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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에스파냐=스페인 (한메)
에스파냐 Espana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입헌군주국. 면적 50만 5000㎢. 인구 약 3932만(1997). 정식명칭은 에스파냐왕국(Reino de EspaPa)이다. 영어명인 스페인(Spain)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베리아반도의 약 4/5를 차지하며, 북동쪽으로는 프랑스·안도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포르투갈과 국경이 닿아 있다. 북쪽으로는 대서양, 남동쪽으로는 지중해에 면해 있다. 수도는 마드리드. [자연] <지질·지형> 이베리아반도의 대부분은 선캄브리아대에 형성되었고, 고생대(특히 후기)의 헤르시니아조산운동에 의하여 에스파냐의 대부분을 이루는 메세타(에스파냐어로 卓狀地라는 뜻)로 불리고 있는 고원의 기반이 형성되었다. 그 뒤 신생대의 알프스조산운동으로, 전체적으로 서쪽으로 약간 경사지면서 융기하여 중앙산계와 칸타브리카·이베리코·피레네·베티코 등의 여러 산맥이 이루어졌고, 에브로요지(凹地)와 지브롤터해협이 생겼다. 이러한 지각변동과 빙하나 하천의 침식·퇴적작용 등을 거쳐 반도의 지질은 3암석구(岩石區)로 대별된다. 즉 반도 서반부의 화강암질, 동부의 석회질, 메세타의 퇴적분지 및 에브로강·과달키비르강유역의 점토질 등으로 나누어진다. 메세타는 평균해발고도 600~750m이며 전체적으로 약간 서남서로 기운 광대한 고원이다. 그 주위에 오목한 요지를 끼고 2000~3000m를 넘는 산맥·산계가 둘러싸고 있으므로 이베리아반도는 반도로서는 매우 대륙적인 지세를 나타낸다. 메세타의 거의 중앙부에는 동북동에서 서남서로 중앙산계(과다라마·그레도스·가타·에스트렐라 등의 산맥)가 지나고 있으며, 북부 고위(高位) 메세타(구 카스티야)와 남부 저위(低位) 메세타(신 카스티야)로 나뉜다. 메세타를 둘러싼 산맥 가운데 북쪽 가장자리를 끝으로 하고 있는 것은 비스케이만(灣)을 따라 동서로 달리는 칸타브리카산맥인데, 북서안에서는 리아스식해안을 이루고, 동으로는 피레네산맥에 연이어 있다. 메세타의 북동 가장자리는 이베리코산계가 끝을 이루고 있으며, 남쪽 가장자리는 동서로 달리는 시에라모레나산맥이 끝을 이루고 있다. 메세타의 서쪽은 메세타의 경사를 따라서 서쪽으로 흐르는 두에로강(포르투갈어명은 도루강)·타호강(포르투갈어명은 테조강) 등의 하천으로 침식되어 있지만, 포르투갈에서는 해안평야를 볼 수 있다. 메세타 서쪽으로 흐르는 여러 하천은 스텝(단초초원)을 따라 흐르므로 계절에 따른 유수량의 변화가 크고 협곡부가 많기 때문에 수운(水運)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다목적댐이 건설되어 있다. 메세타의 동쪽에는 남동으로 흘러 지중해로 들어가는 에브로강의 하곡(河谷)이 있으며, 그 북쪽에서 동쪽으로는 바스크산지·피레네산맥·카탈루냐산괴가 있다. 피레네 남동 기슭을 포함하는 에브로강유역은 에스파냐 전력의 약 1/2을 생산하는 발전지대이며, 용수로에 의한 관개시설의 수원(水源)으로서도 중요하다. 반도의 남쪽 가장자리에는 베티코산계가 있으며, 대단층으로 생긴 과달키비르하곡을 끼고 메세타 남쪽 가장자리의 시에라모레나산맥을 마주보고 있다. 베티코산계는 세구라하곡 등의 가늘고 긴 요지를 끼고 있는 남북 2열의 산맥으로 이루어진다. 즉 북쪽의 수브베티코산맥과 남쪽의 페니베티코산맥이 그것이며, 페니베티코산맥은 에스파냐 최고봉인 물하센산(3478m) 등 3000m급 산이 있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이 포함된다.과달키비르강은 그 중·하류에 펼쳐진 안달루시아저지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기후·식생> 에스파냐의 기후는 지형의 영향과 서로 성질을 달리하는 대서양 및 지중해에 해안이 면하고 있어 지역차가 크다. 대서양 및 비스케이만 연안에서는 거의 1년 내내 비가 내리며(연강수량 970∼1700mm),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서안해양성기후를 나타낸다. 북서유럽과 비슷하여 떡갈나무·너도밤나무 등의 습윤온대림으로 뒤덮여 있으며 1년 내내 푸른 목초지도 있다. 내륙의 카스티야 및 에브로의 저지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추운 겨울과 덥고 건조한 여름의 대륙성기후를 나타낸다. 이곳에서는 스텝과 비슷한 식생밖에 볼 수 없으며, 민둥산과 다갈색토양 대지(臺地)의 에스파냐 특유의 풍광을 보인다. 남부의 지중해안에서 카탈루냐에 걸친 지역은 온난·습윤한 겨울과 건조한 여름의 지중해성기후이다. 이 지역에는 경엽수림(올리브·코르크떡갈나무)이 지배적이며, 관개경지에서는 풍부한 햇빛을 받아 올리브·오렌지·벼 등이 재배된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에서 발생하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남부는 특히 덥고 건조하며, 이것을 견뎌내는 종려나무의 식재(植栽)가 특징적이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는 대추야자·바나나·사탕수수를 재배한다. [지지(地誌)] 자연·문화적으로 북부(갈리시아·아스투리아스·바스크), 중앙부(신·구 카스티야, 에스트레마두라·레온·아라곤·나바라), 동·남부(카탈루냐·발렌시아·무르시아·안달루시아)로 크게 나누어진다. <북부> 에스파냐 북서부에서 프랑스 국경까지 높은 산맥이 이어지며, 서안해양성기후 지역이다. 목축업이 성하며, 소규모 자영농민이 많다. 또한 내륙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이슬람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의 북서유럽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중앙부> 피레네산맥으로부터 서쪽, 에브로하곡을 중심으로 한 아라곤지방에서 메세타의 남쪽을 끝으로 하는 시에라모레나산맥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이며 여기에 총인구의 약 1/3이 살고 있다. 내륙성기후이며 삼림은 거의 볼 수 없다. 관개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휴경농법의 곡물재배나 목양(牧羊)을 주로 하며, 지역에 따라 코르크떡갈나무·포도·올리브 등이 재배된다. 예전에는 북유럽과의 양모교역으로 목양이 성행하였고 산업·인구분포면에서 에스파냐의 중심이었으나, 산업혁명에 뒤지고 전근대적인 대토지소유제에 의하여 후진지역이 되었다. 인구밀도가 낮은 것도 이 지방 공통의 특징이며, 최근에는 이농(離農) 등 인구유출로 과소화(過疎化)·노령화(老齡化)가 진행되어, 지역 내의 농촌과 도시가 두드러진 대조를 보이고 있다. 주요 도시로는 수도인 마드리드, 옛 아라곤왕국의 도읍인 사라고사, 대학과 자동차공장이 있는 바야돌리드, 부르고스·살라망카·바다호스 및 역사적인 도시인 세고비아·톨레도 등이 있다. <동·남부> 지중해성기후를 나타내는 지역이며, 남쪽일수록 건조하고 건기도 길다. 안달루시아동부의 알메리아로부터 발렌시아 남부의 알리칸테에서는 연강수량이 340mm 이하이며, 건조기가 9개월이나 된다. 피레네의 동부에서 지중해 연안의 카탈루냐·발렌시아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있으며, 카탈루냐에서는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하려는 운동이 있었고, 무르시아를 포함한 이들 세 지방은 에스파냐내전 때 공화파의 거점이 되었다. 특히 카탈루냐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13세기에 이 지방 최대의 상공업·문화·금융 중심지로서 번영하였고, 18세기 이래 방적업 등 각종 공업이 발전한 도시로서, 시민자치의 전통을 가진 에스파냐의 선진지역이었다. 현재도 에스파냐 제2의 인구를 지닌 도시이고, 항만규모와 상공업활동에서는 제1위의 산업도시이며, 공업발전과 급속한 인구집중으로 대도시권이 형성되어 있다. 1992년 제25회 올림픽대회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그 주변에는 타라고나·헤로나 등의 지방 중심도시도 발달해 있다. 더 남쪽에는 에스파냐 제3의 도시 발렌시아가 있다. 남단의 안달루시아지방은 이슬람의 영향이 가장 짙게 남아 있으며, 그 문화유산이 많아서 그라나다·코르도바·세비야를 비롯한 관광도시가 많다. 과달키비르강 저지 및 해안평야는 관개가 잘 되어 있어 농업이 발달했고, 올리브·포도 등이 재배된다. 대토지소유제에 의한 대농장경영이며, 한편으로는 토지를 가지지 못한 농업노동자가 많아 부재지주(不在地主), 생산성이 낮은 토지경영 등이 두드러진다. 공업화정책이 추진되어 세비야·코르도바·말라가·우엘바·카디스 등의 도시에 금속·조선·화학 등의 공업이 입지해 있지만, 많은 저임금 노동자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여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저개발상태에 머물러 있다. [역사] <에스파냐사(史)의 특색과 개관> 에스파냐(Espana)라는 국명의 기원 Span은 페니키아인이 처음 부른 듯하며, <토끼의 나라> 혹은 <먼 나라>의 뜻이라고 한다. 이것이 로마인에 의하여 히스파니아(Hispania)가 되었고, 이어 에스파냐가 되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포함한 반도를 이베리아(Iberia)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에스파냐 동부를 흐르는 에브로강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피레네산맥의 남쪽은 유럽이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풍토상으로 이베리아반도는 아프리카와 비슷하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고, 이어 게르만의 침입 이후의 에스파냐는 서유럽과 공통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그리스도교이다. 에스파냐의 국토는 800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 문화적으로는 이슬람의 영향이 크지만, 에스파냐의 통일국가 형성은 이슬람과의 대항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에스파냐 민중은 유럽인으로서의 동질성을 의식하고 있다. 에스파냐 역사의 특징은 근대화의 속도가 느렸다는 점이다. 에스파냐는 대항해시대를 낳았고, 세계를 제패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부터는 국제정치의 중심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되었다. 근대자본주의의 발전이 뒤졌고, 중산계급이 서유럽국가들과 같은 힘을 지니지 못하여 낡은 사회제도를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에스파냐의 역사를 동요(動搖) 속에 빠뜨렸다. 오랫동안 유럽의 주변에 머물러 있던 에스파냐는 20세기에 이르러 사회적인 모순이 폭발하여 에스파냐내전을 야기시켰고, 그 추이는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에스파냐의 근대사에 있어서 두드러진 것은 지방분리주의이다. 공적인 국체로서의 에스파냐 외에 민중들이 애착을 가지는 것은 갈리시아나 아라곤 등의 소조국(小祖國)이다. 이 분리주의는 카탈루냐와 바스크 등 언어 또는 민족적인 상위(相違)를 가지고 있는 지방에서는 반(反)카스티야적 감정, 나아가서는 반중앙집권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에도 바스크독립운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에스파냐는 이웃 나라 포르투갈과 더불어 20세기에 있어서 오랫동안 독재정권 아래 있었지만, 두 나라 모두 1970년대에 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좌익정부가 출현하였다. <고대로부터 국토 회복까지> ⑴ 선사시대 고대 이베리아반도는 유럽과 아프리카와의 통로가 되어 있었고, 온갖 종족이 이 땅에 거주하였다. BC 3000년대 아프리카로부터 햄족계의 이베리아족이 이주하고, 이어서 BC 1000년 무렵부터 중부유럽 방면의 인도유럽계의 켈트족이 이주해 왔다. 이윽고 이베리아반도 중부에서 두 민족의 피가 섞였고, 이것이 에스파냐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켈트·이베리아족이 되었다. 이베리아족·켈트족의 이주보다 먼저 피레네산맥의 북방에 있던 종족은 바스크족으로서,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이곳에 살고 있다. 바스크족이 알타미라동굴의 벽화를 남긴 구석기시대인의 직계라고 보는 학설도 있다. 이베리아반도 지중해연안은 지중해 연안 여러 민족과의 교통이 열려, BC 1100년 무렵에는 페니키아인이 카디스에 상업기지를 건설하였고, BC 6세기에는 그리스인이 발렌시아 주변에 식민시(植民市)를 세웠으며, 같은 무렵에 카르타고가 바르셀로나에서 카르타헤나에 걸쳐 식민시를 건설하였다. 카르타고는 또한 안달루시아지방으로부터 에스파냐 중부까지 침입하여 이 땅을 지배하였다. BC 3세기에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포에니전쟁이 일어나 패배한 카르타고는 로마인에 의해서 추방되고, 에스파냐의 지중해연안은 로마의 지배 아래 놓였다. BC 1세기에는 이베리아반도는 로마의 속주(屬州)로서 히스파니아라 하였고, 히스파니아타라코넨시스·루시타니아·히스파니아바에티카의 3주로 분할, 통치되었다. 로마의 지배는 500년이나 계속되어 라틴어 보급이 진전되었다. 지방에 따라 라틴어가 켈트어나 이베리아어와 섞이는 정도가 달라짐으로써 카탈루냐어·카스티야어·포르투갈어가 성립되었다. 이 가운데서 카스티야어가 현재 에스파냐어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또한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다. ⑵ 서고트왕국과 이슬람제국 게르만인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로마제국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409년 게르만계의 반달족·알라만족·수에비족이 침입하였고, 뒤이어 414년 서고트족이 침입하여 반달족을 아프리카로 내몰았다. 서고트족은 서고트왕국을 건설하여 8세기 초까지 이베리아반도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수에비족은 북서부의 산지에 수에비왕국을 세웠다. 서고트왕조는 처음에 아리우스파의 그리스도교를 믿었으나, 점차 가톨릭의 세력이 신장되었다. 7세기 말 아랍인들이 북아프리카에서 대서양연안에 도달하였고, 711년 지브롤터해협을 건너서 알헤시라스만에 상륙하였다.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인 가운데에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자도 나타났는데, 그들은 무어인(모로인)이었다. 아랍인과 무어인 집단은 8세기 초에 서고트왕국을 멸망시켰고, 북부를 제외한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였다. 이후 왕조의 교체는 있었지만 이슬람의 지배가 계속되었고, 동시에 그리스도교도인 에스파냐인에 의해 국토회복운동(레콘키스타)도 시작되었다.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의 지배는 10세기에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레콘키스타의 남진(南進)과 더불어 이슬람의 중심지는 그라나다로 옮아갔다. 이러한 이슬람문화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⑶ 국토회복운동 이슬람의 지배에 대항하는 국토회복운동은 에스파냐 북부의 아스투리아스와 피레네지방에서 시작되었다. 아스투리아스에는 10세기에 레온왕국이 성립되었고, 또 카스티야왕국이 레온으로부터 분리되었다. 11세기에는 카스티야왕국이 레온을 병합하고 나바라왕국으로부터 아라곤왕국이 분리되었다. 이들 여러 나라의 남진으로 이슬람세력은 남으로 쫓겨가서, 13세기에는 코르도바·세비야가 에스파냐인의 손으로 돌아왔다. 15세기 후반에 즉위한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라 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왕이 1469년 결혼함으로써 양국은 통일되었다. 가톨릭을 신봉하는 이 두 왕 아래 92년 이슬람의 마지막 근거지였던 그라나다가 함락되고 국토회복운동은 완결되었다. 그리고 국토회복운동 과정에서 에스파냐는 봉건사회로 이행하였고, 포르투갈이 에스파냐로부터 분리되었다. <황금시대> ⑴ 대항해시대와 식민지제국 15세기 초 포르투갈의 왕자 엔리케는 상업적 이익을 찾아서 북아프리카의 세우타를 점령하고, 또 대서양의 탐험을 장려하여 카나리아제도를 비롯한 대서양의 여러 섬을 발견하였고, 15세기 중엽에는 적도 근처의 아프리카 서안에 도달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에스파냐도 해외탐험에 나섰다. 이사벨라 여왕의 원조를 받은 C. 콜럼버스는 1492년 서인도제도를 발견하였다. 이 일련의 탐험을 유럽역사학에서는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한다. 에스파냐는 포르투갈과 경합, <신대륙> 아메리카에 광대한 영토를 획득한 뒤, 무역을 왕의 통제 아래 두고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에스파냐·포르투갈의 식민지경영은 항해·탐험을 추진한 <콘키스타도레스(정복자)>에게 보상으로서 획득지의 전권을 맡기는 봉건적인 것이었으며, 원주민(인디오)에 대한 학대와 수탈은 가혹한 것이었다. 특히 금·은을 채굴하는 광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낳았으며, 금·은의 유입은 이른바 가격혁명을 일으켰다.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의 손자인 카를로스 1세는 합스부르크가(家)의 혈통을 이어 신성로마황제(카를 5세)가 되었고, 16세기 전반의 40년 동안 에스파냐와 식민지 외에도 네덜란드·부르고뉴 등의 영토를 지배하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과시하였다. 카를로스 1세는 코무네로스의 난을 진압하여 에스파냐에 절대주의체제를 수립하고 모직물공업 등의 경제발전을 추진하였다. ⑵ 황금의 세기 16세기 중엽부터 17세기 후반까지를 <황금의 세기>라고 한다. 전성기는 16세기 후반의 펠리페 2세 시대였다. 펠리페 2세는 포르투갈왕의 후계자 계승 문제에 개입하여 포르투갈 왕위를 계승하고, 1640년까지 에스파냐왕이 포르투갈을 병합하여 포르투갈왕이라 칭하였다. 펠리페 2세는 1571년 레판토해전에서 오스만투르크를 격파했으나, 이것은 동시에 에스파냐 몰락의 시초이기도 하였다. 전근대성이 강한 에스파냐의 산업은, 새로이 발전하고 있던 영국·네덜란드의 근대적인 산업에 압도되기 시작하였다. 유럽의 종교개혁에 대하여 에스파냐는 반(反)종교개혁의 본산이 되어 종교재판과 유대인·무어인에 대한 박해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박해의 결과 경제적 기반이 크게 흔들렸고 노동력은 격감하였다. 게다가 에스파냐의 지배에 반대하여 네덜란드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 1579년에는 네덜란드의 7주가 사실상 독립하였다. 1588년에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지지하는 영국과 도버해협에서 해전을 벌였는데, 에스파냐의 <무적함대>가 대패하여 제해권을 영국에 넘겨주었다. 이것이 에스파냐의 쇠퇴를 암시하는 사건이 되었다. 따라서 <황금의 세기>는 에스파냐제국이 몰락하고 사회가 쇠퇴하는 과정이 되었지만 문화사적으로는 연극·문학·회화 등의 화려한 융성기였다. M.세르반데스, 로페데 베가, 엘 그레코 등이 유명하다. ⑶ 부르봉 계몽절대주의 펠리페 2세가 죽은 뒤 에스파냐의 국제적 지위는 급속히 낮아졌다. 1700년 카를로스 2세가 죽자, 펠리페 3세의 혈통을 이은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손자가 펠리페 5세로 즉위함으로써 부르봉왕조가 시작되었다. 이에 대하여 영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가 프랑스·에스파냐에 전쟁을 일으켜 에스파냐계승전쟁(1701∼14)이 벌어졌다. 에스파냐는 이전쟁에 패배하여 영토가 줄어들었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 부르봉왕조는 이른바 계몽절대주의정책을 취하여, 산업·무역에 대한 중상주의적 통제를 폐지하고 부농의 육성과 국립매뉴팩처의 설립 등을 시도하였으나, 18세기를 통하여 에스파냐는 생산의 쇠퇴와 인구의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신흥 중산계급의 성장이 미미하였다. <부르봉왕조와 시민혁명의 좌절> ⑴ 나폴레옹 1세와 에스파냐독립전쟁 에스파냐의 부르봉왕가는 프랑스혁명으로 왕조가 타도되자 프랑스와 적대관계가 되었으나, 1795년 <바젤의 화약>을 계기로 프랑스와 화해하고, 나아가서 나폴레옹을 지지했다. 그러나 1805년 트라팔가의 해전에서 영국에게 패배함으로써 해군력을 잃었다. 1807년 나폴레옹군이 포르투갈에 상륙하자, 포르투갈의 브라간사왕가(王家)는 해외로 망명하였다. 다음해 나폴레옹은 에스파냐에도 출병하였고, 부르봉왕가의 내분을 틈타서 카를로스 4세를 퇴위시키고 자신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를 에스파냐왕으로 삼았다. 이 무렵, 프랑스 점령하의 마드리드에서 시민의 반란이 일어나고 시가전이 시작되었다. 부르봉왕가는 나폴레옹에 의해서 궤멸되었으나, 시민과 농민은 게릴라전으로 나폴레옹에게 저항하였다. 에스파냐어의 <게릴라>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여러 지역의 저항조직은 12년 카디스에 모여 국회(코르테스)를 열고, 주권재민을 비롯한 자유주의적 조항을 받아들여 카디스헌법을 제정하였으나 이 헌법은 실시되지 못하였다. 이것은 에스파냐에 있어 민주주의혁명의 최초의 시도였다. 나폴레옹군에 대한 저항전쟁은 최후까지 지속되어,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과 더불어 이베리아반도는 해방되었다. ⑵ 리에고혁명 1814년 페르난도 7세가 즉위하여 빈체제의 일환으로서 가톨릭세력의 강화와 왕당파의 부활을 기도하며 전제정치를 시작하였다. 이에 대항하여 20년 리에고 이 누녜스대위가 카디스 부근에서 전제정치에 반대하는 선언을 내놓았다. 이것 역시 에스파냐에 있어 민주주의혁명의 한 시도였다. 리에고의 선언은 카디스헌법의 부활을 요구하는 군대·농민의 지지를 얻어 코르도바에서 마드리드로 혁명운동이 번져갔다. 이와 더불어 국회에서도 급진파 부르주아의 주장으로 봉건적인 여러 특권을 폐지하는 법안이 채택되었으나, 실현되지는 못하였다. 이와 같은 혁명운동의 고양에 대하여 빈체제하의 베로나회의는 프랑스군의 파견을 결정, 1823년 프랑스군이 마드리드를 침입하여 리에고의 혁명은 실패하고 자유주의자들은 탄압을 받았다. 리에고혁명 동안에 중·남아메리카의 에스파냐 식민지들이 잇따라 독립하였다. ⑶ 카를리스타전쟁 1833년 페르난도 7세의 죽음을 맞이하여 왕의 동생 돈 카를로스는 정부가 인정한 이복누이 이사벨라 2세의 즉위에 반대하여 왕위를 요구함으로써 카를리스타 전쟁이 일어났다. 카를로스를 지지하는 카를리스타는 보수적인 귀족·성직자·농민이었고, 이사벨라 2세와 그 모후(母后) 마리아 크리스티나를 지지하는 세력은 도시 부르주아지, 자유주의적인 지주였다. 이 내란은 지방 대 도시, 보수적 교권주의 대 자유주의, 바스크·나바라의 지방분리주의 대 중앙집권주의 간의 갈등으로, 당시 에스파냐사회의 기본적 모순을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은 결국 1839년 카를리스타의 패배로 끝났지만 마리아 크리스티나를 지지하는 측에서도 분열이 잇따랐다. ⑷ 에스파르테로정권 1840년 B.에스파르테로장군이 도시의 민중과 진보파 인텔리겐치아 등의 지지를 받으면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였다. 에스파르테로는 마리아 크리스티나를 섭정의 지위에서 추방하고 독재권력을 휘둘렀으나, 점차 보수주의로 기울어, 얼마 뒤 민중의 봉기로 실각하고 1843년 영국으로 망명하였다. 에스파르테로의 뒤를 이어 R.M.나르바에스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보수적인 정치를 하였다. 1854년 L.오도넬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귀국해 있던 에스파르테로는 총리로 추대되어 다시 정권을 장악했지만, 1856년 오도넬에게 빼앗겼다. 에스파르테로정권 시기에 영국·프랑스의 자본을 도입하여 철도가 부설되고, 카탈루냐에 면공업, 바스크에 철공업이 발달함으로써 근대산업 발전의 기초가 확립되었다. 오도넬과 나르바에스 사이에 정권 쟁탈이 있었으나, 여왕 이사벨라 2세와 나르바에스정권은 자유주의자를 탄압하는 등 반동적인 정책을 펴다가 1868년 9월혁명으로 여왕은 왕위를 빼앗기고 망명하였다. 그리고, 혁명의 주도권을 쥔 자유주의자들은 <1869년 헌법>을 제정하였다. ⑸ 제1공화국 이사벨라 2세를 추방한 혁명의 배후에는 정치세력으로서 대두하고 있던 노동자계급이 있었다. 19세기 중엽부터 프랑스에 인접한 카탈루냐에 M.바쿠닌의 아나키즘이 소개되었고, 얼마 뒤 전(全)에스파냐에 확산됨으로써 아나키즘은 에스파냐노동운동의 한 특색을 이루게 되었다. 1870년에 제1인터내셔널의 에스파냐지부가 창립되어, 주류파가 된 마르크스파는 곧 바쿠닌파를 제명하여 아나키스트와 대립하고, 1882년 사회노동당을 결성하였다. 그 산하에 1888년 노동총동맹이 성립되었고 아나키스트와 더불어 노동자계급을 양분하여 장악하였다. 노동운동은 이렇게 분열되기는 하였지만, 독자적인 세력으로서 정치무대에 등장하였다. <1869년 헌법>은 입헌군주제, 보통선거, 국가와 교회의 분리 등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군주의 선출은 계속 혼미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1870년 이탈리아로부터 아마데오를 군주로 맞이하였으나 1873년 2월에 퇴위함으로써 단명으로 끝났다. 여기서 공화파가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여 공화국이 선언되었다. 그리하여 에스파냐는 대통령제의 연방공화국이 되었다. 공화국에 대항하여 카를리스타나 아나키스트의 반란 등이 일어났고, 군대는 공화국정부에 반대하였다. 군대의 쿠데타로 공화국은 무너졌고, 1874년 12월 알폰소 12세가 즉위하여 왕제가 부활하였다. 이때의 공화국을 1931년에 성립하는 제2공화국에 앞서 제1공화국이라고 한다. (6) 1898년세대 부르봉왕조의 부활과 더불어 카를리스타·노동운동·농민운동에 대항하여 부르주아·지주·가톨릭교회의 타협이라는 세력배치가 정해져, 왕정복고의 줄거리를 만든 카노바스 델 카스티요가 1868년 9월혁명의 지도자 P.M.사가스타 등의 협력을 받고 정치체제를 안정시키려고 하였다. 이 체제 속에서 카시키스모가 발생하였다. 카시키스모는 지방귀족인 카시케가 민중에 대하여 공갈이나 매수로 선거를 좌우하는 움직임으로, 의회정치를 민중으로부터 유리시키려는 것이었다. 98년 에스파냐의 지배 아래 있던 쿠바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났고, 에스파냐는 이를 도운 미국과 전쟁을 벌였다(미국∼에스파냐전쟁). 필리핀에서도 에스파냐의 통치에 반대하여 독립운동이 전개되었고, 미국은 또 이 운동을 도왔다. 에스파냐해군이 패배하여 쿠바와 필리핀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식민지의 독립운동은 미국에 의해서 탄압되었다. 에스파냐는 쿠바·필리핀 및 푸에르토리코를 잃고, 식민지로는 모로코의 해안지대와 아프리카 서쪽의 몇몇 섬들만이 남았다. 이 미국∼에스파냐전쟁에서의 패배는 에스파냐의 몰락과 정치적·사회적 부패를 말해주는 것이었으며, 에스파냐사회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정부가 혼미에 빠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1898년 세대>라고 하는 사상가·예술가가 등장하여 사회개혁의 소리를 높였다.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와 J.우나무노, 작가 B.이바녜스 등이 유럽의 발전에서 뒤처진 에스파냐사회에 계몽을 촉구하며 알폰소체제의 부패를 비판하였다. <20세기의 에스파냐> ⑴ 알폰소체제 20세기의 에스파냐는 19세기의 여러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에스파냐는 유럽 최후진국의 하나로서, 전근대적 제도 아래서 복잡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기생적인 대토지소유제가 암적인 존재로서 남아 있는 농업문제였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최대의 지주였으며, 동시에 금융·공업에 투자하고 국부(國富)의 1/3을 장악하고 있었다. 교육은 교회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국민의 반수는 문맹이었으며 선거는 카시케가 좌우하고 있었다. 미국∼에스파냐전쟁에 패배한 뒤 군부는 모로코로 눈을 돌려 사실상 모로코를 프랑스와 함께 분할하였다. 군부는 국가주의적·호전적으로 흘러 노동운동에 적의를 가졌으며, 정치에도 개입하게 되었다. 1886년에 즉위한 알폰소 13세는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1909년 군부는 모로코전쟁을 일으켰고, 이에 반대하는 운동이 노동자 사이에서 일어나, 그해 7월 <비극의 1주간>에 바르셀로나는 내전의 양상을 나타냈다. 이 기간에 반전운동은 반교회운동으로 바뀌었고 교회를 불태우는 일이 빈발하였다. 특히 아나키즘은 노동운동과 안달루시아농민운동에서 힘을 발휘하였고, 반교회운동의 중핵이 되었다. 10년에 <노동전국연합>이 아나키즘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으로 발족함으로써 사회당계의 <노동총동맹>과 더불어 에스파냐의 노동운동은 양분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제1차세계대전에서 에스파냐는 중립을 지킴으로써 경제발전의 좋은 기회를 맞이하였다. 노동자수도 증대하여 전쟁 뒤의 노동운동이 활발해지는 토대가 되었다. 한편, 모로코에 대한 식민지화가 여전히 진행되는 동안에 베르베르인의 지도자로서 압델크림 엘카타비가 나타나, 1921년 7월에 모로코 동부에서 에스파냐군을 대패시켰다. 이에 대한 책임문제가 의회에서 추궁되었고, 궁지에 빠진 알폰소 13세는 1923년 M.P.데 리베라이 오르보네자 장군을 총리에 임명,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모방한 독재정권을 수립하였다. 이 정권은 세계경제공황기였던 1930년에 붕괴하였고, 1931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공화국이 선포되면서 알폰소 13세는 국외로 망명하였다. ⑵ 제2공화국 1931년 새로이 성립된 공화국을 제2공화국이라 한다. 공화국 정부는 노동운동의 고양, 농민의 토지개혁 요구,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독립문제, 군대의 개혁, 교육의 교회로부터의 분리 등 산적한 문제에 직면하였고, 교육문제나 카탈루냐 자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지만, 토지개혁의 미비 등으로 대부르주아·귀족·지주·군부·교회세력 등의 우익과 농민·아나키즘계 노동자세력 등의 좌익은 제2공화국에 환멸을 느꼈고 정치는 다시 불안에 빠졌다. 1933년에는 왕당파와 교회세력을 배경으로 하여 공화국에 반대하는 우익이 총선거로 정권을 장악하였고, 이때부터 <암흑의 2년간>이라고 하는 반동기에 접어들었다. 1934년 10월 교회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반공화국결사의 입각(入閣)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총파업이 일어났으며, 특히 아스투리아스의 광산지대에서는 무력투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 <10월투쟁>은 군부에 의하여 진압되었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진영의 통합이 추진되어 1936년 2월 총선거에서 인민전선이 승리를 거두었다. ⑶ 에스파냐내전 인민전선은 노동자·농민·중간층의 제휴를 기초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우익세력의 공격이 1936년 7월에 시작되어 <에스파냐내전>이 일어났다. 내전은 의외로 장기화되었고, 1939년 3월에 마드리드가 함락됨으로써 인민전선의 패배로 끝났다. 반란군은 F.프랑코 장군이 이끌었으며 내전이 끝난 뒤 프랑코의 주도 아래 파시즘 형태의 일당독재국가가 성립하였다. ⑷ 프랑코시대 프랑코정권은 독일·이탈리아 파시즘 진영의 지지를 얻어 승리하였으므로, 제2차세계대전 발발 후 추축국(樞軸國)에 가담할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내전 뒤의 에스파냐는 경제적으로 피폐해 있었으므로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추축국에 호의적이었고, 독일의 소련 침공 때에는 5만 명의 병력을 파견하였다. 전세가 추축국에 불리하게 되어가자 프랑코는 에스파냐의 대외정책을 점차 미국에 대하여 호의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동시에 파시즘체제의 성격을 완화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때까지 프랑코체제의 유일한 정당은 팔랑헤당(黨)이었고, 노동조합은 해체되고 민주주의는 파괴되는 등,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비슷한 체제였다. 제2차세계대전 뒤인 1946년, 국제연합(UN)은 <프랑코 파시스트정부>를 UN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하였다. 프랑코시대는 40년 동안 계속되었는데, 이 동안에 프랑코는 조금씩 파시즘체제를 완화시켰고, 동서냉전에 편승하여 1955년 UN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적고립상태에서 벗어났다. 에스파냐는 프랑코의 <국가원수계승법>에 의해서 왕국이면서 왕은 없고 프랑코 자신이 종신원수로서 후계자도 지명할 수 있게 한 불합리한 정치체제가 수립되었다. 1975년 11월에 프랑코는 죽고 알폰소 13세의 손자 후안 카를로스가 즉위하였다. ⑸ 현재의 에스파냐 1976년 1월 의회는 상하양원제가 되었고, 언론·결사의 자유가 인정되었다. 1977년, 41년 만에 총선거가 실시되어 민주중도연합과 사회노동당이 크게 입지를 넓힘으로써 프랑코파는 지배적인 지위를 잃었다. 1978년 신헌법이 채택되어 에스파냐의 국가체제는 주권재민의 입헌군주제를 갖추었다. 1982년의 총선거에 의해서 사회노동당의 F.곤잘레스 마르케스가 단독내각을 조직하였는데, 에스파냐내전 뒤 처음으로 좌익정권이 등장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정치] <프랑코 사후의 민주화정책> 1975년 프랑코의 죽음으로 독재적인 정치체제는 곧 붕괴되고, 부르봉가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하였다. 1976년 12월 국민투표로 정치개혁법이 입법되어 1977년 1월에 공포되었다. 같은 해 4월에는 공산당의 합법화, 프랑코가 이끌어왔던 국민운동의 해산, 검열제도의 폐지 등이 실현되었고, 6월에는 제2차세계대전 뒤 처음으로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1978년 12월 에스파냐신헌법이 국민투표로 승인되어 정치적으로는 의회제에 바탕을 둔 입헌군주제의 민주주의국가가 되었고, 1982년에는 신헌법에 의거하여 민주적인 선거가 치러져 사회노동당(SPOE)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1989년 10월 총선에서도 사회노동당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국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이다. 하원의원은 1주(州)를 1선거구로 하여 인구에 따른 비례대표제에 의하여 350명이 선출된다. 상원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며 원칙상 본토의 각주에서 4명씩, 도서부(島嶼部) 및 세우타·멜리야에서 20명, 합계 208명이 선출된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으며, 행정부인 내각은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내각은 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조직되며 행정을 담당한다. 사법권의 최고기관은 대법원이며 입법부·행정부와는 독립되어 있다. 지방행정단위는 본토 47주, 발레아레스제도 1주, 카나리아제도 2주의 합계 50주로 구분되며, 또 사법 관할상 348개 군(郡)으로 나누어져 있다(1985). 50주는 16개 지방으로 갈라지는데, 이들 지방은 역사적으로 보아 중세 소왕국의 자취로서, 현재의 행정조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주 및 시·읍·면의 자치행정은 각각 주지사 및 주의회, 시·읍·면의 장 및 그 의회가 맡아 한다고 신헌법에 명기되어 있으며, 1978년 7월의 지방선거법 시행 뒤로는 종래에 있었던 중앙정부의 지방행정에 대한 간섭이 거의 없어졌다. 에스파냐는 전통적으로 지방분립주의가 강한 나라이며, 특히 독자적인 언어·문화를 가진 지방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강하다. 신헌법에서는 정식으로 자치주의를 보장하고 있다. 자치주는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나눈 16개의 지방을 기초로 해서 구성되어, 카탈루냐·바스크·갈리시아·안달루시아 등과 수도인 마드리드를 포함하여 17군데이다(1985). 그 가운데 7군데가 1주만으로 되어 있다. 외교정책은 적극적이고도 개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유럽에서의 에스파냐외교는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하여 전개되어 왔다. 1977년 7월 정식으로 가맹을 신청한 이래 8년에 걸친 교섭이 있었는데, 1985년 3월의 교섭에서 어업과 농산물의 취급에 관하여 완전한 공동시장으로의 가입을 유보한다는 조건으로 최종적인 합의가 성립되어, 1986년 1월 1일에 가맹이 실현되었다. <국방> 1977년 6월의 총선거 뒤에 국방부가 창설되어, 그때까지 융합되어 있던 군사부문과 행정부문이 분리되었다. 병역은 의무제이며, 복무기간은 육·해·공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년 6개월이며, 병역의무자는 예편 뒤에도 36세까지 전시소집의 대상이 된다. 다만, 양심적인 병역거부가 용인되고 있다. 병력 규모는 육군 21만, 해군 3만 9000, 공군 3만 6000이다(1989). 1953년 9월에 체결된 미국·에스파냐군사협정(76년 이후는 조약)에 의해서 국내에 미군기지가 있으며, 에스파냐군은 장비 등을 현대화하였다. 그러나 반핵(反核)을 부르짖는 국내여론에 따라 미국의 원자력선(原子力船)은 철수하였고, 핵무기의 반입금지가 선언되었다. 1982년 5월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였다. 사회노동당정권은 국내에 공산당과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반 NATO세력이 있기는 하였지만 ① 비핵정책의 지속 ② 에스파냐주둔 미군의 단계적 감축 등을 조건부로 NATO에 잔류한다는 방침을 86년 3월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52.54%의 찬성을 얻음으로써 잔류가 결정되었다. [경제·산업] <산업구조> 산업혁명으로 일제히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럽선진국에 뒤져, 에스파냐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외국기업의 진출, 정부의 국내산업 보호 등으로 공업화가 진전되었다. 1959년 외국자본의 적극적 도입을 위한 경제안정계획이 책정되었고, 또 경제사회개발계획(제1차 1964∼69년, 제2차 68∼71년, 제3차 72∼75년)에 의하여 수자원개발, 공업 및 교통의 근대화가 추진되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제1차산업의 노동인구 및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제2·3차산업의 수치를 밑돌게 되어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이행(移行)을 가져왔다. 노동인구는 1274만이며, 그 중 168만(13%) 이농·임업에, 334만(26%)이 제조업 및 건설부문에, 481만(38%)이 상업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1981). <자원·에너지> 에스파냐의 광산자원은 종류가 많고 풍부하며, 칸타브리카·시에라모에라·페니베티코의 각 산맥에 많이 분포한다. 채굴의 역사는 로마시대 이전에 시작되었다. 19세기 말에는 유럽선진국의 투자에 의한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다량의 광산물이 수출되었고, 그 때문에 광업은 에스파냐의 공업화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였고, 더욱이 양질의 광상(鑛床)이나 채굴이 쉬운 광상은 고갈되었다. 급속한 공업화로 외국으로부터의 광산물 수입이 증가했고, 1960년대 후반에는 그 수입액이 수출액의 2∼4배나 되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수입광산물에의 의존을 탈피하기 위하여 광산의 조사개발 및 외국에서의 채굴에 힘을 기울여 브라질에서 철광산·보크사이트광산의 채굴에 참여하고 있다. 석탄은 국내소비량의 약 절반을 충당하고 있으며, 주산지는 아스투리아스지방이고 품질은 중간 정도이다. 철광석은 풍부하지만 규산분이 많아 저품질인데다가 국내소비를 충당하지 못하여 브라질과 기니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북부의 빌바오 주변 등지에서 총생산량의 1/3을 산출한다. 알마덴광산(시우다드레알주)의 수은, 리오틴토광산(우엘바주)의 구리는 예로부터 생산되었던 굴지의 광산들이다. 그밖에 납·아연·우라늄 등도 생산된다. 1950년에는 소비에너지의 70%가 석탄이었으나, 73년에는 석유로 바뀌었다. 그러나 석유생산량은 국내수요의 5%에 불과하므로, 소비에너지의 75%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량은 해마다 늘어나서 1117억㎾·h이며, 그 가운데 23%가 수력이고 8%가 원자력이며 나머지는 화력발전이다(1982) . <농업·목축업> 계절에 따라 강수량 변화가 크므로, 관개를 하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은 북부·북서부에 한정되어 있고, 타구스강 이남 지역에는 아직도 대토지소유제가 널리 존재하고 있으며, 농가당 경작면적이 협소하여 근대화에 방해가 되는 등 여러 가지 악조건으로 인해, 에스파냐의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 토지소유현황을 살펴보면, 농민의 92%가 농토의 10.5%를 경작하므로 평균 소유면적이 5ha 이하인 데 반하여 1%의 지주가 53%의 토지를 나누어 가지므로 지주들은 100ha 이상을 소유한다. 에스파냐에서는 경영규모 50∼200ha가 채산성이 있는 적정규모라고 하는데, 50ha 이하의 소경영이 총경영업체의 95%, 경영면적의 34%를 차지한다(1972). 한편, 대경영농장에서는 다수의 농업노동자에 의하여 조방적(粗放的) 농업이 이루어지고, 지주들은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농업에 투자하지 않고 저축하므로, 이익은 다른 산업부문에 투자된다. 이와 같이 생산성이 낮고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술수준, 작물의 단위수확량 등에서 유럽 최저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주요 농작물은 보리·밀·호밀 등의 곡물(731만ha), 감자·토마토·양파 등의 채소(72만ha), 포도(166만ha) 등이며(1982), 포도주 양조와 오렌지를 주로 하는 과일가공 등도 이루어진다. 에스파냐의 농업은 기후조건이나 역사적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 북부의 갈리시아에서 바스크에 걸쳐서는 옥수수 재배와 목우(牧牛)가 수목에 둘러싸인 세분된 토지에서 자영소농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칸타브리카산맥 지역에서는 도시의 발달에 의한 우유와 육류의 수요로 육우와 젖소 사육 및 그 가공업이 발달해 있다. 지중해지방에서는 건조한 구릉 위에서 올리브·포도·아몬드·캐러브(carob;콩과 세라토니아속 나무의 영어명. 지중해지방 원산으로, 열매는 사료로 쓰임) 등이 재배되며, 산기슭 비탈면에 개척된 관개경지(우에르타라고 한다)에서는 감귤류와 촉성야채가 재배되고, 저지에는 벼를 심는다. 그 밖에 사탕수수·뽕나무를 재배하며, 양잠도 한다.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는 과달키비르하곡의 비옥한 흑토에 핀카(finca)라고 불리는 대농장에서 조방적 농업을 하는데, 옥수수 및 목화와 밀의 윤작, 올리브·포도 등이 재배되고 있다. 근래에는 트랙터 등의 기계도 도입되었다. <임업·수산업> 삼림면적은 2600만ha로서 국토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임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여 경제면에서의 기여도는 낮다(1980). 유럽너도밤나무·해안송(海岸松)·유칼립투스·서양사시나무 등이 목재·펄프용재로서 생산된다. 남부에서는 코르크떡갈나무가 많이 생산·가공된다. 수산업도 주요산업의 하나이다. 정어리·다랑어·대구 등의 연간어획량은 124만t(1982)이며, 세계의 10대 수산국에 포함된다. 비고·라코루냐 등의 어항을 중심으로 한 북서부, 남부 대서양 해안, 북부 비스케이만 연안이 어업의 중심지이며, 북서부의 비고는 국내 통조림제조량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공업> 근대공업은 18세기 말 바르셀로나지역에서 일어난 방적업을 시작으로 시멘트·유리·제지 등의 공업으로 발전하였다. 19세기 후반에는 석탄과 철광자원을 기초로 해서 비스카야제철을 발족하는 등, 바스크·아스투리아스지역에서 중공업이 일어났다. 그러나 자급자족경제체제였던 1941년, 국가자본에 의해서 지주회사(持株會社)인 <산업공사(産業公社;INI)>가 창립된 이래 본격적인 공업화가 시작되어 기간산업에 대한 원조가 이루어짐으로써 비로소 국가의 중요한 공업이 발전하였다. 1959년의 경제안정계획에서는 시설·기계·특허의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졌고, 1964년부터 실시된 3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에서는 외국자본의 유치가 이루어져, 댐 건설 및 건축용 시멘트, 화학·비료·조선·자동차 등 특정한 공업에 대해서 특혜조치가 취해졌다. 한편으로는 풍부한 노동력, 관광객과 해외근로자로부터 들어오는 자본의 축적과 아울러 급속히 공업화가 진척되어, 국내총생산은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공업부문은 다양하지만, 전통을 이어받은 바스크·아스투리아스·카탈루냐 및 근래에 대공업도시로 발달한 마드리드의 4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빌레스·히혼·빌바오는 제철업의 중심이며, INI 설립에 의한 국영제철주식회사(ENSIDESA)를 통하여 정부가 직접 참여, 독일·미국의 기술원조에 의해서 발전하고 있다. 제조업부문은, 국가적인 보호를 받는 조선업(카디스·엘페롤·세비야·빌바오·산탄데르·비고 등지에 INI나 민간기업이 많다)을 제외하고는, 외국자본의 힘이 강하다. 특히 자동차업은 피아트와 제휴한 세아트(SEAT:에스파냐승용차공업회사)를 비롯하여 르노·시트로엥·포드 등 모든 기업이 외국자본계열이다. 공장은 바르셀로나·마드리드·바야돌리드·비고·발렌시아 등지에 있다. 섬유공업은 카탈루냐지방에서 시작되어, 현재도 그 2/3가 카탈루냐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무역> 1960년까지는 올리브유·통조림·포도주등의 식료품이 수출총액의 75%를 차지하고, 철광석 등의 광산물원료가 15%, 제조품이 10%였지만, 82년에는 철강·자동차·기계·화학 등의 공업제품이 73%를 차지하게 되었다. 식료품은 수출총액의 15%를 차지하지만, 오렌지·만다린·레몬 등 에스파냐의 감귤류 수출량은 세계 제1위이다. 수입에서는 원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계·자동차·철강도 많이 수입된다. 무역대상국은 프랑스·독일 등 유럽공동체 여러 나라와 미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역수지는 1959년 무역자유화 이래 60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적자이며, 70년대의 수입에 대한 수출의 비율은 평균 62%, 최고인 경우는 72%(1979)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도 이러한 경향은 변하지 않았다. 그 밖에 특허·기술 도입에 따른 로열티 지출과 관광에 의한 수입이 많다. 관광수입은 1950년대부터 대폭적으로 신장되어 1982년의 외국인 입국자는 4201만 명, 관광수입은 67억 1000만 달러였다. <교통> 철도의 대부분은 국유이며, 총길이 1만 3572㎞의 약 45%가 전철이다(1982). 도로 총길이는 약 31만 8000㎞(1990), 고속도로를 포함해서 도로망은 잘 갖추어져 있다. 항공은 국영인 이베리아항공이 세계 주요 도시와 연결되며, 아비아코항공이 국내 각지를 운항하고 있다. [사회·문화] <주민·언어> 에스파냐인은 지중해인종에 속하는 이베리아인을 조상으로 하면서도 많은 민족의 침입으로 혼혈이 이루어져 현재는 민속·풍습·언어 면에서 강한 지방색을 볼 수 있다. 크게 나누면, 카스티야인(카스티야어)·카탈루냐인(카탈루냐어)·갈리시아인(갈리시아어)·바스크인(바스크어)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스티야어는 칸타브리카산맥으로부터 신·구 카스티야 및 안달루시아지방까지 에스파냐의 중심부에 상당하는 넓은 지역에서 사용되어, 19세기 이래 에스파냐어라고 불린다. 에스파냐어는 15세기 이후에는 신대륙에도 보급되어, 현재 멕시코·아르헨티나 등 19개국의 공용어이며, UN에서도 영어·프랑스어 등과 함께 공용어로 되어 있다. 바스크인은 바스크어를 사용하는, 서·남유럽 유일의 비인도유럽어족이라고 하는 기원불명의 특이한 소수민족인데, 북부의 바스크지방에 살며 프랑스쪽의 바스크인과 더불어 독립을 주장함으로써 종종 문제를 일으켜왔다. 에스파냐의 공용어는 이러한 각지방의 독립운동을 반영하여 카스티야어 이외에 앞서 말한 3개 언어도 포함하여 4개 언어로 되어 있다. <국민생활> 19세기에 들어와서 사망률의 두드러진 감소와 높은 출생률로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함으로써, 1858년 제1차 국세조사에는 1545만 명이었으나 1950년엔 2798만 명으로, 약 100년간에 2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그러나 이민유출이 많아 실제 인구증가율은 연간 0.5% 정도이다. 이민은 19세기 중엽부터 1958년까지 이루어진 남아메리카로의 이주와, 제1차세계대전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서유럽으로의 이주의 2가지 계통이 있는데 서유럽으로의 이민은 토목·건설업 관계의 육체노동자가 주로 많다. 인구밀도는 1㎞²당 약 77.6명(1989)으로, 서유럽 여러 나라에 비하여 낮다. 그러나 그 분포는 매우 불균등하여, 마드리드를 제외한 내륙부는 희박하며, 서부에서 북부에 걸친 해안지대, 에브로강유역 바르셀로나 주변에서부터 발렌시아·무르시아에 걸친 지역과 카디스주변의 인구밀도가 높으며, 통틀어 이베리아반도 주변부의 공업중심지·관광지에 인구가 많다. 예전에는 오히려 내륙부 쪽이 고밀도였으나, 18세기 이후 특히 1950년 전후부터의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의 성장으로 농업에서 공업·서비스업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노동인구의 이동이 있었고, 이러한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반도 주변부의 인구밀도가 높아졌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인구감소와 더불어 노령화가 촉진되는 한편 도시에서는 토지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아파트 밀집지역이 나타나고 도시권의 확대가 일어났다. 19세기 중엽에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는 마드리드·바르셀로나·세비야·발렌시아의 4도시에 불과하였고, 그 인구총수도 약 69만 명이었지만, 1960년에는 마드리드·바르셀로나가 100만 도시가 되었고 두 도시권에 전인구의 17%가 집중되었다. 81년에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가 50개에 달했고, 그 총인구는 전인구의 약 42%에 해당했다. 에스파냐의 사회구성은, 중간층이 육성되지 못하여 계층간 격차가 크다. 농촌을 지배하는 대지주와 양모길드의 지도자, 도시를 지배하는 고급관료와 귀족 등이 공고한 상층계급을 이루고 있다. 상층계급은 점심을 가장 잘 차려 먹고 점심 뒤에는 낮잠(시에스타)을 즐기는데, 이를 위하여 3∼4시간 쉬는 습관이 남아 있어서 도시에서는 오전 10시∼오후 2시와 오후 4시∼7시 반 무렵까지 일을 하고 밤 10시 무렵에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생활주기를 가진다. 하지만 하층의 노동자나 농민은 근면하다. 가톨릭교회도 대지주로서 상층계급과 결부되어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우파를 구성해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은 9150달러(1989)이며, 물가가 비교적 싸고 과일·야채·육류 등이 풍부하다. 서민주택으로 피소(piso)라고 하는 아파트가 많으며, 그 평균면적은 65∼100m²로서 일반적으로 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고, 고급아파트에는 중앙난방이나 차고가 완비되어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에 따르는 주택사정의 악화로 물가 중에서는 주거비의 상승이 가장 크다. 에스파냐에서는 1세대의 평균구성인원이 4명이며, 일반적으로 영화감상이나 친구와의 회식, 축구나 투우 등의 스포츠 관람 등 도시형 오락을 즐기는 경향이 있어서 도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레저도 가족중심이며 서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개는 8월에 바다나 산으로 휴가를 떠난다. 근로기준법에 유급휴가가 최저 연 21일로 정해져 있으며, 8월에는 관공서도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여름에는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도 1개월쯤 휴업하며, 일반기업 중에서는 서머타임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교육·종교> 의무교육은 6세부터 15세까지이며 무상이다. 1970년 무렵까지는 미취학아동이 많았지만, 그 뒤 10년간은 학생수가 50% 이상 증가하였다. 14~17세 때는 일반중등학교(3년제)나 실업학교(2년제)로 진학하며, 각각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고등교육기관 1415개교가 있으며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7.3명(1995년)이다. 13세기에 발렌시아·살라망카·세비야에 대학이 창립되었고, 16세기에도 많은 학교가 창설됨으로써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이 많다. 가정에서 우편·라디오·텔레비전을 이용한 통신교육으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민대학센터가 마드리드에 있다. 380년 2월에 <데살로니카칙령>이 공포되어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정해진 뒤 그리스도교는 국민생활·정치 등에 깊이 관련되어 왔다. 1966년에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었지만, 국민의 대부분이 가톨릭교도이다. 전 에스파냐 수도대주교인 톨레도의 대주교 아래 전국에 66개의 교구가 조직되어 있다. 신자가 교회 밖에서 하는 결혼은 인정하지 않는(민법상으로는 가능) 등, 가톨릭교는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 보수적 계층사회인 에스파냐에서는 전통적인 축제(피에스타)가 사회생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1년을 통하여 여러 가지의 종교적 의식, 순례가 행해지는 이외에도 시장이 서고 카니발도 열린다. 또 투우는 국기(國技)로 되어 있다. 종교행사로서 최대의 것은 3~4월중의 1주간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즉 성주간(聖週間)이며, 마드리드·세비야를 비롯하여 작은 마을에서까지 전국에서 일제히 열린다. 에스파냐의 민속음악과 민속무용은 쓰이는 악기와 더불어 지방색이 뚜렷하며, 안달루시아지방의 판당고, 안달루시아 남부의 집시로부터 발전한 플라멩코, 카탈루냐의 사르다나, 아라곤의 호타, 발레아레스제도의 볼레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또 가이다라고 하는 백파이프, 피리와 북 등 독특한 것이 많다. 수많은 민족이 모여 살면서 각각의 문화유산이 후세에 전해 내려온 점과, 지형이나 기후적 풍토가 지역적으로 크게 다르고 산맥 등으로 가로막혀 교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에스파냐음악·미술의 가장 큰 특색은 다양성이다. 표현·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며, 출판물·신문의 검열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일간신문은 148종, 410만 부가 발행되고 있다(1997). 전국지 6개의 신문 외에 각 지방의 독자적인 정치정세나 문화 등을 반영하는 지방지가 발달하였다. 출판물의 약 80%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간행되며 출판사도 이들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는 카탈루냐어로 씌어진 간행물이 많다. 박물관·미술관은 600여 곳에 이르며 각지에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유적들이 잘 정비·보존되어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 1950년 3월에 한국과 국교를 수립한 이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연합과 국제연합 산하기구·기관 및 기타 국제기구에서 협력하고 있다. 70년 4월 에스파냐에는 한국대사관이, 73년 10월에는 한국에 에스파냐대사관이 개설된 뒤 양국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1969년 이전까지만 해도 양국간의 교역량이 미미한 상태였으나, 1969년에 한국의 원양어선단이 카나리아제도에 진출하고, 1973년에 민간협력기구인 한국·에스파냐경제협력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양국간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졌다. 정부차원에서는 1970년의 상주공관 개설에 이어, 1973년에는 라스팔마스에 영사관이 개설(76년에 총영사관으로 승격)되면서 에스파냐 진출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1996년 현재 한국의 대에스파냐 총수출액은 8억 9991만 달러이며, 총수입액은 6억 9889만 달러이다. 주요 수출품목은 어류·섬유류·전기기기·철강제품·신발류·시계 등이며, 주요 수입품목은 화학제품·기계류·모피·알루미늄 제품 등이다. 양국간의 문화교류를 보면, 1971년과 72년에 민속무용단을 에스파냐에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77년에는 양국간에 문화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에는 364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였다. 1997년 현재 에스파냐에 거주하는 한국교민은 3626명이고, 체류자는 에스파냐령 라스팔마스를 포함하여 1784명이다. 한편 북한과 에스파냐 사이에는 정식외교관계는 없고 비공식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 북한측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비교적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일봉>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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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에스파냐=스페인 (브리) |
 [국가] 에스파냐=스페인 (두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