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조준의 전제 개혁에 대한 소
조준의 전제 개혁에 대한 소
조정의 사대부들이 겉으로는 서로 좋은 것 같으나 속으로는 서로 시기하여 중상함에까지 이르니 이것은 사전(私田)으로 함정을 만든 것입니다. 근년에 이르러 겸병이 더욱 심하여 간흉한 무리들의 토지가 주(州)에 걸치고 군(郡)을 포괄하며, 산천(山川)으로 표(標)를 삼을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모두 이를 가리켜 조업전(祖業田)이라 하였는데, 서로 밀치고 빼았아 1묘(苗)의 주인이 5∼6명을 넘었으며 1년의 조(租)를 8∼9차 거두게 되었습니다. (중략)
신 등은 원컨대 성조(聖祖)의 지극히 공정한 분수의 법을 준수하여 후인이 화수하여 겸병하는 폐단을 개혁하여 선비가 아니고 군사가 아니고 국역(國役)을 맡은 자가 아니면 전지를 주지 말 것이며, 죽을 때까지 사사로이 서로 주고받지 못하게 엄격하게 금지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백성과 더불어 새로 출발하여 국용(國用)을 풍족하게 하고 민생을 후하게 하며 조정의 신하를 우대하고 군사를 넉넉하게 하면 나라가 부하고 군사가 강하여 대의가 일어나고 염치가 이루어져 튼튼하면 국가의 위엄이 천둥같이 진동하고 불꽃같이 강렬하여 비록 외적의 침략이 있더라도 장차 스스로 타 버리고 스스로 패할 것입니다.
출전 : [고려사], 조준의 전제 개혁에 관한 소, 허홍구, [텍스트 국사] 상, p.217 에서 재인용. 이창호 일부 수정.
<해설>
윗글은 혁명파 신진 사대부 세력의 핵심 인물이었던 조준이 사전의 혁파와 전제 개혁을 촉구하는 상소문이다. 첫째 단락에서는 권문 세족의 농장 확대를 신랄하게 비판하여 전제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단락에서는 새로 제정될 토지 제도에서 토지를 지급받을 대상을 현직 관료를 중심으로 설정함으로써 전제 개혁이 결국 신진 사대부의 경제 기반 마련에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또, 둘째 단락에서 토지의 사사로운 매매를 금지함으로써 왕토 사상에 입각한 토지 국유화의 확립을 전제 개혁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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