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사전3 한국사사전1 한국사사전2 한국사사전4 한국문화사 세계사사전1 세계사사전2
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3-11-29 (토) 15:43
분 류 사전3
ㆍ조회: 2031      
[현대] 대한민국5-경제 (브리)
대한민국5

관련문서

대한민국1-개요
대한민국2-자연환경
대한민국3-국민
대한민국4-인구 취락
대한민국5-경제
대한민국6-정치
대한민국7-사회
대한민국8-언론 출판
대한민국9-교육
대한민국10-과학 기술
대한민국11-교통 통신
대한민국12-국토개발 환경보전
대한민국13-문화
대한민국14-참고문헌

경제

한국경제는 지난 30~40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예를 들면 1962년 이후 GNP가 해마다 실질적으로 평균 8% 이상 성장하여 1989년 현재 2,112억 달러가 되었다. 이것은 세계 15위에 해당하며 유량(流量 flow)으로서의 GNP와 상당 수준에 달할 지하경제만으로는 한국경제가 고소득국에 크게 뒤지지 않게 되었다.

1인당 GNP도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한 1962년에는 87달러에 불과했으나, 1970년 252달러, 1980년 1,592달러, 1990년에는 5,569달러로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 물론 저량(貯量 stock)으로서 부(富)는 아직도 선진국경제와 차이가 많다. 우리의 소득이 아무리 빨리 증가해도 선진국들이 작게는 100년에서 크게는 300년간 축적한 부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경제는 질적으로도 단순한 농업 중심의 국가에서 신흥공업국가가 되었는데, 산업구조면으로 볼 때 1970년만 해도 GNP의 26.5%를 차지했던 농림어업은 공업화와 더불어 계속 감소하여 1990년에는 9.1%에 불과했다. 한편 제조업은 1970년의 21.1%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1988년에 32.5%로 높아졌다. 그러나 노사분규·임금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어 1990년에는 29.2%로 약간 낮아졌다.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저축률도 높아져 1970년에는 18.0%에 머물던 국내총저축률이 1980년에는 23.1%로 오르고 1990년에는 35.3%로 되었다.

표6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저축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소요자본 조달이 어려워 외자를 투자재원으로 사용했으나 1986년부터는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게 되어 남는 재원을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국내저축으로는 투자재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해외자본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 과거 200~300년간에 걸쳐 이룬 성장을 20~30년간에 이루었다는 의미에서 압축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제를 막론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이 4가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성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첫째,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의지, 둘째, 기술과 지식의 축적, 셋째, 일반 국민의 왕성한 저축성향과 기업의 충분한 투자의욕, 넷째, 새로운 기술과 경영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이윤을 얻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국민경제를 성장시키는 기업가의 정신자세가 건전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의 경제성장이 크게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곧 위의 4가지 조건이 대체로 골고루 구비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밖에 한국의 경제성장에 동력을 제공한 또 하나의 요인은 유리한 국제환경이다. 1960년대에는 UN이 설정한 '개발의 10년대' 때문에 선진국 시장이 많이 개방되어 덕을 보았고, 1970년대에는 오일 쇼크 이후 중동에 쌓인 오일 머니가 국제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이것을 우리가 빌려 쓸 수 있었으며, 1980년대에는 '3저현상'이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조건과 요인이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사회구성원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이룰 수 없다.

지난날 한국의 경제성장과정에서 정부는 기본 전략을 세워 이를 집행했고, 기업가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자본과 노동을 동원하여 생산을 조직했으며, 노동자는 일하려는 강한 욕구, 규율,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잠재력을 보여주며 쉬지 않고 일했다.

이들의 협력이 없었거나 또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한국의 경제 성장은 훨씬 지연되었을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회의 모든 부문을 통제했으며 각종 낭비와 왜곡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고 엘리트가 성장목표를 설정하고 전문기술관료공무원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창안하는 가운데 이들이 펼친 성장의 시나리오가 1970년대의 과잉·중복된 중화학공업 투자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의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은 적절한 것이었으며, 자동차·조선·전자 부문 등에 대한 투자 역시 1970년대에는 과잉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다행히도 1980년대에는 수출의 기반이 되어 국제수지 흑자달성에 기여했다.

기업은 정부의 세제·금융 특혜 속에서 성장했고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린 것도 사실이나 경험도 없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성장 과정에서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노동자였다. 노동자들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직업윤리를 확립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조건 속에서도 마치 일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정부나 기업이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것은 바로 이들의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과소비 등으로 미루어볼 때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의지가 반감되었고, 자체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들의 기술보호정책으로 기술도입이 어렵고, 기업의 투자의욕도 저하되었다. 또한 고급인력은 과잉공급 되고 있지만 고급노동력이 부족하며 임금은 점점 올라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단순 기업경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환경도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구서독 경제의 초점이 구동독 및 동구로 향하고, 미국은 아직도 만성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본도 금융긴축을 행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이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유무역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창출하려는 노력(예를 들어 우르과이라운드)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며, 더 나아가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과거에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은 마모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성장요인은 배양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성장의 과실이 분배되는 과정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고 있다.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실증적 연구가 제한적인 데다가 그나마 존재하는 연구결과들은 당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수가능한 통계자료가 안고 있는 양적·질적 결함 때문에 분배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토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을 전제로 할 때 계수상으로 나타난 분배상황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거나 한국 자체의 시계열 분석상으로 볼 때 각각 상대적으로 양호하거나 또는 최소한 크게 악화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가구소득 분포상태는 1980년대에 들어서 불평등의 정도가 점차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구조에 대한 강한 불만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공식통계에 잡힌 소득과 실제 소득과의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일수록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은 소득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득분배에 관한 통계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돈 잘 버는 자영업자들이나 자산가들의 소득을 포착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소득분배에 관한 여러 연구들의 분석결과는 실제의 분배상태보다 좋게 나타났다고 본다. 둘째, 경제성장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감수해온 장시간 노동과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임금소득도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불평등한 것이다.

상대적 빈곤감의 확산은 경제주체들 간의 협력체제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사실 지난날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경제구성원 간의 협력체제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난날의 협력체제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정부의 물리적 강제력과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의해 뒷받침된 '강요된 협력체제'였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일련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강압적 국가장치가 소멸된 현재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과거와 같은 협력체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강요된 협력체제를 '자발적 협력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국경제의 과제이다. 자발적 협력체제는 절대적·상대적 빈곤감을 해소하고 경제적 형평을 달성할 때에 가능하다.

그러므로 경제적 형평의 달성은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한편 경제적 형평의 달성은 과거에 압축적 성장과정에서 배태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19세기 서구의 성장은 갈등을 흡수하는 점진적 과정을 밟은 데 비해 한국에서는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욕구와 불만이 압축되어 나타났다. 따라서 이 문제들은 압축성장과정에서 갈등구조를 심화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정부와 기업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여 용이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성장·안정 등 목표가 비교적 단순했고, 금융·재정·무역·노동·산업 등의 각 부문별로 직접적인 통제수단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목표가 복잡·다기해졌을 뿐 아니라 직접 통제수단은 거의 사라진 가운데 간접 통제수단은 미개발상태에 있다.

또한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는 군을 배경으로 한 지배 엘리트와 법학이나 경제학의 배경을 가진 전문기술관료의 분업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져 국민의 합의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국민의 합의도 도출해야 한다.

금융

한국금융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한국의 금융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해왔는가',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과거 저축동원의 극대화나 금융자금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했는가'의 문제이다. 지난 20~30년간 한국에서 금융시장을 매개로 하여 동원된 저축은 대단히 많았지만 그 저축이 금융시장의 노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거시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볼 때 금융이 투자자금의 효율적 배분에 실패했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 투자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기관이 개개의 프로젝트 심사분석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둘째, '한국의 금융제도는 한국경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한가' 그리고 '현재 금융기관이 자생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현재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크게 부실한 상태에 있다. 예를 들면 1989년 어떤 은행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수입이자 8,126억 원에 지불이자가 7,158억 원(이것은 한국은행 차입금에 대해 시장이자율보다 훨씬 낮은 이자를 지불하도록 보조를 받은 결과임)으로 순금리 수익이 968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서 대손상각 314억 원을 빼면 대손상각 후 순금리 수익은 654억 원이다. 그런데 월급 704억 원, 퇴직금 등 급여 251억 원, 경비(판공비·정보비·업무추진비 등) 594억 원 등 인건비적 성격을 띠는 비용이 1,549억 원이나 된다. 이것은 자금의 운용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은행이 이자수입으로부터 인건비의 절반도 뽑아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수입수수료, 유가증권 매매익, 신탁보수, 보증료 등의 수입으로 당기순이익 217억 원은 올리고 있으나 외국과 비교해볼 때 수익상황이 너무 나쁘다. 다른 은행도 거의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부실대출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988년말 현재 전체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는 총대출의 약 6.5%, 비정상대출 규모는 약 23%에 해당한다(1989년말에는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그 규모가 큼).

따라서 부실대출에 대한 대책으로는 ① 자율경영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 ② 공채를 발행하여 부실채권을 해결한다. ③ 수신이자율을 고정시키고 대출이자율을 자유화시킴으로써 은행수지를 개선시킨다. ④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를 제공한다. ⑤ 채무기업의 주식과 부실채권을 교환한다. 위와 같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나 현재 최선의 것이 어느 것인지는 계속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부실채권을 해결해준다 하더라도 은행이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아직도 금융환경이 금융자금의 효율적 배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은행경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납득할 만한 규칙을 만들어놓고 이를 잘 지키도록 감시만 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금융자율화의 요체인 대출과정에서의 은행의 자율성이 확립될 것이다. 또한 진정한 자율화를 위해서는 경제의 실물부문 더 나아가서는 정치·사회가 자율화되어야 한다.

셋째, '한국경제가 국제화하고 또 세계금융시장이 통합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금융의 국제화는 막기 어려운 추세이나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화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한 후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은 대출시장에서 외국 금융기관의 비중이 너무 크다. 그러나 외국 금융기관의 수익률이 국내 금융기관보다 높다고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국내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제고하여 국내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재정

한국의 장기발전목표는 민주국가와 복지국가의 건설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2가지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측면에서의 주요 정책과제는 한편으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 재정의 사회개발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국가건설을 위해서, 의회예산주의와 조세법률주의의 확립을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정립하고,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해 지방재정의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다.

한국의 재정은 1960, 1970년대의 경제성장추진을 위한 적극적인 산업투자지원, 1980년대 전반에는 안정적 성장을 위해 긴축정책을 통한 인플레 요인 억제의 역할을 주로 담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복지증진과 형평제고 등을 위한 재정의 사회개발기능이 소홀히 됨으로써 여러 가지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민주화 추진에 의한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함께 경제여건의 개선을 계기로 재정의 사회개발기능이 점차적으로 강화되는 재정기능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한편 재정민주주의의 첫번째 과제인 '의회 없이 예산 없다'는 의회예산주의는 매년 국회에서 심의되는 예산이 전체공공부문예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으로써 유명무실화된 실정이다. 재정민주주의의 또다른 근간인 '법률 없이 조세 없다'는 조세법률주의도 각종 성금· 기부금·공과금 등 개인과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와 지하경제에서의 뇌물수수 등 불법거래행위로 말미암아 크게 퇴색되어왔다.

따라서 앞으로 올바른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재정측면에서의 민주주의원칙이 우선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지방재정기능을 강화하는 일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지방자치제의 정착,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가 확산되고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방재정제도의 확충 및 건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단체가 재정적인 자립기반이 취약하여 지방예산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게 되면 지방단체의 행정적 독립성이 유지되기 어렵고 이것은 결국 건실한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향후 장기발전목표로서 민주국가와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재정운영의 기본방향이 조정되어야 하며, 또한 다방면에 걸쳐 재정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재정과 금융 간의 유기적 관련성을 살펴보자. 과거 성장제일주의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규모를 초과하는 경제개발재원을 금융부문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통해 조달했다.

이것은 각종 특별회계 기금과 개발금융기관·은행(특수은행·시중은행 포함)을 연결하는 복잡한 자금통로를 형성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지배하에 있으면서도 국회의 예산·결산 심의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정부의 금융부문에 대한 직접적 통제는 금융부문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여 자금의 흐름을 왜곡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사금융시장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과거에 재정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의 성장제일주의에 따른 경제전반에 걸친 직접적 통제에 그 원인이 있으며, 정부의 금융부문 지배는 이것의 현상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화 요구에 따른 재정민주주의의 확립은 동시에 금융의 민주화, 금융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복지재정의 확충에 따라 각종 연금기금·사회보장기금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고 보면 재정과 금융의 유기적 관련성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무역과 산업에서의 균형과 조화의 모색

지난 30년간의 한국의 경제성장은 크게 보아 동태적 비교우위 체제에 입각한 국제분업과 그 분업체계를 활용한 수출지향적 정책의 전개과정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러한 정책기조 속에서도 3단계의 구분이 가능하다.

수출지향적 정책을 채택했지만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하여 균형성을 유지했던 제1, 2차 5개년계획 기간이 첫번째 단계이고, 중화학공업화의 기치하에서 불균형성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제3차 5개년계획 기간 이후의 1970년대가 2번째 단계이며, 마지막 단계는 1970년대말 1980년대초의 위기를 겪으면서 불균형성장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 과도한 산업육성정책이 지양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의 시기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는 정부의 안정화 정책과 이른바 3저라는 외부적 호조건이 우리 경제에 고도성장과 국제수지 흑자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1980년대말에 이르러 한국경제는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먼저 대외적 무역환경의 변화를 보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중심이 되던 미국 경제가 국제적 정치경제의 우위성을 상실하고 유럽공동체(EC)의 결속과 같은 지역주의가 대두하였으며, 신흥공업국이 기존의 선진국과 산업구조 조정에서 마찰을 일으켜 신보호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의 국가와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들이 시간당 1달러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밑바탕으로 하여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한편 국내적으로는 민주화의 물결에 의해 과거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무너져 전문기술관료가 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크게 제약되었다.

이러한 대외적 환경변화에 직면하여 과연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한 전략적 무역 및 산업 정책은 유효한 것이며, 또 이러한 정책이 국내의 정치경제적 여건 속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1970년대에 성행한 산업조직론연구에서 출발한 신무역이론은 국가간의 무역이 국가간의 생산비용 차이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성이 한 상품생산의 지역적 집중을 가져오는 독립적 힘이 되어 무역을 발생시킨다는 이론을 확고히 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성과 불완전경쟁이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면 시장의 작용이 효율적이 아닐 수 있고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 시장결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무역이론의 정책적 결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정부개입주의는 순수이론적 이유(개입주의의 실행상의 어려움, 경제적 지대의 귀속의 불확실성, 한 산업에서의 이익과 다른 산업에서의 손실에 대한 정보의 불충분)와 정치경제학적 이유(국제적 측면에서의 근린궁핍화 효과, 국내적 측면에서의 비효율적 재분배 효과)를 근거로 비판받을 수 있다.

비록 자유무역에 따른 자주성의 손실과 자유무역의 이익을 쉽사리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선결과제는 국내의 이해갈등을 민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정한 시합규칙을 확립하는 것이며, 이러한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의해서만이 개방에 따른 충격을 극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력집중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제력집중이 커다란 정치·경제의 문제로 대두되어왔으며, 특히 최근의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형태의 경제력집중은 한 시장에서의 독점 내지 과점 형태로 나타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기업집중을 초월하여 흔히 재벌이라고 불리는 기업집단이 경제력집중의 가장 중요한 형태로 되어 있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의 현황은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기업집단의 규모 측면에서 살펴보면 30대 기업집단은 고용 및 출하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70년대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35류 산업과 38류 산업에서 50%에 가까운 출하액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30대 기업집단의 확대경향 속에서도 상위 5대집단의 비중이 하위집단에 비하여 계속 증대됨으로써 양자간에 양극화 현상을 볼 수 있다.

둘째, 시장구조의 측면에서 살펴볼 때 각각의 기업집단이 상품시장에서 갖는 시장점유율 순위를 보면 1987년 총 1,499개의 출하품목 중 2/3에 가까운 941개 품목이 해당시장에서 3위 이내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3위 이내에 들지 못하는 품목은 총출하액에서 10.8%의 비중만을 차지함으로써 기업집단은 시장지위가 비교적 높은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기업집단의 소유집중 측면을 살펴보면, 상호출자 또는 일방적 출자를 통해 기업집단의 계열기업은 개인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그리고 그가 지배하는 다른 계열회사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특히 상위 기업집단은 계열회사 중 공개법인의 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공개법인의 경우에도 주식공모비율이 낮아 전반적인 기업공개수준은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력집중의 발생 원인으로는 저개발경제에서는 기업인 능력이 희소자원이라는 점, 대규모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선진기술의 도입에 의한 독과점화,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 그리고 금융 및 자본시장의 미발달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집단에 의한 경제력 집중은 계열기업 간에 자원을 공유하는 것에 기인하는 포괄적 공동효과(synergy)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지만, 근본적으로 경제주체 간의 경제적 기회의 불균등과 아울러 소유집중과 기업집단의 성장과정에 대한 불신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갖는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나아가서는 경제체제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야기하여 경제윤리를 왜곡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경제력집중이 갖는 구조적 특징을 독과점적인 대규모 계열기업으로 구성되는 기업집단이라는 조직과 그것의 다부문 활동 및 소유집중이라고 하면 그 대책도 자연히 이 3가지 요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한 경제력집중에는 시장외적 요인도 많으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데, 다만 정부의 실패로 인해 오히려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기업집단이 갖는 문제는 단순한 경제영역을 넘어서 정치·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되어 있으며, 이것이 경제력집중대책의 방향설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이 문제를 개인의 가치판단의 문제로 돌리거나 또는 과거에 정부의 경제개입이 보편화되어 기업성과가 기업 자신의 위험부담과 창의력의 결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사회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력의 집중은 기본적인 경향이며 한국자본주의에서는 그 개발과정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경향이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현재에도 그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 사실로서 인정하는 데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정부·기업·국민대중의 이견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조정되는 것을 필요로 하며, 궁극적으로 경제민주화와 정치민주화는 동전의 양면임을 의미한다.

농업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한국의 농업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모순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즉 1인당 경지면적이 세계적으로 최하위수준에 있으면서도 오늘날 상당한 농경지가 유휴화되고 있다. 또한 식량자급률은 매년 저하되어 40% 이하의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생산 농작물은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으로 농가는 물론 정부까지도 농정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농작물의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농축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가구와 농가구의 연간소득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기회만 있으면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려 하고 있다 (→ 색인 : 이농).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및 생활격차는 196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며, 그 주요 원인으로는 농촌지역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점과 농업이 갖는 구조적인 특성이 지적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전반적인 식량자급률의 저하나 국내농산물의 과잉생산, 소작농지의 증대, 그리고 농촌노동력의 부족 등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정책의 기조전환과 국내 농산물에 대한 소비구조의 변화와 크게 관련을 맺고 있다. 즉 1970년대 후반 정부정책의 기조가 개방화로 전환됨에 따라 농산물에 대한 정부수매가의 인상이 억제되고 부족농산물의 도입을 확대하여 국내 농산물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개방농정'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은 자원이용구조를 조정하면서 급속히 상업농 생산체제로 전환했으며, 이는 결국 '농업-농민-농촌'의 삼위일체 체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1970년대말부터 1980년대에 걸쳐 나타난 농업의 근본원인은 농업외적인 부문의 변화에 농업부문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농업의 여건은 더욱 불리해질 전망이다. 농축산물의 수입개방화는 더욱 확대되어 농업소득원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농업노동력의 고령화로 혁신적인 경영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농업부문에 대한 환경오염의 규제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대해 한국농업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확립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농민 1인당 농경지 소유면적을 3정보로 제한하고 있는 농지소유제도를 완화하여 대규모 영농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농축산물의 수입개방 시기를 최대한 늦춤으로써 국내 농민이 새로운 여건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과 구조조정 기간중 불가피하게 수입되는 농산물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 될 농가에 대한 직·간접의 보상이다.

기술

비교우위론은 교역국 간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생산요소의 상대적 부존비율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산기술이 정적이고 외생적으로 주어져 있는 경우에 타당하다. 기술 자체가 동적으로 변화하고 내생적으로 다른 생산요소와 상호 작용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의한 기술의 발전을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산업화(신제품의 생산, 신공정의 도입 등)하는 과정이 곧 경제발전과정이라는 세계경제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동태적 비교우위론을 바탕으로 임금수준과 기술수준을 두 축으로 하여 선진국·중진국·후진 국 간의 국제분업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즉 선진국은 높은 기술수준을 필요로 하는 제품에서, 중진국은 선진국보다 낮은 임금과 후진국보다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는 제품에서, 후진국은 주로 값싼 임금을 경쟁력의 기초로 삼는 제품에서 산업특화한다. 이때 1986년 이후의 한국과 같이 중진국의 임금수준이 크게 상승하게 되면 중진국의 비교우위 영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높은 임금상승에 의한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는 구조적으로 임금보다는 기술요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산업으로의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간 특화에서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을 지향해야 하며, 제품차별화 측면에서는 고급품을, 수직적 특하의 측면에서는 부품산업을 추구해야 한다.

거시적 기술지표와 기술분야별·산업별 기술수준 측면에서 자세히 검토해보면 한국의 기술수준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뒤떨어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모든 생산제품의 필수기술인 생산기본기술이나 생산현장기술은 특히 취약하다. 이는 한국의 산업기술이 자체개발보다는 선진국에서 이미 성숙기에 이른 기술을 소화·흡수하는 과정에서 축적되어왔다는 데 기인한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기에 들어와 임금상승 외에도 정치민주화, 시장개방, 국제기술보호주의 심화 등과 같은 기술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환경변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의 기술적 강화를 통한 국제적 비교우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활동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때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유인(incentive)과 규제(penalties) 체제의 확립, 그리고 기술관계전문기관(specialized technological agent)의 설립으로 대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선결과제는 기술력강화에 있으며, 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기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슘페터의 자본주의 경제발전관을 재음미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대부분의 생산은 민간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기업가의 혁신에 있고, 이에 대해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슘페터는 혁신을 수행하는 기업가에게 신용을 공여하는 은행의 역할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은행은 기업으로 하여금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투자자금을 신용창조를 통하여 싼 비용으로 풍부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내용을 심사하고 기업가에게 조언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은행이 기업투자에 대하여 심사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그 운영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 한국의 성장과정은 슘페터가 상정한 바와는 상당한 거리를 지니는 것이었다. 물론 기업가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자본을 동원하여 그것을 성장의 전략부문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경제구조가 단순하고 경제규모가 왜소한 상황에서는 민간에 비해 풍부한 정보와 인적 자원을 보유한 정부의 직접적인 자원배분결정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경제문제의 소재가 자원의 동원에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으로 바뀌게 되며, 경제구조의 파악이 힘들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계획의 어려움이 증대된다. 이는 정부개입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적 개연성이 높아짐을 의미하며, 사실상 한국경제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경험했다.

즉 기업은 스스로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정부의 특혜적 자원을 획득하는 데 급급했으며, 자금의 흐름이 왜곡된 상황에서 비생산적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 획득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그나마 규모가 큰 기업은 큰 손실을 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부담에 의해 이를 보전해주는 '위험의 사회화' 현상이 만연된 분위기에서는 투자의 효율성을 기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민간기업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혁신에 뛰어들 유인이 발생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국내외 여건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구조조정의 시점에 서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직접적인 기술정책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즉 정부는 산업정책의 기조설정으로 자금배분에 간접적·유도적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며, 기업은 정부에 대해 '특혜는 주되 개입은 말라'는 식의 모순을 불식해야만 할 것이다.

중소기업

한국경제가 최근에 경험해온 급속한 임금의 상승, 원화절상, 그리고 경제개방 등의 국내외 여건의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전략으로는 산업의 기술집약화가 제시된다. 이러한 기술집약화는 산업 내의 구조와 산업 간의 구조에서 공히 기술집약도가 높은 부분의 비중이 높아질 것을 요구한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문제도 이와 같은 큰 흐름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즉 중소기업은 첫째, 산업구조의 기술중심의 고도화에 맞추어 스스로의 기술력을 높여야 하며, 둘째, 고임금과 경제 개방화에 따른 국제경쟁력을 고려하여 기존업종의 고부가가치화와 고부가가치업종으로의 사업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이상의 노력을 조직적으로 뒷받침받을 수 있는 바탕으로서 중소기업은 국내적인 차원은 물론 국제적인 차원으로까지 계열화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넷째, 경제의 정보화가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내부적 노력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정보능력을 제고함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차원에서보다는 상호협력적인 차원에서 정보망을 형성해야 한다. 다섯째, 경제의 개방화 추세에 맞추어 중소기업도 비교우위의 변화에 따라 해외로의 생산입지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봄 직하다.

이상의 중소기업 발전방향에 비추어볼 때 현행 중소기업지원정책은 그 초점이 불확실하고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정책수단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불충분하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초점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능력을 키워주고, 적극적인 입장에서 구조조정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더 나아가 정보화·국제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급격한 국내외 여건변화로 한국 중소기업의 활로는 스스로의 기술력 제고에 있으며, 이와 연관하여 계열화·정보화·국제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이것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산업의 구조조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경제 전체구조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특수한 측면, 즉 대기업 대 중소기업 사이의 관계는 기업규모의 양적인 차이를 넘어서, 경제적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양자 사이에 총체적인 지배·종속 관계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경제 전체의 차원에서 양자는 분명히 상호보완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러한 상호보완성의 증진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경제의 현실은 대기업, 특히 일부 소수 재벌의 수중에 경제력의 집중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중소기업이 직면한 위기의 극복은 단순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라는 협소한 차원을 넘어서 국민경제 전체의 산업조직적 차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경제적 민주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분배

소득분배 문제는 그것이 갖고 있는 규범성으로 인해 과학성을 강조하는 주류경제학에서는 크게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분배의 공정을 실현하는 문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배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특히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로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사회적 공정성의 실현이라는 과제는 그 성격에서 일관성의 정책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의미에서 부단히 자본주의에 대한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공정성의 개념은 객관적으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지만, 공정성의 기준을 크게 나누어보면 그 하나는 분배의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분배의 '과정'을 중시하는 사고로 나누어진다. 이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배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하에서 원천적 소득분배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이는 구조 자체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의 일부만을 설명해줄 뿐이다. 시장 자체가 항상 불완전 경쟁요인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분배는 사회제도적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경제영역에서 개체나 이익집단 간의 관계는 경제적 힘의 배분관계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 힘의 불평등 배분은 한편으로는 지배와 예종의 관계를,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분배의 불공정성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이때 '조직'과 '소유'는 힘의 중요한 원천이 되기 때문에 분배의 공정성을 실현하고 사회구성원 간에 친화력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분배정책과 함께 경제적 힘, 그리고 자산 소유의 분산이라는 정책이 동시에 추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배문제에 의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기본방향은 우선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는 정책목표를 여타 거시정책목표 달성의 하위수단으로 간주했던 과거의 시각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분배의 공정성은 가능한 한 원천소득분배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분배정책은 자산 및 경제적 힘의 배분 내지는 통제와 같은 포괄적 요인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간의 소득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함이 중요하다.

<조순(趙淳) 글>

출전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2001
   
윗글 [현대] 동북공정의 문제점 2 (이상호)
아래글 [현대] 프로야구 (두산)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2928 사전3 [현대] 동북공정과 관련한 중국의 대응 2 (김태경) 이창호 2004-01-20 2069
2927 사전3 [현대] 대한민국10-국토개발 (두산) 이창호 2003-11-28 2068
2926 사전3 [근대] 개화기의 경제 (민족) 이창호 2003-06-23 2045
2925 사전3 [현대] 12.12사태 (브리) 이창호 2003-12-07 2044
2924 사전3 [현대] 동북공정의 문제점 2 (이상호) 이창호 2004-01-20 2037
2923 사전3 [현대] 대한민국5-경제 (브리) 이창호 2003-11-29 2031
2922 사전3 [현대] 프로야구 (두산) 이창호 2004-01-10 2024
2921 사전3 [근대] 황국중앙총상회 (민족) 이창호 2003-04-19 2022
2920 사전3 [조선] 당쟁의 원인 : 조선 실학자들의 견해 (이성무) 이창호 2002-11-24 2006
2919 사전3 [현대] 대한민국3-국민 (브리) 이창호 2003-11-29 2005
1,,,11121314151617181920,,,303

이창호의 역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