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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변관식 (브리)
변관식 卞寬植 1899. 3. 19 황해 옹진~1976. 2. 17. 동양화가. 호는 소정(小亭). 근대 전통화단 6대가 중의 한 사람으로 웅혼한 필치로 한국의 산야를 화폭에 담은 산수화가이다. 생애 한의사 변정연과 왕조(王朝) 화단의 마지막 세대인 조석진의 친딸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천성적으로 반항의식과 허무주의가 교차하는 야인(野人)으로 70평생을 일관했다. 때로는 반골작가라는 칭호를 들으면서까지 화단의 야인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외할아버지인 조석진의 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화가의 가풍에서 자랐다. 조석진은 안중식과 더불어 조선시대 화단에서 마지막 세대의 쌍벽으로 꼽혀지곤 했다. 외할아버지인 조석진은 화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변관식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어린 외손자에게 매를 드는가 하면 심한 꾸중을 했다. 때문에 조석진이 지도하던 당시의 유일한 교육기관이었던 서화미술회 강습소에도 정식 입학할 수가 없었다. 공식적인 교육체계를 벗어난 독학의 변관식은 무엇보다 조석진이라는 거물을 극복하는 것이 화가로서의 존재이유이기도 했다. 평생 변관식이 반항과 방랑으로 삶을 영위하면서 독보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유년시절의 미술입문 과정과 친연(親緣) 때문이었다. 만년에 그가 '그림은 나의 모든 것이었으며, 인생 그 자체였다'고 술회한 것이나, '나의 한평생은 영원한 여인과 절승을 찾아 헤매는 역경'이라고 한 것은 작가적 기질이나 세계관의 표출이기도 했다. 1910년 조석진을 따라 상경한 변관식은 4년 뒤인 15살 때 조선총독부 공업전습소 도기과에 입학하여 2년간 수학했다. 이어 정식 입학은 아니지만 서화미술회 강습소에 드나들면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1940년 조선미술관 주최 '10명가산수풍경화전'에 초대되어 명실공히 전통화단의 대표적 화가로 꼽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지방에서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해방 이후에 조선미술건설본부(1945 조직)가 창설되자 동양화분과위원이 되었고,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심사위원이 되어 화단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미술계 이권 다툼의 터전이었던 국전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던 그는 국전에 얽힌 비리를 신문지상에 폭로하는 등 보통사람으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반골기질을 나타내기도 했다. 타협과 야합으로 얼룩진 국전에 대하여 이러한 강력한 비판은 역시 변관식다운 행동의 하나였으며, 그만큼 강직하면서도 불의를 못참아내던 성격의 표출이기도 했다. 1969년에는 고희(古稀)기념전을 가졌고 이듬해에는 서울신문사 주최의 '동양화 6대가전'에 출품했다. 이 전시회는 일제강점기에 두드러지게 활동했던 전통화가 10명 가운데 당시까지 생존하여 화단의 원로로 위치를 굳히고 있던 6명의 화가를 초대하여 재부각시킨 전시였으며, 뒷날 '동양화 6대가'라는 용어의 진원지이기도 한 전시였다. 변관식은 그뒤로도 개인전과 회고전(동아일보사 주최)을 개최하고 77세의 일기로 작고했다. 작품세계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무엇보다 한국의 자연을 실경정신에 입각하여 개성있게 표현해낸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중국적 관념세계를 벗어나 실경의 현장성을 중요시했으며, 적묵(積墨)과 파선(破線)이라는 기법을 특징으로 하여 자신의 세계를 개성화시켰다. 즉 산수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의 필법은 짧고도 검은 먹선을 무수히 중첩시키는 기법을 활용했다. 이같은 태묵(笞墨)으로 산과 바위 혹은 나무와 같은 소재들을 선명하면서도 활기차게 표현했다. 그때의 다른 작가들은 대개 세필로써 잔잔하게 대상을 묘사하는 등 화면 전체를 강약에 의한 대비나 과감한 구도 또는 농담(濃淡)의 불분명함 등으로 표현하여 글자 그대로 얌전한 문인 세계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어떻든 변관식은 재래의 관념산수가 지니고 있었던 허구성을 타파하고 개성 있는 실경산수를 그리며 당시 화단의 매너리즘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작품에는 스산한 가을풍경이 많았다. 이는 세필을 주로 이용했던 이상범의 작품세계와 대비가 되는 양식이기도 했다. 또한 변관식의 자연 속에는 꾸부정하게 갈 길을 재촉하는 노인이 즐겨 등장했다. 정적(靜的)인 자연 속에 이렇듯 속도감 있는 인물묘사는 그만큼 화면 속에 긴장감이나 변화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그의 작품은 거친 붓자국과 대담한 구성으로 한국의 자연을 형상화하여 근대 전통화단에서 최고봉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의 조형세계는 아직도 현실의식이 충분히 용해되지 않아 다소 도식적인 작품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산야를 그려놓고 중국의 고시(古詩)를 형식적으로 적어넣은 화제(畵題)가 흔했던 것도 그중 한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개성있는 조형어법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믿음직스럽게 그려낸 작가도 많지 않다. 대표작으로는 〈외금강 삼선암 外金剛 三仙巖〉(1959, 개인 소장)·〈옥류청풍 玉流淸風〉(1961, 개인 소장)·〈농가〉(1957,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출전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한국브리태니커,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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