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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원곡 (두산)
원곡 元曲 중국 원대(元代:1271∼1368)에 ‘잡극(雜劇)’이라는 가극 형태에 따라 만들어진 희곡문학. I. 개관 원극은 오늘날 경극(京劇) 등의 원조가 되는 최초의 본격적 가극이며, 구어(口語)도 사용한 신선한 가사를 주체로 다채로운 픽션의 세계를 전개함으로써, 원대문학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중국문학사상 새로운 시대를 이룩하고 있다. 금말(金末) 또는 원초(元初)에 같은 명칭의 파르스 형태(나중에 院本으로 개명됨)와 창극형태의 제궁조(諸宮調)를 모태로 하여 태어난 것이 원곡이며, 비파(琵琶) ·쟁(箏) ·피리 ·북 ·박판(拍板) 등을 반주로 하여 교방(敎坊)의 기녀(妓女) ·남우(男優) 등이 상연하였다. 원래 막을 쓰지 않고, 무대장치도 간단한 소도구뿐이며, 상황설정은 모두 곡(曲:노래) ·백(白:대사) ·과(科:동작)로 나타낸다. 이 형태의 특징은 4절(折:막) 구성과 주역 1명의 독창이라는 두 가지 약속이며, 이 점에서 후속하는 고전극과 대조적이다. 각 막은 각각 하나의 음계(궁조)에 속하는 소곡 10개 남짓의 조곡(組曲:套曲)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가사는 기성 멜로디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단, 전통시와는 달리 모두 북방의 현실음에 따랐고, 압운(押韻)도 성조(聲調:四聲)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간략화되었으며, 또 ‘친자(塾字)’라는 멜로디 없는 언어의 첨가가 상당히 자유로웠기 때문에, 구어의 사용이 비교적 용이하여 활발한 리듬이 생기는 등, 운문에도 혁명적 현상이 일어났다. II. 발달원인 여진족(女眞族)의 북방점거에 이어, 중국이 몽골족의 지배하에 놓인 데서 생긴 새로운 조건, 가령 그들의 음악애호, 유교적 국가체제의 일시적 이완, 과거의 폐지로 벼슬길을 잃은 인텔리의 연예작가 전향 등을 들 수 있으나, 형태 자체에 내재하는 요인이 이와 같은 조건으로 폭발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즉, 막수(幕數)의 제한으로 줄거리의 복잡성보다 구성 ·묘사면을 추구하게 되었고, 가창(歌唱)의 제한으로 주인공의 인간상 형성에 노력을 집중하였으며, 멜로디의 제약하에서도 ‘친자’를 허용했기 때문에, 이는 구어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촉구하고 이를 용어로 하는 문학의 가능성을 판별하게 하여 현실적이면서도 건강한 발상, 소박하면서도 생기 있는 사실(寫實), 그리고 경묘한 풍자 등에 새로운 면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III. 체제와 표현 역사물 ·연애물 ·세정물(世情物) ·도교물(道敎物)을 비롯하여 제재(題材)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과거의 사건이나 이미 있는 이야기에서만 취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태도는 안이해 보일지 모르나, 이를 표현하는 경우에는 굳이 자료에 구속되는 일 없이 매우 자유로운 입장에서 인간의 현실을 투시하고, 보편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재판극이나 이합극(離合劇)이 태반을 차지하는 일부 세정물에서는 서민들의 강건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소박하지만 분석을 거부하는 진실이 독자의 가슴을 울리며, 인텔리 사회를 그릴 때에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감정은 서민적이다. IV. 작가와 작품 원곡의 제작기는 수도 대도(大都:北京)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와, 남송(南宋) 멸망 후의 옛 수도 항저우[杭州]를 중심으로 하는 후기로 나누어진다. 특히 전기의 작가는 진실의 추구와 새로운 운문에 의한 픽션 창조에 대한 기박이 충일하여, 원곡의 걸작도 거의 전기에 집중된다. 대표작가는 관한경(關漢卿)과 마치원(馬致遠)인데, 전자는 인생의 기미(機微)를 투시하는 날카로운 눈과 구어의 기능을 완전히 활용하는 천재적인 표현력으로 온갖 제재(題材)에 도전하여 많은 명작을 낳았으며, 특히 《두아원(竇娥寃)》 《구풍진(救風塵)》 《망강정(望江亭)》 《금선지(金線池)》 등, 적극적이고 영리한 여성을 그린 작품에 특징이 있다. 한편 구어와 문어의 교묘한 조화에 의한 후자의 격조 높은 가사는 원곡의 하나의 정점을 나타내며, 제왕의 비련을 그린 원곡 최고의 비극 《한궁추(漢宮秋)》, 서생(書生)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천복비(薦福碑)》 이외에 《임풍자(任風子)》처럼 원곡에 특유한 도교극(道敎劇)도 대부분은 마치원이 독점하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사랑과 예교(禮敎)의 상극을 그린 왕실보(王實甫)의 《서상기(西廂記)》, 여성의 고난을 그린 양현지(楊顯之)의 《소상우(瀟湘雨)》,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애련(哀戀)을 다룬 백박(白樸)의 《오동우(梧桐雨)》, 전국시대의 장렬한 복수를 극화한 기군상(紀君祥)의 《조씨고아(趙氏孤兒)》, 말단 관리의 생태와 애처에의 집착을 그린 악백천(岳伯川)의 《철괴리(鐵拐李)》, 서민생활물인 관한경의 《호접몽(蝴蝶夢)》, 무한신(武漢臣)의 《노생아(老生兒)》, 맹한경(孟漢卿)의 《마합라(魔合羅)》, 왕중문(王仲文)의 《구효자(救孝子)》, 이행도(李行道)의 《회란기(灰인記)》, 장국빈(張國賓)의 《합한삼(合汗衫)》, 작자 불명의 《분아귀(盆兒鬼)》 《주사담(褓砂擔)》 《후정화(後庭花)》 등의 수많은 걸작들이 있다. 그러나 후기에 이르면 인생의 진실을 그리려는 정신이 희박해지는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교길(喬吉)의 《금전기(金錢記)》 《양주몽(楊州夢)》, 정광조(鄭光祖)의 《천녀이혼(商女離魂)》 《왕찬등루(王粲登樓)》 등은 공연히 가사의 아름다움만 뒤쫓고 있으며, 플롯의 유형화도 눈에 띈다. 그러한 조류 속에서 진간부(秦簡夫)의 《동당로(東堂老)》, 작자 불명의 《살구권부(殺狗勸夫)》 등의 세정물(世情物)이 오히려 원곡 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V. 쇠퇴와 영향 후기 원곡에 나타나던 가사의 조탁(彫琢)과 희극(戱劇) 효과의 유형화는 이윽고 원곡의 쇠퇴를 초래하였으며, 남방계 음악을 기조로 하는 신흥 연극형태인 남곡(南曲)이 이를 대신하여 성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곡이 확립한 가극양식은, 사용하는 음악과 세부면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생기기는 하여도, 이미 기본적인 변경은 없게 되었으며, 그 제재의 일부는 후속 가극에 살아남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출전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Deluxe], ㈜두산,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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