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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동서교섭사 (한메)
동서교섭사 東西交涉史 세계사, 특히 유라시아대륙사(大陸史)에서 동양과 서양과의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학. <동(東)>은 동아시아(중국)를 가리키고, <서(西)>는 서아시아(주로 이란)와 그 서쪽에 인접한 지중해지역, 로마제국을 가리키며, 시대에 따라서는 유럽도 포함시킨다. 인도아대륙을 경유하는 교섭도 포함시킨다. 연구대상은 동·서간의 교통, 정치적 접촉, 상업활동 및 이에 수반되는 문화의 전파·교류·수용방법 등이다. [기능과 체계] 동아시아·중국과 서아시아의 2대문명권은 서로가 이질적이고 지리적으로도 매우 멀리 떨어져 있으며, 게다가 그 중간에는 높고 험준한 산맥, 황량한 사막 등이 있어서 양세계간의 교통은 매우 곤란했다. 그렇지만 선사시대부터, 먼 이국(異國)의 진기한 산물에 끌려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머나먼 동방이나 서방세계에 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목적한 나라에 도달하기란 매우 곤란했으며, 그런 경우 중간지대에 사는 유목민이나 오아시스주민이 그 중계를 맡았다. 이것이 중계상업의 시작인데, 상품이나 산물뿐만 아니라 문화도 중계되었다. 이것이 동서교섭의 기본적 형태였다. 교류의 경로는 주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육로와, 동남아시아·인도·이란의 해항(海港)을 경유하는 해로가 있는데, 시대에 따라 성쇠가 있었으나 대체로 육로교통이 안전했다. 동서무역의 품목은 진기한 특산물이나 상류계급의 사치품으로, 이를테면 중국의 비단·도자기·차, 동남아시아의 향료, 시베리아의 모피, 중앙아시아의 보석(루비 등)과 서방의 유리그릇·금속기(金屬器)·모직물 등이었다. 이러한 산물들은 동서교통로상의 오아시스주민이 중계해서 교역된 경우가 많았다. 문화 교류에서는 서방에서부터 동방으로 전해진 것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것으로 인도의 불교, 이란의 조로아스터교·마니교, 네스토리우스파의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로마 가톨릭교의 동방으로의 전파가 있다. 중국에서 서방으로는 제지술(製紙術)·화약·나침반 등이 전해졌다. 또한, 동서교섭의 분야에서는 정복전쟁과 민족이동에 의한 교섭·접촉, 그리고 그 복합 형식도 있었다. 유라시아대륙에서는 4세기 훈족의 유럽 침입, 8세기 이슬람의 이베리아반도 진출, 9세기 이후의 터키족의 중앙아시아 이동, 13세기의 몽골의 서방원정, 그후의 오스만왕조의 소아시아 진출 등은 동에서 서쪽을 향해 이루어졌으며, 반대로는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방원정, 십자군의 시리아 원정, 16세기 이후 러시아의 시베리아정복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민족이동(民族移動)으로 인하여 동서세계는 정치적·민족적·문화적으로 서로가 큰 영향을 받았다. [간선(幹線) 루트] ⑴ 중앙아시아 루트 기원전 이래, 중국으로부터 서역(西域)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연결하여 서(西)투르키스탄·이란·시리아·지중해 동안(東岸;로마제국령 오리엔트)에 도달하는 루트로, 중국 특산물인 비단이 로마까지 운반된다는 의미로 <비단길(실크로드)>로 불리며 동서교통상 널리 이용된 간선육로이다. 이 중에서 중국변경인 둔황〔敦煌〕을 기점으로 해서 타림분지의 북쪽 언저리를 따라 가오창〔高昌〕, 귀쯔〔龜玆〕를 거쳐서 카슈가르에 이르는 길을 톈산북로〔天山北路〕라고 부르며, 분지의 남쪽 언저리, 쿤룬산맥〔崑崙山脈〕의 북쪽 기슭을 따라 로프노르지방, 우톈, 야르칸드를 거쳐서 카슈가르에 이르는 길을 톈산남로〔天山南路〕라고 한다. 카슈가르부터는 파미르를 넘어서 사마르칸드, 이란의 여러 지역을 거쳐서 로마제국에 도달한다. 이 루트는 BC 2세기, 장건(張騫)의 서방여행에 의해 알려졌으며, 《한서(漢書)》의 서역전(西域傳)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실크로드의 중추(中樞)루트이며 <오아시스 루트>라고도 불린다. 또한 사마르칸드에서 아랄해(海), 카스피해 주변을 북서쪽으로 올라가 볼가강, 흑해에 도달하는 루트는 부간선(副幹線)이었다. 타림분지는 이따금 중국 세력권내에 놓여졌으며, 서(西)투르키스탄은 고대에는 이란족(族)의 영역이었는데, 후에 터키족의 영토가 되었다. 이 실크로드 세계의 서쪽 반을 처음 개척한 것이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정이었으며, 그와 함께 헬레니즘세계가 출현했다. 이 루트를 더듬어서 로마제국, 아케메네스왕조 및 사산왕조의 페르시아 예술, 문화, 서아시아의 여러 종교, 특히 이슬람 문화가 중국에 전래되었고, 몽골제국기에는 중국과 서아시아를 긴밀하게 잇는 간선루트로서 기능을 발휘했다. 마르코 폴로도 원(元)나라로 여행갈 때, 이 루트를 따라 걸어갔다. 이 루트의 지선으로서 파미르 남동방에서부터 북인도로 가는 루트가 개척되어 고대불교 동점(東漸)의 길로 이용되었다. ⑵ 북아시아초원 루트 몽골·중가리아·카자흐 등 북(北)아시아의 초원지대, 특히 톈산〔天山〕의 북쪽기슭에 있는 초원을 동·서로 경유하는 교통로도 고대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지역은 유목민의 거주권인데, 혹한기를 제외하고는 기마여행이나 대상의 왕래에 편리해서, 정치가 안정되어 있었다면 상품수송도 보다 안전했을 것이다. BC 5세기 이후 흑해의 북방초원에 있었던 스키타이의 금속기(金屬器;무기와 장식품)가 북아시아로 전해진 것은 이 루트를 통해서였다. 흉노·돌궐·위구르 등의 북아시아 유목민은 중국의 비단을 입수해서 서방으로 전매하기도 하고, 시베리아의 모피를 서방으로 수출해서 이득을 취했다. 몽골제국시대에 P.카르피니·W.뤼브뤼키는 이 초원 루트를 거쳐서 유럽에서 몽골 카라코룸의 몽골 궁정에의 왕복여행을 했으며, 마리뇰리도 이 루트로 대도(大都;베이징)까지 여행했다. ⑶ 해양(海洋)루트 한(漢)나라 때에는 중국 남쪽에 있는 여러 항구에서 인도차이나반도를 따라 동남아시아에 있는 여러 항구를 거쳐서 인도 연안에 도달하는 해안루트가 열려 있었으며, 또한 인도 서안에서 홍해, 페르시아만 연안으로 가는 항로가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쿤룬박〔崑崙舶;말레이 흑인선(黑人船)〕, 이란에서 페르시아박〔波斯舶;페르시아선〕, 인도에서 바라문박(婆羅門舶)이라는 이름으로 상선이 중국에 내항했다. 이 해로는 근세의 인도양을 경유하는 중국과 서아시아 사이의 해로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조선술이나 항해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의 해상교통은 기상조건에 따라 좌우되었기 때문에 항해는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BC 1세기에 로마제국은 홍해항로를 발달시켜서, 이 방면에서 인도나 중국에의 무역을 추진했다. 홍해로부터 인도양까지의 바다는 로마의 문헌에서는 에리트라해라 불렸으며, 《에리트라해 안내기》라는 책도 씌어져 있어서, 당시의 통상무역의 실상을 전해주고 있다. 고대인도는 동남아시아와의 해상항로를 개척해서 이민을 보내기도 하고, 불교 및 힌두문화를 이식시켰다. [동서교섭의 발전] BC 2세기부터 중국과 이란민족세계와의 문화교류가 있었으며 한(漢)·남북조(南北朝)·수(隋)·당(唐) 시대의 중국에 인도의 불교나 서아시아의 문물·사상이 전해졌다. 수·당 제국은 세계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산왕조 페르시아나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문화의 중국전파가 두드러졌었다. 돌궐·위구르 등 북아시아의 유목국가도 중국과 서아시아사이의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서돌궐이 비잔틴제국과 일시적으로 외교관계를 가졌던 일도 있었다. 7세기부터 8세기에 걸쳐서 서아시아에서는 이슬람제국이 출현하여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서투르키스탄으로 진출하는 변동이 일어나고, 10세기 초에 당제국이 멸망하고, 다시 북아시아의 터키족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해서 투르키스탄을 성립시켰다. 여기에서 동서교섭은 중국과 서아시아 및 이슬람세계와의 접촉이라고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슬람 상인들은 육로 및 해로로 중국과 통상하러 왔는데, 특히 해상무역권을 거의 독점했으며 광저우〔廣州〕를 포함한 중국의 남방 항만도시도 그 여파를 받아 번영했으며, 또한 중국에 이슬람교를 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투르키스탄에서는 이슬람화한 터키족의 여러 왕조가 흥망했으며, 동아시아와의 교섭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편 11세기 말부터 시작된 유럽의 십자군운동은 지중해 동안에서 이슬람세력과 충돌해서 중세유럽과 서아시아 사이의 교섭을 활발하게 했는데, 이슬람문명이 유럽에 끼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13∼14세기에는 몽골제국이 출현해서, 동아시아에서부터 서아시아를 거쳐 러시아·로마·유럽에 이르기까지 밀접한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동서교섭사상 모든 양상과 문제가 전개되었다. 몽골제국이 붕괴된 뒤에는 동서교통은 감퇴했는데, 특히 15세기에오스만왕조가 출현해서 유럽과 서아시아의 직접교섭을 저해했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다른 루트를 통해 동아시아와 인도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15세기 말에는 아메리카항로 및 아프리카 남단을 경유하는 인도항로가 발견되었다. 특히 포르투갈인·에스파냐인·네덜란드인 그리고 뒤이어 영국인·프랑스인이 인도양 항로를 통하여 직접 동아시아지역에 도달함으로써 동서교섭은 차츰 해상으로부터 직접교섭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로(路)가 쇠퇴한 것은 아니고 모스크바대공국, 이어서 러시아제국의 동진(東進)과 함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상업이 활발해졌으며, 또한 시베리아루트가 새로 개척되어서 러시아와 동아시아간의 접촉이 시작되었다. 18, 19세기의 동서교섭은 유럽세력의 아시아를 향한 진출, 지배라는 형태로 진행되어서 해로를 통한 교섭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윽고 신흥 러시아, 이어 소련의 육로를 통한 아시아 진출이 뚜렷해지자 20세기 후반에는 새로운 국면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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