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대] 도가 (동양문화사)
도가(道家) 사상 중국의 사상적 흐름에 있어, 유교 다음으로 중요한 유파는 도가 사상이다. 이 사상은 끊임없는 전쟁과 불안정, 죽음 등에 소름이 끼쳐, 권력과 지위와 재부를 얻기 위한 다툼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버린 사상가들의 은둔과 도피의 철학이었다. 그들은 무한한 시ㆍ공간과 마주서서, 개체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거대한 우주의 힘이 개체로 구현된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상은 증대되고 있던 군주 권력의 전제 정치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저항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공자의 발자취를 따르는 도덕주의자들의 경직성에 대한 비범한 지성과 감성의 반항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도덕주의자들과 통치자들이 인간을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도록 만들고자 노력하였다면, 도가 사상가들은 개인의 관심을 오직 자연의 위대한 도리에 다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개인의 독립성을 단호하게 옹호하였다. 자연의 위대한 도리 , 즉 '도(道)'란 원래 '길'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공자에 의해 이상적 사회 체제를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도가 사상에서는 도에 형이상학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초기의 도가 사상을 양자강 유역의 초나라와 관련지음으로써, 중국의 사상이 부분적으로는 '이적'에 근원을 둔 요소까지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인간의 생활을 자연의 호흡에 맞추려는 도가의 노력 역시 자연신과 생식력에 대한 숭배, 자연과 인간의 중재자로서의 군주의 역할 등에 관한 초기 중국인의 관심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도가적 입장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신비주의적 경향도 초기의 무당[呪術師]으로부터 유래했던 것 같다. 무당이 스스로 감응된 황홀[입신(入神)] 상태를 통해 신령과 직접 교통하였다면, 도가주의자들은 '무위무념(無爲無念)'과 '마음의 정진(精進)'을 통해 망연자실(茫然自失)한 무아(無我)의 황홀경을 경험하여 '진인(眞人)'의 상태에 이름으로써 우주가 하나임을 직접 감지하였다. 이와 같은 관행은 인도의 요가로부터 영향받았는지도 모른다. 도가주의자들은 인도인들같이 호흡 연습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주대의 도가 사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한 지식은 저자가 알려져 있지 않고 저작 연대도 다소 의심스러운 세 권의 책에 근거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존중된 책이 <노자(老子)>, 즉 <도덕경(道德經)>이다. <노자>는 노자(老子, Lao-tzu)라는 전설적 현인에 의해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문헌에 기록된 노자의 생존 연대는 공자보다 약간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복합적인 책의 실질적인 성립 연대는 아마도 기원전 3세기를 앞서지는 얺았을 것이다. 간결하고 은유적인 문체로 인하여, <도덕경>은 후세의 중국 사상가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해석되었으며, 외국어로의 번역 역시 놀라울 만큼 다영하였다. 두번째로 중요한 문헌은 <장자(莊子)>인데, 이 역시 지금까지는 기원전 4세기말에 살았던 장자(莊子, Chuang-tzu)라는 사람의 저술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3세기에 성립되었을 것이다. <장자>는 재미있는 우화와 비유, 시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문학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초기의 도가 사상을 명료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세번째의 책인 <열자(列子, Lieh-tzu)>는 내용과 문체가 <장자>와 아주 비슷하지만, 그 성립 연대에 대한 비정은 <장자>와 같은 시대라는 설에서부터 기원후 3세기라는 설까지 다양하다. 다른 모든 신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도가 사상가들은 자기들의 기본 관념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도(道)란 이름 없고 형체도 없는 '무(無)' 그 자체이며, 본질적으로 자연(自然)의 모든 과정 그 자체다. 도는 항상 변화하지만 도는 하나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차이가 없고 좋고 나쁨의 구별도 없으며 생과 사의 구별도 없다. 도가 사상가들이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는 모든 사물의 상대성과 상반되는 모든 성질의 상관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에 의하면, "물은 물고기에게는 생명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죽음"이며, "우리가 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속의 인간적 차별을 초월하여 도와 하나가 된 사람은 모든 해로움을 뛰어 넘어 다툼의 한가운데 있는 평온함에 다다른다. 도와 합일될 수 있는 방법의 요체는 '무위(無爲)'에 있다. 도가의 무위란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 아니하고, 자연에 따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행함이 없으면서도 행하지 아니함도 없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방임해 두면, 우주는 그 자체의 조화에 의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바꾸고 고치려고 노력하면 오직 이러한 조화를 파괴하고 혼돈을 가져오게 될 뿐이다.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오직 망쳐 버릴 일을 자연스럽게 성취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 도가의 현인은 야망이 없으면 실패도 경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남을 가르치는 것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도가적 문헌의 저자들도 불완전한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도가 사상가들은, 당시에 널리 유행하였던 일반적 경향에 발맞추어, 자신의 완전한 이상 사회를 그려 내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의 다른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도가 사상가들도 과거의 황금 시대를 되돌아보았지만, 그들이 되돌아본 과거란, '사물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겨우 깨닫고 사물간의 '차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다가, 결국은 '찬성과 반대'의 의사를 간신히 나타낼 수 있었던 옛날보다도 앞선, 완전한 지식의 시대였다. 그들은 선악의 개념이 발생하고 그 개념의 인의(人義)로서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유가적 성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의 악한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덕을 생각해 내었기 때문에 악도 존재하게 되었던 것이다. 도가주의자들에 의하면, 법은 범죄의 근원이며, 재부가 없으면 도적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박함이 도가의 이상이었다. 지식은 인간을 타락시킬 뿐이다. <장자>에는, 소박(素朴)의 두 친구 변화(變化)와 허무(虛無)가, 보고 듣고 숨쉬고 먹는 데 필요한 일곱 개의 구멍을 소박에게 주기 위하여 하루에 하나씩 뚫었지만 소박은 그 일이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는 우화가 실려 있다. 도가 사상가들은, 수차(水車)의 편리함을 알면서도 기교와 잔꾀가 사람의 마음을 빗나가게 만든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우물에서 물을 퍼올려 등에 지고 나르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농부의 자세를 극구 칭송한다. 도가의 정치적 이상은 이웃 나라의 닭이나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라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평생토록 이웃 나라를 구태여 방문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만족해하는 것이다. 무위(無爲)에 의해 모든 일을 성취함으로써, 도가적 현자들은 이처럼 소박하고 소극적인 사회를 아무런 노력 없이, 아무런 덕도 베풀지 않으면서도 잘 다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상의 한 유파로서 도가는 후대에 심각한 질적 저하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도가의 기본 자세는 전중국사를 통하여 강하게 남아 있었다. 도가는 도가가 아니면 약화되고 결여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것을 중국 사회에 제공해 주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정치적 순응이 강조되고 유교적 도덕이 강요되는 상황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항상 강력한 미적 충동에 이끌려 온 것은 도가의 개인적 자유와 자연과의 신비로운 결합이 이를 고무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교적 전통과 밀접하게 관계하였더라도, 중국의 미술가나 시인들은 마음으로는 언제나 도가주의자였다. 사실 도가 사상은 중국 문화의 주요한 개념들에 대하여 저울추와 같은 평형의 역할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권력의 집중으로 인해 인간의 역할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권력의 집중으로 인해 인간의 자유에 뚜렷한 제한이 그어졌다. 유교적 도덕과 사회적 순응에 대한 강요는 그 구속성이 더욱 강하였다. 그러나 도가에서는 개인의 자기 표현이 가능하였다. 개인의 지성은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서양인의 감각으로 본다면 유교와 도가는 상호 배타적인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뿐만 아니라 전사회까지도 유교임과 동시에 도가일 수 있어서, 어느 한쪽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한 심리적 균형을 성취할 수 있었다. 권력에 있는 사람은 항상 유교적 적극주의자가 되어 사회를 구제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바로 그 사람이 권력 밖에 있으면 도가적 정적주의자(靜寂主義者)가 되어 자기 주위의 자연과 어울리는 일에 빠져든다. 아침에 현실적인 관료로 활동하던 사람이 저녁에는 공상적인 시인이나 자연의 찬미자가 되는 것이다. 사상과 인격에 있어 이처럼 균형된 이원성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어 오고 있다. 출전 : 페어뱅크·라이샤워·크레이그 지음, 김한규·전용만·윤병남 옮김, [동양문화사(상)], 을유문화사, 1991, pp.60-64 |
| 
|
 [고대] 도가 (중국통사) |
 [고대] 도가 (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