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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자연법 (한메)
자연법 自然法 natural law 특정의 법사회에서 인위적으로 형성되는 실정법에 대하여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타당하다고 상정되는 법. 실정법이 법사회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는 데 대해 <자연>에 기초를 두는 자연법은 불변적이며 보편적인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실정법 이외에는 법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법실증주의(法實證主義)는 이러한 자연법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연법 사상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존재해 왔는데, <자연>에 대한 관념의 차이에 따라 그 형태도 다종다양하다. [자연법 사상의 변천]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모스(nomos)인 실정법에 대해 피시스(physis)에 기초를 두는 자연법이 대치되었는데, 이것은 신화적 세계상(世界像)에서 테티스나 디케와 같은 신적(神的) 형상에 따라 의인화된 우주적 질서를 뜻했다. 그 뒤 플라톤에 있어서는 이데아적 질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는 존재자의 형상(形相)에 기초를 두는 목적론적 질서를 뜻했다. 세계를 일관하는 자연적 질서의 사상은 로마법인 만민법(萬民法) 관념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나아가 스콜라철학에 의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자연학(自然學)의 수용과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한 플라톤주의의 수용을 거쳐서 중세유럽으로 계승되었다. 중세에는 그리스적 자연질서가 신(神)의 이성에 내재하는 영구법이라 생각되었고, 존재자는 각기의 방법으로 영구법을 실현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 자연법은 이성적 존재자인 인간에 대해 타당한 영구법이며 인간정신에 내재화된 영구법이라고 했다. T.아퀴나스로 대표되는 이와 같은 자연법론은 이른바 실념론적(實念論的) 형이상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실념론에서는 개물(個物)에는 개유(個有)의 본질이 내재하고, 이 본질은 동시에 개물이 실현해야 할 목적이라고 하여 존재의 질서와 규범의 질서를 연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뒤 이 실념론은 중세 말기의 유명론(唯名論) 철학에 의해 부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아퀴나스의 자연법론도 영향력을 잃어갔다. 유명론은 개물에 내재하는 본질의 객관적 실재를 부정하고 개물만을 실재자로 생각함으로써 개물에 일관하는 자연질서인 자연법을 부정하였으며, 인간은 자연질서에서 해방되고 스스로 규범을 창조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세 말기의 유명론철학에 따라 자연질서에서 해방된 인간을 근세철학에서는 <자연상태>에 놓인 존재자라 하였고, 법질서는 자연상태에 있는 인간의 계약에 따라 인위적으로 기초지어졌다. 따라서 자연법은 근세에 들어와서는 <자연권> 관념으로 바뀌었고, 이 자연권은 법을 창조하는 인간의 주관적 권리라 하였다. 근세 자연법론에서는, 자연상태에 놓인 인간에게 일정한 사회적 경향성을 인정하고 이 경향성 위에 법질서의 바탕을 부여하는 H.그로티우스와 같은 입장과, 자연상태를 자기보존의 욕구 및 그 욕구의 합리적 계산에 바탕을 둔 실현을 법질서의 기초로 하는 T.홉스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입장을 볼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법질서를 인간의 주관적인 권리에서 생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점에 근세 자연법론의 특징이 있다. 그 뒤 자연법론은 실증주의적 사상의 우위와 산업사회의 발전 및 가치관의 다양화 등 여러 사상적·사회적 요인으로 영향력을 잃고 현대에 이르렀다. 20세기 중엽, 특히 독일과 프랑스에서 자연법론은 <사물의 본성론> 등의 형태로 다시 이론적으로 채용되었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불변적이며 보편적으로 타당한 법이라는 의미로서 자연법을 주장하는 입장은 오늘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법론의 이론적 문제점은 자연적으로 타당한 규범이 존재한다는 사상, 즉 인간과 사회의 어떤 종류의 본질적 구조가 동시에 규범적 의미를 가진다는 사상에 있고, 논리학적으로 보면 사실에서 규범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하는 사실과 가치의 일원론에 있다. 이와 같은 일원론은 규범명제와 사실명제 사이를 논리적으로 이어줄 수 없는 명제로 보는 논리학의 통설로 부정되고 있으며, 또 이와 같은 논리적인 문제 이외에도 현대 법문화(法文化)에서는, 법은 특정의 사회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도구주의적(道具主義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회체제 전체의 하부체제로서 일정한 사회기능을 가지며 또 조작을 통해 변경가능한 제도로서 기능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자연법론 쇠퇴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법을 인정하는 것은 산업사회 이전의 정태적(靜態的) 사회의 특징적인 사고양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법 사고가 여전히 이론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타당한 법이라는 의미의 자연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현재 법 속에 어떤 종류의 불변적 요소를 인정하려는 입장은, 법에 내재하는 이와 같은 요소를 형식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내용이 변화하는 자연법>이라는 관념은 법의 구체적 내용이 법사회에 따라 달라지면서도 특정 사회현상을 법적 현상으로 구성하는 범주를 상정해야 하고, 법내용은 가변적이지만 그 범주는 선험적(先驗的)이고 불변적이라고 하는 사고방식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자연법론에는 법의 선험적인 범주를 인식론적 범주라고 생각하는 입장 이외에, 법의 보편적 형식을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바탕을 두는 존재론적 범주라고 생각하는 입장이 있다. 후자는 예컨대 언어학의 어떤 이론이 인간정신에 내재하는 선험적인 문법에 따라 파생된 것으로 구체적 언어를 설명하고, 구체적 언어의 다종다양한 배후에 인간정신에 내재하는 보편적 형식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 문화인류학의 어떤 입장이 문화의 다양성의 배후에 인간적 자연의 공통성에 바탕을 두는 문화의 구조적 보편성을 인정하듯이, 법문화의 비교론을 통해 다양한 법문화 배후에 보편적인 법형식을 인정하려고 한다. 인간적 자연의 보편성이라는 사상, 인위적으로 창조된 문화의 다양성의 근원에 보편적인 인간본성을 상정하는 사상은, 현대에서는 특히 생물사회학 또는 인간동물학으로 불리는 이론의 중심적 주제가 되고 있다. 문화적 요소를 제거한 생물학적 인간을 연구대상으로 이 이론은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자연상태>에서 경험적으로 고찰하고 모든 사회제도와 사회적 규범의 전제가 되는 자연적인 제도 및 규범을 탐구한다. 더욱이 현대 자연법 사고의 또 다른 특색은 자연법론을 정의론(正義論)으로 다루는 점에 있다. 종래의 존재론적 자연법론이 실질적 내용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타당한 규범을 주장하는 데 비해, 현대의 정의론은 실정법의 구체적 가치가 아닌 형식적인 가치를 고찰함으로써 어떤 특정의 법규범을 바른 규범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형식적 조건을 탐구한다. 이와 같은 정의론의 중심적 주제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재산분배 또는 의무부담의 타당한 규준(規準)인데, 이 점을 둘러싸고 정의를 사회적 공리성(功利性)으로 환원하는 공리주의적인 입장과, 정의는 기본적 인권 또는 자유와 같은 법가치처럼 공리성으로는 환원할 수 없다는 직관주의적 또는 공정론적(公正論的)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에 와서는 실정법을 형식적으로 규정한 것을 자연법이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연법론에 대해서도 법실증주의로부터의 비판이 있어 자연법론에는 더욱 고찰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있다. <박원순>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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