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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윤봉길의 거사를 준비한 사람들 (정정화)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준비한 사람들 훙커우 공원의 천장절[일본 국왕의 생일] 기념 식장에서 윤봉길 의사가 폭탄 세례를 퍼부은 것은 4월 29일 정오쯤이었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백범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 몇 명만이 알고 있었을 뿐으로 나만 해도 사건이 일어난 후 신문을 보고 알았을 정도였다. 그만큼 비밀리에 계획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점심 때가 되어 백범이 나를 찾았다. 몇 분의 점심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 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바지런하고 임솜씨가 깔끔하다고 알려져 있던 터라 무슨 큰일이나 중요한 자리가 있으면 임정의 어른들은 나를 먼저 찾곤 했었다. 간단하게 점심상이 거의 다 차렸을 쯤해서 이동녕 선생과 조완구 선생이 왔고 좀 늦게 백범이 도착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식사가 끝난 후 백범이 난데없이 나에게 술 한 병과 신문을 사오라고 일렀다. 평소 술을 입에 대는 일이 없는 분이 더욱이 낮에 술을 찾는 게 의아했다. 집 밖으로 나오자 거리 분위기가 술렁술렁하며 평소와는 달랐고, 아니나 다를까 호외가 돌고 있었다. 중국 청년이 일본 침략군의 원흉 시라카와[白川]를 즉사시키고, 여러 명을 부상시켰다는 것이었다. 그 때서야 왜 신문을 사오라고 했는지 짐작하고 얼른 신문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외를 받아든 백범은 일이 제대로 되었다고 하면서 석오장[이동녕]과 우천[조완구]에게 술을 권했고, 세 분이서 같이 축배를 들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나온 호외에서는 폭탄을 던진 사람이 중국인이 아니고 한인 청년 윤봉길이라고 고쳐 보도되었다. 당시 중국 중앙군에는 한인 군관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직위도 높으며 중국의 실권자인 장 제스의 개인적인 신임을 받고 있던 사람은 중국군에서 왕 시옹[王雄]이란 이름으로 황동하던 김홍일이었다. 그는 상하이의 조병창에서도 근무했는데, 이봉창 의사가 수류탄의 성능 때문에 왜왕을 죽이는 데 실패하자 백범은 그에게 특제 폭탄을 비밀리에 제조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결과 물통 모양과 도시락 모양으로 된 특제 폭탄 수십 개가 만들어졌고, 훙커우 공원의 의거 때는 고성능 폭탄을 사용하여 왜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사열대를 단숨에 날려 버렸던 것이다. (정정화, [장강일기]) ※ 이 글을 쓴 정정화(1900~1991)는 21세 때 중국에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고락을 같이 하였으며, 독립 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여섯 차례나 국내에 잠입하여 활동한 여장부였다. 윤봉길 의사의 거사 이후에는 임시 정부 요인들과 함께 상하이 프랑스 조계를 탈출하였다. 출전 : 김광남ㆍ유열렬ㆍ신재홍ㆍ김동운ㆍ최병도, [한국 근ㆍ현대사], 두산, 2003, 18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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