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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사] 경남 사천 다솔사 전통차향 넘실
경남 사천 다솔사 전통차향 넘실 ▶ 글쓴이 : 김상진 중앙일보 / 2001년 5월 4일 19면(10판)  해마다 이맘때면 경남 사천군 곤명면 용산리 봉명산 기슭 다솔사(http://www.dasolsa.org)에서는 은은한 차향이 끊이지 않는다.지리산 끝자락인 이곳의 늘씬한 소나무들이 내뿜는 송진냄새와 차향이 어울린 독특한 향기가 산 전체를 감싸 안는다. 차향이 시작되는 곳은 대웅전 적멸보궁(寂滅寶宮)아래 요사채. 한지에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부엌에 수건을 둘러 쓴 보살 두명이 무쇠솥에서 차잎을 덖는다. 아궁이에는 참솔 장작이 타는 소리가 타닥거린다. 처마밑 마루에는 소쿠리에 널어놓은 차잎이 봄 햇볕에 말라가고 절 뒤편 산 기슭 3천여평의 야생 차밭에서는 스님과 마을 아낙들의 차잎을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다솔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 `한국의 다도`를 편찬한 효당 최범술 스님이 출가한 곳이다.승려이자 정치가 ·독립운동가였던 그는 해방 이후 이곳에서 직접 차를 만들고 보급했다. 다솔사 차 제조법은 독특하다. 차잎을 가마솥에 넣은다음 장작불을 약하게 지펴 차잎을 여덟번 덖고 옹기에 넣어 일주일간 숙성시킨 뒤 대나무 속에 넣고 황토로 막아 철판위에서 아홉번째 굽는다. 덖을 때 참솔 장작만을 사용하고 장작불 땐 황토방에서 숙성시킨다. 다솔사 총무 승범(45)스님은 "대나무 대롱에 넣어 숙성하는 차는 대나무 향이 배어 차맛이 깊다"며 "다솔차 차는 조금만 마셔도 그윽한 향이 금세 입안에 가득 차고 향도 오래 남는다"고 자랑했다. 차를 만드는 사람은 비누 ·화장품을 쓰지않고 담배도 피지 않는다. 깨끗한 햇차잎이 잡냄새를 머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40년간 다솔사 차를 만들어 온 安옥님(55)보살은 "법제기간 동안 생수로만 세수하고 음식냄새 때문에 점심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솔사에서 연간 나오는 차는 곡우(4월20일)전 차잎으로 만드는 우전(雨前)과 곡우 이후 10일 사이의 잎으로 제조하는 세작(細雀)을 합쳐 연간 2천여통(1통에 50g)정도다. 대부분은 다솔사 승려들이 마시고 일부는 전국의 사찰에 선물한다. 죽향(竹香)이라는 다솔차 차는 일반인은 다솔사내 서점에 가야 조금 구입할 수 있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4년(서기 503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고찰.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제자 최범술이 머물던 다솔사로 숨어들면서 남부지역 독립운동 본거지가 됐다. 백산 안희제, 백산상회 대주주인 문영빈, 김동리의 친형이자 당시 동양사상의 1인자 김범부, 불교혁신운동의 주동자 김법린 등 한국 근대사를 가꾼 거목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만해가 회갑을 맞아 심은 황금편백나무와 소설가 김동리가 `등신불`을 집필했던 방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다솔사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때 사천앞 바다에서 왼쪽 어깨에 총상을 입어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자 다솔사 스님이 준 차나무 열매 기름을 발라 나았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전통 다도(茶道)=20여년째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골을 찾아 1년동안 마실 차를 직접 만드는 법일(法日 ·48)스님은 "차는 열심히 많이 퍼 마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다도는 불가에서도 독특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는 "차는 쓴맛 ·신맛 ·떫은 맛 ·짠맛 ·단맛 등 다섯가지 맛(五味)을 낸다"며 "`후루룩`소리를 나며 마셔야 다섯가지 맛과 향기를 혀끝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일스님은 "차의 양과 물 온도 등을 조절하기에 따라 20가지 차맛을 낼 수 있으며 녹차도 1백도의 물에 달여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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