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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말라카왕국 (한메)
말라카왕국 -王國 1400년경부터 1511년까지 말레이반도 남부 서안에 있는 말라카를 중심으로 번영한 말레이인(人)의 왕국. 말레이반도에는 예로부터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왕국이 흥망했다. 말라카에도 오래 전에 도시 또는 왕국이 있었다고 하나 상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1390년경, 수마트라섬의 항구도시 팔렘방에서 출생한 파라메슈바라가 말레이인을 거느리고 말라카에 정주하여 말라카왕국을 세웠다. 그는 처음에 말라카강(江) 상류의 브레탄에 머물며 이곳을 개간하는 동시에 하구(河口)의 언덕에 왕궁을 세웠는데 브레탄 개간지를 지키면서 주석의 교역과 해적활동을 하였다. 그는 당시 말레이반도에 세력을 뻗치기 시작하던 타이(샴)의 아유티야왕조에 복종, 공물(貢物)을 바쳤다. 15세기에는 명(明)나라의 사신이 찾아왔고, 또한 1405년부터 33년 사이에 명나라 정화(鄭和)의 선대(船隊)가 동남·남아시아의 각지를 방문하자 그 보급기지가 되어 창고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말라카는 국제무역항이 되어, 각지에서 상선·상인이 모여들었다. 파라메슈바라는 정화의 원정대(遠征隊)를 방패삼아 타이로부터 독립한 후 명나라의 조공국(朝貢國)이 되었으며, 영락제(永樂帝)로부터 말라카국왕[滿刺加國王]에 봉해졌다. 파라메슈바라의 뒤를 이은 왕 므가트 이스칸다르 샤(재위 1414?∼19?)는 처음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한 왕인데, 그 이름으로 미루어 궁정 주변에는 인도·서(西)아시아 출신의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왕족·귀족·외국인들 사이에서만 신앙되었던 듯하며, 므가트 이스칸다르 샤의 사망 후에는 정화의 원정대가 내항(來航)하지 않게 되는 등 왕국에는 큰 위기가 닥쳐왔다. 즉 말레이반도 중북부를 근거지로 한 타이군이 말라카를 공격하여, 예전처럼 말라카를 그 지배하에 두려고 하였다. 국왕 슈리파라메슈바라 데바 샤(재위 1445?∼56?)는 타이의 공격에 저항하여 말라카의 독립을 지켰다. 그 때 그는 이슬람교를 이용하여, 타이에 대한 저항을 이슬람교의 성전(聖戰)으로서 의미를 부여했으며 승리를 거둔 후에는 술탄 무자파르 샤라고 일컬었다. 이때부터 말라카에 이슬람교가 정착하게 되고 또한 말라카왕국이 진정한 국가로서의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후 말라카는 지리적인 위치로 인하여 인도 방면에서 내항하는 상선의 최종도달지점이 되었으며,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방면에서 내항하는 상선과의 사이에 교역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말라카시(市)에는 많은 외국 상인이 정주했으며 류큐〔琉球〕에서도 상선이 자주 찾아왔다. 왕국은 주변 각지를 무력으로 정복하여 영토를 넓혔는데 그 범위는 말레이반도 남부, 대략 현재 말레이시아 지역과, 수마트라섬 중부 해안지점이었다. 이리하여 왕국은 동남아시아의 제도(諸島)에서 하나의 큰 국가를 이루었다. 왕국의 지배계급은 왕족·귀족으로서, 귀족은 정복지역의 영지(領地)를 부여받았으며, 전쟁 때에는 일정수의 군선(軍船)을 출동시킬 의무를 졌다. 외국 출신의 용병대(傭兵隊)·노예 등도 있었으며, 외국인 상인 또는 외국인 거류자는 매우 중요한 존재였으므로 샤반다르와 같은 요직에 취임하였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교의 세력이 강하여 이 지역에서 동남아시아 각지로 이슬람교가 전해졌으며, 문화적으로는 자바의 영향을 받아 궁정에는 자바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이 있었다. 1509년 세케이라가 이끄는 포르투갈함대가 말라카에 나타나, 무역의 허가를 요구했다. 국왕 마흐무드 샤(재위 1480∼1511)는 한차례 이를 인정했으나 인도인·이슬람 상인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친 후 태도를 바꾸어 상륙해있던 포르투갈인과 세케이라의 함대에 기습공격을 가했다. 세케이라는 도피하였으나 1511년에 알부케르케가 함대를 이끌고 내항하여, 왕궁을 공격한 후 시를 점령하자 왕은 말라카를 떠나 반도 남단의 조호르에 정주하여 조호르왕국을 세웠다. 말라카왕국은 그 후신인 조호르왕국을 통해서 현재의 말레이시아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말레이인의 역사상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왕국이 남긴 유산으로는 우선 동남아시아 각지의 이슬람교를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어인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의 국어인 말레이어는 원래 말라카의 언어로, 이 언어가 동남아시아의 군도(群島) 각지에서 공통어로 널리 사용되었던 점에서 각 나라의 국어로 채택되었다. <정지원>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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