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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극 (한메)
비극 悲劇 tragedy 인생의 불행과 비참한 일을 제재로 하여 파멸·고뇌·죽음으로 끝맺는 극. 희극과 함께 연극의 두 커다란 분야를 구성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극을 뜻하는 트라고이디아(tragoidia)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 산양을 뜻하는 트라고스(tragos)와 노래를 뜻하는 오이데(oide)의 합성어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의하면 트라고이디아는 신이나 영웅을 찬미하는 가무형식인 <디티람보스>를 기원으로 하며, 배우는 3명 이내이고 주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사용하였다. 20세기 초, F.W.니체의 《비극의 탄생》의 영향을 받아 디오니소스신(神)의 수고(受苦)와 재생의 제사가 그리스비극의 모태라는 학설이 대두하였다. 확증이 없다는 반론도 있었으나, 오늘날까지 <제식(祭式)은 비극이다>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비극의 정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역사보다 철학적이며, 주변의 인간들보다 뛰어난 인물을 등장시켜 공포와 비애를 야기함으로써 카타르시스(감정의 정화)에 이르게 한다고 규정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결말이 불행하게 끝나는 것이 좋다고 보았으나, 불행한 결말이 비극에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그리스비극 가운데 결말이 좋게 끝나는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래 비극은 일반적으로 왕후귀족의 이야기로서, 주인공의 불행(죽음)으로 끝나며, 지(知)보다 정(情)에 호소하는 장중한 극, 숭고한 극이라고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시학》에서 장려하고 있는 줄거리의 단일성에 덧붙여 사건은 하루이내의 것, 장소는 일정하여야 한다는 <삼일치(三一致)의 법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으로 오인되어, 이 법칙은 특히 프랑스에서 절대시되었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서민의 이야기를 다룬 비극도 쓰여져, 비극개념에 혼란이 일기 시작하였다. 18세기 말의 낭만주의는 비법칙적인 W.셰익스피어를 모범으로 삼았다. G.W.F.헤겔은 그의 《미학강의》에서, 동등하게 정당한 2개의 대립원리의 충돌을 비극의 기반이라 규정하고, 국가원리와 혈족원리의 대립을 주제로 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최고의 비극으로 보았다. 그 뒤 위기·긴장 등을 비극의 원천으로 보는 학설 등도 출현하였다. 또 연극 이외의 문학장르에서 비극적인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도 일반화되었는데, H. 멜빌의 《모비딕》, F.M.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이 대표적이다. 비극관에는 형식론 이외에 고뇌를 통하여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다든지, 세계붕괴의 저편에서 구제를 예측한다든지 하는 이상주의적 이론, 현실세계의 불합리성을 직시하는 현실주의적 이론과 함께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실존주의적 비극관도 있다. [비극의 종류] 흔히 운명비극과 성격비극으로 분류하는데, 이것은 편의상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은 아무런 죄도 없는 오이디푸스가 운명에 농락당하는 극으로 보면 운명비극이고 그의 오만한 언동에 몰락 원인이 있다고 보면 성격비극이 된다. 주인공이 근대 서민인 것은 시민비극, 부모와 자식 관계나 부부관계 등 가정 내 문제를 취급하는 것은 가정비극이라 한다. 단순히 눈물샘만을 자극하는 비극을 오늘날 멜로드라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서양 비극의 역사] 서양연극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다. BC 6세기의 테스피스는 최초의 배우이자 비극작가로 알려졌으나 현존하는 작품은 없다. BC 5세기의 시인들인 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의 작품만이 남아 있는데, 그들에 의하여 비극의 역사가 시작되어 곧 절정기를 맞았다. 로마시대의 작품은 L.A. 세네카의 것만이 남아 있는데, 그의 작품은 그리스비극의 번안에 가까웠으며 낭독용이었다. 중세 종교극은 본질적으로 비극성을 띠지 않았다. 16세기 말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등장함으로써 비극의 역사는 또다시 한 봉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 토양을 마련한 것은 C. 말로·T. 키드 등 고전 전통을 의식하지 않는 독자적 비극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고전극을 모범으로 삼아 또다른 한 봉우리를 만든 사람은 17세기 중엽 연극이 개화한 프랑스의 P. 코르네유와 J.B. 라신이었다. 이들은 삼일치의 법칙을 중시하는 풍조 속에서 프랑스고전주의비극을 확립하였다(최근에는 17세기의 예술 전반을 바로크예술로 상정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프랑스고전주의연극이 양식상 반대개념이어야 할 바로크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18세기부터 비극이라는 개념이 붕괴되자 멜로드라마·센티멘털드라마가 유행하게 되는데, 독일의 G.E. 레싱·J.W. 괴테·J.C.F. 실러·H. 클라이스트 등이 근대의 새로운 비극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이것은 C.F. 헤벨의 《마리아 막달레나(1846)》로 대표되는 19세기의 시민비극으로 연결되었고, H. 입센·J.A. 스트린드베리 등의 <자연주의비극>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에게는 순수한 비극성보다도 비희극적(悲喜劇的) 경향이 엿보였으며, 이것은 A.P. 체호프에 이르러 더욱 확실해졌다. 또한 산문이 일반적 표현수단이 된 근대비극에서 운문으로 쓰여진 고전비극의 장중함은 더 이상 추구하여야 할 과제가 아니게 되었다. 근대 합리주의는 세계의 신비성에 대한 인간의 감각을 소멸시키고 신의 상실로 가치기준의 혼란을 초래하였으므로 순수한 의미의 비극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황동근>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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