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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영화 (두산)
한국영화 韓國映畵 한국에서 한국인이 제작·영상화한 종합예술. I. 개관 일반적으로 한국의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소박하고 여유 있는 묘사로 영상화(映像化)하는 데 장기(長技)를 지니며, 사회문제를 다루되 가족 구성원 속의 개인의 심정을 통하여 그려 나간다는 데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영화는 사회성이나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이 대체로 희박해지기 쉽다는 약점을 가지는 반면, 한국 특유의 정신풍토를 배경으로 정적(靜的)인 감정과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 뛰어나다. 한국에 활동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03년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것이 1897년 또는 1905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한 입증자료는 없다. 그러나 1903년 6월 23일자 《황성신문(皇城新聞)》에 게재된 다음과 같은 광고문은 활동사진의 도래와 유료공개(有料公開) 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한다. "동대문 내 전기회사 기계창(器械廠)에서 시술(施術)하는 활동사진은 일요 및 우천을 제외하고는 매일 하오 8시부터 10시까지 설행(設行)하는데, 대한(大韓) 및 구미 각국의 생명도시(生命都市)의 절승(絶勝)한 광경이 구비 하외다. 입장요금 동전 10전". 그리고 이에 뒤이어 원각사(圓覺社)·활동사진관람소 등에서도 영화가 잇달아 공개되었다. 공개된 작품들은 초기의 시네마토그라프와 바이타스코프의 단편 필름들이었다. 1910년을 고비로 서울에는 활동사진을 상설 상영하는 극장이 속출함에 따라 극장가(劇場街)가 형성되었으며, 장안의 큰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그 흥행이 본격화하면서 1920년대 초까지는 전국에 확산되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영화의 전사기(前史期)는 1903년부터 1919년까지의 16년간이며 구미 각국의 영화가 수입되어 한국의 대중들에게 배일적(排日的)이며 구미의 새로운 문물과 사상을 깨우치는 역할도 매우 컸다. 이 기간은 또 한국영화계의 개척자들에게 영화에의 의욕과 영화인으로서의 등장을 준비하는 기간이 되기도 하였다. 1919년 10월 27일 김도산(金陶山)이 이끌던 신극좌(新劇座)가 무대와 스크린을 연결한 연쇄극 《의리적 구투(義理的仇鬪)》를 단성사(團成社)에서 공개하였다. 비록 연극 막간에 삽입되어 스크린에 영사된 것이기는 했지만 이때 필름에 촬영된 활동사진은 한국 최초의 영화제작이었다. 그래서 한국영화사(韓國映畵史)는 최초로 필름이 제작·공개된 이날을 기점(起點)으로 잡는다. 이로부터 약 3년 동안 김도산의 신극좌 외에도 임성구(林聖九)의 혁신단(革新團), 이기세(李基世)의 문예단(文藝團), 김소랑(金小浪)의 취성좌(聚星座) 등이 다투어 연쇄극 작품을 제작·공개하였다. 신극좌는 《의리적 구투》 외에도 《시우정(是友情)》(1919), 《형사고심(刑事苦心)》(1919), 《의적(義賊)》(20) 등 여러 작품을 제작했고, 문예단은 《지기(知己)》(1920), 혁신단은 《학생절의(學生節義)》(1920), 취성좌는 《호열자(虎列刺)》(1920)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주로 개화기의 사회분위기를 배경으로 인정비화와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비활극(悲活劇)을 작품 속에 펼친 것이었다. ll. 초창기와 민족영화의 대두 한국에서 비로소 완전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23년 윤백남(尹白南)이 감독한 《월하(月下)의 맹세(盟誓)》였다. 이 작품은 비록 조선총독부의 저축장려영화이기는 하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필름 제작이었다. 술과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한 남자가 착실한 약혼녀의 저축으로 갱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득한 초창기의 작품이었지만 차분한 묘사로 호평이었고, 한국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李月華)를 배출시켰다. 이 무렵부터 한국에서의 영화제작이 본격화하였다. 동아문화협회(東亞文化協會)가 《춘향전(春香傳)》(23), 단성사 제작부(製作部)가 《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24)을 제작한 것을 비롯하여, 부산에서 창립된 최초의 영화제작회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해(海)의 비곡(悲曲)》(24)을 제작 공개하였다. 이어서 윤백남 프로덕션이 《심청전(沈淸傳)》(25)을, 고려키네마가 《개척자(開拓者)》(25)를, 고려영화제작소가 《쌍옥루(雙玉淚)》를, 반도(半島)키네마가 《멍텅구리》(26)를, 계림(鷄林)영화협회가 《장한몽(長恨夢)》(26)을, 조선키네마사가 《농중조(籠中鳥)》(26)를 내놓았다. 이렇듯 20년대 초반기에 활기를 띤 한국영화가 《춘향전》 《장화홍련전》 《운영전(雲英傳)》 《심청전》 등 한국의 고전작품에서 그 제재(題材)를 찾았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광수(李光洙) 원작의 《개척자》가 초기 계몽주의(啓蒙主義) 작품으로 제작된 것도 뜻깊은 일이었다. 그러나 초창기의 한국영화에서 대체로 개화기 신파물(新派物)이나 모방 번안물 등 멜로드라마가 범람한 것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가운데에서 《농중조》 《장한몽》과 같은 작품이 구습타파(舊習打破)와 자유연애사상의 고취 등 계몽주의의 선봉에 섰다는 점은 이 시대의 영화다운 일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1920년대의 한국영화를 통해 가장 중요하고도 빛나는 업적은 일련의 민족영화가 대두하였다는 사실이다. 1926년 나운규(羅雲奎)는 기념비적인 작품 《아리랑》을 만들어 한국영화가 도약하는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이 시기는 일본의 혹독한 강점 시대였다. 나운규의 《아리랑》은 바로 이와 같은 겨레의 항일 저항정신을 집약적으로 반영한 작품이었다. 한국의 민중은 이 작품에 열광하여 나라 잃은 겨레의 울분을 풀었으며, 《아리랑》은 마치 애국가처럼 방방곡곡에 메아리쳤다. 《아리랑》 이후 그는 10년간의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 활동 등을 통해 강렬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를 영상화하여 진정한 한국영화의 효시가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도록 그 전통적 흐름의 초석을 이룬다. 나운규는 《아리랑》 이후 《풍운아(風雲兒)》(26) 《들쥐》 《사랑을 찾아서》(28) 《벙어리 삼룡(三龍)》(29) 등 일련의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사상적으로는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를, 영화미학상으로는 사실적인 작풍을 확립하여 초기 한국영화의 격조높은 작품세계를 제시하였다. 이어서 계몽주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심훈(沈熏)이 각본을 쓰고 직접 감독한 《먼동이 틀 때》(27)를 발표해 한국영화의 사실적이며 저항적인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후 이와 같은 항일 저항적인 민족주의의 작품경향은 줄곧 일제강점기하 한국영화의 뿌리깊은 체질이 되었다. 이러한 민족영화에 대한 조선총독부의 탄압은 작품에 대한 무자비한 검열과 고등경찰을 통한 인신구속 등 갖은 방법으로 더욱 극심해졌음은 물론이다. lll. 토키등장에서 일제패망까지 한국영화는 1920년대 후반에 대두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의 경향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대응하면서 30년대 영화의 특징을 뚜렷이 부각시키게 된다. 끈질긴 사실주의와 계몽주의의 경향이 곧 그것이었다. 이규환(李圭煥)은 일본에서 영화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임자 없는 나룻배》(32)를 발표하였다. 나운규가 주연한 이 영화는 더욱 차분한 사실주의의 경지를 보여주는 가운데 한국영화를 보다 높은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어서 방한준(方漢駿)이 감독한 《살수차(撒水車)》(35)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편, 저항의 불길이 내연화(內燃化)한 민족계몽주의는 안종화(安鍾和)의 《청춘의 십자로(十字路)》(34)와 《은하(銀河)에 흐르는 정열(情熱)》(35) 같은 멜로드라마조(調)의 작품 속에서도 뿌리 깊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에 심훈은 의욕적인 계몽대작 《상록수(常綠樹)》의 시나리오를 발표하였고, 그 영화화를 서두르다가 요절하였다. 나운규의 후기 활동 역시 민족계몽사상을 응결한 것이다. 그는 《아리랑》 후편(30)과 3편(36)을 만들어 삼부작(三部作)을 완성하였다. 이 밖에도 《강건너 마을》(35)과 유작(遺作) 《오몽녀(五夢女)》(37)를 발표하고 37세를 일기로 요절하였다. 나운규의 유작 시나리오인 《황무지(荒蕪地)》에는 그의 후기 민족계몽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다. ‘피의 예술’에서 ‘흙의 예술’로 이어진 그의 10년에 걸친 영화작가 생활은 불멸의 것이 되었다. 《아리랑》 이후 영화계는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이 시기의 영화사와 프로덕션은 무려 40여 개에 이르는 성황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단명(短命)하여 한두 편의 영화제작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시장은 그만큼 제작자본이 영세하고 흥행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1930년대 중반에 들어와 외국 토키 영화의 수입과 흥행은 이 땅의 영화계에도 발성영화의 제작을 재촉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군소(群小) 프로덕션을 도태시키면서 대형 제작사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30년대 후반에는 경성촬영소(京城撮影所) ·한양영화사(漢陽映畵社) ·고려영화사 ·조선영화주식회사 등 스튜디오와 녹음시설을 갖춘 제작사를 중심으로 영화제작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발성영화(發聲映畵)는 1935년 이명우(李明雨)가 감독한 《춘향전》으로 경성촬영소에서 제작되었고, 녹음기술을 해결한 것은 한국영화 최초의 촬영기사인 이필우(李弼雨)였다. 《춘향전》의 제작으로 그 이후의 작품은 자연히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 전환되어 갔다. 1930년대 후반에는 한국영화 제3세대(第三世代)라고 할 수 있는 일군의 신인들이 대거 등장하여 영화계의 인맥(人脈)을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신경균(申敬均)의 《순정해협(純情海峽)》(37), 방한준의 《한강(漢江)》(38), 안철영(安哲永)의 《어화(漁火)》(39), 박기채(朴基彩)의 《무정(無情)》(39), 최인규(崔寅奎)의 《국경(國境)》(39), 이영춘(李英椿)의 《귀착지(歸着地)》(39) 등이 이 시기의 주요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에는 뿌리깊은 로컬리즘과 끈질긴 계몽주의적 색채가 바닥에 깔려 있었으며, 그것은 또한 바로 이 시기 영화의 주조(主調)이기도 하였다. 1940년에 들어서자 일제는 마침내 그들의 침략전을 합리화하고 전의(戰意)를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조선영화통제령’을 공포하여, 전면적이고도 가혹한 영화통제의 의도를 노골화하였다. 그리고 1942년에는 여러 제작사를 조선영화주식회사의 간판 아래 단일화시켜 이 땅의 영화는 질식상태에 빠졌다. 이 사이에 간신히 제작된 주요 작품은 최인규의 《수업료(授業料)》(40), 《집없는 천사(天使)》(41), 김유영(金幽影)의 《수선화(水仙花)》(40), 전창근(全昌根)의 《복지만리(福地萬里)》(41), 이병일(李炳逸)의 《반도(半島)의 봄》(41), 윤봉춘(尹逢春)의 《신개지(新開地)》(42) 등이었다. 일제에 의해 한국영화가 완전히 질식되기 직전에 마지막 등불처럼 나타난 이들 작품은 한결같이 겨레의 통분을 터뜨리 듯 매우 강렬한 민족의식을 짙게 담았다. 최인규의 선연한 사실주의, 김유영의 전통적인 서정의 표출, 전창근의 망명자(亡命者)들의 굳은 자활의지, 윤봉춘의 고집스러운 저항의식 등이 영상 가득히 투영되었다. lV. 조국광복에서 한국전쟁까지 한국영화는 1945년 8 ·15광복으로 갱생되었다. 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간 뒤 영화인들은 흩어진 기재들을 모아 영화제작을 서둘러 재개하였다. 일련의 광복영화(光復映畵) 또는 해방영화(解放映畵)가 쏟아져 나왔다. 최인규의 《자유만세(自由萬歲)》(46)를 필두로 이구영(李龜永)의 《안중근사기(安重根史記)》(46), 전창근의 《해방된 내 고향》(46), 윤봉춘의 《윤봉길의사(尹奉吉義士)》(47) 《류관순(柳寬順)》(48), 이규환(李圭煥)의 《민족의 절규(絶叫)》(47) 등 수많은 작품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일제강점기하의 독립투사 ·열사들을 통해서 불굴의 민족정신과 8 ·15광복의 감격을 마음껏 구가하면서 민족의 새로운 결합을 메시지로 담아 8 ·15광복 직후의 겨레에게 큰 감명을 안겨주었다. 8.5광복의 벅찬 감격이 가라앉으면서 이제 냉정을 되찾은 한국영화는 차차 격조높은 작품들을 공개하기 시작하였다. 최인규의 《파시(波市)》(49), 신경균의 《새로운 맹세(盟誓)》(49), 윤용규(尹龍奎)의 《마음의 고향》(49) 등이 그것이다. 특히 최인규는 흑산도(黑山島)의 파시를 배경으로 섬 사람의 생활을 적나라한 리얼리즘 속에 담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이 시기를 통해 38선으로 인한 민족분단의 비극적 상황을 영상화한 작품이 속출하였다. 한형모(韓瀅模)의 《성벽을 뚫고》(48), 김학성(金學成) 촬영의 《여수순천반란사건(麗水順天叛亂事件)》(48), 홍개명(洪開明)의 《전우(戰友)》(49), 이창근(李昌根)의 《북한(北韓)의 실정》(48), 윤봉춘의 《무너진 38선》(48) 등 일련의 작품이 그것이다. 한형모의 《성벽을 뚫고》는 이러한 겨레의 아픔을 잘 묘사하여 마치 다가올 민족상잔의 큰 비극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했다. 1950년에 발발한 6 ·25전쟁은 영화계에도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서울에 침입한 공산군은 영화기재와 필름, 그리고 많은 영화인들을 납북하였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의 전란기를 통해 제대로 된 영화제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영화인들은 각기 정부의 공보처와 국방부 및 육 ·해 ·공군, 그리고 USIS 등에 소속되어 뉴스 영화와 전쟁기록영화 제작에 종사하였다. 이러한 전란기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으로는 윤봉춘의 《성불사(成佛寺)》(52), 신상옥(申相玉)의 《악야(惡夜)》(52), 전창근의 《낙동강(洛東江)》(52) 등을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이다. 한편, 공군 정훈감실에서는 공군 전투조종사들의 활약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항공군사극영화 《출격명령(出擊命令)》(54)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V. 중흥기의 한국영화 한국영화는 휴전이 이루어지자 폐허와 가난 속에서도 재기했을 뿐만 아니라 얼마 뒤에는 일대 중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먼저 이규환의 《춘향전》(1955)은 서울의 흥행에서 공전의 대성공을 기록했는데, 전란에 시달리다가 수복한 시민들에게 이 사극(史劇) 멜로드라마는 커다란 위안과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춘향전》의 성공에 고무된 영화계는 이윽고 폭발적인 제작 붐을 조성하였다. 이와 함께 정부가 영화산업 부흥책으로 국산영화 제작에 대해 면세조치를 단행하자 영화제작 붐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의 제작편수는 놀라운 신장을 보였으며 많은 신인감독의 등장과 함께 작품경향도 매우 다양해졌다. 사극영화에서는 《춘향전》에 이어 전창근의 《단종애사(端宗哀史)》(1956), 윤봉춘의 《논개(論介)》(1956), 이병일의 《시집가는 날》(1956)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시집가는 날》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희극상(喜劇賞)을 받음으로써 한국영화가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문호를 열었다. 6 ·25전쟁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또는 반공영화로서는 이강천(李康天)의 《피아골》(1955), 이용민(李庸民)의 《포화(砲火) 속의 십자가(十字架)》(1956) 등이 그 선두를 장식한 문제작이었다. 일련의 문제작들이 높은 수준의 예술성과 함께 전후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어 나감으로써 당시의 인간의식의 깊은 내면세계를 부각시켰다. 유현목의 《잃어버린 청춘(靑春)》(1957), 김기영의 《십대(十代)의 반항(反抗)》(1959), 신상옥의 《지옥화(地獄花)》(1958) 등이 이와 같은 계열의 작품들이다. 한편, 1950년대의 멜로드라마도 전후 사회에 밀어닥친 자유주의 풍조와 세태를 잘 반영하여 관객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한형모의 《자유부인(自由夫人)》(1956), 홍성기(洪性麒)의 《실락원(失樂園)의 별》(1957) 등은 원작 소설의 인기와 더불어 큰 반응을 얻은 작품이며, 그 밖에도 수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경향으로서는 전후세대와 이들의 모랄을 다룬 일련의 작품이다. 조정호(趙晶鎬)의 《전후파(戰後派)》(1957), 이강천의 《아름다운 악녀(惡女)》(1958) 등이 이러한 계열의 작품으로서, 기성 모랄의 퇴화와 함께 대두한 전후세대의 당돌하고도 위험한 모랄을 파헤쳤다. 아무튼 6 ·25전쟁을 치른 1950년대 후반의 한국영화는 질적 수준의 향상, 제작편수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 무렵, 수도(首都)영화주식회사는 동양 최대의 안양촬영소를 건립하고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작품 《생명(生命)》(1958)을 제작하였다. 1950년대 후반부터 불붙기 시작한 한국영화의 중흥이 타오르고 있을 무렵 5 ·16군사정변을 맞이하였다. 1962년 1월 26일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새로운 영화법을 제정하였으며, 이는 영세한 영화산업을 기업화한다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었다. 이 무렵 영화계는 71개에 달하는 영화사와 프로덕션이 각기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로써 영화제작사는 16개로 통폐합(統廢合) ·정비되었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것은 지금까지 영화제작을 자유롭게 하던 영화인들이 영화제작의 현장에서 추방되었다는 점과 영화제작의 검열기준을 강화하였다는 점이었으며, 이는 곧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1960년대의 영화는 1950년대의 여세를 몰아 왕성한 제작의욕을 과시할 수 있었다. 유현목은 전후 최대의 문제작이 된 《오발탄(誤發彈)》(1961)을, 김기영은 《고려장(高麗葬)》(1963)을, 신상옥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를 감독하였다. 유현목의 《오발탄》은 전후의 절망적인 삶의 현실을 통해 인간의 부조리를 묘사했고, 김기영의 《고려장》은 고려장이라는 특이한 풍속을 배경으로 폭력과 빈곤이 빚어내는 비극을 우화적(寓話的)으로 펼쳤으며, 신상옥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전통적 윤리를 지키는 한 여인의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세계를 비판적으로 묘사하였다. 1960년대의 신인으로서 김수용(金洙容)은 《갯마을》(1965), 이성구(李星究)는 《젊은 표정(表情)》(1960), 이만희(李晩熙)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박상호(朴商昊)는 《비무장지대》(1965), 정진우(鄭鎭宇)는 《초련(初戀)》(1966), 최하원(崔夏園)은 《독짓는 늙은이》(1969)를 발표하여 한국영화의 두꺼운 지층(地層)을 형성하였다. 한편, 1960년대의 작품경향으로서 청춘영화가 일대 붐을 이루었던 점을 들 수 있다. 김수용의 《청춘교실》에서 시작하여 선풍을 몰고온 청춘영화는 신성일(申星一) ·엄앵란(嚴鶯蘭) ·문희(文姬) 등이 주로 주인공역으로 출연하여 젊은 세대의 욕구불만, 젊음의 자기실현 등을 영상을 통해 표현한 한 세대의 영화조류였다. 멜로드라마에서는 정소영(鄭素影)의 《미워도 다시 한번》(1969)이 개봉되자 지금까지의 모든 관객 동원기록을 깨뜨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1950년대의 멜로드라마가 시대 풍조나 유행성에 민감한 것이었다고 보면, 1960년대의 멜로드라마는 서민의 생활이나 가정을 중심으로 한 생활현실에 눈을 돌렸다는 데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차차 늘어나기 시작한 한국영화의 제작편수는 마침내 1968년에 이르러 212편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나타냈지만, 텔레비전의 급격한 보급으로 1960년대 말부터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Vl. 시련의 70년대 1970년대의 한국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쇠퇴현상을 나타내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근대화에 따른 텔레비전의 엄청난 보급과 각종 스포츠, 레저산업의 팽창 등은 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화산업에 대한 일대 위협이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시련은 영화에 대한 또 한차례의 통제와 억제 등이었다. 특히 1973년에 다시 개정된 영화법과 정책은 한국영화를 특정한 제작경향으로 몰아가게 하였다. 70년대의 영화는 이와 같이 침체의 늪을 헤매며 예술성과 오락성의 추구는 차라리 뒷전으로 물러앉게 되었다. 1970년대에 공개된 작품 가운데에서 두드러지게 인상에 남는 영화는 적은 편이다. 김기영의 《화녀(火女)》(71), 유현목의 《불꽃》(75), 하길종(河吉鍾)의 《바보들의 행진》(75), 이만희의 《삼포(森浦)가는 길》(75) 등이 발표되었으며, 특히 이만희의 활동이 평가될 만했으나 《삼포가는 길》은 그의 마지막 유작(遺作)이 되었다. 이와 같이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일련의 멜로드라마가 크게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뜻밖의 일이었다. 새로이 등장한 이장호(李長鎬)의 《별들의 고향》(74)이나 김호선(金鎬善)의 《겨울 여자》(77) 같은 작품들이 지금까지의 흥행기록을 또 한번 깨뜨렸다. 1970년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은 50년대나 60년대와는 달리 2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감상적인 젊은 주인공들은 호스테스나 방황하는 여인들이며 고독하고 황폐한 현실 속에서 빗나간 청춘을 사는 군상들이다. 또 70년대 후반에는 이른바 ‘하이틴 영화’, 즉 10대의 고교생물이 새로이 등장하였고, 이것은 60년대에 유행한 청춘영화보다도 관객의 연령층을 더욱 끌어내린 셈이었다. Vll. 전환과 발전의 80~90년대 1980년대에 접어들어 한국영화는 오랜 침잠에서 벗어나 전환기를 맞이하였다. 영화제작의 환경이 차차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영화계는 서서히 창작 의욕을 회복하였으며, 작품의 소재와 영상표현에 있어 보다 대담한 시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유현목의 《사람의 아들》(81), 임권택(林權澤)의 《만다라》(81), 이장호의 《어둠의 자식들》(81), 김호선의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81), 정진우의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82) 등 일련의 문제작들이 잇달아 공개되는 가운데 한국영화는 회생의 가능성을 보였다. 1980년대 후반기 이후는 한국영화 중흥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로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수상기록을 남겼다. 우선 강수연(姜受延)이 《씨받이》로 1987년 제44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신혜수(申惠琇)가 《아다다》로 1988년 제1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이덕화(李德華)가 《살어리랏다》로 1993년 제1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배용균(裵鏞均)이 제작 ·감독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1989년 제42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정지영(鄭智泳)이 감독한 《하얀 전쟁》이 1992년 제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임권택이 감독한 《서편제》가 1993년 제1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1990년대에 들어 서울종합촬영소의 준공으로 한국영화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출전 : [두산세계대백과 엔싸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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