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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과 역사] 72. 서울 강동구 천호동
[땅이름] 서울 강동구 천호동(千戶洞) 주간한국 / 2001년 5월 15일 21:56  천호동으로 가는 길은 40여년전만 해도 서울에서 멀게만 느껴졌다.아침밥을 서둘러 먹고 전차를 타고 뚝섬에서 내려 한참을 기다려서야 먼지를 뿌옇게 날리며 달려오는 시골 완행버스를 탈 수 있었다.버스를 타고 드문드문 있는 농촌을 지나 푸른 강위에 길다랗게 놓인 광진교를 건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당시만 해도 한강에서 제일 길고 높은 다리라는 광진교를 건너서면, 붉은 황토벌에 한가한 마을이 뛰엄뛰엄 조는듯 누어있었다.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에 졸고//넓은 하늘에/ 소리개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뜰 안 암탉이/ 제 그림자 쫓고/ 눈알 대록대록 겁을 삼킨다'라고 마을을 노래한 박남수(朴南秀)의 시가 떠오르는 한갓진 마을이었다. 당시 천호동의 행정구역은 경기도 광주군 구천면이었다. '구천(九川)'이란 이름은 조선조 성종때 이조판서 어효첨(魚孝瞻)이 이곳에 살았기에 그의 호 '구천(龜川)'을 따서 붙인 것. 그 구천(龜川)이 뒷날 '거북 구(龜)'자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아홉 구(九)'로 바뀐 것이다. 구천면 지역에는 명일(明逸), 상일(上一), 하일(下一), 고덕(高德), 길리(吉里), 둔촌(遁村), 암사(岩寺), 성내(城內), 풍납(風納), 곡교(曲橋) 같은 마을들이 흩어져 있었다. 구천면 지역이 서울시에 편입된 것은 1963년 1월 1일이다. 서울에 편입된 이래, 도시화에 밀려 옛 정취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이 지역은 원래 광주(廣州) 이씨(李氏)와 함종(咸從) 어씨(魚氏)의 터밭이었다. 고덕동은 고려말 형조참의 이양중(李養中)이 이성계(李成桂)의 역성혁명을 반대하다가 낙향해 숨어 살았던 곳이다. 뒷날, 태종이 옛 친구의 정을 생각하여 이양중에게 한성부윤(漢城府尹:현 서울특별시장)의 벼슬을 내렸으나 끝내 사양했다 한다. 참다못한 태종이 직접 이양중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거문고를 뜯고 있던 이양중은 태종을 맞아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태종이 그의 높은 인품과 덕에 감탄, '고덕(高德)'이라는 땅이름이 생겼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둔촌동은 고려말 은사 둔촌(遁村) 이집(李集)이 살았는데서 비롯된 땅이름이며, 명일동은 고려 성종 11년(994년)에 남북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명일원(明逸院)이란 여각을 둔데서 비롯됐다. 암사동은 한진참(광나루) 동쪽에 '바위절(岩寺)'이 있었는데서 비롯된 땅이름으로 구암서원(龜岩書院)이 있었다. 구암서원은 조선조 숙종2년(1677년)에 건설하여 이집, 이양중, 승지(承旨) 정성근(鄭誠謹), 수몽(守夢) 정엽(鄭曄), 추탄(楸灘) 오윤겸(吳允謙), 소암(疎庵) 임숙영(任叔英)등을 배향했으나 고종8년(1871년)에 폐지되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조차 없다. 마을 어귀에 굽은다리가 있다하여 굽(곱)은 다리 또는 곡교(曲橋)라는 마을도 이제는 거대한 도시의 밀림에 가리웠고 지하철 역이름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옛날부터 풍수설에 이 구천면 지역에는 수천호가 살겠다는 설이 전해와 천호동(千芦洞)이라는 땅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436년 한진참 나루(廣津)에 광진교가 놓이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그 예언성 땅이름은 적중했다. 천호동은 풍수설 처럼, 오늘날 서울의 동남쪽 부도심권으로 수천호가 자리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입력시간 2001/05/15 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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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름과 역사] 73.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
 [땅이름과 역사] 71. 서울 종로구 가회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