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 의회 (한메)
의회 議會 parliament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대표적 성격을 지닌 회의체. 의회가 입법부(立法府)라고도 불리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주된 권한은 입법에 있다. 그러나 의회는 국민대표적 통치기관이기 때문에 입법권 외에도 국정에 관하여 여러 가지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의회의 기원과 발달] 의회의 기원은 중세 봉건사회의 등족회의(等族會議;신분제 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근대의회의 성립은 영국의 1688년 명예혁명을 계기로 하는데, 오늘날 영국이 민주정치의 모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영국의 의회제도와 의회정치를 모범으로 하여 민주주의국가를 형성해갔다. 영국(당시는 잉글랜드)의 봉건사회의 여러 신분의 대표들이 귀족원(성직자·귀족)과 서민원(庶民院;기사·시민)이라는 2원제(양원제)의 형식을 취하고 처음으로 소집된 것은 1295년의 일이다. 이때의 의회가 역사상 <모범의회(Model Parliament)>라고 불리는 것은, 그 의회의 구성에서 볼 수 있는 국민대표적 성격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격의 의회가 설립된 것은 뒤에 영국에서 다른 나라들보다도 2세기나 빨리 근대국가가 태어나는 배경이 되었다. 왜냐하면 의회정치는 한편으로 국왕이 영국 전체의 정치상황을 파악하면서 정치를 행하고, 또한 서민신분으로부터 널리 세금을 징수하여 정치를 운영하는 체계의 성립을 가능하게 했다. 그것은 근대 국민국가의 조건인 정치적 통합과 재정적 기반 확립의 토대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영국에서 의회정치의 발전은, 국왕이 의회의 의지나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을 존중하여 통치해야만 한다는 <법치주의>로 발전되었으며, 이 <법치주의>에 국민주권주의가 결부되어 근대민주주의국가가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에서 의회는 14∼15세기에 이미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얻었으며, <승낙 없으면 과세 없다>고 하는 과세권을 주장할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청교도혁명(1640∼60)과 명예혁명을 통해서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명예혁명의 의의는 J.로크의 《정치이론(政治二論, 1690)》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첫째는 입법기관인 의회를 국권의 최고기관의 지위에 올려놓은 것, 둘째는 의회와 국왕의 관계에 있어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우위를 결정지은 것, 셋째는 나쁜 통치기관(입법부이든 행정부이든)은 변경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정치제도상 현실화한 것에 있다. 내각이 의회에 책임을 지고 정치를 한다는 정치운영상의 규정, 따라서 의회의 신임을 잃으면 내각은 총사퇴하든지, 의회를 해산하든지 하여 주권자인 국민의 판단을 묻는다는 국민주권의 원리나 책임내각제·해산제도를 축(軸)으로 하는 의원내각제의 원형은 대략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뒤 18세기에 국왕이 가진 행정권이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내각의 수중으로 옮겨지고, 또한 18세기 중엽 이후에 시작된 선거권 확대 노력의 결과 마침내 1928년에 성인남녀의 보통평등선거제도가 실시됨으로써 영국의회정치는 점차 민주화되어갔다. 또한 민선의원으로 이루어진 상원(귀족원)의 권한에 대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 확정(1911)됨으로써, 영국의 의회정치와 민주정치는 착실히 성장해 갔다. [의회와 민주정치] 의회가 근대국가에서의 최고통치기관이고 가장 좋은 정치형태라는 지위와 평가를 얻게 된 이유는, 첫째로 의회가 시민혁명기에 국민대표의 이념을 높이 쳐들고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영국시민혁명기 최대의 사상가 T.홉스나 로크는 국가의 최고권력은 입법권에 있고, 또 입법권을 가지는 국민의 대표자(홉스는 주권자라고 불렀다)나 입법기관(로크는 의회라고 했다)을 설립할 때는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사회계약>의 사고방식을 전개했다. 이는 국왕의 전단적(專斷的) 의지에 의한 통치, 즉 <사람의 지배>를 부정하고, 국민대표가 제정한 법에 의한 통치로서 <법의 지배>를 주장한 것인데, 이로써 영국의회의 국민대표적 성격이 이론화된 것이다.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의 시민혁명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권·피선거권은 일부 <재산과 교양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T.페인은 《상식(1776)》에서 영국의회의 비민주적 성격을 비판했고, J.벤담과 J.S.밀은 선거권의 확대와 보통선거의 실시를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19세기 이후 각 나라에서 그 실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20세기 중반 무렵에 보통선거제가 실시됨으로써 가까스로 의회는 진정한 국민대표적 성격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오늘날에는 민주정치와 의회정치를 동일시하게까지 되었다. 다음으로 의회가 근대민주주의국가에 적합한 제도로 환영을 받은 이유는, 의회의 장(場)에서 국민대표가 <심의> <토론>을 거듭하여 입법·정책의 대강(大綱)을 결정하며, 또 그 <심의> <토론>과정이 국민에게 <공개>됨을 의회제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절대왕제의 시대에는 정치적 결정은 거의 국왕의 절대적 의지에 의했으며, 또 그 결정은 당연히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토론>과 <공개>라는 의회정치의 원리야말로 <언론의 자유>나 국민의 정치참여를 기조로 하는 근대민주정치의 정신과 합치되는 것이므로, 각국에서 의회제도가 정착했다. [의회정치에 대한 비판] 근대 이후 각국에서 의회의 제도적 확립에 의한 민주정치의 발전이 그 공통의 목표가 되었으나, 근대의회의 성립 초기부터 의회정치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회의 구성에 있어서 국민대표적 성격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제한선거의 시대에는, 의회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유산층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의회가 특수이익을 대표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대해 J.J.루소는 《사회계약론(1762)》에서 <일반의사(국민적 이익)>는 무엇으로도 대표될 수 없다고 말하고, 제한선거제 아래에서 이루어진 당시의 의회를 비판함으로써 인민주권적 사고방식을 제기했다. 의회에 대한 이와 같은 불만은 그 뒤 선거권의 확대를 통해서 그 해결책이 모색되었다. 그러나 의회정치에 관한 보다 강력한 비판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 자체를 비난하고, 그것의 변경을 촉구한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기에 걸쳐서 차츰 선거권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정권을 담당한 정당은 거의 모두 자본주의를 옹호했다. 그렇게 되자 사회주의자들은 의회를 부르주아계급의 이익을 도모하는 기관이며 계급지배의 도구라고 규정하고, 이를 타도하여 완전히 새로운 정치형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소련의 최고회의, 오늘날 중국의 인민대표대회 등의 최고의결기관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선출이나 정치운영의 방식은 자본주의국가의 의회제도와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 여기에서의 대의원은 노동조합·농업단체·문화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되며, 자유롭게 입후보할 수가 없다. 또, 북한이나 중국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복수정당제에 의하지 않고 공산당 1당에 의한 정치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진정한 국민대표적 통치기관이라면 1당제인 편이 좋다는 사고방식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는 의회제도와 사회주의형 정치제도 등, 2가지의 정치제도가 병존하고 있다. 의회정치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1920∼30년대에 독일·이탈리아·일본 등에 출현하여 제2차세계대전의 종결과 더불어 붕괴한 파시즘국가 쪽에서 나왔다. 이 나라들은 한편으로는 유럽·미국 등의 열강에 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전체주의적인 권위국가 확립을 지향했다. 그리하여 파시즘국가에서는 계급 대립을 격화시켜 국가적 통일을 어지럽히는 사회주의정당의 존재를 허용하는 의회제도는 부정되어야 한다는 의회 적대시(敵對視)의 사상이 대두했다. 그리고 독일의 정치학자 C.슈미트는 의회제를 대신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독재를 주장했다. 그는 <토론>과 <공개>라는 의회제의 원리는 이미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문제는 대자본가·상층관료(上層官僚)·정당간부·군간부 사이에서 사전에 비밀리에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의회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며 의회제도에 사망선고를 내렸던 것이다. 이 비판은 일면 현대 의회정치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시즘국가에서는 국가적 통일이라는 명목하에 인권이 완전히 무시되고 군국주의와 침략주의가 고취되었기 때문에 이 독재국가들의 행동은 제2차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세계의 많은 민주주의국가들에 의해 파시즘국가들은 타도되었다. 이러한 사회주의나 파시즘 쪽에서 제기된 의회부정론에 답하는 것으로는 영국의 정치학자인 동시에 영국노동당의 이론가이기도 했던 H.J.래스키의 사회민주주의론이 있다. 그는 의회가 대부분의 경우 <자본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사실을 비판하면서도, 의회정치가 상당한 정도 정착한 나라들에서는 폭력혁명에 의해 새로운 정치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엄청난 희생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혁명적인 체제 재구성보다는 의회를 참신한 방향으로 개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 한 방편으로, 의회에 사회주의적 개혁사상을 가진 다수의 대표자를 들여보냄으로써, 특수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의회를 국민적 이익에 봉사하도록 구조를 전환시킬 것을 제안했다. 아무튼 파시즘과의 투쟁을 경험한 제2차세계대전 뒤, 각국에서는 의회에 대한 안이한 부정은 독재체제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생겨났다. 이 사실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들에서의 공산당의 의회관에도 변화를 주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각국 공산당은 예전의 폭력혁명론이나 프롤레타리아독재론을 포기하고 의회제민주주의 정치 운영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평화적으로 사회주의이념을 실현해 나가려 하고 있다. <이문조>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 
|
 [정치] 의회=영국의회 (브리) |
 [정치] 의회 (두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