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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자연법론 (브리)
자연법론 自然法論 Naturrechtslehre 인간이 만든 실정법에 대하여 보다 고차원적인 판단기준인 자연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론. 자연법론자들은 실정법과 대립적이며 이들을 평가하는 규범을 제공하는 이상적 또는 윤리적인 법이 인간들의 일시적인 필요보다 포괄적·일반적·지속적인 어떤 것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자연'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간의 다툼과 인식체계의 변화가 자연법론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 또한 서양사상사에서 자연법의 역사는 바로 정의(正義)에 대한 논쟁사이기도 하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적으로 옳은 것과 법률적으로 옳은 것이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곳에서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자연적 정의가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연법의 실례들을 자신이 살고 있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관행으로부터 이끌어냈는데, 여성의 남성에 대한 복종, 노예의 주인에 대한 복종, 이방인의 그리스인에 대한 복종 등을 제시했다. 자연성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 정의는 스토아 학파가 제시한 우주의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전우주는 이성적 법칙에 의해서 지배된다. 생명이 없는 물체와 동물들은 필연성과 본능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인간은 선택의 능력이 있으며 의지로써 자연의 법칙을 따르거나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법칙들의 속성에 의하면 인간이 자신의 이성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이들 법칙에 따른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자연을 따른다'는 것은 인간이 아닌 것들의 행위와 인간의 도덕성의 원리에 모두 적용된다. 물론 인간에게 적용되고 그들이 따라야 하는 법칙들은 천체의 행성이나 꿀벌들에게도 적용되지만 동일한 내용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이성적 총체이기 때문에 이성의 유일한 원리에 의해 지배되며 인간들의 행위와 인간의 도덕적 법칙 간의 유사성은 대단히 강하며 인간이 부여받은 이성적 능력에 의해 쉽게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키케로는 모든 인간들에게 스며 있는 진실한 법, 즉 바른 이성은 지속적이고 영원하다고 기술했다. 로마 법학자들은 이러한 스토아 학파의 사고를 자신들의 법체계로 수용했으며, 법을 시민법(jus civile)·만민법(jus gentium)·자연법(jus naturale)으로 분류했다. 중세 중세에 들어오면서 자연법론은 그리스도교의 교의와 결합되면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지니게 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타락하기 이전에는 자연법 밑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11세기까지 교부(敎父)들은 자연법을 신법(神法)과 동일시했다. 즉 그것은 〈신약성서〉·〈구약성서〉에 현시된 법들, 특히 그리스도의 황금률을 의미했다. 이러한 자연법의 이해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아퀴나스는 자연을 따르라는 스토아 학파의 자연법 개념이 지닌 한계를 해결했으며, 자연 속에 규범적 의미를 붙일 수 있는 측면과 그렇지 못한 측면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즉 모든 사물이나 종(種)은 그 자신의 본성이나 목적을 지니며, 각 개체는 고유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연적 개체는 본질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되며, 이러한 본질은 목적을 규정하고 덕(德)과 선(善)은 이러한 목적들을 충족시키는 행위와 관련된다. 신의 이성인 영구법(永久法)은 완전한 형태로 우리들에게 알려지지 않지만, 부분적으로는 계시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 이성의 작용에 의해서 알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법이라는 것은 이성적 피조물인 인간들에게 영구법에의 참여 이외의 어떠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법은 인간이 명확히 나타낼 수 있는 전제들로 구성된다. 즉 자연이 모든 동물에게 가르쳐준 성향들을 충족시키는 것이며 신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법(人定法 human law)은 자연법의 구체적인 적용이어야만 한다. 중세 후기에 들어오면서 존 던스 스코터스, 오컴의 윌리엄, 프란시스코 수아레스 등에 의해서 법의 원천으로 신의 이성보다는 신의 의지를 강조하는 주의주의(主意主義)가 나타나기도 했다. 근대 근대에 들어오면서 자연법론은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종교개혁 이후 형성되기 시작한 유럽의 새로운 사회적·지적 분위기는 자연법에 대한 논의의 방향을 급격히 바꾸어놓았다. 17, 18세기 유럽 사회에서 전개되었던 자연법사상을 합리적 또는 고전적 자연법론이라고도 부른다. 이 시대의 자연법론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그 근본적인 전제들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근대 자연법론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이성의 소유와 동일시했으며, 자연법은 이성이 발현하는 것이며 이성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이성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모든 사람·국가·시대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법체계의 기반을 세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법의 근거를 신학으로부터 분리시켰으며 인간의 이성으로부터 직접 도출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규칙들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고대와 중세의 자연법론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던 목적론적인 해석이나 선·덕 등의 개념들이 배제되었으며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요소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근대 자연법사상의 창시자로 알려진 휘고 그로티우스는 비록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자연법은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토머스 홉스는 야만적인 자연상태에 근거하여 자연법론을 제시했다. 자연상태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지니는 인간들은 상호간에 적대적인 전쟁상태에 있다고 가정했다. 근대 자연법론자들은 가정된 자연상태로부터 사회계약을 통해 합리적 연역에 의해 전 법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존 로크는 홉스의 회의주의와는 달리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을 전제하고, 자연법을 전(前) 사회적이며 종교의 법이나 국가의 법들보다 상위의 것이라고 주장했던 반면, 장 자크 루소는 고립되어 있는 선한 자연인을 가정했으며 이들은 이성에 앞서는 2가지 원리, 즉 자기보존과 동정심에 의해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근대 자연법사상에 의해 구축된 개인주의적·급진주의적·합리주의적 자연법론은 근대 서구문명의 법체계를 세우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했다. 특히 근대 자연법사상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와 법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으며, 자유주의의 태동과 자유주의가 성취한 법적 개혁에 있어 창조적이고 활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였다. 미국의 독립선언은 평등권과 그밖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이 자명한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자연법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프랑스 인권선언도 자유권·소유권·생존권·저항권 등에 대한 저항을 불가침적인 자연권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현대 근대 자연법론은 19세기에 들어와 합리주의에 대한 반동과 더불어 법실증주의가 대두하면서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법실증주의자들은 자연법론의 절대성과 보편성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순수법학의 창시자인 한스 켈젠은 일련의 법규범들이 처음에는 정당한 법으로 수용되지만 후에 부당한 것으로 선언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연법론은 정의의 요구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연법론은 정적인 반면 실증주의는 역동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실증주의의 비판에 대해 20세기초 루돌프 슈타믈러는 내용이 변할 수 있는 자연법 개념을 설정함으로써 자연법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나치즘을 경험하고 난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자연법의 재생이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자연법 운동이 일어났다. 즉 네오토미즘·프로테스탄티즘 등 종교적인 기반 위에서 자연법론을 구축하려는 운동이 강력하게 대두되었으며, 현상학, 실존철학, 해석학적 존재론 등 현대적 사상조류에 근거한 자연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20세기 자연법론의 특징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시간적인 진공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역사를 통하여 행동하는 인간의 존재를 다룬다. 또한 이들은 자연법과 실정법의 관계를 대립적이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이해하며, 특히 자연법과 법의 역사성, 즉 법의 가변성과의 관계를 지양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참고문헌> 자연법사상 - 실천을 위한 보편이론 : 박정은, 민음사, 1987 정당한 법의 원리 : Karl Larenz, 양창수 역, 박영사, 1986 법철학사와 자연법론 : 이태제, 법문사, 1984 정의의 원천 - 자연법연구 : John C. H. Wu, 서돈각 역, 박영사, 1980 자연법개론 : 이태재, 법문사, 1962 고대 정치철학에서의 자연법사상 〈충남대논문집〉 16 : 조찬래, 충남대학교, 1988 고대인도 종교의 자연법사상연구 : 송종진,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3 현대자연법과 법존재론 - Arthur Kaufmann의 법존재론적 구조를 중심으로 〈영남대 논문집〉 5 : 최해태, 영남대학교, 1972 자연법 재생의 현대적 의의 〈경북대논문집〉 15 : 박용철, 경북대학교, 1971 독일 자연법론의 현황 〈영남대 사회과학〉 2 : 이준구, 영남대학교, 1970 출전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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