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백제 문화
탐방
오늘 5
전체 176290
|
2004 백제 문화
탐방 |
오늘 5
전체 176290
|
|
[지역 개관] 공주 이전 목차 다음 － 천오백 년을 땅속에서 지켜온 영화 |
⊙ 공주를 찾는 마음은 그러므로 화려했던 왕도로서보다는 아픈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세, 가슴 저리기에 더욱 잊지 말아야할 곳을 찾아가는 마음가짐이어야 하리라. ⊙  공주는
한때 백제의 왕도였지만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사연은 기구하다. 북진책을
폈던 호방한 개로왕이 강성한 고구려 장수왕의 칼에 전사하고 한성마저
함락당해 어쩔 수 없이 밀려내려온 곳이 바로 공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문주왕대부터 성왕이 좀더 비옥하고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찾아 부여로
다시 도읍을 옮기기까지 475년부터 538년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수도로서
구실을 하였으니 어찌보면 거쳐가는 수도였다고도 하겠다. 그러나 백제는
동성왕과 무령왕대에 다시 나라의 기력을 되찾고 문물을 활발히 진작시켜
성왕 때의 기력을 일구어낼 수 있었으니 공주는 역사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하겠다.공주가 역사책에 등장한 시대부터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장기면 석장리 금강가 언덕에서는 적어도 2만 8천년 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 석장리 유적은 구석기 시대에도 이땅에 사람이 살았음을 맨 먼저 알게 된 곳이다. 청동기 시대 유적이 몇몇 곳에서 발견되기는 했지만 공주는 크게 역사의 중심으로 떠오르지는 못하다가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인 백제 시대에 한때 수도였던 것은 내남없이 아는 일이고, 부여로 천도하고 백제마저 멸망한 뒤에는 더는 빛을 볼일 없이 사그라들어 버렸다. 그러다가 공주가 우리의 기억에 남을 만한 역사의 장소로 크게 떠오른 것은 그로부터 1,200년이나 지난 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코 화려한 조명을 받고서가 아니라 그 자국이 검붉은 핏빛으로 남아 있으니, 1894년 갑오농민전쟁의 마지막 격전지가 되었던 것이다. 공주를 찾는 마음은 그러므로 화려했던 왕도로서보다는 아픈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세, 가슴 저리기에 더욱 잊지 말아야 할 곳을 찾아가는 마음가짐이어야 하리라. 먼저 공주에는 계룡산이 있다. 계룡산은 그 정기 때문에 조선의 도읍지가 될 뻔하기도 했고, 정감록의 근거지로서 끊임없이 거론되다가 현대에 와서는 신흥종교들이 신도안에 뿌리내림에 따라 유명해졌다. 신도안은 행정구역으로는 논산시에 들지만 계룡산 자락에 있는데, 두남면 부남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궁궐을 지으려고 박았던 주춧돌들이 남아 있고, 1984년에 재개발사업을 하게 될 때까지도 종교 단체가 70여 곳에서 난립해 있었다. 이 계룡산 자락에 천년 고찰 갑사와, 그에 못지 않은 고즈넉한 맛을 간직한 신원사, 유성에서 가까운 동학사들이 깃들어 있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가벼운 하루등산길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한데 특히 고갯길의 오뉘탑은 가쁜 숨을 쉬어가며 그 다정한 모습을 보기에 좋도록 자리잡고 있다. 공주에서는 공산성이 꼭 올라야 할 곳이다. 금강을 북으로 하고 천연의 요새를 이룰 수 있어 백제의 왕도로 선택된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백제 때의 유구야 남아 있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하다. 곰나루 못미처 있는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군이야말로 공주가 공주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무령왕릉이 없었다면 공주는 지금처럼 떵떵거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한적한 시골소도시로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1971년에 온전한 처녀분으로 발굴된 무령왕릉이야말로 백제 역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너무나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 무령왕릉 발굴 유물로 말미암아 국립공주박물관 전시실이 빛난다. 석조 두 기는 박물관에 빼앗기고 공주 시내의 대통사터에 혼자 남은 당간지주는 제자리에서 공주 시대의 백제 불교문화를 홀로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공주 북쪽으로 30여 분 가는 마곡사도 아기자기한 절이며, 탄천을 넘어갈 때는 헤실헤실한 웃음을 선사하는 송학리 장승도 만날 일이다. 그리고 우금치, 가장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 부여로 넘어가기 전에 갑오농민군의 영혼을 위무하는 뜻에서라도 차에서 내려 고개숙여야 할 곳이다. [참고] 금강 금강은 전북 무주, 장수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흐르다가 충청남도를 휘감고 돌아 공주, 부여를 거쳐 군산으로 해서 빠져나가는, 우리 나라 6대 강의 하나이다. 총 길이가 401km에 이르는 장대한 강으로 남한에서는 한강, 낙동강 다음에 온다. 금강 주변으로는 상류에 덕유산, 백운산이 있고 중하류에는 청주근방의 미호평야, 논산의 논산평야 같은 기름진 평야를 끼고있다. 많은 깊고 넓은 강들이 젖줄이 되어 풍요로운 문화를 길러냈듯이 금강은 이런 자연을 바탕으로 백제 문화를 품어 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공주시 장기면 석장리의 2만 5천년 전의 구석기 문화로부터 시작해서 부여군 초촌면 송국리의 청동기문화나 대전 괴정동의 청동기 유적과 같은 선사문화도 길러 냈다. 금강은 하구가 넓고 깊어 내륙 수운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철도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강경까지 큰 배가 자유로이 운항하였으나 이제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러나 금강하구언을 건설한 뒤로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어 겨울철이면 우리 나라를 거쳐가는 백로, 오리, 기러기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 출전 : [답사여행의 길잡이 4 충남] (돌베개, 1995) 이전 위로 다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