 이 때 전팔고(全八顧), 하혼(河渾), 권양(權瀁), 조응인(曺應仁), 문경호(文景虎), 정인영(鄭仁榮), 정인함(鄭仁涵) 등을 참좌각수유사(參佐各守有司)로 삼고 박이장(朴而章), 문홍도(文弘道) 등으로 군량모변지임(軍糧募辨之任)을 맡겨 1,000인의 병력을 얻었으며 검사(僉使) 손인갑(孫仁甲)을 중위장(中衛將)으로 삼아 의병군단의 조직을 갖추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암은 남명선생의 산해학통(山海學統)에 우뚝한 경의(敬義)의 실천적 학풍을 위난(危難)을 당한 국가에서 일개 산림(山林) 고사(高士)에서 의병장(義兵將)으로서 그 면모를 일신하게 된다. 그는 58세의 늙은 몸으로 창의하여 6월 중순경에는 무려 3,000의 군사를 헤아렸고 첫 전투인 무계전투에는 5월 29일경에 작전에 돌입하였다. 내암군단이 그토록 빠른 시기에 조직화된 데는 그의 경상우도에서의 영향력과 중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내암군단의 주요 의병전투 전적으로는 무계전투, 사원동 복병전투, 초계 마진전투, 안언전투, 상주전투 등을 들 수 있다. 필마로 옛 싸움터 지나노라니, 강물은 한을 품고 길이 흐르네, 지금 그 누가 왜적과 주화하려는가 장사는 이미 원통하게 죽어갔는데. 위 시는 임진왜란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조정에서 왜적과의 주화설(主和說)이 나도는 가운데 내암의 비분강재한 심정을 읊은 것이다. 선생 59세(선조26년) 9월에 영남도의병대장(嶺南都義兵大將)이 제수되었으나 사양하고 사의병장봉사(辭義兵將封事)를 상소(上疏)하여 전쟁의 원인과 조정의 실정과 전란극복과 전후 요방(要方)을 진언하였다. 내암은 말년(末年)에 많은 파란과 시사(時事)의 변고(變苦)를 겪으면서 폄앙을 동시에 받으며 역사의 질곡 속에 묻혀온 인물이다. 이제 두꺼운 각질층을 깨부수고 일월(日月)의 광채를 받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그 위인(爲人)의 모습이 올바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남명의 의발을 전수받은 고제(高弟)로서 산해연원(山海淵源)의 중심적 일물로 정당한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 구한말 언론가이며 역사가였던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는 우리 역사상 위인(偉人) 3걸로 일지문덕(乙支文德), 이순신(李舜臣), 정인홍(鄭仁弘)을 들었고 단재가 중국 대련(大連) 감옥에 갇혀있을 때 면회 온 동아일보 기자에게 “정인홍선생 연구에 평생을 바치려고 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는 일화가 있다. 선생은 광해 15년(1623년) 89세 되던 해, 인조반정(仁祖反正)의 폐모론(廢母論) 주도라는 억울한 죄명(罪名)으로 합천에서 도성으로 압송된 지 5일만에 처형되어 일기(日記)를 마감한다. 죽기 전에 밝힌 공사(供辭)에서 “일찌기 고사(古史)를 읽으면서 한나라 황후(皇后) 양씨(楊氏)가 폐해질 때 그 때의 정론(正論)은 자식이 어머니를 폐하는 이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고사(古事)를 이끌어 자모(子母)의 명의(名儀)는 하늘에서 나왔으므로 바꿀 수 없다는 말로 도당(都堂)의 물음에 답했다. 스승에게서 학문을 배워 군신부자(君臣父子)의 대의(大義)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슬프다. 구원(丘園)에 물러가 있은 지 지금 20년, 어지러운 세사(世事)를 듣고 알려고도 않았다. 90세 모진 목숨이 아직도 죽지않고 살아서 마침내 폐모(廢母)의 죄명(罪名)을 얻으니 이제 한 번 죽음에 돌아와 슬플 것은 없으나 장차 지하에서 무슨 면목으로 선왕(先王)을 뵙겠는가 그것이 두려울 따름이다”고 하였다. 한 때의 시사(時事)가 위인(爲人)의 면모를 일시적으로 가릴 수가 있으나 어찌 사곡(邪曲)이 누년(累年)토록 일월(日月)을 가릴 수 있으랴. 내암선생이 평생토록 간직한 경의(敬義)의 지결(旨訣)은 어지러운 오늘의 시사(時事)를 되짚어 우리에게 많은 수택(手澤)을 베풀고 있지 않은가. 출전 : 남명학연구원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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