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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3-12-31 (수) 21:23
분 류 사전3
ㆍ조회: 2516      
[문학] 한국문학-현대문학 (브리)
한국문학-현대문학

세부항목

한국문학-상고~고려시대의 문학
한국문학-조선시대의 문학
한국문학-근대문학
한국문학-현대문학

분단 시대의 문학

8·15해방과 민족의 분단

한국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일제 식민지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으나, 사상과 이념의 분열·대립 속에서 열강의 정치적 책략에 휩쓸려 남북한의 분단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해방 직후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좌우세력의 사상적 대립은 문단에서도 여러 분파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해방 직후의 소설을 보면, 이태준의 〈해방전후〉(1947), 채만식의 〈제향날〉(1946), 김동리의 〈무녀도〉(1947), 정비석의 〈파도〉(1946), 박영준의 〈목화씨 뿌릴 때〉(1946), 박태원의 〈성탄제〉(1948), 염상섭의 〈삼팔선〉(1948), 박노갑의 〈사십년〉(1948), 안회남의 〈전원〉(1946), 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1948) 등 작품집들이 중요한 성과로 지목된다.

이 소설들은 대체로 두 가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문학이라는 것을 사회적 행위의 제어수단으로 보며, 그 수단을 사회적 이념의 지표에 연결시켜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삶의 현실 문제를 계급적 의식에 대응시켜 보고자 했던 이태준·박태원·안회남·박노갑 등이 이 부류를 대표하며, 김남천·홍효민 등이 강조했던 리얼리즘의 방법이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경향은 문학과 인생에 대한 폭넓은 조망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 그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들 수 있다. 채만식을 위시한 김동리·계용묵·정비석·최정희·황순원·최인욱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두 가지 부류의 소설적 경향은 물론 당시 문단의 좌우대립양상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시의 경우를 보면, 정치적인 이념을 주장하기 위한 이른바 정치시가 서정양식으로서의 시 형태를 상당 부분 파괴하고 있다. 정치적 현실의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시적 이념으로 끌어들이면서 자기변신을 시도한 시인들 가운데, 김기림의 〈새노래〉(1948)는 이념의 선전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오장환의 〈병든 서울〉(1946), 〈나 사는 곳〉(1947)은 현실 지향적인 시적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용악도 〈오랑캐꽃〉(1947)에서 이념적 지향이 강조되고 있다. 민족진영의 시인들은 박두진·박목월·조지훈의 공동 시집 〈청록집〉(1946), 김상옥의 〈초적〉(1947), 유치환의 〈생명의 서〉(1947), 서정주의 〈귀촉도〉(1948), 박두진의 〈해〉(1949) 등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적 업적은 해방 이후 시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청록집〉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록집〉의 시들은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시적 발견이라는 명제로 그 의미가 규정된 바 있고, 해방 이후 서정시의 맥락을 이어가는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목월의 향토성이나 박두진의 이데아 지향, 그리고 조지훈의 고전적 정신 등은 각 시인의 시적 개성으로 더욱 확대 심화되고 있다. 서정주의 〈귀촉도〉는 사변적인 것보다는 서정성이 균형을 찾고 있으며, 감각적인 것보다는 전통적인 정서를 폭넓게 깔고 있다. 유치환은 〈생명의 서〉에서 관념적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울릉도〉(1948), 〈청령일기〉(1949)에 이르면서 현실의 삶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전후 소설의 경향

1950년의 6·25전쟁은 한국의 남북분단을 고정시켜 놓은 비극적인 계기가 되고 있으며, 분단 상황 자체의 문제성이 전후의 한국 사회를 조건지워 놓고 있다. 한국 사회가 전쟁의 혼란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이다.

전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념과 체제에 대한 거부와 반항이 싹트기도 했고, 새로운 삶의 지표와 가치의 정립을 위한 몸부림도 나타나게 된다. 문학의 영역에서는 〈문학예술〉, 〈현대문학〉, 〈자유문학〉 등 종합문예지의 등장과 함께 〈사상계〉, 〈신태양〉 등의 종합지가 모두 문학활동의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전후 소설의 경향 가운데 우선 주목되는 것은 해방 이전 세대에 속하는 김동리·황순원·안수길 등의 변모 양상이다. 김동리는 전쟁과 현실의 혼란에 대한 비판적 관심을 〈귀환장정〉(1950)·〈흥남철수〉(1955) 등의 전쟁소설로 구체화한다.

그리고 그가 주력해온 인간의 운명에 대한 탐구에 주력하면서 〈등신불〉(1963)·〈까치소리〉(1966) 등을 발표하고 있다. 〈등신불〉은 인간의 원초적인 죄의식과 이에 대한 종교적 구원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까치소리〉는 죽음에의 불안과 삶에의 욕구, 적에 대한 분노와 전우에 대한 죄책감 등 전장에서 돌아온 주인공의 복합적인 심리상태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장편소설 〈사반의 십자가〉(1957)는 인간의 원초적인 죄의식과 자기 구원의 길에 대한 추구라는 주제를 기독교적인 세계 속에서 그려내고 있으며, 토속적인 무속 신앙의 세계를 소설적으로 재현한 장편 〈을화〉(1978)를 발표하기도 한다.

황순원은 해방 이후부터 작가적 시야를 확대하면서 전후문학의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화는 단편소설의 장르가 지니는 부분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이루어진다.

그는 단편 〈곡예사〉·〈학〉·〈독짓는 늙은이〉 등에서 현실의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내었고, 장편소설 〈카인의 후예〉(1954)를 발표하면서부터 삶의 총체적인 인식과 그 소설적 형상화에 주력한다. 〈카인의 후예〉는 해방 직후 북한에서 체험했던 살벌한 테러리즘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인간의 자유 의지를 짓밟아 버리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의 횡포에 대한 비판을 드러낸다.

장편소설 〈인간접목〉은 〈나무들 비탈에 서다〉와 함께 전쟁의 참상과 그 상처의 극복과정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으로서 전후의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작가의 폭 넓은 관점과 휴머니즘의 정신이 더욱 돋보인다. 황순원은 이러한 장편소설 이외에도 〈일월〉(1965), 〈움직이는 성〉(1973) 등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현대소설의 기법과 정신을 확대·심화시키는 데에 기여한다.

안수길의 경우에는 〈제삼인간형〉(1953)과 〈배신〉(1955) 등에서 전쟁이 소시민의 의식과 가치를 왜곡시키고 있는 현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 〈북간도〉(1959)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의 민족사의 단계를 북간도에 이주해 살고 있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서술해놓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의 농민들이 지니고 있는 땅에 대한 애착과 그 저류에 흐르고 있는 민족 의식을 대하적인 구성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전쟁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전후세대의 작가들은 전후 폐허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게 되자 모든 기성적인 것을 부정하고 기성 세대의 윤리 의식과 사회 가치 개념에 대한 반항 의식을 표현하게 된다. 이 가운데 장용학·김성한·선우휘 등이 보여주는 역사 의식과 현실 비판적인 태도는 전후 소설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장용학의 〈요한시집〉(1955)은 개인의 존재와 그 의미가 전쟁의 상황 속에서 사상, 인민, 계급과 같이 추상적이고 공허한 언어에 의해 훼손되어 버리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1962)에서는 민족 분단이라는 왜곡된 현실 상황을 사생아적 의식에 연결시켜 그 원죄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김성한의 소설은 소극적이며 순응적인 인간상을 배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의 구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적 인간형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오분간〉(1955)과 〈바비도〉(1956)의 경우에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적 의지를 그려놓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선우휘는 〈테러리스트〉(1956)·〈불꽃〉(1957)·〈오리와 계급장〉(1958) 등의 단편소설을 통하여 현실 상황에 대한 행동적 참여와 결단을 중시하는 행동주의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지식인의 책임과 적극적 현실참여의 의지를 보여주었던 그의 태도는 196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보다 깊은 인간내면의 성찰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극적 자세로 변모한다. 〈십자가 없는 골고다〉(1965), 〈묵시〉(1971) 등에서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인간의 내적 성실성을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실의 비리와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하는 고발문학의 치열성과 구체성이 전후소설의 또 다른 경향으로 주목된다. 이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현실의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강렬한 비판정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물론, 그러한 정신적 지향이 외부적 현실에서 자기 내면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경우, 상황성에 대응하는 자의식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도 한다.

손창섭은 〈혈서〉(1955)·〈미해결의 장〉(1955)·〈유실몽 流失夢〉(1956)·〈잉여인간〉(1958) 등에서 어둡고 침통한 현실의 밑바닥에 던져진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소설 속의 인물들이 대부분 비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신체장애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인간 자체의 결함에서 온 것이 아니라 전후 현실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범선은 〈학마을 사람들〉(1957)에서 민족의 자기 정체성과 역사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오발탄〉(1959), 〈냉혈동물〉(1959) 등에서는 부조리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내세운다. 특히 〈오발탄〉은 전쟁으로 인해 불행해진 사람들의 정신적인 황폐와 물질적인 빈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좌절감과 패배의식이 만연되어 있던 전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구운몽〉(1962)·〈회색인〉(1963)·〈총독의 소리〉(1967) 등은 전후의 황폐한 현실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와 방황을 특이한 소설적 구도를 통해 형상화한다. 특히 〈광장〉은 민족의 분단과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을 그리면서 북쪽의 사회구조가 갖고 있는 폐쇄성과 집단의식의 강제성을 고발하고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방일한 개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광용은 〈꺼삐딴 리〉(1962)를 통해 교활한 기회주의자로서 역사의 격동기를 넘어가는 위선적인 인간형을 비판했고, 이호철은 황폐한 상황과 그 속에서의 삶의 허무를 〈닳아지는 살들〉(1962)·〈소시민〉(1964) 등을 통해 그려내면서 점차 민족 분단의 현실 문제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기원은 〈이 성숙한 밤의 포옹〉(1960)에서 전장을 빠져나온 한 탈주병의 죄의식과 방황 그리고 그 파멸의 과정을 통해 전후 세대의 절망과 방황을 그리고 있다. 오영수는 〈화산댁이〉(1952)와 〈갯마을〉(1953)을 통해 전쟁의 고통에서도 변함이 없는 소박한 인정미를 추구했고, 하근찬은 〈수난이대〉(1957)에서 식민지 시대의 고통과 6·25전쟁의 참극을 겪어 나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아픔을 동시에 포착했고, 〈왕릉과 주둔군〉(1963)에서는 미군의 주둔에 따른 사회상의 변화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전후 소설문단에서 여류작가들의 활동은 소설적 기법과 감각, 문체의 면에서 새로운 소설미학의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전후 사회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존재의미를 추구하고, 그 의식의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새로운 인간형의 탐구에 주력하기도 한다.

손소희·강신재·한말숙·박경리 등이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손소희는 단편소설 〈창포 필 무렵〉(1956), 장편 〈태양의 계곡〉(1959) 등을 통해 여성의 내면 심리를 애정의 갈등을 통해 예리하게 제시하면서 그 갈등을 초월하는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강신재는 기성의 도덕률에 얽매인 여성의 운명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독특한 가정환경 속에서 오누이 아닌 오누이 관계에 놓인 두 남녀가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젊은 느티나무〉(1960)와 전쟁의 시련 속에서 고뇌하는 젊은이의 비극적 애정을 그린 장편 〈임진강의 민들레〉(1962)는 전후 소설 가운데 언어적 감수성과 감각을 전환시켜 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리의 〈불신시대〉(1957)는 한 여성의 눈을 통해 감지되는 현실사회의 타락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장편 〈김약국의 딸들〉(1962)을 발표하면서 자기 체험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확보했고, 장편 〈시장과 전장〉(1964)에서 일상적 삶을 영위하는 평범한 생활인의 시각과 전쟁을 수행하는 이념적인 관점을 동시에 활용하여 한국 전쟁의 내면을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한말숙의 〈신화의 단애〉(1957)는 현재적인 삶에만 집착하고 있는 전후 여성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으며, 기성세대의 속물성과 위선에 대항하는 신세대 인간형을 그린 장편소설 〈하얀 도정〉(1960)을 발표한 바 있다.

전후시의 서정성과 실험적 경향

전후 시단의 변화 가운데 전통적인 서정시의 확대 과정이 주목된다. 서정주의 시세계는 시집 〈귀촉도〉(1948) 이후 토착적인 정서에의 지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토착적인 언어의 시적 세련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점, 시 형태의 균형과 질서가 내재된 율조로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은 하나의 성과로 주목되는 것들이다.

서정주의 시는 〈신라초〉(1961)에서부터 〈동천〉(1969)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의 시세계의 가장 깊은 심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 신라'라는 설화적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그의 신라에 대한 관심이 반역사적 지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설화적 공간은 시인의 상상력의 고향과도 같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치환의 전후 시작활동은 〈청마시집〉(1954)과 〈유치환시선〉(1958) 등으로 집약된다. 시적 감각이나 서정성보다는 관념의 과감한 도입을 꾀했던 유치환은 전쟁을 겪고난 뒤 감각적 이면서도 서정적인 속성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청록파의 세 시인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은 전후의 시작활동을 통해 해방 이후 시단에서 가장 중요한 시적 성과들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어떤 경우이든지 간에 시적 완결성에 대한 신념을 지킴으로써 청록파다운 풍모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성을 유지하면서, 전후에 이르러 각각의 개성을 발현하는 변모를 조금씩 겪게 된다.

박두진은 〈오도 午禱〉(1953), 〈박두진시선〉(1956) 등의 시집에서 반복적인 율조와 절창의 언어를 통해 자기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그는 자연의 생명력을 노래하기도 하고, 자연을 통하여 인간의 의지를 노래하기도 한다. 박두진이 현실적인 삶의 공간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주력하기 시작하는 과정은 시집 〈거미와 성좌〉(1962)에서 확인된다.

1960년 4·19혁명과 다음해의 5·16군사정변을 체험하면서 그는 초월적인 신념보다 오히려 삶의 의지와 적극적인 비판의식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의 시는 〈수석열전 水石列傳〉(1973) 등에 이르러 내밀한 자기 인식에 근거하면서도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을 두루 섭렵하는 절대적인 경지를 이루어내고 있다.

시를 윤리와 종교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그의 노력이 기법의 세련보다 주제의 심화를 위해 바쳐지고 있음을 여기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박목월은 〈산도화〉(1954)에서 〈난(蘭), 기타〉(1959)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정서와 리리시즘을 섬세한 감각으로 재현하면서, 일상의 현실과 삶의 체험을 자신의 시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는 일상 생활의 체험영역을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초기시의 감각적 단순성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후기시는 〈경상도 가랑잎〉(1968)에서처럼 삶에 대한 달관의 자세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는데, 삶과 죽음의 관계를 보다 여유 있게 바라보고자 하는 그의 태도가 균형있게 자리잡고 있다.

조지훈은 〈풀잎 단장〉(1952) 이후 〈역사 앞에서〉(1959)와 같은 시집에서 절제와 균형과 조화의 시를 통해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전쟁의 고통 속에서 사회적 현실에의 관심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박남수는 시집 〈갈매기 소묘〉(1959)에서 전쟁의 피해와 고된 피난민 생활을 '갈매기'라는 새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고 〈새의 암장〉(1970)에 이르러서 전쟁의 피해의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자의식의 그림자가 없어진 그의 시에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추구, 그리고 물질문명에 대한 역사적 비판의식이다.

전후시의 경향은 1950년대의 새로운 시인들에 의해 형성된다. 전후 시인들의 시적 경향 가운데 전통파 또는 서정파라는 말로 지칭되는 하나의 부류가 있다. 전통파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정서와 감각을 중시하면서 전통적인 자연의 세계를 폭넓게 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점이다.

박재삼은 고전적인 정서의 세계와 향토적인 감각으로 일찍부터 전통시의 영역을 확대했다. 그의 시 가운데에서 〈울음이 타는 강〉과 같은 작품은 인간의 삶에 내재해 있는 허무의식,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비애의 정서를 율조의 언어로 재현한다.

이동주와 박용래는 향토적인 감각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개성적인 서정시를 남기고 있다. 근원적인 향토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자 하는 맑은 심성이 자리잡고 있다. 때묻지 않고 정결하면서도 소박한 그의 시심이 언어의 소박성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남조는 시집 〈정념의 기(旗)〉(1960)에서 보다 높은 삶에 대한 욕망을 기구하는 자세로 노래하고 있다. 〈겨울바다〉(1967)에서는 감각적인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시 정신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정한모는 서정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꾸준히 인간애를 추구한다. 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1959) 이후 보다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과 순수의 본질을 찾아나선 이 시인의 독특한 시적 개성은 인간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그것을 예찬하는 것으로 자리잡히고 있다.

조병화는 일상의 체험과 생활 주변을 노래하고 있는 〈패각(貝殼)의 침실〉(1952), 〈서울〉(1957) 등과 같은 시집을 통해 인간의 삶을 긍정하고 현실의 안위를 추구한다. 그의 일상사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포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950년대 전후시의 가장 뚜렷한 특질은 언어의 가능성과 대상으로서의 현실의 시적 수용에 부심하던 일군의 새로운 시인들에 의해 드러난다. 이들은 착잡한 현실과 혼란된 상황, 끝없는 물질적 요구를 극복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의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리고 외부 현실과 차단된 자기 내면의 서정세계만을 고집하는 전통파의 시적 경향을 거부한다. 흔히 실험파 또는 현실파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 부류에는 김경린·조향·김규동·이봉래 등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의 시에서 가장 특이하게 부각되는 요건은 언어적 기법에 대한 관심과 시적 소재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언어는 즉물적이며, 이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도시문명의 어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특징은 폐쇄되어 있는 서정의 세계를 현실적인 차원으로 확장시켜 놓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문명 현실의 여러 가지 현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포괄하고자 하는 시정신의 발현을 보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후시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절대적 신앙에 근거하여 관념적인 자기 추구에 집착했던 김현승과 존재의 의미와 언어의 가능성을 시의 세계에서 가늠하고 있던 구상, 김춘수의 업적이 이 시기의 시적 경향의 한 가닥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송욱·김구용·민재식·성찬경·박희진·신동집·문덕수·김광림·김종삼·천상병·홍윤숙 등이 시적 인식을 확대하거나 심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김현승은 절대자를 향한 인간의 신념을 노래하기도 했으나, 절대적인 고독의 경지에 서 있는 인간의 편에서 인간을 옹호하고자 한다. 시집 〈견고한 고독〉(1968)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존재공간을 고독이라는 절대 상황으로 끌어올린 작업의 소산이다.

구상은 철저하게 존재론적인 기반 위에서 미의식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없는 감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역사의식에 기초하지 않은 생경한 지성이라는 것도 그는 신뢰하지 않는다. 시집 〈초토(焦土)의 시〉(1956)에는 시인 자신이 직접 체험한 6·25전쟁이 서정적 자아와 대상으로서의 현실세계를 동시에 뛰어넘는 보다 높은 시적 인식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시적 대상의 존재론적 의미를 언어를 통해 찾고자 하는 김춘수는 〈꽃의 소묘〉(1959)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을 현실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대상에 대한 시적 인식의 문제인데, 시집 〈타령조(打令調), 기타〉(1969)에 이르면, 존재의 영역에서 관념을 제거한 무의미의 시로 그 시적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박봉우의 〈휴전선〉, 김광림의 〈상심하는 접목(接木)〉(1959), 전봉건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1959) 등도 이 시기의 중요한 업적이다.

희곡문학의 풍자성

8·15해방 이후의 희곡문학은 해방 공간의 혼란과 전쟁의 참상을 겪은 뒤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식을 강조하면서 극문학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해방 직후 3·1운동의 한 측면을 극적 무대로 옮겨 놓은 함세덕의 〈기미 3월 1일〉(1946)과 유치진의 〈조국〉(1948)이 주목된 바 있다.

그리고, 오영진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1949)는 해방 후 사리사욕에 매달린 친일 분자의 파멸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려내어 화제가 되었다. 전후의 희곡문학 가운데에는 차범석의 〈불모지〉(1957)와 〈산불〉(1963)을 우선 손꼽을 수 있다.

앞의 작품은 전쟁의 상처를 달래지 못하고 절망속에 살아가는 인간상을 그리고 있으며, 뒤의 작품은 이념의 허구성과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대비시켜 놓고 있다. 전후 극문학의 변화는 이근삼의 등장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이근삼은 희곡 〈원고지〉(1960)를 발표하면서 전통적인 리얼리즘극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한국의 극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풍자성을 강조한 희극양식을 시도하면서 서사적 기법을 대담하게 수용하고 기법적 혁신을 기함으로써, 전후 극문학의 변화를 주도한다.

그의 풍자적인 기법과 예리한 현실 인식은 상류층의 삶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명예욕과 허영심에 의해 파멸해가는 인간들을 비판하는 〈위대한 실종〉(1963)을 낳았고,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발전하면서 〈제18공화국〉(1965)이라든지,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1962)와 같은 화제작을 내놓고 있다.

이근삼의 뒤를 이어 등장한 새로운 극작가들 가운데에는 이러한 당대적인 현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보다 내면화하여 인간의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희재의 〈고래〉(1956), 박조열의 〈모가지가 긴 두 사람의 대화〉(1967), 이재현의 〈해뜨는 섬〉(1966), 천승세의 〈만선〉(1964)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후 의식의 극복과정

한국의 전후문학은 1960년 4·19혁명을 전후하여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4·19혁명과 함께 문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고 있는 것은 정치·사회적 체제의 변화에 따라 현실 인식의 태도가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삶의 터전을 복구하고 그 피해의식으로부터 벗어나면서 현실에 대한 관심이 적극화되어 나타난다. 문학의 순수성에 대한 관념이 무너지고, 생명력과 의지와 감동을 지닌 현실 지향적 문학이 요구된다. 특히 시단의 일부에서는 전후시가 보여준 정서적 폐쇄성을 거부하면서 이른바 현실 참여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이들이 내세운 참여는 문학을 통해 진실한 삶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현실 참여론을 주도한 것은 시인 김수영과 신동엽이다. 김수영은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 이후 자신의 시적 지향에 대한 전환을 시도하면서 실험 의식과 시적 서정성의 특이한 균형을 추구한다. 그가 문학과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참여론은 자유의 개념이 핵심을 이룬다.

그는 한국문화의 다양성과 활력을 깨치는 무서운 폭력을 정치적 자유의 결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4·19혁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체득했던 자유의 참된 의미를 되살려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야유와 욕설과 악담은 혁명의 좌절을 초래한 소시민들의 소극성을 겨냥한 풍자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김수영의 시가 지적인 언어와 서정성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라면, 신동엽의 경우에는 시를 통해 전통적인 서정성과 역사의식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신동엽은 시집 〈아사녀〉(1963)를 통해 민족의 전통적인 삶의 양식이 역사의 격변으로 붕괴되고 있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그는 역사와 현실의 허구성을 폭로하면서 민중적 이념을 내세웠고, 이러한 그의 시적 신념을 장시 〈금강〉(1969)을 통해 치열한 민족 의식과 역사 의식으로 확대시켜 놓고 있다.

문학의 현실 참여 문제는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모든 문학인들의 관심사가 된다. 문학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신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민족 문학의 전통과 그 계승에 대한 각성도 새롭게 제기된다.

개인적인 정서 영역에서 자족적인 것으로 만족되어 오던 문학의 영역이 역사와 현실의 한 복판으로 다시 내세워진 것이다. 이로써 전후문학의 위축된 상상력을 벗어나고 전쟁의 피해의식으로부터 문학이 자유로워지게 된다.

산업화 과정과 소설의 사회적 확대

한국 사회는 196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친 물질주의의 팽배와 함께 빈부의 격차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에 이른다. 농촌 인구의 대도시 이동과 도시중산층을 중심으로 하는 물질주의적 행태는 여흥과 오락을 추구하는 문화의 상업주의적 전락을 초래한다.

이와 반대로 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도덕적 상상력의 회복을 지향하는 움직임도 일어난다. 이같은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갈등 현상은 곧바로 문학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관심사가 되었던 소시민적 삶에 대한 탐구 작업은 참여·순수의 대응논리를 벗어나면서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와 여러가지 방향의 논쟁을 낳게 된다.

이 시기에 〈창작과 비평〉과 〈문학과 지성〉, 〈세계의 문학〉 등의 계간문학지가 등장했고, 문예종합지 〈문학사상〉과 시 전문지인 〈시문학〉, 〈현대시학〉, 〈심상〉등이 발간되어 문학활동의 기반을 확대시켜 놓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한국 소설은 식민지 시대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이른바 '한글세대'라고 하는 새로운 젊은 작가층을 만나게 된다. 김승옥의 등장은 한글 세대 작가의 문학활동의 출발에 해당된다.

소설 〈무진기행〉(1964)은 김승옥의 초기 문학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욕을 담고 있다. 귀향의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의식의 추이는 일상의 현실과 그로부터의 일탈이라는 내면적인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승옥의 작가적 감성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서울 1964년 겨울〉(1965), 〈60년대식〉(1968)과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서 소시민적인 의식과 일상적인 삶에 얽매인 개인의 존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처럼 김승옥은 개인의 감성에 의해 포착되는 현실의 문제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전후소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한 문체의 감각을 산문 속에 살려 놓고 있다.

이청준은 김승옥의 경우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감성의 작가로서 김승옥을 말한다면, 관념의 작가로서 이청준을 지목할 수 있다. 그는 〈병신과 머저리〉(1966) 등에서 현실과 관념, 허무와 의지 등의 대응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한다.

1970년대의 억압된 정치 상황 속에서 이청준은 〈소문의 벽〉(1971)· 〈당신들의 천국〉(1976) 등의 문제작을 내놓고 있다. 이 작품들에서 그가 관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정치·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 관계이다. 그리고 〈잔인한 도시〉(1978)에서는 닫힌 상황과 그것을 벗어나는 자유의 의미를 보다 정교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시간의 문〉(1982)에서 그는 인간존재의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의 의미에 집착을 보인다. 인간존재와 거기에 대응하는 예술의 형식의 완결성에 대한 추구라는 새로운 테마는 예술에 대한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최인호는 급속도로 도시화되고 있는 삶의 공간에서 개인의 존재와 그 삶의 양태를 다양한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는 단편소설의 세계를 들 수 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도시적 공간과 그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그의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문제의 대상이 된다.

〈술꾼〉(1970)·〈타인의 방〉(1971)·〈돌의 초상〉(1978)·〈깊고 푸른 밤〉(1982) 등은 진지한 문제의식과 함께 산업화시대에 접어들게 되는 한국 소설문단에 소설적 기법과 정신의 새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1973)·〈바보들의 행진〉(1973)·〈고래사냥〉(1982)·〈겨울 나그네〉(1983) 등은 도시적 감수성, 섬세한 심리 묘사, 극적인 사건 설정 등의 덕목을 갖춤으로써, 소설 문학의 대중적 독자 기반을 크게 확대시켜 놓고 있다.

이문열은 〈사람의 아들〉(1979)·〈황제를 위하여〉(1980) 등에서 신화와 역사의 한 부분을 자신의 소설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일종의 대체역사 또는 우화적 형식으로 소설을 만들어 당대의 현실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거나, 상징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영웅시대〉(1984), 〈변경 邊境〉(198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등과 같이 분단의 상황과 당대적 현실을 포괄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민족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분단문학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예술에 대한 신념을 소설화한 〈젊은 날의 초상〉(1981),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1980), 〈금시조〉(1983) 등을 통해 예술이라든지 인생이라든지 하는 관념적인 주제들을 유려한 문체로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한 것이 근대화에 뒤쳐진 농민들이 삶과 도시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생활이다. 이문구는 농촌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농민들의 삶의 고통을 가장 폭 넓게 다루고 있는 〈암소〉(1970)·〈관촌수필〉(1977)·〈우리 동네〉(1981) 등을 통해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삶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특히 〈관촌수필〉은 연작소설의 형태로 발표된 것인데, 농촌의 급작스런 변모와 그 전통적인 질서의 와해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산업화과정의 농촌의 현실과 가장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도시변두리의 노동자들의 삶이다. 이들의 삶의 문제는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황석영은 〈객지〉· 〈삼포가는 길〉을 통해 노동의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생존조건과 그 타결점을 모색하고 있다. 소설 〈객지〉가 보여주는 문학적 중요성은 그것이 부랑노동자가 지니는 사회적 관계의 핵심을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문제적 성격을 매개로 하여 노동자의 투쟁과 그 패배과정을 그리고 있다. 〈삼포가는 길〉은 본격적인 도시화, 산업화로 특징지어지는 1970년대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독립된 단편소설들의 결합에서 삽화적인 장편소설에 이르는 전형적인 연작소설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난쟁이 가족은 억눌리고 짓밟힌 계층을 표상한다. 이들은 도시로부터 밀려오는 변화의 바람, 도덕적 규범의 불안정성, 사회적인 질시와 소외 등으로 인하여 삶의 기반을 잃게 된다.

1970년대 소설 문학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 반리얼리즘적인 독특한 단문형의 문체 및 서술자와 서술상황을 바꾸어 기술하는 시점의 이동 등이 연작의 형식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윤흥길의 경우에도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 〈직선과 곡선〉(1977) 등의 연작에서 왜곡된 산업화가 초래한 사회적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 소설들에서 작가는 문제적 개인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자의식의 탈피, 노동현장에의 투신, 새로운 자기 각성 등으로 이어지는 의식의 성장을 추적하면서 한 시대의 정신적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1970년대 이후의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특징적인 경향의 하나는 민족의 분단과 6·25전쟁의 비극적인 체험을 소설로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원일은 〈어둠의 혼〉(1973), 〈노을〉(1978), 〈환멸을 찾아서〉(1983), 〈겨울 골짜기〉(1987) 등을 통해 한국의 민족분단과 그 역사적 비극을 소설적 무대 위에 구현하고 있다.

〈노을〉은 8·15해방 직후의 혼란과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의 체험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민족 분단과 전쟁의 밑바닥에는 청산되지 못한 봉건적인 사회구조의 모순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편소설 〈겨울골짜기〉에서는 이데올로기의 갈등 및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그 비극의 원천을 식민지 시대의 사회적 갈등 구조와 결부 시켜 해명하고 있다.

전상국의 소설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6·25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그의 소설 가운데에서 〈산울림〉(1978), 〈안개의 눈〉(1978) 등은 피난시절의 삶의 고통을 추적하고 있는 것들이며, 분단 현실이 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성에 접근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아베의 가족〉(1979)이 주목된다.

소설 〈아베의 가족〉은 전쟁의 현장과 전후의 현실을 함께 살아온 한 여인의 삶의 과정을 통해 아물지 않는 전쟁의 상처를 제시하고 있다. 작중의 등장인물 아베는 전쟁의 비극과 아직도 남아있는 아픔의 상징이다. 그리고 아베의 가족은 그 아픔을 견뎌야 하는 피해자들이다. 이같은 논리에 따른다면, 한국인 모두가 아베의 가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정래의 〈불놀이〉(1983)는 〈유형의 땅〉(1981)과 더불어 분단의 현실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쟁의 상황을 무대로 삼고 있는 그의 소설에는 한국사회에 전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계급적 갈등구조가 어떻게 풀려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가가 파악하고 있는 6·25전쟁과 분단은 민족의 삶을 왜곡시켜 온 사회구조의 모순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다시 왜곡되면서 해체되는 과정에 해당된다. 그의 장편 〈태백산맥〉(1986)이 이러한 인식의 포괄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8·15해방 직후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격동기를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 소설사에서 분단의식의 극복을 위한 소중한 하나의 노력으로 기록된다.

산업화시대의 소설문단에서 가장 특이한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대하장편소설의 등장이다. 역사적 상황에서 출발하여 현실적 삶의 문제까지 그 관심을 확대시키고 있는 박경리의 〈토지〉, 이병주의 〈지리산〉,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등이 1970년대의 오랜 발표과정을 거쳐 완결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문열의 〈변경〉 등이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소설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소설들은 모두 그 분량에 있어서 한국 현대소설이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방대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소설적 주제의 문제성을 생각한다면, 한국 소설문단이 이같은 작품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 정도로 그 관점과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박경리의 〈토지〉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기까지 한 세기에 이르는 역사의 변화 속에서 한 양반 가문의 몰락과 그 전이과정을 그려놓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서사적 골격을 형성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4대에 걸친 인물들이 종적으로 배치되고 있으며, 그 주변에 이 인물들과 서로 관련을 맺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각 그들 시대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지〉는 가족이라는 혈연단위와 그 확대를 역사적인 시대의 교체와 맞물리도록 고안함으로써, 조선 말기 이후 한국사회의 근대화라는 격변기를 살아가고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의 창조에 성공하고 있다. 황석영의 〈장길산〉에서는 민중적인 의지와 그 생명력의 존재가 장길산이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문제인물인 장길산의 생애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장길산이라는 한 개인을 영웅적 인물로 부각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장길산과 그를 따르는 수많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배층의 탐학으로 인하여 삶의 기반을 잃고 있는 조선 시대 서민층의 고통과 저항,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원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 발표된 대하장편소설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다. 이 소설은 해방과 민족분단과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격동기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여순 반란 사건과 지리산의 빨치산 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공산당 유격활동의 실상을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사실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은 역사적 공간의 내면적 확대를 통해 분단상황의 전개과정을 오히려 집중시키는 극적효과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매개로 하여 우리 현대사의 전체적인 의미를 구현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1980년대 초반의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 이념의 금기지대를 넘어서면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선택에 대한 새로운 객관적 인식을 요구하면서, 분단과 6·25전쟁의 비극이 상당부분 민족내부의 모순에 기인하고 있음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의 소설문단에서 여류작가들의 작품활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박완서·오정희·서영은·김채원·강석경·양귀자·신경숙 등의 소설은 흔히 지적되는 여류적 감성을 벗어난 문제작들이 많다.

이들은 현실의 변화 속에서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윤리의식과 가치관의 회복을 주제로 내세우기도 하고, 분단현실의 문제성에 도전하여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노동의 현장을 찾아가 부당하게 홀대당하고 있는 근로여성들의 처지를 문제삼기도 한다.

물론 치밀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추적하고 있는 작품도 많이 있다. 박완서는 중산층의 생활양식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 주력한다. 그의 〈도시의 흉년〉(1979)· 〈휘청거리는 오후〉(1978) 등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적인 생활을 치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사회적 가치와 규범의 변모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국사회를 지탱해 온 가치와 윤리관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물질주의와 출세주의가 인간을 타락시키고 있는 현실은 박완서의 소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문제이다. 〈엄마의 말뚝〉(1982)· 〈미망 未忘〉(1990) 같은 작품을 보면, 식민지시대의 역사와 분단의 비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왜곡된 사회변동으로 인하여 고유한 삶의 관습이 무너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작가적 태도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함께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진정성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도덕적 리얼리즘의 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오정희의 소설 세계는 일상의 현실과 고립되어 있는 인물들의 파괴적인 충동을 그려놓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러한 충동은 육체적 불구와 왜곡된 관능, 불모의 성 등의 모티브로 표현된다. 소설 〈저녁의 게임〉(1976)은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심리묘사의 기법이다.

주인공의 의식을 통해 아버지와의 갈등, 정신병을 앓다가 죽은 어머니와 가출한 오빠에 대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단편적인 이야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 부녀의 저녁풍경을 둘러싸고 있는 퇴영적이고 더러는 절망적인 분위기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소설집 〈유년의 뜰〉(1981)·〈바람의 넋〉(1986) 등으로 묶여진 작품들은 그 경향이 변화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충동의 격렬성은 완화되고 무의미한 일상의 삶에 대한 허무의식이 자리한다. 물론 〈유년의 뜰〉이나 〈중국인 거리〉 같은 작품에서는 전후의 황량했던 어린 시절의 체험들을 단편적으로 그려내기도 하지만, 그 정서적 기반은 마찬가지다.

〈별사〉와 같은 작품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이 현실적인 삶의 조건에 의해 규정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짙은 허무의식으로 채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영은의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짙은 허무의식과 순결한 영혼의 고립감이다. 〈사막을 건너는 법〉(1975)에서는 월남전의 상처를 딛고 일상으로 되돌아 오고자 하는 인물의 내면이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과의 교감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속물적인 삶과 무기력에 대응하면서 고통을 내면화하고 있는 순수하고도 애처러운 인간의 모습은 〈관사 사람들〉(1980)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설 〈먼 그대〉(1983)에는 삶에 대한 짙은 허무의식이 보다 긍정적이고 순정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작품에 깔려 있는 허무의식은 세계에 대한 부정의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이고 절대적인 긍정의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김채원의 경우에는 〈초록빛 모자〉(1979)·〈애천 愛泉〉(1984)·〈겨울의 환〉(1989)과 같은 작품에서 자의식의 세계를 보다 내밀한 언어로 추적하고 있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등도 자기 내면의 호흡과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적 글쓰기의 방법을 통해 얻어낸 소중한 소설적 성과에 해당한다.

시와 언어와 민중 의식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 1970년대를 거치면서 정치문화의 폐쇄성과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에 의해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 훼손되어 가는 인간의 삶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가 시의 영역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시의 서정적 속성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삶의 현실을 포괄하고자 하는 이 움직임은 1960년대 시의 현실 참여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정서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왜곡된 인간의 모습이 언어에 의해 그려지기도 하며, 현실을 초월하고 있는 고양된 정서가 드러나기도 한다.

도시적인 것, 문명적인 것들이 지니는 비인간적인 요소는 대부분 이들의 시에서 기지의 언어로 매도된다. 전도되어 있는 가치관, 폭력의 정치, 집단의식의 횡포 등은 이들의 시가 추구하고 있는 가장 자유로운 언어,가장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결코 목청을 돋구어 소리치지 않으며, 언어의 베일을 통한 감정의 은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황동규에게 있어서 1970년대 이후의 산업화시대는 상상력의 확대와 시정신의 고양을 동시에 이루어낸 시기이다. 그의 시집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1975)을 보면, 그가 즐겨 활용하고 있는 언어의 패러독스가 극적으로 현실과 대면하게 되는 것은 정치적인 폭력과 그 무자비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접근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정치적 폭력이 어떻게 한 인간의 순수한 꿈과 사랑을 파괴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꿈과 사랑이 성립될 수 없는 냉혹한 현실과 어둠의 세계를 시적 정황으로 제시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황동규는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견딜 수 없는 가벼운 존재들〉(1988) 등에서 현실의 문제보다는 본질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내놓은 절창의 노래가 연작시 〈풍장 風葬〉이다. 〈풍장〉은 무위의 자연과 그 자연의 본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의 소산이다. 이승훈의 〈당신의 초상〉(1981)·〈사물들〉(1983)과 정현종의 시집 〈사물의 꿈〉(1972)·〈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1989), 오규원의 시집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1981)·〈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1987) 등은 시적 언어와 기법의 실험을 통하여 새로운 시의 세계를 천착해오고 있는 시인들의 업적이다.

이 시인들은 시적 대상을 인식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절제된 정서, 언어의 기지, 난해한 기법 등은 서로 비슷하다. 개인의 내면의식에 집착하는 고립주의적인 성향과 그 기법의 난해성이 더러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시적 감수성의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의 노력은 인식으로서의 시의 특성을 구현하는 실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1960년대 후반에 시단에 등장한 시인들 가운데 오세영의 〈무명연시 無明戀詩〉(1986), 이건청의 〈망초꽃 하나〉(1983), 김종해의 〈항해일지〉(1984), 정진규의 〈연필로 쓰기〉(1984), 박제천의 〈장자(壯子)시편〉(1988) 등은 사물에 대한 지적인 통찰력을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언어적 실험보다는 시적 서정성의 확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다양한 개성의 시집들이다.

이 시인들은 전통적인 시적 정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도시적 감각도 살려내고, 체험에 바탕을 둔 삶의 진실을 시의 세계에 포괄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의 시가 펼쳐보이는 개인적인 서정의 세계는 세속의 생활감정에서 선(禪)의 경지에 이르는 고아한 정신의 상태까지 폭이 넓다.

1970년대의 정치·사회적 폐쇄성과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 대응했던 문학적 경향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이 민중시 운동이다. 민중시 운동에서는 문학의 현실 참여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면서 부정의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표출하기도 했고, 소외된 민중의 삶의 모습을 시를 통해 그려내기도 한다.

민중시는 시인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과격한 언어로 묶여져서, 때로는 지나치게 이념적인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있다. 김지하의 담시 〈오적 五賊〉(1970)은 전통적인 운문 양식인 가사, 타령, 판소리사설 등을 변용함으로써 새로운 장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해학을 동반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비장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그의 풍자는 운문양식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경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김지하의 문학이 사회·윤리적 가치기준에서가 아니라 문학성의 의미에서 다시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그가 오랜 동안의 투옥생활을 겪으면서 적은 시들을 중심으로 묶어낸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1982)의 출간과 때를 같이 한다.

이 시집의 시들은 비판과 저항의 의지가 보다 깊이 내면화되면서 정서의 응축을 통한 시적 긴장을 잘 살려내고 있다. 서정시가 빚어내는 비극적인 감동이 시적 의지를 더욱 강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자신의 체험과 그 시적 형상화과정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신경림은 시집 〈농무 農舞〉(1973)에서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삶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거칠지만, 진실미가 바로 소박함에서 솟아나기도 하는 삶의 현장으로서의 농촌이 그가 즐겨 다루는 시적 대상이다.

신경림이 그의 시적 작업에서 가장 힘들인 것은 현대시와 민요정신의 결합이다. 그는 민요 속에 살아 있는 집단적인 민중의 삶과 그 의지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형성되고 있는 실감의 정서를 더욱 귀하게 여기고 있다.

장시 〈남한강〉(1987)은 민요 속에 담긴 민중적 정서가 현대시에서도 얼마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며, 시적 긴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시인 고은이 1970년대의 암울한 정치현실에 정면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1974)부터이다.

절망의 시대를 겪고 난 고은의 시세계는 보다 폭 넓고 깊은 역사의식을 포괄할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지니게 된다. 그의 연작시 〈만인보 萬人譜〉와 장시 〈백두산〉이 바로 그러한 실천적 성과에 해당된다. 연작시 〈만인보〉는 그 규모의 방대성과 시적 정신의 포괄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민족의 삶의 모습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채롭게 엮어가고 있는 이 시에서 연작성의 효과는 그 반복과 중첩의 묘미에서 찾아진다. 〈백두산〉이 민족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신념을 서사적으로 엮었다고 한다면, 〈만인보〉는 민족의 삶과 그 진실을 서정의 언어로 통합시켜 놓고 있다고 할 것이다.

민중시 운동은 이시영의 〈만월〉(1976)·〈바람 속으로〉(1986),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김명수의 〈하급반 교과서〉(1983)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민중의 삶의 현실을 자신들의 시적 정서의 기반으로 삼고 민중 의식의 시적 형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민중지향적 태도는 냉철한 현실비판을 수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비판적 감수성 자체가 민중시의 정서적 기반처럼 고정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종오의 〈사월에서 오월로〉(1984), 김정환의 〈지울 수 없는 노래〉(1982),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1984), 곽재구의 〈사평역에서〉(1983), 김용택의 〈섬진강〉(1985) 등도 이 시기의 민중시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시집들이다.

이 시기의 새로운 시인들 가운데에는 현실에 접근하면서도 배타적인 논리를 내세우지 않고, 도시화된 현실 속에서 인간의 삶의 피폐성을 지적인 언어로 묘사하는 특이한 균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들어낸 시인들도 있다. 김명인의 〈동두천〉(1979), 김광규의 〈아니다 그렇지 않다〉(1983), 이하석의 〈투명한 속〉(1980), 이성복의 〈남해금산〉(1987),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 최승호의 〈대설주의보〉(1983)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한국의 현대시에서 여류시의 위상이 시단의 중요한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 활발한 시작활동을 전개한 시인들의 시적 성과와 직결된다. 김후란의 〈음계〉(1971), 김여정의 〈바다에 내린 햇살〉(1973), 허영자의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1977), 유안진의 〈절망시편〉(1972), 김초혜의 〈사랑굿〉(1985), 강은교의 〈허무집〉(1971)· 〈빈자일기〉(1977), 문정희의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1984) 등이 모두 이 시기의 업적에 해당된다.

극문학과 민속극의 현대적 변용

1970년대 이후의 극문학은 중대한 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극문학의 전문적인 매체로서 〈연극평론〉·〈현대연극〉·〈드라마〉·〈한국연극〉 등이 모두 1970년대에 창간됨으로써, 창작활동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소극장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전문적인 극단들이 창설되어 극예술 전반의 활성화가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극문학의 창작에서도 서구적인 극양식과 전통적인 민속극의 구성원리를 새로이 결합시켜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널리 전개된 점이 가장 주목되는 특징이다. 전통적인 탈춤과 판소리의 기법이 연구되고 그 미학적인 요건들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현대극으로의 재현이 시도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로 한국 현대 극문학이 전통적인 것에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오태석은 〈환절기〉(1968)에서부터 인간내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일상적인 현대인들의 삶에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자기소외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작품과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1969)에서도 오태석은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파멸해가는 여인의 모습과 그 내면적 고통을 극적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오태석이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는 심리적 기법에 역사의식과 전통에 대한 감각을 덧붙이고 있는 작품은 〈초분〉(1973), 〈태〉(1974), 〈춘풍의 처〉(1976) 등이다.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통해 인간의 원시적 생명력과 그 본능을 확인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전통적인 마당극의 연극적 정신을 현대적인 연극 기법을 통해 추구하기 시작한 새로운 연극운동과 조응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의 극문학 분야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전개한 극작가로서 이재현과 윤대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삶의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리얼리즘의 수법으로 그려내기도 했지만, 전통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현은 〈성웅 이순신〉(1973)·〈썰물〉(1974) 등과 〈화가 이중섭〉(1979) 등에서 인간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이상을 향한 의지를 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윤대성은 〈망나니〉(1969)·〈노비 문서〉(1973) 등에서 민속극 형식의 현대적 수용에 관심을 기울인다.

〈너도 먹고 물러나라〉(1973)와 같은 작품은 무대의 개방을 통하여 극중의 현실과 무대 밖의 청중 사이의 거리를 제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당놀이의 극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기법은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극작가들에 의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1970년대 이후의 극문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상당히 많다. 차범석의 〈새야 새야 파랑새야〉(1974), 하유상의 〈꽃상여〉(1970)·〈에밀레종〉(1978), 김용락의 〈동리자전〉(1971), 노경식의 〈소작의 땅〉(1976), 허규의 〈물도리동〉 등은 모두 극적인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는 문제작들이다.

하나의 매듭

한국 현대문학은 중국 한문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민족문학으로서의 주체적인 형성과정을 거치고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봉건적인 사회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운동이 각 방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침략적인 서구 자본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주독립운동이 지식층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동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대변하고 시대의식을 형상화할 수 있는 문학적 형식이 요구되자, 국어국문운동을 통한 문학의 대중적 수용 기반의 확대와 함께 민족 정서와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는 새로운 문학적 형식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같은 새로운 문학 운동은 일제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결정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일제의 식민지 통치는 한국 민족의 모든 권한과 소유를 박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민족의 존재와 그 정신마저 말살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확대·강화된다.

한국문학은 이같은 강압적인 문화통제로 인하여 문화적 자기 정체성을 훼손당하게 되었으며, 오랜 동안의 시련을 겪게 된다. 1945년 8·15해방은 문학의 방향과 그 지표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모든 반민족적인 문화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민족국가의 수립과 함께 참다운 민족문학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분단의 비극을 체험하고 전쟁의 혼란을 겪는 동안, 민족 전체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성해보면, 한국문학은 정치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방향이 크게 바뀌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문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문학이 현실적 상황과 역사적 조건으로부터 벗어나서 문학적 자기 인식과 미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물론, 민족 의식의 문학적 형상성을 문제삼음으로써 민족 전체의 가치있는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문학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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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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