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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청동초두 이야기
<최정훈기자의 문화재산책> 풍납토성 청동초두 이야기 경향신문 / 2000년 5월 20일 입력 보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백제 초기(기원전 18∼475년) 풍납토성. 성곽 축조 당시에는 둘레가 3.5㎞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2.1㎞ 정도만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서북쪽 성벽이 유실됐다. 하지만 풍납토성은 대홍수로 초기 백제의 성곽임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토사가 쓸려 내려가면서 금동제 허리띠 장식.유리옥.귀걸이 등 백제 유물들이 지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유물은 성안 남쪽 흙더미에서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된 청동제 초두(초斗) 2점이었다. 이 초두는 손잡이가 달린 삼발이 솥으로 아가리의 지름이 20.8㎝이다. 토성 내에서 출토된 초두는 짐승 3마리가 장식된 다리에 용머리 손잡이가 달려 있는 중국의 동진(317∼420) 계열의 유물로 추정됐다. 청동제 초두는 풍납토성이 몽촌토성과 함께 백제의 왕성 중 하나일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중요유물 중 하나이다. 초두는 왕족이나 귀족들만 사용하던 것으로 풍납토성이 예사롭지 않은 성임을 설명해준다. 이 유물의 존재에 처음 주목한 이는 한국고대사 말살에 앞장섰던 일제식민사학자 아유카이(鮎貝房之進). 그는 초두를 비롯한 각종 출토유물을 토대로 1934년 풍납토성을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기록된 백제초기의 왕성인 하남위례성으로 비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유카이가 시종일관 삼국사기를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인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유카이는 풍납토성의 성격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삼국사기를 신뢰했다. 청동제 초두는 백제에서만 보이는 유물은 아니다. 백제의 세력권 내에 있었던 원주 법천리 고분에서도 풍납토성 것보다 다소 늦은 시기의 청동초두가 출토된 바 있다. 또 천마총.서봉총.황남대총 등 신라의 경주 고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초두가 출토됐다. 특히 천마총 고분에서 출토된 초두는 뚜껑과 주둥이가 달린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어 보물 제622호로 지정돼 있다. 청동초두는 어떤 용도로 사용했던 솥일까. 대부분의 초두들이 고분에서 출토된 부장품들이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로 미뤄보면 왕족이나 귀족들이 제례나 상례에 썼던 의식용구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고분이 아닌 풍납토성 내 주거지에서 발견된 초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생활용구로도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청동제 초두 2점 중 1점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나머지 1점은 행방이 묘연하다. 일제가 가져갔다는 설도 있고, 아직 정리가 덜 끝난 박물관 수장고(13만여점 소장) 내에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제는 1936년 풍납토성 성벽과 그 안쪽을 포함해 '고적'(古跡)으로 지정한 반면 해방 후 우리는 1963년 성벽만 사적으로 지정했다. 현재 성벽 내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유적보존이냐 사유재산권이냐'의 논란을 보면 성벽 안쪽까지 지정못한 63년 일이 두고두고 안타까울 뿐이다. 최종 편집: 2000년 05월 20일 출전 : http://www.khan.co.kr/news/view.khn?artid=20000520003246&code=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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