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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2-10-11 (금)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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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2139      
[문학] 한국 소설의 발달 1 (민족)
소설(한국 소설의 발달과 그 전개)

관련항목 : 문학

세부항목

소설
소설(분류와 유형적 범주)
소설(한국 소설의 발달과 그 전개) 1
소설(한국 소설의 발달과 그 전개) 2
소설(한국 소설의 특질)
소설(참고문헌)

(1) 경험적 서사와 허구적 서사

이른바 서술의 근원상황으로 볼 경우 소설은 아마도 아득한 옛날 서사의 형태로서 원시동굴생활에서 이미 발생했으리라 본다. 수렵과 채집의 군거생활을 하던 원시인들이 서로 즐기기 위하여 동굴의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그들이 실제로 경험했거나 일어난 사건을 가장 단순한 서술형태로 이야기한 것에서부터 서사문학은 발단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이야기된 내용은 아마 근원적으로는 사실적인 서사였겠지만, 점진적으로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하여 사실을 극적으로 변형하는 있음직하거나 허구적인 서사체를 만들기 시작함으로써 이야기문학이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서사체는 근원적으로 경험적 서사체와 허구적 서사체를 양대 근간으로 삼고 있다. 전자의 역사적인 발전형태가 실록이라면, 후자는 곧 설화요 전기(傳奇)이며 허구인 소설이다. 그러한 점에서 ≪삼국사기≫ 열전과 ≪삼국유사≫는 한국서사의 시학과 우리 소설사의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머릿돌이 된다.

그것은 이들이 이전부터 전하는 신화나 서사시, 전설과 일련의 설화를 문헌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서(史書)로서 이들의 서사방법이 역사소설의 본기(本紀)의 엄격한 경험주의보다는 낭만화된 경험주의 내지는 허구적인 재현충동에 의한 허구성 지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삼국사기≫ 열전에 나타나 있는 〈김유신 金庾信〉·〈박제상 朴提上〉·〈온달 溫達〉·〈설씨녀 薛氏女〉·〈도미 都彌〉 등의 전기나 일대기는 사적(史的)인 전기임이 분명하지만, 역사 또는 전기서술 태도에서 서술자인 발언 주체가 역사적 자아의 성격만 지니지 않고, 서사적인 자아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사문예적인 형상력을 어느 정도 갖추어 나타나 있는 것이다.

또 우리 고전소설의 표제가 ‘전(傳)’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삼국유사≫에 수록된 일련의 설화도 역사의 사실 존중적인 엄격한 경험주의에서 한결 풀린 상태에서 서술된 것이다.

≪삼국유사≫의 〈조신 이야기〉는 〈구운몽〉과 같은 소설로, 이는 한국의 서사시학이 긴 사실성(史實性) 중심에서 소설적인 관심이 열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인 것이다. 성장할 수 있는 서사적인 단순형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창작으로서의 허구가 아니라는 한계가 전제되어 있다.

(2) 허구적 서사체로서의 가전체(假傳體)

가전체란 우의적인 문학이나 우화문학의 일종이다. 이 우화는 짐승 또는 비인격적(비생산적)인 대상에 인격을 부여한 이야기로서 교훈과 풍자를 위한 문학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우언(寓言)이며 우화인 가전체가 어느 시기에 비롯되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설총(薛聰)의 〈화왕계 花王戒〉가 이미 있었으나, 13세기를 전후하여 고려 말기에 이 같은 형태의 문학이 두드러졌던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 고려의 가전체 작품으로는 임춘(林椿)의 〈공방전 孔方傳〉과 〈국순전 麴醇傳〉을 비롯하여, 이규보(李奎報)의 〈국선생전 麴先生傳〉·〈청강사자현부전 淸江使者玄夫傳〉, 이곡(李穀)의 〈죽부인전 竹夫人傳〉, 석식영암(釋息影庵)의 〈정시자전 丁侍者傳〉, 이첨(李詹)의 〈저생전 楮生傳〉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 돈(공방전)·술(국순전·국선생전)·거북(청강사자현부전)·대(죽부인전)·지팡이(정시자전)·종이(저생전)를 의인화(擬人化)한 것으로서, 이들 모두는 교훈적인 효과와 풍자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서사방법으로 열전적인 사전(史傳), 또는 사전(私傳)의 전기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말미에는 ‘사신왈(史臣曰)’ 또는 ‘사씨왈(史氏曰)’이라는 논평이 첨가되어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가전체 서사방법이 경험적인 서사체인 사전과 발생론적으로 긴밀성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가전은 비록 사전의 방법에 근거하고 있는 서사체라고 할지라도, 이미 역사지향적 서사체로서의 실록이 아니다. 실록적인 서사내용과 다른 방법을 변형, 대입시킨 것으로, 여기에는 허구지향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실을 기초로 허구를 꾸미는 존재다. 따라서, 가전체를 전기 그 자체의 규범으로 보면 위축과 퇴화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사실적이고 경험적인 서사체로부터 허구적인 서사체로 가는 변이적 지양 형태라는 점에서 소설의 발달사에 있어 오히려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물론, 여기서 유의하여야 할 점은 가전만을 소설 발달과 전개의 전사적(前史的) 형태로 단일화하거나 확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전기의 4품 내지는 5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전(史傳)·가전(家傳)·탁전(托傳)·가전(假傳), 변전(變傳) 또는 별전(別傳), 잡전(雜傳) 등의 허구화가 모두 소설의 생성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가전의 변이와 대치가 소설적인 성격에 가장 근접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전기의 형태는 우리 나라 소설을 형성하는 주요한 잠재적 근간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후 임제(林悌)의 〈수성지 愁城志〉와 〈화사 花史〉, 〈장끼전〉 및 신소설 〈금수회의록〉 등으로 이어지는 사실로도 수긍될 수 있는 문제이다.

(3) 전기와 금오신화

김시습이 쓴 한문단편집 ≪금오신화≫는 우리 나라 소설사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서장(序章)이라는 의의가 있다. 이로써 본격적인 소설의 시대가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금오신화≫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전기소설인 명나라 구우(懼佑)의 ≪전등신화 剪燈新話≫ 등이다.

이른바 전기는 육조시대(六朝時代)의 지괴(志怪)나 신괴(神怪)에 대칭되는 당대(唐代)의 주된 서사문학이다. 전기는 기(奇)를 전(傳)한다는 뜻이거니와 그 기본적 성격에 있어서 단순한 기록성만을 지닌 황교한 지괴에 비하여, 특정한 작가의 개인적인 창작의식이 개입됨은 물론 작가가 존재하고, 또 구성이나 인물(성격)묘사가 정교하며 현실성과 사회성을 반영함으로써 중국 단편소설의 원형이 되는 문학이다.

전(傳)의 특수한 경우이면서 환상적인 것과 사실적인 것이 융합된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일련의 단형서사체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심미적인 형태인 것이다. 이는 명대의 학자 후윙린(胡應麟)이 소설을 지괴(志怪)·전기(傳奇)·잡록(雜錄)·총담(叢談)·변정(辨訂)·잠규(箴規) 등 여섯 장르로 구분한 데서 비롯된다.

당대의 지식계층의 소설인 전기는 열전의 3부 구조의 흔적이 있으나, 이성의 논리와 그 논리적 연계를 초월한 두 세계가 교직된 허구적 담론이다. 이러한 전기형태의 수용과 영향에 의하여 비로소 ≪금오신화≫와 같은 창작적이고 예술적인 소설문학이 형성될 수 있었다. 이에 ≪금오신화≫의 소설적인 의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오신화≫에서 ‘신화(新話)’라는 명명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물론, 비교문학적인 관점에서 밝혀지고 있듯이, 이 말은 구우의 ≪전등신화≫의 신화 운운에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지만, 이 새로운 이야기라는 의미는 개화기 문학으로서 고대소설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붙인, 이른바 ‘신소설(新小說)’이라는 의미 이상이다.

그것은 마치 독일의 근대적인 단편소설 형태인 ‘노벨레(Novelle)’가 그 어원에서 ‘nonus’, 즉 ‘새로운’, 또는 ‘새로운 사건, 색다른 일’을 시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신화’라는 표제에 함축된 의미는 존재의 경험적 서사체와 밀접한 열전적인 전기유형이나 또는 의인적인 가전형태에 비하여 훨씬 창작적이고 허구적인 속성과 결구력(結構力) 및 개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시습은 ≪금오신화≫에서 비록 명혼(冥婚)·인귀교환(人鬼交潁)·이혼(離魂)·환생(還生) 등과 같은 환상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전통적 내용을 수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기형태를 받아들임으로써 전기 유형과는 다른 새로운 허구적 서사형태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미메시스와 환상, 즉 일상적 사실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교호하고 있다.

둘째, ≪금오신화≫는 그 서술방법에서 경험적 서사체의 단순한 보고적 문장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전기와 민담의 ‘본래적 이야기’보다는 ‘장면적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그만큼 자연이나 심리적인 성격묘사 및 대화가 중심을 이룸으로써 근대소설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셋째, 전기형태의 단편집인 ≪금오신화≫에 실려 있는 각 작품의 발단 부분이 열전이나 가전체와는 현저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민담의 발단과도 다르다.

“남원에 양생(梁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일찍이 부모를 잃고, 아직까지 결혼하지 못하고, 홀로 만복사(萬福寺)의 동방(東房)에 기거하고 있었다.……”(만복사저포기), “송도에 이생(李生)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낙타교(駱駝橋) 옆에 살고 있었다. 나이 18세에 풍채가 준수하고 자질이 빼어났다.……”(이생규장전).

이와 같이 ‘옛날 어느 곳에 어떤 사람이’라는 민담적인 이야기의 발단 내지 서사적 출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열전류의 발단인 출생·국명·가계·이름·자·시호나 역사적 왕조연대 등이 배제되어 있다. 또, 주인공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그 대신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이고 지지적(地誌的)인 것,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것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확충되어 있다. 이것은 그만큼 현실성을 토대로 한 허구의 이야기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넷째, 서사적인 사건경과 속에 시가의 개입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가의 개입은 당대 문화나 생활양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면도 있지만, 시가로 주인공들의 심리적 상태를 표출하는 방법을 삼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형태는 그 뒤 창작적인 한문 단편소설에 영향을 준다.

다섯째, ≪금오신화≫에 실린 단편 〈취유부벽정기〉나 〈용궁부연록 龍宮赴宴錄〉 등의 서술유형에서 보듯이 단일 액자소설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액자를 이루고 있는 것은 과음으로 인한 수면상태와 관련된, 몽환적인 꿈과 그 꿈의 깨어남이다. 그리고 그 내부 이야기는 바로 꿈 이야기이다.

이른바 몽유록소설은 액자소설의 한 유형이다. 꿈과 현실의 상호성은 환상의 ‘불확실성의 시학’으로 평가되는 당대 소설의 중심이다. 이러한 몽유록소설의 등장을 전후하여 우리 소설에서 원호의 〈원생몽유록〉과 심의(沈義)의 〈대관재몽유록〉을 비롯하여 〈수성궁몽유록 壽聖宮夢遊錄〉(일명 雲英傳) 및 〈구운몽〉 등과 같은, 꿈을 서사적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출현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섯째, 이러한 전기는 지적 또는 윤리적 교훈의식이나 비판적인 기능이 작용한 전대의 우화문학으로, 가전이나 탁전과는 별개의 성격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 생성과정에서 중국 당대 전기의 영향을 받았던 한문소설 ≪금오신화≫는 우리 문학에서 허구적인 소설의 근원으로 평가된다.

이상으로 보아 우리 나라 소설의 잠재적인 기틀은 대개 경험적 서사체인 열전의 전기성, 가전체의 우화성 및 전기의 현실성과 환상적인 영향을 받은 ≪금오신화≫의 허구성 등으로 그 근간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4) 홍길동전과 구운몽

≪금오신화≫의 창작으로 비로소 그 탄생을 보게 된 우리 나라의 소설은 그 뒤를 이어 나온 〈홍길동전〉 및 〈구운몽〉의 출현과 함께 소설의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이 두 작품은 우리 나라 소설문학의 원형과 두 개의 기둥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즉, 허균(許筠)이 쓴 〈홍길동전〉은 최초의 국문소설이라는 의의와 함께 열전계의 전기적인 직선의 시간구조를 그 구성의 기본원리로 삼은 작품으로서, 경험론적인 현실관에 입각한 일종의 사회소설이며, 영웅적이고 협객적인 인물소설이다. 이른바 문학의 시대적 기능 혹은 문학의 시대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외적 세계와 사회 현실이 지닌 불합리에 대한 비판정신을 수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비록, 둔갑이나 축지법과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개재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관권의 수탈과 폭력, 이로 인한 민중의 빈민화 및 도둑떼의 반사회적인 폭력과 같은 현실문제가 제시될 뿐 아니라, 적서차대(嫡庶差待) 및 서얼방한(庶孽防限)이라는 서자의 사회적 신분상승이나 권력형태 접근을 금지하는 모순된 제도의 구속 및 비형평을 비판하고, 그와는 다른 율도국이라는 현실의 ‘반대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설이 형성되는 데에는 〈수호전 水滸傳〉 등 명나라 협객소설의 영향이 또한 지대했다.

한편, 앞서의 〈홍길동전〉이 그 원류적인 맥락관계에서 열전계라고 한다면, 김만중(金萬重)의 〈구운몽〉은 전기계로서 꿈과 현실이라는 복식적인 시간 및 순환적인 시간구조를 기본적인 구성원리로 한 작품이며, 삶의 존재론적인 인식에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이성적인 것과 욕망 및 충동과의 변증법적인 대립과 갈등은 물론, 그러한 갈등을 초월한 삶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영육(靈肉)의 존재양식적인 대립을 조정하는 지향적인 생의 한 문법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는 문학의 초시대적 기능이 존중된다.

이처럼 우리 소설의 두 개의 큰 기둥에 해당하는 〈홍길동전〉과 〈구운몽〉은 서술 구조나 방법 및 세계인식 태도에 있어서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홍길동전〉은 전기적인 단일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가계(家系)가 존중된 데 비해서, 〈구운몽〉의 경우는 원형의 순환구조로 이루어지고, 또 주인공인 성진(性眞)의 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전자의 표현방법이 보고적 단순성과 서술경과의 급진성을 보이는 데 비하여, 후자는 묘사적이고 장식적이다. 서술과정도 전기의 신괴나 호협을 수용한 〈홍길동전〉이 시대와 배경공간에 대한 인식에서는 경험적인 명확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술이나 둔갑과 같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반면, 수행과 애정·명예 등의 금욕과 욕망이 교차되는 〈구운몽〉은 경험적 공간과 격절되고 있으며, 구성도 ≪금오신화≫의 경우처럼 꿈의 세계를 중요한 서사세계로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길동전〉이 현세나 사회를 그 인식의 토대로 하여 영웅적인 삶과 사회의 개조를 목적하고 있는데 비하여, 〈구운몽〉은 오히려 추방으로서의 적강(謫降)과 사랑, 상승적 귀환의 과정 속에서 비세속적인 개오달도(開悟達道)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전자가 외관적(外觀的)인 인식의 문학이라면, 후자는 내성적(內省的)인 성찰의 문학이다. 또, 전자가 현실적인 데 비하여 후자는 낭만적이다.

이러한 두 소설의 성격은 이후 우리 나라 소설의 전개에 중요한 기조적 요소가 된다. 이들 요소의 대립 혹은 융합현상이 이후 소설의 현상적인 특성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시 3자적인 기조가 바로 가전에서 그 원초적인 맥락을 찾을 수 있는 우화문학의 풍자적인 비판의 요소이다.

(5) 소설의 융흥과 작가의 무명현상(無名現象)

개략적으로 지적해서 16세기 이후에서 19세기에 이르는 기간은 우리 나라 소설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특히 18, 19세기는 소설사에서 인식론적인 전환의 시대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고전소설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소설이 이 시기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사적으로 정리할 때 이 시기처럼 불분명하고 막연한 시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각 작품이나 소설제작의 확실한 연대가 구명되지 않았고 소설사회학적 관점에서 제기되어야 할 사회사, 작가와 후원자의 문제 및 작가의 사회적인 지위와 전문화, 그리고 소설의 유통구조에 대한 기초적이고 실증적인 해명이 아직도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 관한 소중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 작가를 전연 알 수 없는 무서명(無署名)이라는 점, 출간연대를 확정할 수가 없는 문제점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그 작가나 창작시기를 확정할 수가 없게 된 문화적인 요인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부정적인 소설관과, 소설이 사회의 인심과 풍기를 문란하게 만든다는 유교윤리적인 가치규범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 그 자체의 존립을 위해서는 으레 유교적인 윤리덕목을 소설에 가미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을 위한 문화적인 환경은 척박했지만, 유교적 윤리덕목을 가미함으로써 소설문학은 그나마 융성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이 이 시대에 소설이 그런대로 융성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전대부터 수용되었던 중국 명대소설의 이입과 영향 및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참담한 전쟁경험을 거쳐, 영조·정조시대 실학사상이 대두함으로써 정신사적인 관념으로부터 현실관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서민의식의 각성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몇 개의 교환회로상의 소설사회학적인 문제점을 점검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소설이 무서명으로 발표된 점으로 보아 작가의 사회적 신분이나 위치는 결코 높지가 않았으며, 그 후원자나 독서층도 주로 중산층이거나 제한된 부녀자들이었을 것이다.

우선 작가의 경우, 중국의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와 〈수호전〉을 지은 나관중(羅貫中)이나 〈서유기 西遊記〉의 오승은(吳承恩)이 각각 서리나 현승(顯丞)이라는 중하층 정도의 지식인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몰락한 양반이나 선비 그리고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거나 벼슬길에 나갈 수 없는 가난하고 교양있는 중산층 지식인이 그 작가였으리라 추측된다.

이들 준직업적인 작가들은 그들 사회집단의 좌절된 소망이나 의식 그리고 세계관을 표현하고, 그들의 사회적 경험을 허구 속에 조직화하려 함으로써, 소설의 융흥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한글 즉 국문의 보급에 의하여 독서대중이 점진적으로 증대될 수 있었다. 이 시대만 하더라도 한글은 서민이나 여성의 글이었다. 이러한 한글이 보급된다는 것은 독자의 증대와 함께 읽을거리에 대한 수요를 또 그만큼 증대시킨다. 이러한 독서적 요구는 소설의 발흥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셋째, 출판형태 내지 기업으로서의 경판(京板)·완판(完板)·안성판(安城板) 등의 판본과 방각본(坊刻本)이 등장하면서 소설이 필사본이라는 원초적 단계를 넘어서 시장에 진출하는 유통적인 상품이 될 수 있었다. 동시에 세책가(貰冊家)가 있어서 유통될 수도 있었다.

이 시기의 전기에 나온 소설로서는 영웅소설·염정소설·몽유록 또는 몽자소설·가계가족사소설·가정소설·실록적인 전기소설류 등이 있다.

영웅소설은 비범한 인물인 영웅·명장의 비범한 일생을 서술한 소설이다. 이러한 소설의 생성은 〈삼국지〉 등 중국소설의 영향 및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의한 전쟁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이 소설들은 근본적으로 충군(忠君)의 유교적인 이상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유충렬전〉·〈조웅전〉·〈소대성전〉·〈장국진전 張國振傳〉·〈이대봉전 李大鳳傳〉·〈장풍운전 張風雲傳〉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염정소설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다룬 소설이다. 사랑은 어느 시대에서나 생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 하나이거니와, 당시의 애정양식을 다룬 것으로 권필의 〈주생전〉 및 작자 미상의 〈운영전〉, 그리고 〈숙영낭자전〉·〈백학선전〉·〈금향정기 錦香亭記〉·〈춘향전〉 등이 있다. 전대부터 있어온 몽유록 또는 몽자소설로는 〈운영전〉 등이 있다.

가계 또는 가족사소설은 가문이나 가족의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조씨삼대록〉·〈임씨삼대록〉 및 〈유씨삼대록〉등이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소설은 그 서사구조가 전기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선시대 소설의 대부분이 전기소설에 해당하지만, 이 경우는 협의적으로 보아 경험적인 서사유형으로서 역사적인 실존인물의 전기를 뜻한다. 〈인현왕후전 仁顯王后傳〉·〈임경업전〉·〈이순신전〉·〈곽재우전〉 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도 이 시대에 주목되는 현상은 전자들과는 달리 가정적인 분위기나 가족의 갈등문제를 다룬 가정소설의 현저한 출현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이 범상한 사실이나 가정 외적인 것의 서술에 치중되어 왔던 것과는 달리, 서민의 가정비극을 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가정적 리얼리즘의 생성결과이다.

이는 일상적인 현실, 서민적인 삶의 양식 및 정감을 중시한 결과이다.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비롯하여 〈장화홍련전〉·〈정을선전〉·〈콩쥐팥쥐〉 등이 그것이다. 영조·정조시대 이후의 서민적인 소설형태의 등장은 우리 소설사에 풍부한 해학성과 함께 사회소설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6) 박지원의 한문소설

실학파의 지식인인 박지원의 한문소설들은 풍자와 해학 등으로 사회적인 현실을 예각적으로 해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품으로 〈호질〉·〈옥갑야화〉 및 9전(馬痺傳·穢德先生傳·양반전 등)이 있다.

그의 소설은 서술형태상 액자소설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흔히, 〈허생전〉 운운하는 작품의 명칭도 엄격히 따지면 〈옥갑야화〉라고 일컬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순환액자로 된 옥갑야화의 7개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열하일기≫ 관내정사(關內程史)에 삽입된 〈호질〉도 단일액자의 형태를 빌려 비판을 위한 고도의 위장방법을 택한 것이니만큼 ‘석저옥전현(夕抵玉傳顯)’부터 작품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양반전〉은 신분사회의 동요를 희극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양반의 전형적인 경제적 몰락과, 그와는 반대로 경제력은 확보하였지만 사회적 특권을 갖지 못해 신분적으로 열등한 신흥부자의 생활양식이 대비되고 있다.

양반은 궁핍한 경제적 조건 때문에 양반이라는 신분이 한푼 어치 값도 없다고 보고 이를 매매하는 반면, 경제력은 갖추었으나 신분적으로 열세인 부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신분을 사는 반어(反語)를 보여주고 있다. 양반에 대한 동경과 적의의 감정이라는 상반된 이중구조를 드러내 주는 동시에 양반의 생활양식의 허식성을 비판한다.

〈옥갑야화〉의 제7화 ‘허생의 이야기’는 양반의 경제적인 몰락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양반전〉과 비슷하다. ‘허생 이야기’는 무역상인의 등장이란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양반전〉의 양반은 신분적으로 우월한 특권을 궁핍 때문에 매매해야 하는 지경이지만, 이 작품의 허생은 오히려 당당하게 부자의 돈을 꾸어서 매점매석의 상술로 치부함으로써, 양반도 장사를 하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오기와 긍지를 보여준다.

이 점에서 박지원은 당대의 관습화되고 형식 위주의 욕례적(縟禮的)인 양반문화와 허식적인 시대착오를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흔히 평가하고 있듯이, 양반 중심의 사회적 가치체계나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거나 이탈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반의 비현실적인 취약성을 지적함으로써 합리적인 변혁을 꾀하려는 것이다.

한편, ‘허생의 이야기’는 도시상업사회의 상인계급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고 있다. 허생이 찾아가 거금을 빌린 변(卞)부자는 근세 이전의 대표적인 상인이다. 이러한 상인에게 나중에 돈을 돌려주며 허생은 “재물로써 얼굴빛을 좋게 꾸미는 것은 그대들이나 할 일이지, 만 냥이 아무리 중한들 어찌 도를 살지게 했단 말인가(以財邈面君輩事耳萬金何肥於道哉).”라고 공박한다.

뿐만 아니라 상인마저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상술을 펼쳐 보임은 상인들의 올곧지 않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우롱하려는 것이다. 특히, 매점매석은 백성을 못살게 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음은 상도의 비정상성을 비판하려는 것이다.

이로 보면 양반이나 선비에 대하여 냉혹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그것은 양반사회제도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낡은 허식을 버리고 시대에 맞게 적응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당위성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허생의 이야기는 도둑과 같은 변두리 인생과 그들의 구제와 결부된 사회적 현실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허생은 돈과 밭과 아내라는 사회적인 안정요소를 모두 갖지 못한 범죄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무인도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결코 〈홍길동전〉의 경우처럼 협객적인 집단행위를 한다거나 체제 거부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무인도는 현실사회의 반대상이다. 그러나 섬생활의 기본 주제는 부유·교양·예절로 압축되어 있다. 이 점에서 박지원의 합리적인 실용주의와 함께 도덕적인 이상주의를 접할 수 있다.

〈호질〉은 현실과 우화를 곁들여 선비와 정절여인이 가지고 있는 표리부동의 양면성을 희극화하는 가운데, 위학(僞學)과 위정(僞貞)의 허위적인 가면을 풍자적으로 해부한 작품이다.

(7) 판소리계 소설의 희극성과 비판성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이란 영조·정조 이후의 서민 또는 민중의식을 수용하고 있는 문예양식으로서, 판놀음〔演戱〕에서 부르는 판소리의 문학, 즉 구연과 연행에서 생성된 문학이며, 개인창작적이기보다는 공동창작적인 적층성(積層性)을 지니고 있다. 〈춘향전〉·〈심청전〉·〈배비장전〉·〈옹고집전〉·〈흥부전〉·〈변강쇠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민중문학 형태로서의 판소리계 소설은 이전의 양반과 귀족 취향적인 소설에 비하여 비수사적이며 유동적인 동력구조(動力構造)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성격이 규정된다.

즉, 시조에 대한 사설시조의 대응이 그러하듯이 판소리계 소설은 양반관료적인 공식문화의 정태성(靜態性)·규범성 및 장식성과는 달리, 비속화·전도·욕설·과장·부실예찬(不實禮讚)·기상천외적 비유·에로티시즘·재담을 포함한 언어유희 내지 열거의 수다스러움을 통하여 진지성보다는 희극적인 경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서 유희적인 희극정신이나 웃음이 긴장완화나 갈등해결의 기능을 가진다는 것은 정신의 정화적인 현상이나 이종요법적(異種療法的)인 치유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비판적인 기능이란 웃음의 반역성, 즉 웃음이란 그 본바탕에 있어서 기쁨과 악의가 결합되어 있어서 긍정적이고 환대적인 한 면도 가지고 있지만, 부정적이고 배제적인 다른 한 면도 내포하고 있다는 특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판소리계 소설에서의 웃음 또는 해학성이란 민중적인 희극정신과 함께 그 속에 리얼리즘의 비판적인 현실의식, 즉 바흐친적인 그로테스크 리얼리즘(grotesque realism)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판소리계 소설이 동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민중의 언어력이 지닌 동적인 표현 내지는 행동의 우위성에서 엿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동력성은 언제나 갱신적(更新的)인 집단의식의 발로와 연결된다.

즉, 양반관료의 생활취향에 적응하는 소설이 변화와 지속의 유동성을 원하지 않는 양반·관료 내지 귀족들의 생활양식에 맞게 정태적이고 장식적인 현실을 치환시킨 데 비하여, 민중의 생활감정이나 존재양식과 밀착된 판소리계 소설은 언제나 현실과 밀착되어 있고, 교체와 변화와 관계가 깊으며, 또 웃음과 친숙되어 있는 것이다.

(8) 개화기의 소설-신소설①

신소설과 그 발생요인:개화기소설 또는 신소설이란 우리의 중세적인 전통사회가 사회변동에 의하여 근대의 들머리로 들어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허구적 서사문학형태로서의 소설을 뜻한다.

따라서, 신소설이라는 소설형태는 기존문학으로서 조선시대 소설의 점진적인 소멸과 이에 대치될 현대소설 발흥의 준비단계라는 이질적인 평행성이 병렬하는 과도기적인 시기의 소설인 것이다. 이러한 신소설의 발생요인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화사상의 대두 및 1876년의 개항을 비롯하여, 1894년의 갑오경장·동학혁명에 의한 일련의 사회제도 개편화작업과 사회적 동요 등은 세계인식과 삶의 방식을 바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변화된 사회적인 삶의 양식은 문화적인 상황으로 보아 새로운 소설의 형성을 필연적이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둘째, 소설사회학적으로 보아, 생산자(작가)-분배자(출판사 및 서적판매업)-수요자(독자)라는 교환회로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었다. 소설관의 변화현상과 함께 개화나 애국계몽사상의 전파를 위한 국민계몽적 입장에 있는 언론계에 종사하는 개화지식인 내지는 변화된 시대의 신기성(新奇性)에 적응하려는 작가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국문을 존중하려는 고종의 칙명(1894)은 자연히 국어의 전파를 확산함으로써 독서대중이 더 많이 확보되게 하였다.

특히, 소설의 주요 독자인 중산층 부녀자들로서는 25전 내지 35전 내외의 돈으로 소설책 이상의 다른 오락형태를 구할 수가 없었으며, 솔표 석유의 판매보급은 그들에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더 많이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한편, 분배자로서 근대적인 출판기업인 회동서관(匯東書館)·광학서포(廣學書鋪)·대동서원(大東書院)·광문사(廣文社)·동양서원(東洋書院)·중앙서관(中央書館)·보성사(普成社) 등이 등장했다.

이들은 새로운 인쇄기를 도입했으며, 서적판매까지도 겸함으로써 종전의 판본 따위의 원초적 출판형태와는 다른 여건들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신소설 작가와 작품의 출현을 가져올 수 있는 후원자들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활자인쇄술 도입이 새로운 소설의 발흥에 기여하게 되었다.

셋째, 민간신문의 출현이 신소설 발생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관보(官報)와는 달리 민간자본에 의하여 경영되는 민간신문, 특히 개화기적 교도주의의 기능을 지닌 개화기신문은 계몽과 독자확보를 위한 상업성을 함께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1905년을 전후하여 ≪황성신문 皇城新聞≫·≪제국신문 帝國新聞≫·≪대한매일신보 大韓每日申報≫·≪만세보 萬歲報≫·≪경남일보 慶南日報≫ 및 일본인이 발간한 ≪중앙신보 中央新報≫·≪대한일보 大韓日報≫ 등이 지면의 확대와 더불어 거의 모두 소설을 연재하였다. 민간신문은 신소설 발표의 거의 유일한 매개체였던 것이다.

넷째, 내재적인 전통의 축적과 외국문학의 영향이 지적될 수 있다. 신소설은 비록 전대의 소설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존소설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이 불가피하였으며, 여기에 다시 서구소설의 영향을 받은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서구문학의 영향이라는 것도 주로 일본 및 중국(청)소설의 중간 전신자적 기능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이었다. 특히 청말의 소설시학은 긍정적인 소설관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은 요인에 의하여 신소설은 비로소 그 생성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문학형태로서는 과도기적인 미숙성을 지닌 것이었으며, 1910년대의 후반에 이르면서 이광수의 〈무정〉 등과 같은 현대소설에 의하여 대치되었다.

이들 신소설은 문학 그 자체의 독자적 예술성의 변혁보다는 정치·사회제도 및 풍속의 개혁, 새로운 교육관, 여성의 자유와 사회·문화적 평등, 과학적 세계관 등을 강조하려는 목적론적 성격이 우세하였으며, 기타 신기성을 추종하는 대중적인 취향에 영합하는 시장지향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신소설의 탐정소설적, 즉 미스테리 소설적 성격이 그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할지라도 당시의 사회적인 담론이었던 토론·연설과 같은 담론형태를 뚜렷이 하고 있는 점이 이 문학형태의 독자성이기도 하다.

②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신소설의 대표적 작가는 이인직·이해조(李海朝)·최찬식(崔讚植)·안국선·김교제(金敎濟)·이상협(李相協)·박영운(朴永運) 등이다. 물론 1906년 이인직의 〈혈의 누〉 전후에 〈일념홍 一捻紅〉의 일학산인(一鶴山人), 〈용함옥 龍含玉〉의 금화산인(金華山人), 〈여영웅 女英雄〉의 백운산인(白雲山人), 〈명월기연 明月奇緣〉의 한운(漢雲), 기타 반아(槃阿)와 같은 필명의 작가가 있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상고할 길이 없다.

이인직은 1908년 11월 8일자 ≪대한매일신보≫의 논설 〈연극계지이인직 演劇界之李人稙〉에서 이미 “거연(遽然)히 한국 내 제일등 소설가로 자명(自明)하는 자” 운운한 바와 같이 신소설의 대표적 작가이다. 그는 신극운동에도 참여하였으며, 작품으로 〈혈의 누〉·〈귀(鬼)의 성(聲)〉·〈치악산〉·〈은세계〉·〈모란봉 牡丹峯〉 등이 있다.

이해조는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작품으로는 〈자유종〉·〈구마검 驅魔劍〉·〈화(花)의 혈(血)〉·〈모란병 牡丹屛〉·〈빈상설 靈上雪〉·〈고목화 枯木花〉 등 30여 편이 있다. 특히, 그는 〈화의 혈〉 말미에서 소설을 빙공착영(憑空捉影)에 비기는 미메시스의 독특한 소설관을 피력하였다.

최찬식은 경기도 광주 출생으로, 작품으로는 〈추월색 秋月色〉·〈안(雁)의 성(聲)〉·〈춘몽 春夢〉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안국선은 〈금수회의록〉·〈공진회 共進會〉(단편집), 김교제는 〈모란화 牡丹花〉·〈현미경 顯微鏡〉, 이상협은 〈눈물〉, 박영운은 〈김산월 金山月〉·〈옥련당 玉蓮堂〉을 썼다.

특히, 여기에서 간과해 버릴 수 없는 것은 이 시대에 나온 역사전기소설의 의의이다. 소설사적인 계보에서 보면 이른바 신소설이 전기와 같은 허구적 서사형태의 문학이라면, 전기문학은 열전계의 경험적인 서사체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서구의 많은 위인전기가 출현되기도 하였지만, 이들 전기의 소설화는 강사적(講史的)인 의의가 있다기보다는 역사적 우의(寓意)를 통하여 국권의 위난에 대처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전기 또는 역사전기문학은 1910년의 국권의 피탈 이후 거의 금서(禁書)의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신채호(申采浩)의 〈을지문덕〉·〈이순신전〉·〈최도통전 崔都統傳〉 등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전기문학이다.

에 계속

<이재선>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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