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3 (부산)
부산항의 역사 13 광복이후 2 대한민국 수립과 한국전쟁 대한민국 수립과 내외정세 1948년 8월 15일 북위 38도선 이남에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이승만(李承晩)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 반면으로 북위 38도선 이북은 1948년 12월 金日成이 중심이 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38도 이남은 정부수립과 함께 국회법(1948년), 법원 조직법(1949년), 검찰청법(1949년), 국군 조직법(1948년), 지방자치법(1949년) 등의 주요 조직법과 국세 징수법(1949년), 관세법(1949년), 농지개혁법(1949년) 등을 제정 공포하면서 독립국가로서 기초를 다져갔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와 미군정이 저질러놓은 일들을 수습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 하나의 예가 미군정 당시 논쟁의 대상이었던 토지개혁에 관한 논쟁이 제헌국회에서 재연된 일이었다. 그것은 토지개혁에 반대했던 한민당과 비교적 젊은 세대인 소장파 간의 대립이었다. 그 토지개혁의 중심 대상은 일제(日帝)때의 일본인 소유토지를 한국인이 소작하고 있는 토지와 소작농이 소작하고 있는 한국인 지주(地主) 소유의 토지였다. 한민당이 토지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소작제도를 자기 정당의 경제적 기반으로서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만일 토지개혁을 할 경우는 유상보상(有償報償)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소장파는 농민편에 들어 토지개혁을 관철하려 했다. 양 논란이 치열하게 맞선 가운데 1949년 7월 21일에는 지주에게 연(年) 수확고의 125%에 해당하는 정부보상을 규정한 토지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부는 토지개혁을 지연시키면서 1949년 10월 토지보상액을 24% 올리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 토지개혁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1950년 3월 10일 보상액을 105%로 하는 토지개혁법을 공포했다. 그러나 그 해 6월 25일에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그 실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때 토지개혁 논의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소장파 소속의원들은 국회푸락치 사건으로 체포되어 퇴진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한민당이 두드러지게 우세해졌다. 그와 함께 한민당은 대한독립 촉성국민회의 이승만 세력과 대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개혁의지가 정치적 파쟁에 휘말려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구조의 근본적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한 경제의 혼미는 미군정의 실정(失政)에도 까닭이 컸다. 미군정은 일본인 소유였던 적산 기업체와 공공시설을 인수하여 그 기업체의 주요 지위를 미군장교에 맡기고 있었다. 그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 3만6천5백32명(전체 근로자의 41%)은 그 미군의 관리 아래 있었다. 기업체 운영에도 경험이 없고 우리의 실정도 알 리 없는 미군장교가 운영하다보니 기업체가 제대로 가동될 리 없었다. 기업체가 가동되지 않으니 실업자가 많아졌다. 그 실업자는 북에서 온 월남민(越南民)과 귀환동포로 더욱 불어났다. 1946년 한국경제 통계에 따르면 남한에 있어서의 전체 실업자를 110만명으로 잡고 있다. 이는 전체인구의 25~30%에 이르는 수치가 된다. 이러한 실정 위에 또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 통화량의 팽창으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촉진시켰다. 그런 가운데 국회는 이승만의 노선을 지지해 오던 대한독립 촉성국민회와 한국민주당(한민당)이 국회에서 우위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국회푸락치 사건으로 소장파가 몰락하자 한민당은 정부구성에 불만을 품고 야당의 자리로 돌아섰다. 한민당은 申翼熙(임시정부 요인)·李靑天(대동청년 단장) 등 요인을 규합하여 당세를 확장하면서 1949년 2월 10일에는 민주국민당으로 이름을 고치고 이승만 대통령과의 투쟁을 전개했다. 제헌국회 의원의 임기는 2년이었다. 2년이 지남에 1950년 5월 20일 제2회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한국전쟁과 임시수도 부산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서해안으로부터 동해안에 이르는 38선 전역에 걸쳐 북한 인민군이 국군 방어진지에 기습공격으로 포화를 집중시키면서 남침을 감행했다. 이 사실을 부산에서 안 것은 오전 8시경이었다. 나라의 동남단이 되는 부산도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5일의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오후에는 경상남도 경찰 국장실에서 국경합동 회의가 개최되었다. 그 자리서 식량과 유류(油類) 확보문제, 전시 계엄령실시에 대한 토의와 설명이 있었다. 오후 7시에는 도지사 응접실에서, 9시는 내무국장실에서 비상사태에 대한 대책회의가 열리고, 경남 일대의 모든 행정·사법은 부산철도 호텔에 두게 된 경남계엄 사령부에서 집행하게 되었다. 26일에는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었다. 시내 각 중등학교장 회의와 학도호국단 간부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혼란을 틈탄 각종 유언비어의 단속에 관한 방안도 제시되었다. 27일에는 미국의 트르만대통령이 맥아드사령관에게 한국에 무기를 직송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은 이날 27일 대전으로 정부를 옮겼다. 한국군 주력부대도 서울에서 후퇴하고 인민군의 한강 도강(渡江)을 막기 위해 한강 인도교와 광장교를 폭파시켰다. 7월 3일에는 한강 (漢江) 방위선이 무너지고 14일에는 금강(錦江) 방위선이 무너졌다. 이 먼저 6월 30일 맥아더 원수(元帥)는 주일 미(駐日 美) 8군단사령관 워커중장에게 제24사단(사단장 딘 소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에 따라 7월 1일 그 선견부대인 제21연대 제1대대(스미스 특수 임무부대)가 일본 이다쯔게(板付)로부터 부산으로 공수(空輸)되어 7월 2일 대전으로 향발했다. 7월 9일에는 주일 미8군사령부가 대구로 이전되면서 8군 주력이 한국전선에 계속 투입되었다. 이때의 미군은 일본서 김해 비행장으로 공수되어 구덕운동장으로 집결되었다가 시내의 학교 극장 등 요소에 주둔하여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7월 13일에는 8군사령관 워커 중장은 대구착임과 함께 맥아드 원수로부터 주한(駐韓) UN군의 작전지휘권을 부여받았다. 7월 15일에는 이승만대통령도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UN 사령부에 이양하였다. 8월 1일에는 낙동강 내선(內線)으로 유엔군이 전략적 철수를 하게 되었다. 이른바 『워커라인』이라 하고 『부산교두보(釜山橋頭堡)』라 불리는 낙동강 최후 방위선이 구축된 것이다. 이 방어선은 마산 서남쪽인 진동(鎭東)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왜관(倭館)·안동(安東)·영덕(盈德)을 잇는 부채꼴 선이었다. 왜관을 경계로 그 북족과 동해안 전선(戰線)은 국군이 맡고 서쪽과 남쪽 전선은 미군이 맡았다. 8월 18일에는 정부가 대구에서 부산으로 옮겨졌다. 이 정부의 부산 이전보다 국회는 20일이 앞선 7월 27일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산 남포동의 부산극장이 임시 국회의사당이 되었다. 이 국회는 제2대로 국회의원 총선거(5월 30일)가 끝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동란을 맞은 것이었다. 옮겨온 정부는 경상남도 도청(옛 부민동 부산지방검찰청)을 중앙청사로 정하고 시청(옛 부산시청)에는 중앙정부의 사회부와 심계원, 고시위원회, 문교부가 들고, 남전(南電 :지금의 토성동 韓電)에는 상공부가 들고, 사법기관은 부산지방법원에, 검찰기관은 부산지방 검찰청에 두었다. 각국의 외교관 역시 부산에 주재하게 되었다. 워커라인이 형성되고 정부가 부산으로 내려오자 부산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건 생명선이자 심장부가 되었다. 그때 부산 경무대(景武臺 :대통령 집무실)는 도지사관저(道知事官邸 :뒷날 경상남도가 창원시로 옮겨지자 부민동의 도지사관저는 임시수도 기념관이 되었다)가 되었다. 전선은 7월부터 9월 초순을 기해 본격적인 반격작전이 시작되었다. 9월 15일 맥아더 원수의 인천상륙전이 17일에 성공하여 9월 27일에는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28일에는 서울을 완전히 수복했다. 서울을 수복한 국군과 유엔군은 38선을 향해 진격했다. 뒤이어 정부와 함께 피난민도 복귀하고 10월 8일에는 경부선도 완전히 개통되어 부산이 맡은 교두보로서의 임무와 임시수도로서의 책임을 마쳤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맥아드 원수의 북진명령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38선을 돌파 진격하여 혜산진(惠山鎭)·평양(平壤)·청진(淸津)을 점령하여 10월 26일 한국 국경인 초산가지 진격하였다. 그러나 11월 28일 중공군 20만이 돌연 한국전에 개입함으로써 국군과 유엔군은 또다시 후퇴작전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공군의 개입은 동서양 진영의 세계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군과 중공군은 6·25 남침 때와 같은 길로 남침해 왔다. 1951년 1월 4일 정부는 다시 부산을 임시수도로 삼고 피난을 했다. 이때는 정부의 각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본부와 국영기업체도 부산으로 옮겨왔다. 한강 이남으로 후퇴했던 국군과 유엔군은 1월 15일을 기해 전열을 갖추고 일제히 반격을 전개하여 1월 26일에는 인천에 해병대가 상륙하고 3월 14일에는 서울을 무혈(無血) 탈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민군의 나침,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 중공군의 개입과 중공군과 인민군의 남하 공세, 국군과 유엔군의 후퇴, 다시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으로 빚어진 전란 속의 국토는 폐허로 바뀌고 쌍방의 군인은 물론, 양민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상의 극을 노정(露呈)시켰다. 그것은 바로 동족 상잔의 참상이요, 비극이었다. 피난민의 집결지 부산 부산임시수도 당시인 51년 3월 국정수행을 위해 인구조사를 실시한 바 있었다. 그 결과 일반 부산시민의 수는 8십8만9천여명이었고, 구호대상자인 피난민 수는 40~50만이나 되었다. 이 구호에 필요한 양곡은 매일 평균 2만석이었다. 이 때의 부산은 30만 인구를 수용할 능력 밖에 없었다. 그런 그 속에 몇 배나 되는 피난민이 전쟁을 피해 몰려들었다. 들어설 집이 없었다. 학교·극장·교회·사찰 등은 물론 그 밖의 큰 건물마다 피난민이 집단으로 수용되었다. 전시의 비상계엄 아래가 되어 개인 소유도 국정수행상 징발할 수 있었다. 빈 텃자리만 있으면 도로변, 냇가, 언덕 할 것 없이 피난민이 움막 또는 판자집을 지어 들어갔다. 모두가 임시로 비바람을 막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사회부와 합동으로 공무원을 동원하여 시내의 주택조사를 해서 피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옥에 대해서는 사회부장관의 이름으로 된 입주명령서(入住命令書)를 발부하여 피난민을 수용 케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크게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다. 부산의 도심지인 용두산 전 지역까지 판자집이 빽빽히 들어섰다. 시에서는 우암(牛岩)의 적기(赤崎)와 영도의 빈터와 공장 그리고 초량과 범일동에 수용소를 지어 피난민을 수용케 했다. 적기수용소만 해도 수용인원이 지나치게 많아져 50년 9월 8일에는 가덕도로 수용피난민을 이송하고, 그 이후는 거제도(巨濟島)로 이주시키기까지 했다. 그때 적기수용소 수용인원만 해도 7만명이었다. 50년 12월 초순부터는 유엔군의 선박으로 원산·함흥 방면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왔다. 부산시 직원들은 밤을 세워가며 피난민들을 동포애로 맞았다. 이때 동래의 육군보병학교를 비롯하여 전시요원(戰時要員)을 훈련하는 곳이 마련되어 거기서 소정의 훈련을 거쳐 바로 전선으로 보충되었다. 그리고 부산은 피난민으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피난민은 주소나 거처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고의적으로 병역을 기피하고 있어서 이 기피자를 검색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가두검문소(街頭檢問所)를 설치하여 기피자를 찾아내면 바로 훈련장으로 보냈다. 전선(戰線)에서 부상을 입은 장병들이 부산 시내에 차려진 국군 병원으로 매일같이 후송되어 왔다. 시내 여학생과 부인회들은 의료진의 활약과 부상자들을 위로, 격려하기 위해 각군 병원으로 찾아들었다. 부산항으로는 전쟁물자를 위시하여 전재민(戰災民)을 위한 구호물자가 계속 들어왔다. 이 물자를 내리고 싣기 위해 많은 부두노무자들이 고용되었다. 이 노무자에는 피난민들이 많았다. 또 피난민은 하역(荷役) 노무자인 『가데기』로 취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피난의 어려움 속이라도 어린이의 교육은 있어야 했고,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은 쉴 수가 없었다. 92년 5월의 통계에 의하면 피난아동 수용의 초등학교가 부산에 설치된 것이 45개교였고, 학생수는 3만6천6맥명이었다. 정부수립 이후 1950년대 전반기의 항만정책과 해외항로 개척 (1) 항만정책의 변천 미군정이 끝나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항만정책 주무부서의 담당업무가 엇갈려 혼돈을 빚었다. 대한민국 수립 직전인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교통부장관은 육운·수운·항공에 관한 일을 처리한다”로 되어 선박조사·선원·선박등록 등 항무의 각 사무는 교통부 장관 소관으로 되어 있었는데 48년 11월 30일 수운관계는 내무부에 이관되었다. 이 당시는 외항선은 별로 없고 연안해역 수운이 대부분이어서 내무부소관으로 된 것이었다. 그러나 국방관계는 군기관이, 밀수취급은 세관이, 검역관계는 농림·보사 관계관이, 외항선 출입관계는 법무부 관계관이 관장하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다원화는 상호마찰과 업무연계의 소홀을 빚어 관계부처의 연석회의를 가져 그 업무를 신속처리할 방안을 모색했다. 그 뒤로 교통부의 관할 부서가 다시 바뀌어 1949년 2월 1일에는 교통부 소관의 부산 해사국(海事局)이 신설되었다. 이 해사국으로 항만감시와 내항입출선박을 관리하려 했다. 그런데 조직이 갖추어질 무렵에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6·25전쟁으로 한국의 최첨단 부산·마산·제주를 제외하고는 무두 전쟁의 피해를 입고 대부분의 항만은 그 기능을 잃고 말았다. 남은 지역 항만이라 해도 상선·객선·화물선·어선의 구별없이 군사작전이라 하여 군수물자를 수송해야 하고 남민구호수송과 생활필수품을 운반해야 했다. 말하자면 교통부 소관이 되어 있었으나 전쟁수행을 위해 국방부가 선박운행의 실권을 가지고 있다시피 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북진(北進)할 때는 북한 주민들이 선박을 이용해서 월남해 오기도 했다. 그 월남 선박은 328척에 총 6,162톤이었다. 정부는 이들 선박 중 자기 소유의 것도 있고 남의 선박을 이용한 것도 있었다. 이 가운데 소유주가 분명한 것은 소유주에 선박을 돌려주었는데 그 수는 80척에 1,489톤이었다. 그 이외 선박은 선박을 이용해 온 연고자에 정부가 불하해 주었다. 이러한 선박들은 주로 부산에 머물면서 이 지역의 물량운반과 인력수송에 역할을 했다. (2) 해운업체의 해외항로 개척과 해난사고 6·25한국전쟁이 일어나기 7개월 전에 정부의 지원 아래 대한해운공사가 창립되었다. 이 해운공사는 1950년 1월 1일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는 적산관리업체인 조선우선주식회사와 정부에서 운영하던 부영선박(部營船舶 :교통부가 운영하는 선박)을 통합해서 이루어졌다. 보유선박은 24척에 총톤수 38,000톤이었다. 이 대한해운공사는 대외항로를 개척하는 한편 부산과 목포, 부산과 제주도, 부산과 울릉도, 목포와 제주도 사이 정기항로를 가졌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고 엘에스티(LST) 10척, 에프에스(FS) 9척, 유조선 1척을 군에 용선(傭船)으로 제공함으로써 남은 선박으로 항로운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전황이 호전되자 군에 용선으로 보냈던 일부 선박의 반환을 받고 51년 6월과 10월에는 미국의 대여선박 박틸형 6척과 미국 해군으로부터 에프에스형 6척을 용선하여 1952년 5월에는 대만에서 소금을, 태국에서 쌀을 운송함으로써 동남아 진출의 길을 열었고, 6만톤의 비료를 일본으로부터 운송해 왔다. 1953년에는 정부보유 외화의 대부를 받아 도입한 리버티형인 동해호와 서해호로 대미항로(對美航路)를 개척하고 1954년에는 정부보유외화로 도입한 빅토리형 남해호를 추가로 배선하여 동남아와 미주(美洲) 사이의 삼국간 항로를 개척했다. 이 대한해운공사보다 대미항로를 먼저 개척한 해운사에 극동해운(極東海運 :대표 南宮金東)의 고려호가 있었다. 고려호(6,819톤)가 대미항로를 개척한 것은 1952년 10월 21일로 이것이 광복 이후 최초의 대미항로 개척이 되는데 이 고려호는 부산항에 좌초해 있던 선박을 인양 수리한 것이었다. 이 고려호는 53년 이후 필리핀의 코프라 운송과 오스트레일리아 항로를 개척한 바 있다. 이 무렵에 있었던 큰 해난사고로는 1953년 1월 9일 밤 10시경에 창경호(昌慶號 :大東商船 소속)가 침몰한 일이었다. 창경호는 부산과 여수 사이를 운항했는데 다대포 앞 200m 해상에서 침몰하여 330여명이 죽음을 입은 참사였다. 이 해난사고는 정치문제화되어 국회에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한 결과 선체가 낡은데다 정원을 초과하였을 뿐 아니라 화물마저 과적(過積)한 데 원인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통부장관 김석관(金錫寬)이 행정상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선장과 해사국 검사계장, 대동상선 사장 등 16명이 부산지방법원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광복후의 부산항과 1950년대 전반기의 항만·조선시설 항만 관련 사업은 비록 국부적인 소규모사업이라 해도 일반 육지의 공사나 사업과는 달리 그 예산이 막대하고 특수한 기술이 필요로 했다. 그래서 미군정기는 여러 제약이 있어 필요로 하는 응급시설이나 보수를 하였을 뿐 개발까지는 손이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항만운영에 큰 차질이 있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미군정기가 끝날 때까지 부산항의 항만능력은 광복 당시의 항만능력과 같아서 하역(荷役)능력이 451만톤이었다. 이 당시의 전국항만 하역능력을 1,000만톤으로 잡고 있었으니 부산항은 전국하역량의 45.1% 규모가 되어 있었다. 1948년도 한국은행 경제연감에 나타난 부산항의 시설개요를 보면, 다음과 같은데 이는 1945년 광복 당시의 부산항 하역 능력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그 때의 항내면적 570만평에 계선(繫船)능력이 제 1부두 3천톤급 2척, 7천톤급 2척 / 제2부두 6천톤급 2척, 1천톤급 1척, 7천톤급 3척 / 제3부두 1만톤급 6척, 4천톤급 1척 / 제4부두 1만톤급 2척, 8천톤급 2척, 4천톤급 1척 / 중앙부두 8천톤급 4척 / 북빈부두 1천톤급 2척으로 선박계선 능력면으로 볼 때면 총톤 수 19만 2천 톤이었다. 물양장 잔교(物揚場 棧橋) 연장길이는 7,777m이고 급수(給水) 능력은 1시간당 442톤, 기중기는 22대로 되어있다. 하치장(荷置場)면적은 야적이 194,700㎡이고 창고 147,466㎡, 상옥(上屋) 18동(棟)으로 되어 있다. 이 시설 능력으로 1950년 6·25전쟁 당시는 유엔군의 병참기지가 되었고 전쟁이 끝나고는 원조물자 입항지가 되는 동시에 국내인 남해안 도서지방을 연결하는 연안선박의 모항역할을 하였다. 부산항이 5~6년을 이은 현상유지로 인해 가장 어렵게 된 것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그때부터 준설을 하지 않아 바다 밑으로 토사(土砂)가 퇴적되어 낮아진 수심(水深)으로 선박이 들어갈 수 없어 하역을 위해서는 물양장까지 부선을 이용하여 운반하는 일이었다. 해저(海底)에 깔린 토사를 거두어 올려 수심을 깊일 일이 시급했다. 그와 함께 6·25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선박의 왕래가 많아져갔다. 앞으로의 항만확충안도 대두되었다. 그에 따라 국제연합의 운크라(UNKRA) 및 미국의 FAO원조가 본격화되었다. 이 일은 1953년에서 1954년 사이 일반회계 1억2천만원, 특별회계 7억 6천 5백만원, 외화 4백 8십여만불로서 부산항을 비롯한 중오 각 항만과 함께 방파제, 물양장, 잔교, 호안, 급수시설 및 창고 등 기반시설 확대와 함께 준설작업이 크게 이루어졌다. 이때의 항만시설과 준설작업으로 전쟁후의 1년 하역능력 450만톤을 670만톤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1954년에는 전쟁기에 파괴 파손된 소규모 조선소를 복구하기 위해 UNKRA원조자금 중에서 35만불을 선박의 건조능력 향상에 투자했다. 또 국책자금 중에서 1,500만원의 융자제공을 받아 3,800톤급 선박을 입고시켜 수리가 가능한 건선거(乾船渠) 1기(基)를 대한조선철공소가 축조하였다. 이 사업이 광복 후의 부산항개발사업의 처음이나 다를 바 없었다. 1950년대 후반기에서 1970년대까지의 항만행정 (1)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까지의 항만행정 1950년대 전반기를 지나 후반기에 들어선 뒤 60년대는 해양관계행정이 정착되는 시기였다. 1955년에는 해사행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취지아래 한국정부는 정부조직쳬계 속의 교통부 해운국과 상공부 수산국을 병합하여 해무청(海務廳)을 조직한 조직안이 1월 20일 국회에서 가결되고 2월 2일 법률 제354호로 공포되었다. 이에 따라 해무청은 수산국·해운국·시설국의 3개국과 중앙 수산검사소 및 중앙수산시험장을 관장하는 부서로 독립하였다. 1955년 12월 1일에는 부산·인천·군산·목포·여수·포항·제주에 지방해무청이란 새 간판이 내걸어졌다. 부산해무청에는 총무과, 수산과, 해무과, 선박과, 축항사무소, 항로표식관리소, 항로표식공장을 두고 삼천포·충무·마산·방어진에 출장소를 두었다. 이는 해양관계 업무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추면서 행정의 효율화를 얻고자 함이었다. 1961년 5·16 군사 쿠테타 이후인 1961년 12월에는 다시 기구가 다원화로 바뀌어 종전의 해무청 소속의 수산국은 농림부로, 헤운국과 시설국 표지과는 교통부 해운국으로, 해운국 조선과는 상공부 공업국으로, 시설국은 건설부로, 해안경비대는 내무부에 소속하게 되었다. 지방해무청은 그 업무중 수산과의 조선은 도(道)에, 축항(築港)은 지방건설국에 각각 분산 이관되었다. 이에 따라 1961년 10월 2일에는 부산지방 해무청은 교통부 부산지방 해운국이란 이름으로 바뀌면서 해운 중심의 업무만을 보게 되었다. 이는 각 부서의 기능 중심의 분산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1960년대로 하여 해운관계 질서는 해운으로 단일화되면서 법규도 점차 세분화되어 갔다. 1960년대에 해운관게 법규가 이루어진 것을 들어보면, 해상운송사업법(海上運送事業法) 1963. 12. 5. 제정, 뒷날 해운업법으로 개칭) 한국해운조합법(1961. 12. 30) 선박법(1960. 2. 1) 선박안전법(1961. 12. 30) 선박적량측정법(1961. 12. 23) 선원법(1962. 1. 20) 선원보험법(1962. 1. 10) 선박직원법(1960. 2. 1) 운송진흥법(1967. 2. 28 :해운산업육성법으로 개칭) 항만법(1967. 3. 30) 항만운송사업법(1963. 9. 19) 개항질서법(1961. 12. 30) 도선법(導船法 :1961. 12. 5) 수로업무법(水路業務法 :1961. 12. 23) 항로표식법(1961. 12. 6) 해난심판법(1961. 12. 6) 들이 된다. 이 법규들은 그 동안 명칭이 바뀌어지기도 하고 개정을 몇 차례 거듭한 것도 있지만 오늘날까지 거의가 살아있다. (2) 1970년대의 항만행정 197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항만건설의 긴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항만건설에는 내자(內資)로 충당하여야 하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차관(借款)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차관을 위해서는 차관을 공여(供與)받은 기관에 책임이 요구되었다. 이 책임은 항만관계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책임성이 모호했다. 이에 1973년 2월 26일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고 5월 2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월 27일 항만개발사업을 위한 세계개발은행 차관협정을 공고하게 되었다. 정부는 이 차관협정체결과 때를 같이하여 한국항만청의 설립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따라서 정부는 1973년 5월 25일 대통령령 제 6694호로 교통부 소속 아래 부산항만청을 신설하였다. 1975년 12월 13일에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것을 법률 제 2886호로 공포하고 1976년 3월 1일에는 대통령령 제 8018호와 제 8019호로 항만청 및 지방항만관서의 직제가 공포되었다. 1976년 3월 13일에는 항만청이 창설되는 것과 함께 부산·인천·묵호·군산·목포·여수·마산·울산·포항·제주 등 10개 지방에는 항만관리청을 두고 부산지방항만관리청 산하에는 항만건설사무소를 두었다. 따라서 교통부 산하에 있던 부산 항만관리청은 항만청 소속의 부산지방 항만관리청으로 개편되었다. 1977년 12월 16일에는 법률 제 3011호에 의해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항만청이 해운항만청으로 개정되면서 각 지방 항만청도 명칭이 개정되어 부산항만관리청도 부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978년 3월에는 부산해운항만청 소속이었던 부산항건설 사무소가 중앙의 해운항만청 직속으로 이관되었다. 그러나 1980년 5월 6일에는 중앙의 해운항만청 직속이었던 부산항건설사무소가 다시 부산지방해운항만청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1954년~1961년 사이 부산항의 무역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정협정이 이루어지고 중앙청의 환도와 함께 행정중심지가 서울로 이동하면서 부산항의 위치는 6·25전쟁중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은 다하고 있었다. 그것은 1953~1958년의 6년 사이 부산항에서의 수출이 2.5배, 수입이 1.6배 증가했다는 것으로 무역항으로써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전국 비중으로 볼 때면 수출이 82.4%에서 72.1%, 수입이 84.9%에서 70.6% 감소했다. 이는 휴전협정이 이루어지면서 국내 항구가 모두 개방되어 부산항은 6·25 전쟁 중에 비해 전국적 비율로 보아 다소 낮아졌음을 보이고 있다. 1958년 이후의 수출액을 보면, 1959년에는 113억 8,500만환, 1960년에는 219억 9,600만환, 1961년에는 358억 800만환으로 계속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동안의 연평균 신장률은 64.6%로 높다. 1961년의 부산항 수출실적을 상품유형별고 보면, 중석·철강 등 광금속과 금속제품이 부산항 전체수출량의 52.1%에 해당하여 1위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광물과 광물산품으로 33.9%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외는 섬유와 섬유제품, 식료품이다. 이에서 보면 부산항이 중석·철강 등 광금속과 광물 및 광물산품을 부산항 전체수출실적의 86%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1차산품 위주의 취약수출이라 할 수 있다. 이 반면 1961년 부산항 수입실적을 상품별로 보면, 약품류, 화장품, 폭발물이 전체수입액의 42.9%를 차지하고 식료품, 음료들이 21.7%를 차지하여 이들의 전체수입액이 64.6%나 된다. 이들은 생산성 제고에도 필수성도 필요성이 없는 상품들이다. 부산항의 수출 대상국을 1961년도에서 보면, 일본지역 수출액이 125억 4,300만환으로 전체 수출액 358억 800만환의 35%를 차지해서 가장 많고, 다음이 미국지역으로 82억 3,300만환으로 전체의 23.0%이고 홍콩지역 수출이 82억 4,200만환으로 23%이다. 이 이외의 지역은 전체 수출실적 5%미만으로 미미하다. 부산항을 통한 수입액은 1959년은 1,215억 200만환이고 1960년은 1,655억 300만원이고, 1961년은 2,165억 3,600만환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수입은 일반수입과 원조(援助)수입으로 구분되는데 부산항 수입액 중 일반수입비중은 1959년의 41.1%에서 1961년은 49.1%로 늘어난데 반하여 원조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중 54.2%에서 46.7%로 낮아졌다. 이러한 수입구조의 변화는 수입액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원조수입이 지난 1957년 미국의 원조감축조치에 따라 원조액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광복이후 1960년대까지의 해상밀수와 부산항 (1) 밀수의 생태와 그 작태(作態) 8·15광복 이전은 태평양 전쟁의 전시체제로 생활필수품은 통제된 배급제였다. 생활필수품이 시민의 수요를 따르지 못했다. 물자의 궁핍이 극도에 이르렀다. 궁핍의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을 대 광복을 보았다. 광복을 보자 일본인이 경영하던 공장 그 모두는 가동을 중지하다시피 하였다. 일본과의 교통이 막히면서 일본에서 생산되어 들어오던 물자마저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국내의 물자는 고갈 상태가 되었다. 학생들의 연필·노트·종이·지우개·일크 등도 구하기 힘들고 일용품인 비누·치약·치솔들은 몰론 약품류가 귀했다. 그러한 때 일제(日製)의 일상생활용품이 대마도를 통해 10톤 이내의 발동선으로 대마도와 가장 가까운 부산 근역 항구로 들어와 국제시장 또는 부평시장 같은 시장으로 몰려왔다. 그렇게 온 것은 곧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그러한 실정으로 당시의 부산 주위 항구는 밀수의 근원지가 되었다. 그러한 광복 후의 밀수는 좋게 말해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광복 직후 신문을 내려 해도 신문지가 없었다. 국내에서는 생산되는 곳도 없었다. 일본에서 구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일본과는 국교가 단절된 상태였다. 무역으로서의 수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신문사에서 배를 내어 일본 하가다(博多)에서 비공식으로 신문지를 사들였다. 이도 필요에 의한 밀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는 관세법도 제정되지 않았다. 광복 후의 관세법은 정부수립 후인 1949년 11월 23일 법률 67호로 제정되었지만 1950년의 6·25 동란으로 그 시행이 확고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광복 후 밀수를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밀수품을 부정외래품으로 단속했다. 그런데 밀수가 성행하는데는 대마도의 영향도 컸다. 대마도는 어업 이외는 생산물이 없는 곳이었다. 대마도가 일본의 패전으로 살기 어렵게 되자, 우리나라 사람에게 밀수를 부추기고, 우리나라 밀수꾼은 그들의 부추김 따라 정치력이 굳어지지 않은 혼란의 때에 일확천금을 꿈꾸게 되었다. 광복 후에 형성된 미군정(美軍政)은 밀수단속인 외래품 단속을 한다 해도 철저하지를 못했다. 철저하지 못한 그 틈을 타서 밀수는 성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밀수품인 외래품이 국내산업을 일으키는 큰 장애요인임을 깨친 제1공화국은 외래품 반입의 근원이 되는 밀수단속에 나섰다. 그 단속의 영향을 입고 그 동안의 밀수품 양륙지(揚陸地)는 국제시장에 가까운 자갈치였던 그 자갈치에서 아치섬·동삼동·우암동·암남동·감천동·다대포 쪽으로 양륙지가 옮겨져 갔다. 밀수품은 생활필수품에서 화장품, 시계, 라이터, 만년필, 금은보석, 넥타이, 스타킹, 핸드백, 마까오 양복지, 나이론 직물 등 고가(高價)의 사치품으로 바뀌어 갔다. 대마도가 아니라 일본의 해안경비선을 뚫고 일본 본토 항구까지 진출했다. 일본의 해안경비선을 뚫는다기보다 그들은 밀수선이라면 눈감아 주기까지 했다. 대마도에 가까운 공해상(公海上)에서는 마까오, 홍콩 등지에서 온 선박이 이쪽의 밀수선이 오는 것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세관조직이 굳어지는데 따라 관세법 위반으로 단속 검거가 심해졌다. 그러나 세관원은 밀수품을 적발하면 그 밀수꾼과 결탁하여 지분(持分)을 나누거나 몰수한 몰수품을 세관에 돌리지 않고 적발자의 소유가 되어 처분되는 경우가 많았다. 밀수꾼은 물건을 빼앗긴 그 위에 감옥에 드는 것보다 물건만 빼앗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세관 세관원은 밀수 적발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세관 창고서 국가가 처분해야 할 밀수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밀수꾼으로 검거되는 사람도 그리 없었다. 그렇게 밀수 단속이 부산 근교 항구가 중심이 되자 그 단속을 피해 마산·통영·여수·목포 쪽으로 밀수꾼의 밀수품 양륙지가 옮겨져 갔다.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내일 없는 오늘만의 생활이 사치와 향락을 부추겼다. 거기다 광복 후 일어나려던 공산품 생산은 전쟁으로 공장 자체가 폐허로 바뀌었다. 6·25가 휴전상태로 들어가자 전쟁을 치른 자리에는 폭탄이나 탄환 껍데기인 탄피(彈皮) 천지였다. 그 가운데도 대포탄피는 용량도 컸다. 이를 밀수꾼들은 인코트라 했다. 이 인코트를 일본에서는 신쭈우(眞鍮)라 하고 우리는 놋쇠라 했다. 그게 녹이 쓸지 않아 공업제품에 쓰였다. 한국의 전쟁마당에 산재했던 이 인코트는 일반인의 손으로 수집되어 동해안 외진 바닷가로 해서 해안경비망을 뚫고 교묘히 빠져나와 대마도로 실려가서 밀수 수입 물품으로 바뀌어 남해안 항구로 돌아왔다. 6·25 한국전쟁 잔재물이 대마도로 몰려간 것이었다. 이때 대마도 이즈하라(嚴原)에는 한국의 밀무역 중개상사 야마다상회(山田商會) 외 22개 상사가 있어 성업을 이루었다. 그러한 대마도 중심으 밀수가 있는 한편으로 공해상(公海上)에는 자유롭게 오가는 마까오와 홍콩의 상선(商船)이 정기적으로 와서 이쪽 밀수선을 맞아들였다. 그 상선에서는 서구(西歐)상품이 직접 거래 되었다. 1960년대에는 대마도 이즈하라(嚴原)를 중심으로 한 특공대란 이름을 가진 밀수꾼이 설쳤다. 이 특공대 밀수꾼은 소형밀수전용선(小型密輸專用船)인 쾌속선(快速船 :10톤급의 소형선박에 뎅크엔징 또는 그라마링엔징을 설치하여 시속 30놋트의 속력으로 밤에 대마도를 출발하여 남해안의 섬이나 해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에 인계하거나 고기를 잡는 척 기다리고 있는 어선에 옮겨 실었다. 밀수꾼 조직은 그렇게 자금주, 해상운반책, 양륙책(揚陸責), 검찰, 경찰, 정보대, 합동수사대 등 많았다. 그렇게 권력기관이 총망라되어 적발했지만 공식으로 법의 제재를 받는 일은 그 수가 적었다. 적발 물품은 적발기관의 기관원 자체의 수획물이 되어 횡류(橫流)되고 밀수자는 도피하거나 도피가 방조된 뒤였다. 국가 기강이 바로잡혀져 있지 않았던 자유당 정권의 그때였다. 단속기관이 경쟁적으로 단속 적발하는 가운데서도 관의 간판이 붙은 차량이 밀수품을 실어 날랐고, 군·경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정부 고관의 차가 밀수품을 운반해 갔다. 그러한 판국에 밀수가 단속될 리 없었다. 장의차 안에 시체로 가장되어 실린 밀수품이 적발된 것은 권력기관의 비호를 받지 못한 조무래기 밀수꾼에 지나지 않았다. 사까린, 설탕, 양복지, 빌로트 등이 정식 무역품의 딴 이름으로 위장되어 들어오기도 했다. 광복 이후 벼락부자가 된 사람 중에 밀수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느냐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2) 밀수에서 오는 국가적 손실 밀수꾼의 밀수방법은 날로 대담해지면서 교묘해지고 밀수단속기관 또한 경쟁적이면서도 단속의 성과는 별로 없었다. 그것이 국내산업을 크게 위축시키는 망국적 징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때 생산되지 않았던 비로트와 나이론치마가 시골까지 퍼져갔다. 밀수품이 생활필수품인 양 착각될 정도였다. 1960년의 밀수출입 총액은 10억 5백 87만원에 달했지만 검거율(이는 공식적인 검거율을 말함)은 5,15%에 불가했다. 밀수가 문제화된 1954년 이후의 것을 《釜山市史》 제2권의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발췌한 것과 필자 자료의 중요한 것만 들어보아도 다음과 같다. 1954년 1월에는 마약 밀수상이 검거되었다. 역시 1월에는 수영 비행장에서 적발한 밀수사건 비일비재(非一非再)라 하고 있다. 이때 이미 항공 비행기로 행해진 밀수가 있었다. 54년 4월에는 선어(鮮魚) 수출선이 돌아올 때 일제(日製) 약품 대량을 밀수해 왔다. 5월에는 일본 선원이 밀수를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밀수는 일본인까지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5월에는 5천만원대의 밀수꾼을 검거한 일이 있고, 해상절도 특공대 4명을 타진한 바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공대는 밀수품을 싣고오는 배를 무기를 휴대하여 납치 또는 밀수품을 탈취하는 해적(海賊) 행위를 말한다. 밀수의 세계에는 이같이 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었다. 7월에는 밀수방지를 위해 30톤 미만선의 외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보아서는 30톤 미만의 배가 주로 밀수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8월에는 선어(鮮魚) 수출선이 돌아올 때 24만환 상당의 비로트를 가져왔다고 했다. UN용선(傭船)의 밀수 10여건에 천만환 돌파란 기록도 있다. 이를 보면 UN군의 배를 빈 밀수도 있었던 것 같다. 54년 9월 한달의 밀수관계 신문기사(발췌 중심은 부산일보)만 해도 『무역업자의 밀수 성행』 『세관 창설 이래 기록적 밀수 비로트 7천만환어치 신선대 근해에서 양륙』 『하주(荷主) 불명의 묘술(妙術) 밀수가 성행. 일부 경찰관과 밀수업자가 결탁』 『억대의 대밀수 다대포 앞바다에서 총 쏘아 검거』 『추석 전야에 남천 앞바다 밀수선의 형제 참극』 『해운공사선의 2천만환 밀수를 총격전으로 적발』 『억대 비로트 밀수, 다대포 앞바다 쥐섬에서 어영환(魚榮丸)을 적발』 『그치지 않는 선원의 밀수』라 하여 한달 동안 8건이 기록되고 있다. 구체적인 밀수를 모두 언급할 수 없어 제목만을 들어도 지면이 모자란다. 그 제목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7개월이 지난 1955년 5월 한달의 것을 그날의 상황을 알기 위해 다시 한번 제목만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시계 2,700개 중국인 무역선에서 압수』 『부산세관 4개월간 밀수통계 1억4천만환 돌파』 『해운공사 소속선 테임스호 대량 밀수』 『밀수품 보관창고에 또 도난사건 발생 지붕을 뚫고 침입』 『하루 속히 사장된 밀수품을 공매하라는 중앙지시』 이들을 보면 중국 무역선도 밀수를 하고 해운공사 소속의 선박도 밀수를 하고 있다. 가히 밀수천국이라 할 만하다. 1956년의 단속기관이 밀수에 가담한 기사를 釜山市誌 상권에서 추려보면 『검역관리(檢疫官吏)가 밀수입을 방조(幇助)』 『밀수단속 감시선이 밀수사건에 관련』 『해경원(海警員)이 밀수 방조(幇助)』 『해공선(海公船)의 밀수를 세관원이 방조』 『억대 밀수에 세관 고위층도 관련』 『밀수품을 운반하던 한미(韓美) 두 군인 총격 끝에 검거하고 8천만원이 넘는 밀수품도 압수』 『밀수 보상금 2억환 지출하다』 들이다. 62년 4월 26일에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부가 밀수범 韓弼國을 사형에 처했다. 62년 5월 28일 부산세관에서는 몰수한 외래 밀수품을 중력(重力)로오라로 멸각(滅却) 처분을 했다. 62년 12월 27일에는 부산세관에 보관중이던 각종 밀수품을 경상남도 도내의 97개 섬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64년 8월 7일에는 부산세관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되었다. 64년 10월 27일에는 부산세관 감시과장 崔恒壽는 밀수 제보(提報) 보상금 시비로 친지 張明南으로부터 피살되었다. 65년 8월 3일에는 일본 대마도와 부산 사이 해상에서 밀수품을 가득 실으 쾌속정 영덕호(永德號 :7톤)가 밀수품 7백만원 상당을 싣고 오다가 한국 감시선의 총격을 받고 침몰했다. 그러나 선원은 모두 구조되었다. 67년 8월 27일에는 부산밀수 합동수사반이 우리의 문화재 447점을 밀반출하려던 일본인 3명을 체포 구속했다. 1968년 6월 대마도 嚴原 해상에서 밀수선세관 덕일호(德一號)를 세관 감시선 독수리호에 의해 검거되어 끌고 오던 중 일본 해상 보안청 소속 순시선에 피납되었다가 6시간만에 부산항에 돌아왔다. 이 부산세관 감시선의 피납사건으로 대마도 특공대 밀수가 비로소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한일외교문제로 비화되었다. 1958년 6월에서 69년 2월까지의 전국 밀수범 검거실태를 보면(60년 이후는 2백만원 이상) 전국의 검거실적 중에서 부산이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겉으로 드러난 일이었지만 그 내밀한 일은 더 많을 것이다. 이 밀수를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산업사회의 성취에서 오는 공장 생산제품의 질이 향상되는데 따라 1960년대 후반기부터 어느 정도 고개가 수그러드는 듯도 했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4 (부산)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2 (부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