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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체반정 (민족)
문체반정(文體反正) 조선 정조 때에 유행한 한문문체를 개혁하여 순정고문(醇正古文)으로 환원시키려고 한 주장 및 그 사업. ‘문체순정’이라고도 한다. 정조 때에 유행한 문체는 박지원(朴趾源) 일파의 참신한 문체였다. 즉 필기와 소설이 세력을 얻었다. 특히,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한때 선풍적으로 읽혀졌다. 그래서 문체면에서 크게 영향을 미칠 추세에 있었다. 정조는 이러한 문체를 의고문체(擬古文體)와 명나라·청나라의 패사(稗史 : 사관 아닌 사람이 이야기 모양으로 꾸며 쓴 역사기록)와 소품에서 파생된 지극히 불순한 잡문체로 여겼다. 정조는 잡문체를 숙청하고 전통고문으로 돌려서 바로잡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전통의 고문가인 황경원(黃景源)과 이복원(李福源) 등의 문체를 문신들의 문장의 모범으로 삼게 하였다. 정조는 이 방침을 실행하고 관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일을 실시했다. ① 왕실 연구기관인 규장각(奎章閣)을 두어, 국내 학자들을 모아서 경사(經史)를 토론하게 하고, 서적을 간행하게 하였다. 규장각의 소관업무는 서적 간행, 어제(御製) 제작 및 편집, 당대 문집의 보관과 관장 등으로, 왕실도서관 구실을 하였다. ② 우리 나라의 문체를 타락하게 한다고 생각되는 청나라 패관소설과 잡서 따위의 수입을 금지하였다. 이 조치는 당시 천주교의 보급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다. 청나라와의 잦은 교류로 인하여 서학과 실학이 유입되었다. 청나라의 가볍고 화려한 문풍(文風)과 시속(時俗)이 유포되어서, 사대부로부터 아녀자에까지 모두 패관소품(稗官小品)을 읽고 즐겼다. 정조는 이러한 것을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의 문집의 영향이라고 보고, 소설류 등의 잡서의 수입을 금지하였다. ③ 주자(朱子)의 어류(語類)를 뽑은 ≪주자선통 朱子選統≫을 비롯하여, 당송팔대가의 유명한 고문을 뽑은 ≪팔자백선 八子百選≫ 등을 출간하였다. 정조는 유생 이옥(李鈺)의 과장문장(科場文章)이 패관체의 기풍을 띠고 있다고 하여 논책하고, 문체가 불순한 자는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조정문신도 불순하면 교수에 천거하지 못하게 하였다. 직각(直閣) 남공철(南公轍)도 패관잡기어(稗官雜記語)를 썼다고 문책하였다. 그리고 조정문신 상하를 막론하고, 문체가 불순할 때는 엄벌할 것을 밝혔다. 동시에 성대중(成大中)을 고문가의 모범으로 삼고, 북청도호부사(北靑都護府使)로 특파하였다. 남공철을 비롯한 이상황(李相璜)·김조순(金祖淳)·심상규(沈象奎) 등 벽파(僻派)의 여러 신하들이 문체불순으로 견책을 받고, 자송문(自訟文)을 지어 바쳤다. 시파(時派)에 속하는 이덕무(李德懋)·박제가(朴齊家)도 문체불순이 발견되어 자송문을 지어 바쳤다. 1792년(정조 16) 정조는 〈열하일기〉를 읽고서, 박지원의 해학과 문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때마침, 이동직(李東稷)이 정조의 총애를 받는 이가환(李家煥)을 질투하여 그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를 본 정조는 “요즘 문풍이 변함은 이가환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근본은 박지원에게 있다.”고 하였다. 규장각의 직각 남공철에게 명령하여 “연암에게 빨리 순정한 문체로 〈열하일기〉의 죄를 속죄하면, 음관의 문임(文任)도 아끼지 않으리라.”는 뜻을 편지로 전달하게 하였다. 박지원은 남공철의 편지에 대하여 변명하고 자인하였다. 그리고 문체순정운동에 전력하여 잡필을 금할 것을 맹세하였다. 문체에 대한 관권의 개입은 결과적으로, 18세기에 이르러 자못 활발하게 움직였던 문예운동을 위축하였다. 그리고 모처럼 싹트려던 문학발전을 저해하여, 조선 후기에 혼미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래서 한때는 반시대적 문학이 득세하게 되었다. 그러나 꾸준히 서민 속에서 성장하는 서민문학의 대두를 억제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문체반정은 전통적 문예운동과 진보적 문예운동과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正祖實錄, 弘齋全書, 燕巖集, 北學議, 芝峯類說, 靑莊館全書, 與猶堂全書, 燕巖小說硏究(李家源, 乙酉文化社, 1965), 實學派의 文學(李佑成, 국어국문학 16, 1957), 燕巖文學과 文體波動(李家源, 人文科學 10, 延世大學校, 1963), 燕巖體의 成立과 正祖의 文體反正(金血祚, 韓國漢文學硏究 6, 1982), 載道文學論과 文體醇正硏究(尹基弘, 慶熙大學校碩士學位論文). <박노춘>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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