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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율령체제 (한메)
율령격식 律令格式 중국 당(唐)나라 초기에 완성된 성문법 체계(成文法體系). [연혁] 주(周)나라 때 이미 형법·계약법·행정법 등 법률이 상당히 발달했다는 사실을 《주관(周官)》 《상서(尙書)》 <여형(呂刑)> 또는 금문(金文)의 명기(銘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춘추시대에는 진(晉)나라에서 세발솥(鼎)에 형법조문을 새겨서 주조했다고 전해지며 전국시대에 이르러 부국강병을 지향한 여러 나라에서 법의 정비가 추진되었다. 위(魏)나라 이회가 만든 《법경(法經)》 6편이 진한법(秦漢法)의 기초가 되었다. 1975년 후베이성〔湖北省〕 윈멍현〔雲夢縣〕 수이후디〔睡虎地〕의 진묘(秦墓)에서 죽간(竹簡)에 기록된 전국(全國) 통일 직전의 진율(秦律)과 법률문답 그리고 봉진식(封診式;刑事關係書式集) 등이 발굴되었는데, 그 중에는 BC 252년 위나라의 호율(戶律)과 분명률(奔命律) 각 1조(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율(律;형법)을 핵심으로 한 성문법의 발달 정도와 내용의 풍부함을 알게 되었다. 제자백가의 한 파로 대두한 법가(法家)는 군주의 권모술수를 이론화하고 중앙집권적 법치를 목표로 하고 법가인 상앙의 변법(變法)을 계기로 급속하게 국세를 신장시킨 진(秦)나라가 BC 221년 마침내 전국통일을 성취하였다. 그러나 법치만능국인 진나라 통치는, 압정에 항거하는 전통귀족과 백성의 저항을 받게 되어 불과 2대 15년 만에 붕괴되었고, 법삼장(法三章)을 약속함으로써, 부분적으로 봉건제후를 부활시킨 한(漢)나라로 바뀌었다. 한나라는 도(盜)·적(賊)·수(囚)·포(捕)·잡(雜)·구(具)·호(戶)·구·흥(興) 등 구장률(九章律)을 기본으로 하고 수시로 황제의 제조(制詔;令) 등을 통하여 보충과 개정을 더해, 그 뒤로 법조문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전한(前漢) 후기에는 유가(儒家) 사상을 왕조가 채용하여 재판에서도 춘추의 의를 강조하는 유교적 경향을 볼 수 있었다. 한나라 왕조가 붕괴한 뒤 위나라의 조조(曹操)는 법술(法術)을 중시해 율의 정비와 영(令)의 발달을 이루었으며 268년에는 서진(西晉)에서 율(형벌법)과 영(행정법)의 2대 법전병립이 정착했다. 율·영을 보완하는 것으로 과(科)·고사(故事) 등의 법조와 조칙(詔勅)에 따른 입제(立制)가 병용되었고 북조(北朝) 후기는 북제(北齊)의 인지격(麟趾格, 541)과 북주(北周)의 대통식(大統式, 544)을 거쳐 보충법규의 대표적 명칭이 격(格)과 식(式)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수(隋)나라 초기에 율령격식의 체계가 완성되었다. [구성과 특징] 수나라 때인 581·584·607년에 율령의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당나라 때인 624·637·651·685·705·715·719·737년에 율령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황제의 교체와 정치상황의 변동에 따라 새 제도를 공포한다는 이념을 배경으로 개정되었다. 그 개정이 부분적인 것에 머물러 율령의 구성과 조문의 주요 내용은 581∼737년까지의 율령까지 거의 일관되며 실질적인 개제(改制)는 주로 칙과 격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율은 명례(名例)·위금(衛禁)·직제(職制)·호혼(戶婚)·구고·천흥(擅興)·적도(賊盜)·투송(鬪訟)·사위(詐僞)·잡(雜)·포망(捕亡)·단옥(斷獄) 등 12편(篇) 합계 약 500조로 이루어지며 653년에 관찬(官撰) 주석률소(註釋律疏;뒤에 唐律疏議)가 완성되었다. 객관적인 범죄를 명문으로 규정하기 위해 힘썼는데, 여기에 대응하는 처벌을 오형(五刑;笞·杖·徒·流·死)으로 정했으며, 사법관의 전횡을 배제한 점은 근대 유럽의 형법에 비해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다만 황제에 대한 모반을 비롯한 중죄십종(重罪十種)을 십악(十惡)으로 규정했고 신분적 특권에 의한 우면(優免)과 감형을 팔의(八議)에까지 이르게 했으며, 친족 안에서는 존장(尊長)의 비유(卑幼)에 대한 우위를 강조하는 등 신분질서 유지에 비중을 두었다는 점이 근대법과는 다르다. 영(令)에는 관품(官品)을 비롯하여 관료조직을 기술한 6편(六篇)의 직원(職員)이 있으며 그 밑에 사(祠)·호(戶)·학(學)·선거(選擧)·봉작(封爵)·녹(祿)·고과(考課)·궁위(宮衛)·군방(軍防)·의복(衣服)·의제(儀制)·노부(鹵簿)·악(樂)·공식(公式)·전(田)·부역(賦役)·창고·구목·관시(關市)·의질(醫疾)·가녕(假寧)·포망·옥관(獄官)·영선(營繕)·상장(喪葬)·잡(雜)의 33편 약 1500조가 있다. 여기에는 행정기구에 따라 국가제도의 전반을 규정한 비형벌법규로, 민법과 상법에 관계되는 조항도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격은 조칙에 따라 개제(改制) 또는 신제(新制)되는 것들 가운데서 오래 준용(遵用)되어야 할 것을 성서(成書)로 편찬한 것인데, 상서성(尙書省) 6부(部) 24사(司)의 조명(曹名)을 편목(篇目)으로 한다. 격에는 중앙관청 안에서 행해지는 유사격(留司格)과 전국에서 반행(頒行)되는 산반격(散頒格)의 2종류가 있으며 720년 무렵에는 격후칙(格後勅)이라는 법전도 편찬되었다. 식은 관사(官司)가 참조해야 할 시행세칙류로, 6부 24사와 비서·태상(太常)·사농(司農)·광록(光祿)·태복(太僕)·태부(太府)·소부(少府)·감문숙위(監門宿衛)·계장구장(計長句帳) 등 33편으로 되어 있다. 칙과 격은 율령에 우선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고정화 경향이 강한 율령을 능가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게 되어 송(宋)나라 법전을 칙령격식(勅令格式)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율령격식은 집권적 관료기구에 적합한 법전으로 발달했으나, 주권자인 황제는 사실상 율령을 초월한 존재였고, 그 의지는 성문법에 제약받지 않았다. 다만 황제도 자의(恣意)로 행동하기를 삼감으로써 관료가 법을 준수하도록 모범을 보여주는 바로 거기에 그 대권(大權)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존재했으며, 당태종(唐太宗)은 그 본보기로 추앙되었다. 당나라 후기가 되자 사회가 변질되어 율령제의 기반이 되는 향리(鄕里)·균전(均田)·조조(租調)·부병(府兵) 등의 국가제도가 약화되고 율령격식의 기능도 퇴화될 수밖에 없었으나, 율만은 명률(明律)·청률(淸律)로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영격식은 원(元)·명(明)나라 이후 회전(會典)과 칙례(則例)에 그 자리를 양도했다. 율령격식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율령격식] 처음으로 고구려가 373년(소수림왕 3) 위(魏)·진(晉)의 법제를 모법(母法)으로 율령을 반포했고, 백제는 3세기 중엽 고이왕 때 법령을 공포했다고 전하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신라에서는 520년(법흥왕 7) 율령의 공포가 있었고, 654년(무열왕 1) 당나라의 율령격식을 받아들여 이전의 율령을 심사해 이방부격(理方府格) 60여 조를 제정함으로써 고구려법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신라의 율령이 나타나 있는데 율에는 형(刑)·죄(罪) 2가지가 있었다. 형에는 모반(謀反)·모역자(謀逆者)에게 내린 족형(族刑)·거열(車裂)·사지해(四肢解)·기시(棄市)·참(斬;自盡·賜藥) 등이 있고, 경범자에게 적용하는 유형(流刑)·장(杖)·태(笞) 등이 있었다. 죄에는 당나라의 십악(十惡)과 비슷한 오역(五逆)이 있었는데 모반·모대역(謀大逆) 등이 이에 속하며, 요언(妖言)·요서혹중(妖書惑衆)·사병이직(詐病離職)·배공영사(背公營私) 등이 있었다. 영에는 품계를 말하는 관위령(官位令), 관직령을 뜻하는 직원령(職員令), 제사령의 사령(祠令), 호적령의 호령(戶令) 외에도 학령(學令)·선거령·국방령·의복령·의제령(儀制令) 등이 있었다. 이방부격은 당나라의 형부격(刑部格)에 해당한다. 식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으나 문무왕이 남긴 유조(遺詔)에 율령격식의 용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식의법률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완전한 형식을 갖춘 법전이 마련되어 율령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진 것은 삼국통일 이후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사》 <형법지>의 내용으로 이어지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경국대전》이 편찬됨으로써 집대성되었다. <엄귀덕>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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