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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동서교섭사 (두산)
동서교섭사 東西交涉史 동 ·서양의 모든 관계사. I. 개관 동양과 서양의 교통·무역 및 그에 따르는 문화교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에 대한 지리적인 구분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이에 대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견해도 시대에 따라 변천이 있었다. 그 예로서 중국이 서역(西域)이라고 한 것은 한(漢)나라 때는 주로 중앙아시아를 가리켰으나 뒤에는 서아시아, 더 나아가서 유럽까지 포함하였다. 유럽에서 오리엔트라고 하면 흔히 지중해의 동부, 아라비아, 이란 등을 지칭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서양을 유럽이라고 한다면, 서양을 하나의 문화권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아시아의 문화권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아시아, 즉 동양은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인도를 포함),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북아시아(시베리아 ·몽골) 등 적어도 몇 개 문화권으로의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I. 역사적 작용과 의의 15세기 이후 유럽인의 동방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해양을 이용하는 추세였지만, 그 이전에는 내륙의 길과, 그 통로를 이용하는 대상(隊商) 무역이 절대적인 구실을 하였다. 바닷길을 통한 무역은 페르시아만(灣)으로부터 인도의 남해안과,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무역이 그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무역은 물론 필수품의 교환에 기원을 두지만, 사치품의 무역도 이루어져 동양의 비단 ·향료 ·모피와 서양의 귀금속 ·유리 등 값진 물건들을 교환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상업로에 연해 있는 중계시장의 발달이 현저해지고 이에 따라 중계상업국의 흥망이 빈번하였다. 이러한 국제무역에는 문화적인 교류도 뒤따랐으며, 특히 종교의 전래가 활발하였다. 인도의 불교,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이단적 그리스도교인 네스토리우스파, 이슬람교와 가톨릭교의 전파 등은 좋은 예이다. 이렇게 동서교섭이라는 문제는 지난날 아시아사 연구에 있어 공백지였던 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역사성 해명에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그 결과로 공백이 메워지는 통일적인 세계사의 성립은 서유럽사와 동아시아사의 연구에도 매우 큰 도움을 준다. III. 3개의 루트 동서교류는 아시아사에서 본다면, 이란 ·인도 ·중국의 3대 문화권 사이에 존재했던 북아시아의 유목민,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민, 동남아시아의 해안민을 매개로 하여 그들 간의 중계무역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그에 대한 다음의 세 경로가 지적된다. ⑴ 스텝 루트 스텝 로드(steppe road)라고도 한다. 몽골리아 ·중가리아 등 아시아 북부의 스텝지대를 횡단하여 그곳 유목민의 많은 집단을 통하여 상품 수송이 중계되었다. 흑해 북부 연안에 살고 있던 스키타이인(人)의 예술양식이 BC 5세기 이후 동방에 전해져 이 루트의 오랜 연혁을 말해준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인이 살던 곳으로부터 동방으로 향하는 상업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길을 통하여 시베리아의 귀중한 모피가 서방에 수송되었는데, 특히 몽골리아와 중가리아에서 흥망했던 알타이계(系)의 유목국가들은 중국의 비단을 이 길을 통하여 서방에 전함으로써 이 루트의 의의가 매우 컸다. ⑵ 오아시스 루트 동 ·서 투르키스탄(중앙아시아)과 서쪽으로 더 나아가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의 오아시스를 연결한 통로로서 고대에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중국 특산의 비단을 로마의 시장에까지 운반한다는 의미로 ‘비단길(silk road)’이라는 애칭이 이 루트에 주어졌다. 이 루트의 서부를 구성한 이라크∼시리아 간의 여러 오아시스는 ‘비옥한 초승달지대’로도 잘 알려졌지만, 그것은 예로부터 페르시아만과 지중해를 연결한 ‘동서간의 다리’, 혹은 아시아∼유럽의 ‘통랑(通廊)’으로 더욱 유명하다. 또 이라크 ·이란으로부터 파미르, 혹은 인더스강(江) 근처에 도달하는 길은 BC 6세기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출현과 함께 나타나지만, 다시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정(東征), 또 그에 따른 헬레니즘 세계의 성립으로 세계사적 의의를 가진다. 그 당시의 중국은 비단을 산출하여 서방에 다소 알려지기는 했지만, BC 2세기 말 한(漢)나라가 서역(투르키스탄)과의 관계를 강화했을 때, 파미르고원은 더 이상 동 ·서 아시아를 격리시키는 장벽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오아시스 루트는 세계사에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되고, 여러 오아시스 국가의 대상활동(隊商活動)을 중심으로 하여 중국 ·인도 ·이란의 3대 문화권이 아시아의 내륙부인 이 루트를 통하여 서로 접촉하게 되었다. ⑶ 해양 루트 동남아시아 연안의 여러 항구를 해상으로부터 연결하여 동쪽은 중국, 서쪽은 인도의 해안에 미치고, 나아가 홍해와 페르시아만 항로를 접속하는 루트이다. 이 루트는 오늘날 아시아와 유럽 간의 항로와 같다. 선박무역은 조선술과 항해술이 미처 발달되지 못하여 날씨나 바람에 좌우되었기 때문에 다만 단거리(短距離) 무역만이 행해졌다. 그리고 이라크와 이란을 연결하는 페르시아만 항로는 선사시대에서부터 그 자취를 볼 수 있고, 3세기에는 페르시아 사산왕조의 동방무역로의 하나로서 크게 발달하였다. 한편 BC 1세기 말 이집트에 진출한 로마제국은 페르시아의 동방무역에 대항하여 홍해 항로를 발달시키고, 이 방면으로부터 인도와 동아시아와의 무역을 행하였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해상왕래는 인도인의 황금 탐색으로부터 시작되어 1∼2세기경에는 인도의 이민과 문화를 동남아시아에 보내 그 지역의 개발에 공헌하였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도 BC 3세기부터 무역을 한 자취가 있으며, 중국은 이 무역을 통해서 남해의 값비싼 물품들을 가져가기도 했는데(특히 廣東에), 이란(페르시아船)과 인도(天竺船 ·婆羅門船)도 이에 참가하고, 로마 상인까지도 이를 이용하였다. 이상의 동서교섭사를 시대적으로 고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IV. 고대 중국인의 서양에 대한 기록보다는 서양인의 중국에 대한 기록이 훨씬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동양에 대한 서양인의 최초의 기록은 BC 5세기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의 것이다. BC 4세기에는 서양인의 동방에 관한 지식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들은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방원정을 통하여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동쪽으로 더 진출하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거쳐 인더스강(江) 하구에까지 도달하였다. 이 원정 후에 건설된 알렉산드리아 등의 도시에는 동서의 문화가 융합되고, 인도 북부 간다라 지방에까지 미쳤다. 그리스 ·로마의 미술과 불교가 결합되어 간다라 미술로서 후에 북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에까지 전해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BC 1세기의 그리스에서는 ‘세레스(seres)’라는 단어가 비단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미루어 동투르키스탄의 오아시스국가들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원 후에는 알렉산드리아의 대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책에 말레이반도의 지명이라고 생각되는 ‘크리세’라는 지명이 보이고, 또 ‘신’, ‘딘’, ‘시나에’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이것은 진(秦)나라의 대음(對音)인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의 기록으로 로마에 관해서는 비잔틴제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진(大秦)’이 보인다. 더욱 확실한 것으로는 AD 166년, 곧 후한(後漢) 환제(桓帝) 9년에 대진왕 안돈(安敦:Antonius)이 사신을 보냈다는 기사가 있다. 기록을 떠난 물질문명의 교류는 청동기의 전파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청동기의 제법은 서아시아에서 발생하여 동과 서로 전해졌으며, 중국의 은(殷) ·주(周) 시대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아시아에서 발생한 가지무늬토기는 1920년대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그 분포는 간쑤성[甘肅省] ·허난성[河南省], 몽골 ·만주 등이다. 이 토기는 중국에서 자취를 감추어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지만, 동서문화교류의 가장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V. 중세 동서의 교섭은 이슬람교의 대두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슬람교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광대한 지역에 확대되고, 유럽의 그리스도교와 충돌하여 십자군의 원정이 있었지만, 동서문화교섭에는 매우 커다란 구실을 하였다. 또 사라센의 동방진출에 따라 멸망된 페르시아 사산왕조의 유민들이 중국에 망명하여 페르시아 문화가 당(唐)나라에 전해졌다. 사라센은 중앙아시아에도 진출하여 동투르키스탄에서 당나라의 명장 고선지(高仙芝:고구려의 遺將)의 군을 격파하고 많은 중국인을 포로로 했는데, 이 포로 중에는 종이의 제법을 사라센에 가르쳐, 그것이 뒤에 서양의 종이제조의 기원이 되게 한 사람도 있었다. 한편 동서간 정신문화의 교섭으로는 그리스도교의 한 파(派)인 네스토리우스파(派)의 중국 전파가 있다. 동서간의 교섭은 뒤에 몽골제국의 대두에 의해 급격히 변화되었다. 중국 북방의 몽골인은 칭기즈칸 밑에 통일되어 13세기에는 서남아시아의 거의 전지역을 정복한 뒤, 러시아에 침입하여 헝가리 ·발칸반도를 유린하고 폴란드로부터 독일 동부에까지 진격하였다. 이에 놀란 유럽의 제후와 교황은 사신을 몽골의 수도 카라코룸에 파견하여 평화를 구하였다. 물론 이 당시의 접촉은 남방에 송(宋)나라가 존재할 때였으므로 주로 북방의 몽골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또 몽골의 유럽원정에 따른 독일인 ·프랑스인 ·러시아인 등의 포로가 당시의 몽골에 온 것도 확실하다. 특히 이탈리아인 마르코 폴로가 원(元)나라에 와서 벼슬을 하고 돌아가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을 남긴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14세기에는 유럽인이 이미 중국의 동남해안인 푸젠성[福建省] 취안저우[泉州]에 살았고, 유럽인 선교사 등이 베이징[北京]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사람들도 많아서, 장군과 병사로서 서방에 원정한 것은 물론 페르시아에 세워진 몽골왕조인 일한국에서는 중국의 기술자 수천 명을 데려갔다는 기록이 페르시아의 사서(史書)에 보인다. 그러나 중국인이 유럽에 간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며, 내몽골에서 출생한 네스토리우스파 신자였던 라반 소마라는 사람이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로마를 거쳐 프랑스에까지 간 기록이 있다. 따라서 당시에는 동쪽은 중국 ·고려로부터 서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의 여행이 방해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VI. 근세 몽골제국이 단명하여 마르코 폴로가 귀국할 때는 이미 육로가 두절되어 해상통로를 이용하였다. 중국에서 원(元)나라가 무너지고 명(明)나라가 등장하자 남해로 향한 진출은 역사상 최대규모로 시도되었다.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때부터 시작된 정화(鄭和)의 해상 원정대는 전후 7회에 걸쳐 자바 ·인도 ·페르시아 ·아라비아에서부터 멀리 아프리카 동안의 마다가스카르까지 진출하였다. 15세기 말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에 뒤이은 바스코 다 가마의 희망봉 발견으로 몽골제국 붕괴에 따른 동서교통의 두절이 해상통로를 통해 연결되었다. 16세기 이후 명나라 말 청나라 초에는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그리스도교와 서양학술을 전하였다. 특히 명나라 말기에는 독일인 아담 샬이 제조한 대포로 청나라에 대항하기도 했는데, 18세기 이후의 동서교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즉, 지금까지 오랫동안 몽골의 지배하에 있던 러시아가 동진을 계속하여 청과 북쪽의 국경을 접하게 되어 1689년에는 청과 네르친스크조약을 체결하고, 청나라는 계속해서 영국 ·네덜란드 등과 조약을 맺었다. 그 후 중국인은 차차 밀려오는 서양의 세력과 필사적인 투쟁을 하고, 1842년의 아편전쟁 후로는 중국 이외의 모든 문화를 멸시하던 ‘중화사상(中華思想)’의 자존심이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 그들은 서양에 중국을 능가하는 무력 이외에도 제도 ·도덕 ·학문 ·예술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아편전쟁 이후 체결된 영국과의 난징조약[南京條約]으로 중국은 처음으로 외국, 즉 오랑캐의 나라와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고, 항구를 개방해야만 되었다. 1850년에 일어난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은 그 자체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보다는 그리스도교라는 외래사상이 그 지도이념이 되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청나라의 멸망은 중국 역사상 왕조의 교체라는 의미 이상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중국전통의 대시련이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청나라 말기 이후 동서교섭사는 고대나 중세에 볼 수 없었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에서 온 압력이라는 형태를 취하였다. 이제는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의 구별이나 동서의 구분도 점점 희박해져 세계 일체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계속되어온 동서교섭사의 현 위치이다. 출전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Deluxe], ㈜두산,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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