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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나도향 (한미르)
나도향(1902~1927) 190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중퇴. 1921년 『신민공론』에 단편 소설 「추억」을 발표하면서 등단. 1927년 폐결핵으로 사망. <궁핍한 현실에 눈을 돌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탐구한다> - 의사의 길을 거부하고 선택한 문학의 길 스물여섯 살의 짧은 나이로 끝맺은 나도향의 일생은 기구하였다. 가난과 방랑과 질병으로 점철된 짧고 고난에 찬 인생이었지만 그것이 그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나도향의 본명은 경손(慶孫)이다. 대대로 의학에 종사해 온 중인 계층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나병규는 한의사였고, 아버지 나성연도 외과 병원을 개업한 양의사였다. 명의로 이름을 떨쳤던 할아버지는 매우 엄격하여 훗날 나도향이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중퇴하고 문학 수업을 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에도 돈을 거의 보내 주지 않아 결국 배고픔에 지쳐 귀국하게 만들었다. 나도향의 아버지도 청년 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할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외과의가 되기는 하였지만 은둔자로 자처하며 독서에 열중하고 항상 종이에 무엇을 끄적거렸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조부와 부친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자란 데다가 한일합방 직전의 암울한 시대 상황까지 겹쳐서, 나도향은 일찍부터 전통과 기성의 권위에 대한 반항 의식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경손이라는 본명은 고대하던 장손을 보게 된 할아버지가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고자 지어 준 ''경사스러운 손자''라는 뜻의 이름이었는데, 나도향은 이 이름이 조부의 감정을 중심으로 지어진 것이라 하여 쓰기 싫어하였다. 대신 그는 도향(稻香), 즉 벼꽃향기라는 아호를 즐겨 사용하였으며,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데서 향내를 맡는다"라고 그 뜻을 풀이하였다. 훗날 「벙어리 삼룡이」 등 하층 계급의 애환을 절절하게 그려 낸 나도향의 면모가 일찍부터 엿보이는 점이다. - 문학 수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다 배재고보를 졸업하고 집안의 뜻에 따라 경성의학전문학교(지금의 서울의대)에 입학할 때까지만 하여도 그의 생활은 평범하였다. 그러나 소년 시절부터 도향의 가슴에는 문학에 대한 열망이 불타고 있었다. 학교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밤새워 소설과 시를 읽었으며, 혼자서 『문우』라는 잡지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경성의전을 중퇴하고 문학 수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가 도일하는 과정도 특이한데, 할아버지가 고종 황제의 인산(因山, 황제나 왕의 장례, 국장)에 참배하러 간 날, 할아버지의 서랍에서 돈을 꺼내서 일본행 배에 올라탔던 것이다. 그러나 와세다대학 영문과에 입학하려던 그의 뜻은 경제적인 형편으로 말미암아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그는 다시 돌아와 작품 집필에 몰두하게 되었다. - 미숙한 감상주의가 엿보이는 장편소설 「환희」와 초기 단편 소설들 불과 열아홉 살 때인 1921년 『신민공론』에 단편 「추억」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그는, 1922년 동인지 『백조』의 창간호에 「젊은이의 마음」을, 그리고 같은 책 2호에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등의 단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장편 소설 「환희」를 동아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작품이 젊은 층의 열렬한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스무 살의 나이로 천재라는 칭호까지 누리게 되었다. 이 시기의 소설들은 젊은이들의 정열과 애틋한 사랑을 다룬 것들로서 청년기의 절절한 감정과 호기심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들은 지나친 감상과 주관적 묘사가 두드러져 "영탄과 감상으로 인해서 소설적인 구도를 잃고 있으며" (김우종, 「나도향과 그의 작품」), "청춘 남녀의 문란하고 통속적인 관계를 늘어 놓은 상업적 센티멘탈리즘" (정한숙, 「반성과 해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 자신도 「환희」의 서두에서 "남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울 만큼 푸른 기운이 돌고 풋냄새가 납니다"라고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 궁핍한 현실에 눈을 돌리다 그렇지만 1923년 『백조』 3호에 실린 「여이발사」라는 작품을 계기로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달라진다. 가난한 청년이 이발소에 왔다가 여자 면도사의 체취에 취하여 그나마 있던 푼돈까지 모두 털어 주고는 크게 후회한다는 이 소설에서, 사랑과 욕망을 찾는 인간의 소망은 가난한 현실 아래 좌절하고 만다. 지나친 감상의 노출과 막연한 정열, 성에 대한 호기심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인간 욕구를 가로막는 요인이 바로 빈곤한 현실이라는 비극적 인식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계속하여 발표한 「행랑자식」(1923), 「자기를 찾기 전」(1924) 등의 단편을 계기로 나도향은 조숙하고 치기어린 천재라는 다소 가벼운 평가 대신에 궁핍한 현실에 눈을 돌리는 원숙한 작가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25년 「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 등을 발표하면서 나도향의 문학은 구체적인 인간 현실을 탐구하는 사실주의의 문턱까지 접근하고 있음을 뚜렷이 드러내었다. 나도향의 문학 세계에 대한 신경림의 평가를 들어 보자. "「물레방아」 등 나도향의 후기 작품들은 1920년대 한국인의 슬픔과 괴로움을 처절하리만큼 날카롭게 부각시킨 것들로서 그는 일제 식민지하의 한국적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하나로 손혀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그의 작품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짙고 탁한 흙냄새와 된장 냄새는 그의 작품에 긴 문학적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터이다." - 미완성의 문학 나도향의 문학 세계가 가지는 의의를 돌아볼 때 그의 이른 죽음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1925년 문학 공부를 위해 또다시 일본행을 시도하였다가 가난과 함께 실연의 상처만을 안고 돌아온다. 그리고 폐병에 걸려 곳곳을 방랑하다가 거지꼴로 고향에 돌아온 지 몇 달 만에 숨을 거둔다. 그의 평생 소원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문학 공부요, 또 하나는 일본에서 만난 어느 조선 여인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루지 못한 채로 1927년 8월 26일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의 나이 겨우 스물다섯 살 때였다. 그는 미숙한 작품에서 시작하여 날이 갈수록 작가로서의 역량이 일취월장하였던 작가였다. 불과 5년 간의 활동 기간에 이토록 크게 변모하였던 것은 그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였다. 조숙한 천재에서 완숙한 대가로 발돋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동인은 나도향과 나도향의 작품 모두를 가리켜 ''미완성품''이면서도 미숙한 아래에는 인생의 일면을 붙든 긍지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이 컸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출전 : 한미르쇼핑-국내서적-저자파일-나도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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