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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부산항의 역사 5 (부산)
부산항의 역사 5 개항기 1 개항전후의 국내·외 정세 세계정세와 일본의 변화 19세기 중기에서 이은 후기의 세계정세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산업혁명을 거친 구미 선진국들은 자유경쟁의 산업자본이 점차 독점화 되어 갔고, 그 자본독점은 과잉자본화되는데 따라 과잉자본을 해외 미개발 후진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갔다. 영국·프랑스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싸고 심각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독일과 미국도 가세했다. 뒤이어 아시아 지역을 둘러싸고는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일본까지 가담했다. 영국은 19세기 초부터 아시아에 진출하여 싱가포르·말레이지아·버마·인도를 차례로 식민지화 했다. 프랑스도 1850년대 이후 베트남·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지화 하였다. 중국도 1840년의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배한 결과 1842년 8월 「남경조약」이 체결되고 1843년 6월 추가조약을 맺음으로서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 광주(廣州)·복주(福州)·상해(上海)·영파(寧波)·하문(廈門) 5개항을 개항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을 무역상의 최혜국(最惠國)으로 대우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일본은 19세기 중엽까지 봉건적인 지방 토호(土豪)인 번주(藩主)로 형성된 막부(幕府)의 쇄국정책으로 일관되어 왔다. 그래서 제한된 대외 교섭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19세기 중엽 이후 미국이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진출하려 했는데 그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써 일본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미국은 무력을 동원하여 1854년 일본을 강제로 개국시켰다. 이 개국이란 쇄국에서의 개국으로 개항같은 한정된 항구가 아니라, 나라 전체를 개방한다는 뜻이었다. 그때 미국의 페리(Pery) 제독과 맺은 「미·일(美·日)화친조약」은 무력의 영향 아래 놓인 불평등조약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일본은 영국·프랑스·러시아·네덜란드·독일 등과도 불평등 조약을 맺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열강에 의해 강요된 개국은 그때 위기에 처해 있던 막부체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 봉건 막부체제는 해체되고 그 위기극복의 해결방안으로 천황제(天皇制)의 통일국가가 1868년(고종 5년) 성립되었다. 말하자면 번주(藩主) 연합체제로서는 열강에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지방의 번주인 영주(領主)가 천황에게 그 영토와 백성을 반환하고 천황이 직접 국정을 장악하게 한 것이었다. 이를 왕정복고(王政復古)라 했다. 그 왕정복고를 근대적 개혁인 명치유신(明治維新)이란 이름을 내세웠지만 종전의 군림적 지위에서 벗어난 번주(藩主)나 사족(士族)들의 불만이 없지 않았고, 농민은 종전의 조세(租稅)에서 보다 더한 조세가 부과되어 농민의 불만 또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한 불만에 방향을 돌리고 새 정부로서 자원을 획득하는 한편 국민적 의지를 규합하기 위한 정한론(征韓論)이 일본정계에서 1873년에 대두되었다. 그 정한론은 내정(內政)에 충실해야 한다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정한론 자체는 실행되지 않았지만 그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었다. 흐름이란 멀리 떨어져 있는 강세국인 영국과 미국에 대해서는 화친(和親)으로 사귀면서 가까운 약세국인 조선과 중국으로는 침략을 꾀하는 일이었다. 개항기의 국내사정 이 무렵 국내로는 19세기 중엽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농민항쟁으로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인데도 철종까지 이어온 안동 김씨의 세도정권은 민중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채 말단행정에까지 부정부패의 수탈이 자행되어 봉건적 지배체제는 붕괴로 기울이지고 있었다. 1863년 철종이 세상을 떠나자 흥선군(興宣君)의 둘째아들이 열두살에 왕위에 올라 고종(高宗)이 되었고, 아버지 흥선군이 대원군의 칭호로 집권하게 되었다. 흥선대원군은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붕괴해 가는 봉건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정치를 펼쳤다. 수십년 동안 국왕의 외척으로서 국정을 문란하게 한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무너뜨리고 당색이나 문벌을 가리지 않고 요직에 인물을 배치하였다. 양반계급 내부의 당파싸움의 온상이 되어 온 6백여개소나 되는 서원(書院)을 정리하여 47개소의 사액서원(賜額書院 :임금이 이름을 지어준 서원) 만을 남겼다. 그 동안 정무(政務)와 군무(軍務)를 통합하고 있던 비변사(備邊司)를 폐지하여 정무는 의정부(議政府)로, 군무는 삼군부(三軍部)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외국의 침략에 대비하여 국방책을 강화했다. 그러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면서 임진왜란 때 타버린 경복궁을 재건하느라 많은 민중을 강제로 동원하였고 원납전(願納錢)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기금을 강제로 징수하였다. 이 같은 대내정책은 봉건적 위기를 구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이기는 하나 진취적인 역사발전에는 되려 역행하는 바 적지 않았다.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그 동안에도 계속 농민반란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침략위협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데도 극단의 쇄국정책을 써서 조선을 세계에서 고립 유지시키고 있었다. 19세기 후반기인 대원군 집정 후부터 개항에 이르기까지 외세가 통상(通商)을 요구하거나 개항을 요구해온 것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1864년, 러시아인 5명이 두만강 강변으로 와서 교역(交易)을 요구했다. ② 1866년, 독일인 오페르드가 충남 서산군에 와서 통상을 요구했다. ③ 1866년, 미국 상선이 부산진 앞바다에 와서 교역을 청했다. ④ 1866년, 미국의 제너럴 샤아만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에 이르렀다. 이때 조선 민중들은 그 배를 불살아 버렸다. 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조선에서 프랑스 선교사를 처단한 보복을 구실로 강화도에 침입 점령했으나 조선의 의용병력이 그들을 물리쳤다. 이를 병인양요(丙寅洋擾)라 한다. ⑥ 1866년, 러시아인이 다시 두만강 강변에 와서 교역을 청했다. ⑦ 1868년, 미국인 젠킨스와 프랑스 선교사 페롱과 독일인 오페르드가 남연군(南延君 :대원군의 아버지) 무덤을 도굴하려 하였으나 주민들의 항의로 미수에 그쳤다. ⑧ 1870년, 독일 군함이 부산항을 침범했다. ⑨ 1871년, 미국 함대 3척이 샤아만호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강화도를 침범, 두 요새를 점령 하였으나 조선군이 격퇴했다. 이를 신미양요(辛未洋擾)라 한다. ⑩ 1875년, 이양선(異樣船 :서양선박)이 경기도 연안에 출몰했다. 이 만큼 세계 선진국들은 쇄국으로 문을 잠근 조선을 향해 문을 두들였다. 그러나, 프랑스 함대를 물리친 병인양요와 미국함대를 물리친 신미양요에서 승리를 본 대원군은 더욱 더한 쇄국정책을 굳혀 갔다. 전국 요소에 ‘서양 오랑캐가 침범할 때 싸우지 않고 화평을 주로 하면 그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洋夷侵犯 非戰主和 主和賣國)’라는 척화비(斥和碑)를 세우는 등 강경책으로 일관했다. 이때 부산에 세운 척화비 가운데의 하나는 지금의 부산시립 박물관에 남아있고 하나는 가덕도 성북동에 남아 있다. 일본의 명치유신 서계(書契)와 동래부의 접수거부 일본에서는 1868년 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임금이 직접 집권하는 명치유신(明治維新) 정부가 수립되었다. 새 정부 수립을 보자 일본은 영국·프랑스·이탈리아·미국·독일·네덜란드 등의 공사(公使)를 접견하고 왕정복고(王政復古)의 사실을 통고했다. 그러나 조선에는 대마도 도주인 종의달(宗義達)을 명치정부의 외국 사무국보로 임명하여 알리게 하였다. 지시를 받은 대마도 도주는 일본의 왕정복고를 알리는 국서사(國書使 :국서를 가져가는 사신 :大差使라고도 함)를 보내기에 앞서 1868년 11월 가신(家臣)으로 조선사무에 정통한 川本九衛門을 선문사(先問使)로 부산에 파견했다. 국서(國書)인 서계(書契 :외교문서)를 가지고 부산에 온 川本은 초량왜관에서 왜학훈도(倭學訓導) 안동준(安東晙)을 만나 왕정복고의 대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통고하기 위해 대수대차사(大修大差使 :국가에서 보내는 정식 사신) 가 올 것을 알렸다. 그 무렵은 두 나라 사이 예외의 서계인 경우에는 그 사본(등본이라 했음)을 훈도에게 제출하여 훈도가 승인해야만 본 사신이 와서 본 서계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계 사본을 본 훈도인 안동준도 별차(別差)인 이주현(李周鉉)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서계가 규례(規例)에 크게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긋나서 달라진 내용으로는 ‘아방황조연면(我邦皇祚聯綿)’ ‘황상지성의(皇上之誠意)’ ‘봉칙(奉勅)’ ‘조정(朝廷)’과 같은 그동안 중국에서만 사용되었던 문구가 들어 있었다. 또 대마도 도주 宗씨의 직함은 종전은 ‘일본국 대마주 태수 습유 평모(日本國 對馬主 太守 拾遺 平某)’ 로 되어 있었는데 그 서계 사본에는 ‘일본국 좌근위소장 평조신 의달(日本國 左近衛少將 平朝臣 義達)’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계를 받는 이쪽 명칭은 3백년을 내려오는 동안 ‘예조참판 대인(禮曹參判 大人)’이라 했는데 ‘예조참판공(禮曹參判公)’이라 바뀌어 있었다. 그러면서 종전에는 조선에서 대마도 도주에게 준 도장(圖書라고 했음)을 외교문서인 서계에 찍어야 서계의 진부(眞否)를 가릴 수 있었는데 그때 온 서계 사본은 자기들이 제멋대로 새긴 금속 도장을 찍고 있었다. 서계 사본을 검토한 훈도와 별차는 종전과 서식이 다른 것을 지적하고 대수대차사가 파견되어도 그러한 서계는 접수하지 않을 것이라 하고 돌려 보냈다. 그런데 그 해(1868년) 12월 19일 왕정복고를 알리기 위한 국서사(國書使)인 대수대차사의 정사로 木通口鐵四郞, 부사로 薦田多記가 부산 왜관으로 왔다. 대차사(大差使) 木通口는 선문사(先問使) 川本으로부터 그동안의 대체적인 교섭 경위를 듣고 12월 21일 왜관에서 훈도 안동준을 면접하였다. 木通口는 川本과 같은 내용의 사실을 설명하고 선례를 따라 접위관(接慰官)과 차비역관(差備譯官)을 보낼 것과 연향(宴享)을 베풀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훈도는 이번의 대차사는 규약에 어긋나 있다는 것과 서계 가운데 규약에서 벗어난 글이 많은 것을 지적 항의하고 그러한 서계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즉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훈도와 별차는 이 사실을 동래부사 정현덕(鄭顯德)에게 보고하였고, 부사는 이 사실을 다시 중앙정부에 보고하였다. 그리고 돌아가라 해도 돌아가지 않는 일본 사신에 대해서는 때가 연말이므로 정초까지 모든 교섭을 중단한다고 통고하였다. 이때 대마도 도주는 1869년 1월 23일 다시 大島友之光을 부산으로 보내 일본 사절을 후원 독려하여 훈도에게 서계접수를 강경하게 요구하게 했다. 대마도 도주가 大島를 부산에 보내면서 桶口에게 한 서신은 조정의 의논(일본의 조정을 말함)에서 정해진 취지로써 새로이 무슨 말을 덧붙일 것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서계를 고쳐쓰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가령 조선측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평소에 결의(決意)하여둔 뜻과 목적을 그르치지 말고 어디까지나 황국(皇國 :일본 자신의 나라를 말함)의 위위(威位)를 관철할 수 있도록 정려(精勵)하길 바란다. 이번에 大島를 급파하니 마음 가운데 새겨둘 일을 자세히 듣고 성업(成業)의 실효(實效)를 거두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마도 도주의 서신을 가진 大島는 1869년 2월 초순 초량왜관에 도착하였다. 조선측 훈도 안동준은 2월 16일 초량왜관에서 왜관의 일본측 통역 浦瀨의 안내를 받아 大島를 만났다. 大島는 서계를 받아줄 것과 대차사에 대해 연향(宴享)을 베풀어 줄 것을 간청하였다. 이에 안동준은 서계 사본의 내용은 1869년 1월 29일 이미 정부에 보고 하였으니 훈도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과 서계서식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을 일일이 들추어 비난하였다. 그러자 일본측은 훈도와는 회담성립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였던지 회담의 위계를 한층 낮추어 일본은 통역浦瀨을 시켜 조선측의 별차(別差) 이주현(李周鉉)을 초청하여 선문서계(先問書契)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 설명 내용을 동래부사에 전달해 달라고 했다. 이에 안동준은 그것은 선례를 위반한 일일뿐 아니라 자기의 직권(안동준의 직권)을 침해하는 일이라 반대했다. 일본측이 그렇게 제안한 것을 보면 서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훈도 안동준에 의한 방해때문으로 보고 동래부사에게 그 서계가 닿아지기를 바란 것 같다. 그러나 동래부사는 쇄국주의의 화신인 대원군의 심복이었고 안동준은 대원군의 심복인 동래부사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대마도 측은 명치유신으로 일본이 왕정복고가 된 사실을 알리는 서계를 받아달라는 것이었고 동래부는 격식을 갖추지 못했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래부와 대마도 사이의 실랑이 속에 외교관계는 정돈 상태에 있었다. 그 정돈상태를 미끼로 일본의 정한론자(征韓論者)들은 무력으로 제압할 것을 발의하고 있었다. 그것은 신정부 탄생에 중추적(中樞的) 역할을 한 大戶孝充의 1868년 12월의 일기에서 볼 수 있다. 그 일기에 의하면 “빨리 나라의 방향을 정하여 사절을 조선에 파견하고 그들의 무례(無禮)를 묻고, 그들이 만약 복종하지 않을 때는 죄를 물어 공격하여 크게 일본의 위신을 펼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들의 이러한 정한론에는 제정(帝政) 러시아와 구미 선진국이 조선에 침입하기 전에 조선을 점령하려는 명분 아닌 명분도 있었다고 한다. 서계 봉납(奉納)으로 부산에 왔다가 귀국한 大島友之充은 종종 大戶孝充을 찾아 조선의 국정이 문란함을 보고하고 정한론을 설명함으로 大戶도 여러차례 정부에 정한론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록 일본 외무성의 명분은 선진국이 침입하기 전에 조선을 치려하였다 해도 그 밑바닥은 왕정복고의 천황제정부가 됨으로써 실직자가 된 불평 무사(武士), 불평 사족(士族)이 반정부 운동을 일으킬 기미가 있어 그 불평을 국외침략으로 돌리려는 책략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한 책략적인 정한론자가 외무성에서 조선과의 통교교섭의 방향을 잡고 있었다. 명치정부가 직접 나선 일본의 통교교섭 명치정부는 조선에의 서계전달이 뜻대로 되지 않자 1869년 5월 대마도 도주 宗義達에게 내린 종래의 외무성 직임(職任)을 회수하고 정부가 직접 대조선 외교에 나서기로 하였다. 일본 정부는 1869년 12월 외무성 관리 佐田白茅·森山茂 등을 부산에 보냈다. 이들을 부산으로 보낸 것은 그 동안의 대마도와 조선 사이의 교역관계를 조사하고 조선에 먼저 보낸 서계를 조선 정부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佐田 일행이 1870년 2월 9일 대마도의 이즈하라(嚴原)를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려고 배를 탈 무렵 괴한이 총을 쏘아 佐田 등을 암살하려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만큼 대마도로 보아서는 이제까지 경영해 오던 조선과의 교역과 외교관계가 일본정부에 넘어가는 것이 체면과 생활의 방도를 함께 잃게 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사실이 또한 그러하기도 했다. 그 佐田 암살사건은 선부(船夫)에게 상처를 입혔을 뿐 佐田일행은 무사했다. 그러했던 佐田암살사건이 잘못 전해져 佐田白茅가 부산에서 암살되었다고 도오쿄(東京)로 전해져 일본 중의원(衆議院)의 문제꺼리까지 되기도 했다. 1870년 10월에는 吉岡弘毅 등을 부산에 파견하여 조선측인 동래부와 교섭케 하였다. 그러나 외무성이 보낸 관리들도 1년 세월을 소비하면서도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도리어 조선의 의정부로 부터 서계를 고쳐서 바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에 따라 佐田白茅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돌아가서 일본정부에 보고하기를 조·일 관계는 타개될 가능성이 없으니 이 기회에 30개 대대의 병력으로 조선을 정벌할 것을 건의하였다. 그들은 또 사신이건 왜관 세견선이건 부산으로 건너올 때는 돛단배를 사용했는데 1872년부터는 기선을 사용했다. 이는 시위를 위함이었다. 1872년 9월10월에는 花房義質 일행이 군함 2척을 타고 부산으로 건너와 부산 근해를 불법적으로 측량했다. 또 일본정부는 지금의 용두산 주위에 있었던 부산왜관을 조선정부에 통고도 하지 않고 일본 외무성이 접수하여 관리하기 시작했다. 1873년 부터는 일본의 도오쿄(東京) 상인인 미쯔이조(三井組)를 대마도 상인으로 가장하여 부산왜관까지 진출시켰다. 이 사실을 안 동래부에서는 그들 밀무역상 단속을 강화하였다. 그러자 외무성 관리인 廣津弘信이 이 사실을 일본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일본 외무성에 보고하고, 보고를 받은 일본의 정한론자(征韓論者)들은 지금까지 참고 있은 것은 오직 이날을 기다려온 일이었다면서 정한(征韓)문제를 일본 각의(閣議)에 상정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론이 많아 실행에 미치지 못했다. 대원군의 하야(下野)와 대일관계의 변화 일본의 끈질긴 침략야욕에도 불구하고 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은 쇄국정책에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1873년 11월 3일 마침내 대원군이 하야하고 고종의 친정(親政)으로 민(閔)씨의 세도정권이 등장하자 대일정책은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권력기반이 약했던 민씨정권은 외세와 정면으로 충돌할 여력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일본과는 가능한 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고식적 정책을 취했다. 고종은 이유원(李裕元)·박규수(朴珪壽)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원군 쇄국정책의 제일선 담당자였던 동래부사 정현덕(鄭顯德), 훈도 안동준(安東晙), 경상도 관찰사 김세호(金世鎬)들을 파면하거나 유배로 보내어 대원군의 대일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부산 왜관 주재관인 奧義制가 조선정계의 변화를 보고하자 즉각 외무성 출사(出仕) 森山茂는 새로 부임한 동래부사 박제관(朴齊寬), 암행어사 박건휴(朴健休)를 만나자 국교를 타개해 보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서계의 격식문제는 여전히 타개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森山茂는 불안정한 조선정계에 대처해 기선(機先)을 잡는 일은 군함으로 위협하는 일이라 판단하고는 廣津弘信을 일본 본국에 보내 해군군함 2·3척을 부산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 건의했다. 이 요청건의는 정한론자의 정한(征韓)실천이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1875년 4월 23일(양력) 정식으로 정부에 제출되었다. 그 무력의 위협으로는 일본의 명치유신 이 전에는 왜관에 둘 수 없었던 대포를 명치유신 후 일본에서 조선정부의 승인없이 반입(搬入)하여 1874년 11월 3일(양력) 그 대포를 발사하여 부산 천지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었다. 무력에 의해 해결하려던 森山茂는 그 뒤 조선정부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특파한 당상역관(堂上譯官)인 김계운(金繼運)과의 회담을 거절할 정도로 고자세가 되어갔다. 森山茂는 회담을 거절하면서도 일본정부에는 거듭 군함 2·3척을 부산항에 파견하여 시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에 따라 일본에서는 외무경(外務卿) 寺島宗則은 정부 수반인 태정대신(太政大臣) 三條實美·우대신 岩倉具視의 승인을 얻고 해군당국과 협의한 뒤 군함 春日號·雲楊號·第二丁卯號 등 3척을 조선연해에 파견했다. 1875년 5월 25일 운양호는 함장 井上良馨 지휘 아래 부산에 입항했다. 운양호가 부산항에 들어오자 역관(譯官) 현석운(玄昔運)이 왜관에 머물고 있는 森山茂에 항의하였으나 그는 항의를 묵살했다. 6월 12일에는 第二丁卯號까지 입항하여 시위포격까지 감행해 부산·동래 일대를 공포속에 몰아 넣었다. 그 동안 부산항에서 시위를 벌이던 운양호는 시위의 방향을 바꾸어 6월 20일 부산항을 떠나 동해안을 북상하여 함경도 영흥만에 들어갔다가 다시 남하하여 영일만을 거쳐 부산에 기착하였다가 일본 長崎로 돌아갔다. 이와 같은 무력시위는 약 3개월 뒤 운양호의 강화도 사건으로 그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운양호가 강화도 부근의 초지진(草芝鎭)에 1875년 9월 20일 담수(淡水)를 구한다는 구실을 붙여 접근해서 조선측에 포격을 가하게 유발시킨 뒤 조선측에서 포격을 가하자 반격을 명목으로 포격을 가해 초지진을 크게 파괴시키고 뒤이어 영종진(永宗鎭)에 포격을 가해 인명을 살상하고 약탈까지 감행했다. 초지진이 파괴되고 영종진이 쉽게 무너지자 조선정부는 크게 당황했다. 그것은 병인양요(丙寅洋擾 :1866)에서 프랑스 함대를, 신미양요(辛未洋擾 :1871)에서 미국함대를 물리치기는 하였으나 외침이 잦은 강화도였다. 그래서 강화도는 병사의 훈련과 군비확장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쉽게 무너지고 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정부는 1875년 11월 23일 초량왜관과 거류민 보호라는 이름 아래 다시 春日號를 부산에 파견하였고 이어 孟春號와 第二丁卯號까지 파견하여 여러차례 부산 앞바다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하였다. 12월 13일에는 일본 해병들이 왜관을 탈출하여 발포하는 바람에 조선사람 12명이 중경상을 입기까지 했다. 그랬음에도 동래부사 홍우창(洪祐昌) 등 조선 관리들을 일본의 무력시위에 당황만 할 뿐 적극적인 대항을 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에서도 서계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일어나고 있었다. 동래부사 홍우창은 역관 현석운(玄昔運)을 부산 왜관의 일본측에 파견하여 교섭케 하였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미 운양호 사건을 빙자하여 서계 접수가 아닌 개항을 요구하고자 전권변리대신(全權辨理大臣)을 강화부에 파견키로 정하고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廣津弘信을 부산에 파견시키고 있었다. 역관 현석운이 서계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음을 전달하고 전권대신의 강화부 파견을 중지하라고 요청했으나 일본측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서계의 접수와 접수거부로 말미암은 양국간의 마찰은 7년을 이어오고 있었다. 부산항과 강화도 앞바다에서 일본군함 무력시위 1875년 12월(양력) 일본정부는 소위 운양호 포격사건에 대한 죄를 묻는다는 빙자로 군벌(軍閥)의 한 사람인 구로다(黑田淸隆)을 특명전권변리대신(特命全權辨理大臣)으로, 이노우에(井上馨)를 부전권대신으로 임명하였다. 일본은 黑田과 井上을 파견하기에 앞서 주일 각국 공사의 의견을 물었다. 그 의견으로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러시아·영국·이태리·독일 공사들은 자기 나라의 이해관계에서 일본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그것은 운양호 사건의 책임이 조·일 양국 어느 쪽에 있건 문제될 것이 없고, 이 사건을 계기로 자기들을 대신해서 일본이 조선을 개항시켜 줄 것을 바랬다. 주일 미국공사는 전권대신이 조선으로 출발할 때 참고하라고 본국에서 출판된 『페리 일본원정』을 선물까지 해 주었다. 이 『페리 일본원정』은 미국 해군의 페리(pery) 제독(提督)이 무력을 동원하여 1854년 강제로 일본의 봉건막부(封建幕府)를 개국시킨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개항하는데 일본을 개국케 한 자기들의 수단 방법을 참고로 하라는 뜻이었다. 일본정부는 각국 공사에게 그러한 동의를 얻고는 조선에는 일본 외무성 관리 廣津弘信을 보냈다. 일본 외무성 少丞이란 직함을 가진 廣津은 1875년 12월 19일(양력) 부산의 초량왜관으로 와서 동래부의 훈도 현석운(玄昔運)에게 “일본국 대신이 장차 강화도에 가서 조선의 병권대신과 회담할 것인 바 만일 대신이 나와 맞이하지 않으면 한양(漢陽 :서울)으로 바로 갈 것이다. 강화도에 도달하는 시기는 7~8일 이후가 될 것이다.” 하는 구진서(口陳書)를 전달했다. 그리고 별함(別函)이라 한 서신(書信)도 덧붙어 있었다. 거기에는 그동안 일본에서 사신을 3~4차례나 보내고 햇수로 7~8년이 지나도 보낸 서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는 사실과 일본 군함이 강화도를 지나다가 물을 구하기 위해 기착하려 할 때 조선측에서 포격을 가한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고자 육군중장 겸 참의(參議) 黑田 대신(大臣)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이 구진서는 동래부사 홍우창(哄祐昌)을 통해 중앙에 전달되었다. 일본 전권대신은 1876년 1월 6일(양력) 군함 6척에 문무(文武) 수행원 약 80명, 병력 약 8백명으로 조직하여 일본의 品川灣을 출발하였다. 13일에는 대마도 竹敷港에 기항했다가 1월 15일에는 부산항에 입항했다. 부산항에는 黑田 일행이 이끌고 온 6척의 군함과 왜관의 거류민 보호라는 이름으로 2척의 군함이 먼저 와서 시위를 하고 있어서 군함의 수는 모두 8척이 되었다. 이 8척의 군함이 각기의 깃발을 휘날리며 대포를 쏘아(19발 발사)대며 위협 시위를 하니 부산 천지는 공포의 지옥으로 화했다. 黑田 전권대신 일해이 부산항으로 들어오자 가훈도(假訓導) 이준수(李濬秀) 가별차(假別差) 한인진(韓寅鎭)은 곧 문정(問情)을 위해 왜관으로 가서 일본 외무성 통사(通詞 :통역)인 住永을 만났다. 그 문정에 대해서는 동래부사 홍우창이 조정에 보고한 치계(馳啓)에 나타나 있다. 그에 의하면 각 일본 군함의 책임자와 승선 인원수, 그리고 무기의 종류와 그 수량을 탐지 기록하고 그 군함들이 강화도로 간다는 말에 강화도는 우리나라 수도와 가깝고 서양 배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그 수비가 엄하여 지난날과 같지 않다는 말로 경고하였다. 黑田일행은 부산의 초량왜관에 준비해 둔 야전포 2문(門)과 탄약 7천발을 본선에 옮겨 실은 뒤 1월 23일(양력) 오후 부산을 출발, 강화로 향했다. 부산을 출발한 일본 군함 玄武丸·高雄丸은 1월 25일 예정 집합 지점인 경기도 남양부(南陽府) 아래 풍도(楓島) 부근에 도착하여 먼저 간 군함과 합류하게 되었다. 1월 28일에는 孟春號가 강화부 초지진(草芝鎭) 앞바다로 오고 1월 30일에는 日進丸이 남양만(南陽灣)에 정박했다. 이에 정부는 한강 하류 연안의 경계를 엄중히 하면서 일본의 전권대신과의 접견을 위해 어영대장(御營大將) 신헌(申櫶)을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로 삼아 접견대관(接見大官)으로 임명하고, 예조판서 윤자승(尹滋丞)을 도총부부총관(都總府副總管)으로 삼아 접견부관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홍문관 부교리 홍대중(洪大重)을 종사관으로 임명하였다. 이들 일행은 2월 1일 한양을 출발하여 강화부에 도착하였다. 일본측은 1876년 2월 4일 오전 10시 군함 孟春號를 선두로 八尾島를 출발하여 오후 1시 20분 정산도(頂山島) 초지진 아래에 정박했다. 오후 4시에는 조선측의 당상역관 오경석(吳慶錫)·훈도 현석운(玄昔運)이 일본측이 정박하고 있는 정산도로 가서 그들을 회견했다. 2월 5일 일본 외무성 관리 森山茂는 강화부에서 강화부 판관 박제근(朴薺近)을 만나고 뒤이어 당상역관 오경석·훈도 현석운을 만난 뒤 2월 6일 森山茂는 安田定則과 함께 조선측 부관 윤자승(尹滋丞)을 만나 양국 전권 회담에 앞선 예비회담에 들어갔다. 이 예비회담 자리에서 조선측은 회담장소를 초지진(草芝鎭)으로 할 것을 제의한데 대해 일본측은 초지진은 좁으니 강화부 청사에서 하기를 주장하면서 전권대신이 상륙할 때는 호위병이 따를 것이라는 것과 전권대신과 수행원 그리고 호위병이 머물 숙사를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森山은 전권대신이 인솔한 병졸은 4천명이지만 그 모두를 수용할 숙사가 어려울 것을 감안하여 4백명을 거느리고 상륙할 예정이란 것이었다. 거기다가 한술을 더 떠서 머지 않아 2천명 병졸이 올 예정인데 해상 사정으로 언제 도착할 지 도착일은 확실하지 않으나 그 병졸이 오면 강화부에서 모두 수용할 수 없을테니 인천·부평(富平) 등지에 숙사를 준비해 달란 것이었다. 그들의 말은 완연한 협박이었다. 그들의 말에 조선측 부관 유자승은 두 나라 대신이 옛부터의 수호(修好)에 따라 접견할 것인데 무슨 일로 많은 병사를 데리고 왔으며, 옛날부터 왜관을 설정하여 부산의 초량왜관 이외는 일본인 출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인천이다 부평이다 하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나라 대신은 예로써 대할 일이므로 피차 병기(兵器)를 버려야 할 것이며, 발포(發砲)같은 일로 주위 주민을 놀라게 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라 했다. 2월 10일에는 일본의 黑田전권대신·井上 부정권대신 일행이 수행원과 의장병(儀仗兵) 4백명을 거느리고 玄武丸에서 작은 배에 옮겨 타고 예포(禮砲)를 울리면서 염하(鹽河)를 거슬러 올라 갑관진(甲串津)에 상륙하여 의장병의 호위를 받으며 오후 3시 40분 강화부에 도착, 숙사로 정해진 강화부수영(江華府帥營)으로 들어갔다. 강화도조약 체결 1876년 2월 11일(음력 1월 17일)부터 강화부 연무당 강화부(江華府 鍊武堂) 에서 조선과 일본 사이 정식 회담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2월 11일은 일본의 건국기념일인 기원절(紀元節)로서 그들은 그날 정산도(頂山島)에 머물고 있는 군함을 장식하고 축하의 예포(禮砲)라는 이름으로 대포를 쏘아 강화도를 진동시켜 관·민을 위협하는 가운데 회담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첫 회담일을 양력 2월 11일로 정한 것도 그러한 계략적 저의를 가지고 있었다. 이 날의 양측 대표를 보면 조선측 대표로는 접견대관 신헌(申櫶)·부관 윤자승(尹滋承)·종사관 홍대중(洪大重)·반당(伴?:경호원) 강위(姜瑋)·군관 서찬보(徐贊輔) ·훈도 현석운이었다. 일본측 대표로는 전권대신 黑田淸隆·부대신 井上馨·수원(隨員) 宮本小一· 森山茂·小牧昌業·통역 浦瀨祐이었다. 회담이 시작되자 의례적인 인사가 쌍방간에 있은 뒤 일본측은 명치유신 통고의 서계를 받지 않은 일과 지난해의 운양호 포격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교린의 의(의)에 합당하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해 조선측은 서계를 받지 않은 것은 변방의 관리가 구례(舊例)를 지키느라 그랬고, 운양호 포격은 국경에 들어오는데는 국적을 알리고, 오는 뜻을 밝혀야 할 것인데도 방어처로 바로 들어와서 방어병이 부득이 발포를 한 것이라 했다. 1차 회담은 일본측이 동래부에서 서계를 받지 않은 일과 강화도에서 운양호 포격사건을 내서운 논박으로 끝났다. 제2차 회담은 2월 12일 오후 1시부터 진무영 집사청(鎭憮營 執事廳)에서 개최되었다. 일본측에서 조약 초안 13개조를 제시하고 조약의 의의(意義)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 골자는 조선이 지방을 개관(開館)하여 자유롭게 통상(通商)을 하는 일이란 것이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서로 통상을 하지 않는 나라가 없고 일본도 여러 나라와 개관하여 통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과 조선 사이 개관 통상이 잘 안되는 것은 통상에 관한 조약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그에 대해 조선측은 조선과 일본 사이 어느 때 통상을 하지 않은 때가 있었느냐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부산왜관에서 통상을 하고 있음을 말함) 새삼스레 그런 말을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재화(財貨)를 모을 만한 땅도 없고 금은주옥(金銀珠玉)도 없으며 국민은 검소 소박하여 새로운 규정이나 약조를 싫어한다. 이러한 터전에 장사로써 이(利)를 보면 어리석은 백성이 그로 말미암아 법(法)을 범하고 그로써 시끄럽게 되어 수호(修好)의 계(計)가 도리어 실화(失和)의 화근을 가져올 것이다. 일본이 조선과 자유로운 통상교역을 하여도 결코 이로울 것 없고, 부질없는 일뿐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까지 행해온 바와 같이 부산왜관에서 교역(交易)하면 족(足)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조선 조정에 조약내용을 보내 회답을 기다리는 날짜를 수일로 잡아놓은 그 이튿날인 2월 13일 일본측 요구로써 제3차 회담이 오후 1시에 열렸다. 그것은 2월 12일 일본 본국으로부터 그들에 대한 석탄과 식량보급을 위해 品川丸이라는 기선이 인천 제물포에 도착한 데 있었다. 그렇게 온 기선을 일본정부에서 빨리 사명을 다하고 빨리 돌아오라는 독촉으로 온 기선이라고 거짓을 내세워 조약채결을 빨리 서두르면서 위협을 가해왔다. 이 3차회담에서 조선측은 서계와 조약안을 조정에 보냈는데 수일간에 의논이 끝날런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 일본측은 조선정부가 일본이 내세운 조약을 허락한다면 일본 전권대신 이하 모두는 귀국할 것이지만 만일 여의치 않을 때는 지금 군함에 모여 있는 일본 군사가 육지로 올라 조선으로서는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협박조가 되었다. 이에 대해 조선측은 수호(修好)를 이야기하는 마당에 군사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신예경(誠信禮敬)을 결(缺)하는 일이고, 후회란 두자를 자주 쓰는데 그것 역시 서로 공경하는 도(道)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반박했다. 그와 함께 듣기로는 일본의 후속병이 인천·부평 등지에 하륙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남의 나라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데도 군사가 하륙을 하면 그 허물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이며 그럴 때면 가까운 수비처의 수비병에게서 의외의 변을 당할지도 모르니 당신네 배가 잘 알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하였다. 2월 14일에는 국왕이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 김병학(金炳學)·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이유원(李裕元)·판중추부사(判中木區府事) 홍순목(洪淳穆)·박규수(朴珪壽)·영의정 이최응(李最應)·우의정 김병국(金炳國)들을 불러들여 자순(諮詢)하였다. 나라의 최고위직 의견이라 할 수 있는 이 자리에서는 종전과는 달리 싸움 아닌 평화쪽을 택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쪽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싸움 아닌 평화는 정책이라기 보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반대하는 감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2월 13일에 있었던 회담에 관한 접견대관의 장계와 일본의 조약안은 2월 15일 정부에 도착하였다. 이에 정부는 그것을 검토 심의한 끝에 19일 정부 수정안을 강화로 보냈다. 그와 함께 조약 조규 등을 일일이 정부에 품계(稟啓)하여 그 회시를 기다리면 시일이 걸리고 번거로울 것이니 접견대관이 편민이국(便民利國)을 염두에 두고 독단으로 판단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관문(關文)도 보냈다. 이상과 같이 조약교섭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강화부의 정산도에 머물고 있는 일본 군함은 부근을 돌아다니며 위협을 가했고 군사들은 육상에서 무술시범을 하며 시위를 하였다. 1876년 2월 19일 조선정부의 조약 수정안이 내리자 접견대관 신헌은 그 수정안으로써 2월 19일에서 22일까지 일본 전권 수원(隨員)들과 축조심의를 거듭하여 부분적인 수정을 가한 후 원칙적인 승인의 형태가 되었다. 이리하여 1876년 2월 26일 강화부 연무당에서 강화도조약은 드디어 조인되고 따라서 비준서(批准書)도 교환되었다. 이로써 굳게 닫고 있던 봉건 조선의 문호는 일본에 의해 부산개항으로 이루어졌다. 이 강화도조약은 「병자수호조약」 또는 「조·일수호조규」라고도 하는데 조선이 외국과 체결환 최초의 근대적 조약으로 모두 12관(款)으로 되어 있다. 이는 조선을 일본 자본주의의 상품 판매시장으로 개방하는 규정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는 1858년 일본이 미국에 의해 개국한 그 조약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기도 했다. 이 약조의 제 1관(款)에는 조선국은 자주지방(自主之邦)이며 일본과는 평등지권(平等之權)을 보유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조선을 조선의 봉건적 종주국인 청국과의 연관을 단절케 하여 일본과의 통교를 확산 심화하려는 저의에서 온 것으로 본다. 제 4관(款)에는 조선국 부산 초량항(草梁項 :지금의 용두산 주위를 말함)에 일본공관(왜관을 말함)이 있어 오랫동안 양국 인민의 통상구역이 되어 왔는데 이제는 종전의 관례와 세견선(歲遣船 :무역선) 등의 일을 개혁하여 새로 만든 조관에 따라 무역사무를 처리하도록 한다고 했다. 부산은 이 조약 4관에 의해 자동적으로 무역항으로 개항되었다. 이 4관에는 또 개항지 안에서 일본인이 대지(垈地)나 가옥을 임차(賃借) 또는 조영(造營)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일본인이 개항지에서 경제적 발전과 침략의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주어졌다. 제 5관에는 경기·충청·전라·경상·함경의 다섯 도(道)의 연해(沿海) 가운데서 통상이 편리한 항구 2개처를 골라 20개월 이내에 개항한다고 했다. 이 제 5관에 따라 뒷날 개항한 곳이 원산(1880년 개항)과 인천(1883년 개항)이 되었다. 제 7관에서는 일본이 조선의 연해와 도서(島嶼)·암초(岩礁) 등을 자유롭게 측량하고 해도(海圖)를 작성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군사적 침략에 대해 그 길을 열어준 셈이었다. 제 10관은 일본국 인민이 조선국 지정 항구에 머무는 동안 죄를 범한 것이 조선인민과의 교섭에서 일어난 것이면 모두 일본인 관원의 심단(審斷)에 돌아간다고 했다. 이는 일본인이 이곳에서 죄를 지어도 일본의 재판권에 든다는 것으로 조선의 자주권을 유린한 조항이었다. 이렇게 「강화도조약」은 포함외교(砲艦外交)로 맺어져 조선의 의무만을 규정한 일방적인 조약으로 일본의 의무에 대해서는 일언 방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강화도조약」 체결일을 1876년 2월 26일이라고도 하고 2월 27일이라고도 한다. 이는 쌍방간의 전권대사가 조약을 체결하고 서명한 날은 26일이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의 윤허인 승인 절차가 있어야 효력을 가진다. 그 승인 윤허로 옥새가 찍힌 날짜가 27일이기 때문이다. 강화도조약에 뒤따른 조규(條規)·규칙(規則)들 「강화도조약」 제 2관(款)에는 조약 성립 15개월 후에 수시로 사신(使臣)을 각각 상대방의 나라에 파견하여 교제사무(交際事務)를 상의하게 되어 있다. 또 제 11관에는 양국정부는 6개월 이내에 별도로 위원을 임명하여 이들이 강화부 또는 한양에서 회동하고 「조·일 무역장정(韓·日 貿易章程)」과 「조·일 조규부록(韓·日 條規附錄)」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측은 이러한 후속조치를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조선의 대표적인 양반을 일본으로 초청하여 명치유신에 의한 일본의 새로운 문명개화를 보이고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 조선의 대일 감정을 누그러 뜨리며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선에 수신사(修信使)를 초청했다. 그 수신사 초청의 절차는 「강화도조약」 체결 후 잔무정리란 이름으로 강화부에 남아 있던 일본 외무성 관리 宮本小一·野村靖이 일본 전권 변리대신의 내명(內命)이라 하여 조선국 접견대관 신헌과 부관 윤자승을 만나 일본에 사신을 보낼 것을 극력 권유한데 있었다. 이 권유로 접견대관과 부대관의 장계가 국왕에 전달되고 국왕이 이로의 최근 국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사신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사신의 명칭도 과거의 통신사(通信使)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여 수신사(修信使)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정해진 수신사 김기수(金綺秀) 일행 76명은 1876년 5월 22일(음력 丙子년 4월 29일) 일본측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기선 黃龍丸을 타고 부산을 출발하였다. 이 수신사 일행은 일본에 도착한 후 예정된 일정을 따라 주로 육해군의 훈련과 군기창·조선소·방직공장 및 근대문명기관과 학교 기타 기관을 시찰하고 6월 26일 부산항에 들어와 7월 21일 한양으로 들어가 국왕에 복명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1876년 6월 7일 일본 외무성 외무대승(外務大丞) 官本小一을 조선국 차견(差遣) 이사관(理事官)으로 임명하고 외무부 직원 河上房申·奧義制·浦瀨祐·石幡貞 등에게는 이사관의 수행을 명했다. 이에 일본 외무경(外務卿)은 그때 조선국 수신사로 일본에 와 있던 김기수(金綺秀)에게 宮本小一을 조선국 차견 이사관으로 임명하였다는 사실을 6월 13일에 알리고 조선정부의 예조(禮曹)에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 宮本小一이사관의 임무는 조선으로 가서 「조·일수호조규부록(朝·日修好條規附錄)」과 「조·일무역규칙(朝·日貿易規則)」 및 무역관계에 관한 일을 협정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宮本小一 일행은 군함 淺間艦을 타고 1876년 7월 3일 도쿄를 출발 7월 15일 부산에 입항했다. 부산항에 상륙한 宮本은 동래부사 홍우창에게 이사관이 군함을 타고 강화로 간다는 것을 알려 놓고는 7월 21일 부산항을 출발 대마도 이즈하라(嚴原)를 둘렀다가 22일 그곳을 떠나 25일 인천부 제물포(濟物浦)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강화도조약 체결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黑田대신과 井上부대신은 일본의 태정대신(太政大臣 :국무총리)에게 조선국 조약이행을 상신하면서 무역장정 등을 의논할 때는 “...... 파견하는 관원은 해군성의 측량을 겸한 군함을 태워 출장시키고 약간의 호위병을 붙여 회담할 때 위엄을 보여야 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했던 그 말이 승인되어 宮本小一일행이 조선으로 올 때는 해군 군함이 제공되었고 측량과 시위를 위한 군인 270여명이 함께 탔다. 한편, 조선정부는 예조 앞으로 보내온 일본 외무성 서계와 동래부사의 보고로 일본사신이 올 것을 알고 1876년 7월 22일 형조참판 조인희(趙寅熙)를 강수관(講修官)으로, 한성부윤 황종현(黃鍾顯)을 반접관(伴接官)으로, 홍문관 수찬(修撰) 이희원(李喜元)을 연접관(宴接官)으로, 당상역관 이용숙(李容肅)을 차비역관(差備譯官)으로 임명했다. 7월 26일 인천부사 윤협(尹日夾)과 차비역관 이용숙이 宮本小一을 만나 협의한 결과 宮本일행은 통진(通津)에 상륙하여 김포(金浦)·양천(陽川)을 경유하여 한양으로 들기로 하였다. 그들은 예정대로 7월 29일 통진에 상륙하여 김포에서 일박한 후 7월 30일 한양의 서대문 밖 경기중영(京幾中營 :淸水館)을 숙사로 정했다. 7월 31일·8월 1일 각각 정해진 외교적 의식을 마쳤다. 8월 5일 오후부터 「조·일 수호조규부록(韓·日 修好條規附錄)」과 「조·일 무역장정규칙(韓·日 貿易章程規則)」에 관한 회담이 경기중영(청수관)에서 시작되었다. 이날로부터 8월 24일까지 10회의 회담을 거친 뒤 「수호조규부록」과 「무역장정규칙」이 조선측의 조인희 강수관과 일본측의 宮本 이사관 사이 조인되었다. 그러나 이 두 조약은 일본측의 원안 그대로 조인되다시피 했다. 그에 따라 일본은 다른 나라에 앞서 유리한 조건을 조선에서 획득할 수 있었다. 「조·일 수호조규부록」에서는 ① 제1관(款)에서 일본인 관리관은 조선 내지의 여행권이 인정되었고 ② 제2관(款)에서 사신이나 관리관이 보내는 서신은 자비로서 충당하고 ③ 제3관에서 개항장에 있어서는 일본인 전관 거류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종전부터 부산왜관에 설치되어 있는 수문(守門)과 설문(設問)은 철폐하게 되었다 ④제4관에서 부산항의 일본인은 부두에서 동서남북 10리(里 :조선里數) 거리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고 ⑤ 제5관에서 일본인이 조선 인민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⑥ 제6관에서 일본인이 죽었을 때는 묘지를 개항지에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⑦ 제7관에서는 일본화폐의 자유 통용권과 조선 화폐(銅)의 일본으로의 반출을 가능하게 했다 ⑧ 제8관에서 조선인이 일본상품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했고 ⑨ 제9관에서 조선 연해 안에서 일본 측량선이 조난을 당했을 때는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었다. 「조·일 무역장정규칙」은 실제 무역상의 규칙인데 이것도 일본에서 제출한 원안 그대로 조인되었다. 그러니 개항장으로 일본 상선이 들기 유리하게 꾸며진 규정이 되고 말았을 뿐 아니라 관세도 부과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무역장정규칙을 제정한 뒤에 일본 이사관 宮本小一이 조선측 강수관 조인희에게 각서(覺書)형의 공문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두 나라 사이 당분간은 약간의 선세(船稅) 이외의 수출입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었다. 대외무역에 둔했던 조선측 강수관의 소홀로 조선측은 수출입세를 한동안 부과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겨났다. 이 수출입세부가의 관세권은 국내 시장의 보호와 국가 재정상의 수입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주권의 독립을 위해서도 필요 불가결의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시의 위정자들은 관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일본측의 기만적인 술책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조·일 무역장정규칙」은 조약의 유효기한과 폐기조항을 빼어버린 무기한 유효로 획책된 불평등은 교지(巧智)에 차 있었다. 그것은 조일 「무역장정」 제8칙(則) 같은 것으로 그 8칙은 『조선정부 혹은 인민은 화물을 개항장이 아닌 해안으로 수송코자 할 때는 일본국 상선을 고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는 개항장뿐 아니라 개항장 아닌 비개항장까지 연안무역을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일본은 그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규와 규칙을 체결하고는 그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1876년 10월 14일 태정관 포고(太政官 布告) 제128호와 제129호로 일본인의 부산 도항 제한을 해제하고 일본인의 조선통상무역을 공인으로 허가했다. 일본은 1876년 10월 14일 태정관 포고에 이어 10월 31일 콘도오(近藤眞鋤)를 관리관으로 임명하였다. 近藤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1876년 11월 25일 부산에 도착했다. 이들과 함께 일본정부는 하나부사(花房義質)를 부산에 출장시켜 近藤 관리관에 위임된 조건을 관철토록 하였다. 관리관의 부산 도착을 통고받은 동래부사 홍우창(洪祐昌)은 11월 30일 왜관으로 가서 관리관과 花房義質에게 하선연(下船宴)을 베풀었다. 이때 일본 관리관은 일본 외무대승 宮本小一로부터 조선국의 예조참판 앞으로 보낸 서계(書契 :외교문서)를 동래부사에 전달하였다. 그 서계는 「조·일 수호조규(강화도조약)」 제8관(款)에 의해 ‘일본의 관리관이 부산에 주재하여 거류민 보호와 취체, 그리고 통상을 관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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