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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1-04-28 (토) 15:30
분 류 사찰
ㆍ조회: 2787      
[길따라 바람따라] 전남 영광 불갑사
[길따라 바람따라] 전남 영광 불갑사

중앙일보 / 2000년 12월 12일 17:02

산너머로 동이 터온다. 산을 등지고 서쪽을 바라보는 불갑사로 들어가는 새벽 길.

여명이 더할수록 하늘의 어둠은 땅으로 내리는지 등선의 윤곽이나마 희미하게 보이던 가람은 가뭇없이 몸을 숨겼다.

마라난타가 백제 땅에 첫발을 디뎠을 때 전법(傳法)의 가망도 저랬을까.

삼국시대 불교가 처음 들어온 상황을 삼국유사는 나라마다 다르게 표현했다. 고구려는 순도로부터 비롯(肇)됐고, 신라는 아도가 터(基)닦았으며, 백제는 마라난타가 열었다(闢)고 했다.

잔남 영광 불갑사는 마라난타가 백제에 도착해 처음 연 절임을 자임한다.

마라난타가 법성포로 들어와 불갑사와 나주 불회사를 창건하고, 백제의 수도 한산주(경기도 양주)로 갔다는 것이다.

법성포 지명에 마라난타의 행적이 스며있다고 설명한다. 백제 때는 아무포로 불리웠다. '아무' 는 나무아미타불의 '아미' 와 같은 말로 본다. 고려시대에는 부용포(연꽃포구)였다. 고려후기 이후 법성포는 법을 전하는 성인이 온 포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유사에는 '침류왕 원년(384년) 동진에서 중국인이 아닌 스님(胡僧)이 와 왕이 맞이했다'고 돼 있을 뿐 어느 길로 왔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법성포 상륙설을 뒷받침할 직접 자료도 아직은 발견된 것이 없다. 조선조 후기에 기록된 간접자료 몇 가지와 구전(口傳)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개연성은 수긍하지만 단정은 유보한다. 문화재청도 백제 무왕 때(재위 600~640년) 행은스님 창건설과 마라난타 창건설을 함께 제시한다.

하지만 불갑사와 영광군은 폭포같은 믿음으로 마라난타에 공을 쏟고 있다. 현재 법성포에는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공원 기반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불갑사는 고려후기 진각국사가 머물 때 대찰로 중창됐으나 정유재란 때 전소되고 몇 차례 중수했지만 아직 옛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교한 꽃살문이 아름다운 대웅전(보물 830호)과 비천상 등 보관 장식이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사천왕상은 불갑사의 격조를 더해주고 있다.

대웅전은 전면과 우측 벽 전체가 문이어서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서향 건물에 부처님이 남향한 불단 배치도 특이하다.

부석사 무량수전, 마곡사 대광보전처럼 건물 좌향과 불상의 시선이 직각을 이루는 드문 예 가운데 하나다.

지붕 용마루 한 가운데는 용도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장식기와가 있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도깨비 얼굴 위에 집 한채, 그 지붕에 보주가 올려진 귀면보주(鬼面寶珠)가 자리잡고 있다. 불갑사 스님은 인도의 스투파 상륜부에서 유래를 찾는다. 이 역시 파키스탄 출신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마라난타 스님과의 인연을 암시하는 자료가 되고 있다.

사천왕상은 외모도 준수하지만 몸 안에서 1997년 9월 월인석보 등 보물급 고서 50권이 쏟아져 나와 더 유명하다.

불갑사 못미쳐 쌍운리 내산서원은 드라마 '간양록' 으로 잘 알려진 일본 유학의 중흥조 수은 강항(1567~1618)을 모시는 서원이다.

서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으로 조금 올라가면 강항선생과 두 부인의 묘소가 있다. 또 이 마을은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끈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불갑사는 불교의 또 다른 경지를 여는 인연을 짓기도 했다. 불교의 한국형이라 할 수 있는 원불교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는 스승도 경전도 없이 19년간의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다른 여러 종교의 경전들을 구해 읽어보고 불교의 금강경을 원불교 교법의 연원으로 삼았다고 한다.

초기 원불교가 불법연구회라는 이름으로 교단의 기초를 닦게 된 까닭이 여기 있다. 그때 읽은 금강경을 불갑사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태어나 발심-수행-대각-최초 설법-최초 교당건설 등 원불교의 터를 일궈 근원성지(영산성지.061-352-6344)로 불리는 곳은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일대다.

지금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소태산의 개교 표어가 들릴 듯 생생한 초기 유적들이 남아 있다.

길룡리 마을 앞 길을 따라가면 바다가 지척이다.

길은 가마미해수욕장 ~ 법성포 ~ 백수읍 해변도로에 어어진다. 관광도로로 개발 중인데 아직은 한적한 시골길이다. 칠산바다가 넘실대는 그 길 어디라도 노을에 취하기에는 모자랄 것 없는 명소다.

불갑산 연실봉 낙조가 토함산 해맞이와 짝을 이룬다지만 여기 이름없는 해안 언덕에서의 해넘이도 연실봉이 부럽지 않다.

이택희 기자

▶교통편〓강남고속터미널(호남선)에서 영광행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영광에서 법성포행 7~8분, 불갑사행 하루 9회 왕복 운행된다.

영광~길룡리 영산성지~해안도로~백수읍~영광을 연결하는 순환버스를 포함, 길룡리행은 하루 15편이 있다. 문의 영광교통 061-352-1303.

▶맛집〓황제회관(061-352-8788)은 영광에서 샤브샤브 요리로 유일한 식당이다. 샤브샤브를 토종 퓨전요리로 개발했다. 신선로 냄비에 육수와 찹쌀, 8가지 보신재를 넣고 죽을 끓이면서 저민 쇠고기, 버섯, 시금치, 부추 등을 데쳐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다.

사이사이 겉절이식 매운 샐러드로 혀를 달래며 먹다 보면 과식하기 십상이다. 1인분이 1만원이다. 백합죽은 5천원 받는다. 터미널 서쪽 4백여m 영진파크맨션 앞에 있다.

법성포 007식당(061-356-2216)은 딱 떨어지는 반찬 16가지에 굵직한 굴비구이 1마리, 생선탕까지 올라오는 굴비정식(1인 1만2천원)이 전문이다.

특히 칠산바다 투망조기로 끓여 내는 조기매운탕(2~3인분 1만5천원)에는 시원한 제고장 맛이 담겨 있다. 터미널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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