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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역사학 (한메)
역사학 歷史學 역사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한편 역사연구의 본질을 구명(究明)하는 학문. 일반적으로 역사는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사건은 지금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그것에 대하여 쓴 것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술(記述)을 통해 과거의 사실을 알려고 하는 학문을 역사학이라 한다. [역사의 양의성(兩義性)] 역사라는 말에는 <일어난 일>과 <일어난 일의 기술>이라는 2가지 뜻이 있다. 어의로 본다면 독일어 Geschichte는 앞의 것에, 영어 history는 뒤의 것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 2개의 단어는 따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2가지 의미로 모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양의성이 역사라는 말의 본질이다. G.W.F.헤겔은 역사를 <기념(記念)>의 단계에서 <내성(內省)>의 단계로 확대, 고찰하여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 대한 기록이 그대로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기록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을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역사에는 <사실>과 <기술>이, 그 기술에는 <기록>과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의 발견인가 구성인가] 역사가인 L.랑케는, 역사가는 객관적 사실만을 기술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술에 역사가 자신의 주관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19세기 초, 그때까지의 역사적 사실이 정치·도덕적 교훈으로 이용되어 왔던 것에 대하여, 사실을 사실대로 보려고 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바른 역사가의 자세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과거 사실의 복원이라고 생각하거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사실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며, <추상적인 것>은 묘사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를 그대로 기술하여 재현할 수는 없다. 있었던 사실만을 기술한다고 해도 역사가가 30년전쟁을 30년에 걸쳐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 의미있는 사실만을 요약해서 기술하며, 그 사실은 역사가에 의해 해석되므로 기술된 역사 가운데 본래대로의 사실은 없고 해석이라는 가공된 사실이 있을 뿐이다. 사실의 소재를 가르쳐 주는 것은 사료(史料)이지만, 사료가 스스로 말할 수는 없으며 역사가가 말을 하게 할 뿐이다. 역사가는 사료에 없는 것을 말할 수 없지만, 사료는 재료일 뿐이기 때문에, 사료 속에서 어떻게 사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가는 역사가의 일이다. 해석의 차이에 따라 그 이미지는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역사적 사실은 한 가지가 아니다. 한편, 역사가가 현재에 있고, 사실이 현재 관점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은 곧 현재적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B.크로체는 모든 역사를 현재의 역사로 보았다. 시대가 바뀌고 지식이 변하면 사실도 변한다. 역사는 새롭게 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는 <사실의 발견>이라기보다 <사실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의 묘사와 재현이 불가능한 이상발견론은 무리이며, 정확한 사료에 기초하여 올바르게 추론할 수 있다면 구성론이 타당하다. [사실(史實)의 진실] 사료를 통해 어떻게 진정한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사실(史實)의 진실은 무엇일까? 언명(言明)이 <참>이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2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언명에 해당하는 사물이 대상 중에 있으면 그 언명은 참이라는 <대응적 참>이고, 또 하나는 그런 대상이 없어도 관련된 여러 언명 속에서 모순되지 않고 논리적 정합을 얻을 수 있으면 그 언명은 참이 된다는 <정합적 참>이다. 역사적 사실은 대응하는 사물이 적기 때문에, 그 기술은 대부분 정합적 참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모두 파괴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고대 카르타고의 역사를 로마쪽 기록을 통해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정합적 참은 해석의 합리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합리적 사고력이 없으면 사실(史實)의 참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적 확실성뿐이므로 사실을 실증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언명에 대응하는 사물을 구해야 한다. 사료의 발견과 유물의 발굴이 역사연구에 앞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합론은 구성론을 뒷받침한다. [역사관의 기능] 역사가가 사실을 해석할 때는 하나의 지식이 작용한다. 그것이 역사관이다. 역사관은 백지의 사실에 색을 칠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사실을 구성하는 원리이다. 그것은 역사가의 견해를 결정하는 것이며, 그러한 견해는 역사가들의 시점의 차이, 기호·신조·사상 등과 더불어 사실을 역사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구성하게 한다. 그러나 또한 그것을 바로 잡는 것도 있다. 각각의 사실을 설명할 때 전제로 하는 여러 가지의 개념·정의·법칙 등의 일반명제가 그것이다. 이것은 각종 전문과학이 만든 것으로, 역사가는 대상에 따라 그것들을 활용해 각각의 사실을 설명한다. 이때 이 설명은 역사가에 관계없이 동일하다. 이것이 역사의 객관적 기술이다. 역사학은 법칙을 만들지는 않지만 법칙에 의해 설명된다. 법칙을 만드는 것만이 과학이 아니고, 법칙에 의해 설명하는 것도 과학이라고 한다면 역사학은 그러한 과학이다. 그러나 전문과학에 기생하는 과학이다. 전문과학이 만들어낸 일반명제들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선입관에 의해 비뚤어지고 치우쳐진 것을 바로잡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사의 과학적 성격을 강하게 한다. 그래서 이것은 여러 전문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발달해 왔다. 50년 전, 100년 전과 비교해서 현대의 역사기술이 훨씬 정교하고 치밀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개념이나 일반명제로 설명할 수 없는 개체나 전례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라는 추체험적(追體驗的)·동감적(同感的) 인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적 사실은 명확히 설명되기보다 해석되지 않은 채 이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역사기술은 이해적 기술이다. 그러나 과학의 진보와 함께 차츰 이해는 설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것이 역사과학의 진보이다. [과학과 예술로서의 역사] 역사기술에는 정확한 설명이 있어야 하나 거기에만 역사학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설명은 사실을 실증하지만, 정확함을 위해 대상을 더욱 세분화시킨다. 그러나 역사기술은 각 사실을 합쳐서 하나의 전체로 나타내는 또 하나의 작업이다. 그것은 역사서술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다. 역사학에는 고유의 대상이 없기 때문에, 정치·경제·법제·종교·도덕·관습·예술 등 어떤 사실이든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또 이들을 조합한 복합적인 것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역사가는 자신의 주제에 맞는 대상을 선택하고, 그 대상을 자신의 시각을 통해 하나의 전체로서 서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상을 구성하는 원리는 유개념(類槪念)에 의한 논리적 포섭과는 다르다. 작은 장면을 큰 장면이 포함하는 구체적 포괄이다. 예를 들면, 화가가 대상을 화판 위에 그릴 때 구도를 잡는 방법과 같은 것으로, 구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직관적·미학적인 것이다. 역사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은 인문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의 기본성격으로, 과학시대에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일찍이 역사책은 수사학의 하나로 읽혀져 왔다. 헤로도토스와 C. 타키투스와 같은 고전역사가의 저작을 명문의 본보기로 삼았던 것이다. 오늘날 과학시대에 이런 서술문체의 예술성은 줄어들었지만 역사서술구성의 예술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새로운 역사학] 철학이 모든 학문의 왕이라 불렸던 것처럼 역사학은 인류의 과거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지식의 진보는 학문의 체계를 변화시켰고, 진보에 따른 지식의 분화는 역사학에도 영향을 주었다. 역사학은 분리되어 정치사·경제사·법제사·사상사 등으로 독립했고, 역사학의 보조학문이었던 지리학·고문서학·고고학 등도 각각 독립하여 하나의 학문이 되었다. 이와 같은 분화에 따라 <역사학 고유의 대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특히 사회과학의 발달은 역사학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러나 역사학은 아직까지 사회과학의 협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과학이 사회의 구조와 형태를 이론화하는 것인데 비하여 역사학은 이것을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킨 사건사를 기술하는 것이므로 두 학문은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 그러나 역사서술의 구상원리가 사회과학 안에는 없다. 역사서술에는 하나의 철학 또는 역사관이 요청된다.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과학시대에도, 역사가의 역사관의 차이로 인해 역사기술이 단 하나의 사실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상호공존적인 국제사회화가 진전됨에 따라 공통된 입장이 확대되기 때문에 일관된 기술로 주장을 일치시킬 가능성은 있다. 반면 새로운 사회의 새로운 가치관을 위해 새로운 지식이 낡은 지식을 추월해가면서 그때마다 과거를 다시 해석하고 역사를 재정리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언제나 있다.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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