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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럽의 정치 (한메)
유럽 Europe [정치] 제2차세계대전은 단지 유럽의 판도를 바꾸어 버렸을 뿐 아니나 유럽의 정치적·경제적 구조에도 크게 전환을 가져왔다. 제1차세계대전은 유럽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에 사회주의를 확립시켰으며, 제2차세계대전 뒤에는 다시 동유럽 8개국이 사회주의로 전환하였고, 그리하여 커다란 세력으로 성장한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사회주의 진영이 구축되었다. 이들 국가는 유럽 총면적의 3/5, 전인구의 1/2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은 그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부에, 옛 유럽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으며, 이 동서 양유럽의 분열과 대립이 새롭게 세계적 규모로 성립된 미국·소련 양국간 냉전체제에서 지극히 중요한 구실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19세기까지는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열강으로 구성되어 있던 유럽도 국제정치의 리더십을 유럽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소련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에 양보하고, 세계의 분쟁의 중심으로서의 역할만 가지는 지역으로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동·서유럽의 분열> 제2차세계대전 후의 유럽 내지 세계정치의 기본적 특징인 <2개의 세계>의 대립은 다음 말로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그것은 1946년 3월, 미국 풀턴에서의 W.처칠의 유명한 <철의 장막> 연설이다. 처칠은 <오늘날 발트해의 슈체친에서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유럽대륙을 가로질러 철의 장막이 내려져 있다>고 선언하여, 동유럽 국가들의 정권이 공산당에게 장악되고, 또 소련이 이를 지배하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이것은 제2차세계대전의 목적인 <유럽의 해방>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여, 미국·영국의 앵글로색슨민족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J.스탈린은 즉시 격렬하게 반격하여, 처칠을 대소전 도발의 <전쟁꾼>이라고 비난하였다. 벌써 미국·영국과 소련과의 <기묘한 동맹>은 허물어져 버리고, 여기에 <2개의 세계>의 <냉전>이 개시되었던 것이다. 소련은 제2차세계대전 말기, 1944년 봄부터 여름에 걸쳐서, 동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독일군의 격퇴를 완료하고 이어서 이 지역들에서 인민민주주의국가를 수립하였는데, 미구에 이것은 48년 2월의 체코슬로바키아의 쿠데타(2월혁명)에 의해 완료되었다. 이로써 <동유럽사회주권>의 건설은 완료되었는데, 이들 여러 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 국가들의 반공정책에 대항해서, 프랑스·이탈리아 공산당을 가담시켜 1947년 10월 코민포름을 결성하고, 그 제1회회의를 1948년 1월 중순에 베오그라드에서 개최하였다. 이에 앞서 서유럽에서는 처칠이 연설한 이듬해 1947년 2월, 영국이 그 재정적 곤란 때문에 혁명저지를 위해서 그리스에 주고 있던 경제원조와 군대 주둔을 중지하기로 하였고, 이를 대신하여 미국이 병력을 파견하기로 하였다. 다시 이해 3월에는 미국대통령 H.트루먼의 교서에서 공산주의 세력을 <가두어둠(containment)으로써 무장한 압박자에 의해서 예속될 처지에 있는 자유세계 여러 국민에게 원조를 한다>고 하는 트루먼독트린이 천명되어, 처칠을 <이론가·전략가>로 한 <냉전>은 점점 트루먼을 <실천가·일선지도자>로서 행동을 개시하도록 하였다. 냉전시대 최초의 움직임으로써, 당시 미국 국무장관 G.C.마셜은 <인간의 비참한 상태를 오래 끌게 하면서, 거기서 정치적이든 다른 것이든 이익을 챙기려는 정부·정당·정파는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소련을 비난하고, <자유주의적인 제반 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한 정치적·사회적 제조건을 세계에 만들어내어>, 유럽경제를 자본주의로 재건함과 동시에 공산주의 세력의 신장을 누르며, 유럽시장을 미국자본의 세력 아래 두고자 하는 <유럽부흥계획(마셜플랜)>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서유럽측에서 실시했던 대소 적대정책에 대항해서 동유럽측으로부터의 대항책이 초래케 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가 G.케넌에 의하여 1946년에 짜여진 이 <가두어두기>정책도 1953년에는 J.덜레스(당시 국무부 외교고문)에 의해서 그 <수동체제>를 통렬히 비난당하고, <미국은 냉전의 주도권을 소련으로부터 쟁취하여, 소련 진영의 약점에 대해서 심리전, 기타의 무력공격 이외의 모든 수단을 적극적으로 써서 반격해야 한다>고 하는, <롤백정책(Roll Back Policy)>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에 의해 그 정치적 기반이 더욱더 확고하게 되었다. 즉 중국 한 나라의 인구만으로도 전유럽의 인구보다도 많고, 또 국토 면적도 전유럽의 면적보다 더 넓은 나라가 사회주의국가로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동유럽 국가들은 단순한 지리적인 <유럽>의 개념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적 세계> 또는 <동방세계>라고나 표현해야 할 세력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즉 정치적으로는 <발트해의 슈체친에서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까지>, 남북 1000㎞에 걸친 경계선이 생기게 되고 유럽은 동·서로 양단되어 첨예하게 대립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동·서유럽의 대립은 드디어 1948년 6월∼49년 5월의 <베를린봉쇄>에 의해 정점에 이르고, 제3차세계대전의 절박감까지 느끼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은 소련의 베를린 점령군이 서베를린을 봉쇄하고, 그 때문에 동서의 대립이 첨예화되어 베를린은 그대로 두 세계간 냉전의 초점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베를린봉쇄도 본래 마셜플랜의 실시에 병행하여 실시된, 서독의 통화개혁으로 인한 서독 신마르크의 베를린 유입으로 말미암아 동독이 경제적 혼란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취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분쟁은 드디어 <동·서대립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는 스탈린의 성명을 계기로 해서 약 1년이 걸렸던 봉쇄를 해제하고 <열전>으로 전환하기 직전에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 그 뒤, 동서유럽은 각기 <세력권>의 <터다지기>를 위한 노력에 전력을 쏟게 되어, 두 세계의 대립은 주로 극동 주변에서 격렬하게 전개되었으며, 유럽은 두 세계가 서로 대립하는 본무대·간이무대로서 극동문제와 교대로 거래를 계속하게 되었다. 두 세계의 대립이 극동에서 전개되었던 것은 1950년 6월∼53년 7월의 6·25와 1946년에 시작해서 1950년부터 격화되고 1954년 7월에 끝난 인도차이나전쟁이다. 두 전쟁 모두 유럽에서의 대립과는 상이한 <열전>이었다. 특히 인도차이나전쟁의 종결은 제2차세계대전 뒤 10년간 이어진 전쟁의 최후라는 점에서 기억할 만 하다. <평화공존과 동·서유럽의 다극화(多極化)> 이와 같은 세계정세 속에서 냉전은 스탈린의 죽음(1953년 3월), N.흐루시초프의 등장과 그에 의한 <스탈린비판(1956년 2월)>에 의해서, 이른바 <다극화시대>를 맞게 되었다. 즉 소련에 의한 평화공존정책의 채용은 사회주의 국가들내에서의 비스탈린화의 진행과 맞물려서 동·서양 블록 사이의, 그리고 특히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치열한 대립의 상태로부터 차츰 대화와 교류의 시대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러나 비스탈린화정책의 추진은 동유럽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었던 반소적 국민감정과 국내의 정치적 자유화에 대한 희망을 한꺼번에 풀어놓아, 헝가리사건과 같은 유혈참사를 불러 일으켰으며, 동서의 접근도 1960년 U―2기사건, 그리고 특히 62년 쿠바 위기, 그 밖에 유럽 내부에서는, 되풀이하여 재연되는 독일·베를린문제(1958·1961)로 인해서, 미·소간의 긴장이 고조되다가, 1959년 9월의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흐루시초프와 D.D.아이젠하워 양 수뇌의 회담을 발판으로 하여, <모든 중요한 국제문제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고, 교섭에 의한 평화적 수단을 거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이후의 미국·소련 관계를 조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국제정세 가운데서(거기에 중국·소련간의 대립도 한몫 끼어들어서), 미국·소련간의 유화적인 접근은 동·서 양유럽에서의 냉전의 양상을 점차로 변모시켜 가게 되었다. 즉, 동유럽에서의 다극화의 경향은 스탈린시대에 소련에 의해서 국제공산주의 사회로부터 추방되어(1948), 동유럽권 내의 고아로 되어 있었던 유고슬라비아와 소련·동유럽 국가들과의 접근, 동유럽 내에서 소련의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하는 일도 있는 루마니아와 같은 나라의 출현으로 차츰 진행되어 갔다. 또 서유럽측에서는 1958년 알제리전쟁의 수습을 위하여 정계에 복귀한 C.드골대통령의 리더십 밑에서 프랑스가 미국에 반대하는 독자의 정책을 추진하였고, 1958년 서독에 출현한 키징거의 집권은 동유럽에 접근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K.아데나워시대의 반공·반소·반동유럽의 냉전정책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또한 1969년 폴란드 사회민주당정권이 발족하고 나서, 서독의 동유럽 접근은 한층 진척되어, 폴란드와의 화해, 동독과의 접근 움직임이 가속화하였다. 특히 1971년 9월, 미국·영국·프랑스·소련 4대국 사이에 가조인된, 베를린문제에 관한 협정은 잠정적인 해결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긴장완화를 새로이 진전시켰다. 이와 같은 움직임 속에서 유럽은 동서간에 증대되는 교류하에서 냉전의 중심으로부터 평화공존의 중심으로 차츰 변화되어 갔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 속에서도, 예를 들어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사건이 동서관계를 악화시킨 것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여러 나라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전유럽안전보장회의의 개최에 관한, 바르샤바조약기구 수뇌회의의 제안(1969)은 실질적으로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유럽에서의 대립과 통합> 이와 같은 냉전의 흐름 속에서 유럽은 자기가 만들어내고, 또한 그것의 세계적인 유포를 추진했던 독립되고 평등한 주권국가 모임으로서의 국제사회의 성격을 크게 바꾸어갔다. 우선 냉전은 군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대결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내고, 각 주권국가의 군사적인 결정의 자유를 동·서 양 블록의 집단적인 결정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경향에 대해 서방측은 프랑스의 NATO 탈퇴(1966), 동방측에서도 같은 무렵부터 등장했던 루마니아의 군사블록 반대 등에 의하여 사실상의 분해로 진행되는 경향을 내포하기에 이르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양자 사이의 안전보장상의 협약의 구상, 동시적인 해체의 제안 등에 의하여 유럽의 2개의 군사동맹간의 대립이 점차로 개선되어 가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냉전상황 가운데서 등장한 양대 군사동맹의 대립상황은 서유럽의 통합의 패턴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장래 유럽 여러 나라의 이합(離合)의 출발점을 정해버렸다. 즉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동유럽권까지도 대상으로 하고, 동유럽 국가들의 참가 거부에 따라 서유럽에 한정되었던 마셜플랜을 계기로 한 서유럽이라는 국제경제단위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NATO의 출현으로 경제뿐 아니라 보다 넓은 유럽통합(실은 서유럽대륙 국가들의 통합)운동을 촉진시키는 실마리가 되었다. 이리하여, 프랑스와 서독을 중심으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출발해서 유럽방위공동체의 불성립, 유럽정치공동체 제안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서독·프랑스·이탈리아 및 베넬룩스3국에 의한 소유럽의 통합기구로서 유럽경제공동체(EEC)·유럽원자력공동체(유라톰:EURATOM) 등이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1967년에는 이들 3공동체의 상부기구가 통합되고, 이후 3공동체를 합쳐서 유럽공동체(EC)라 하였다. 한편 그 바깥쪽에서는 대륙유럽의 통합에서 벗어난 영국을 비롯해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스위스·오스트리아 등에 의한 보다 완곡한 경제협력의 패턴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으로 만들어져서, 이 2개의 서유럽 내의 경제통합단위의 관계가, 영국의 EC가맹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이후의 보다 넓은 통합의 패턴을 결정해 갈 것으로 관망되었다. 지금까지 영국의 EC가맹에 대하여 강경한 태도를 취하여 온 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이 1969년에 퇴진하고 나서부터 EC측에 협조적인 기운이 나타나서, 71년 중반에 영국의 EC가맹교섭은 타결되어, 유럽통합은 새 단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 동유럽에서는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인 경제협력과 경제계획의 기구인 코메콘이 다극화의 진행과 함께, 소련의 경제이해를 주로 하고, 동유럽 국가들의 이해를 돌보지 않는다고 하여, 동유럽 국가들의 비판의 표적이 되어 재편성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가운데 동·서 양유럽 리더의 접촉, 방문외교가 활발해졌다. 이러한 동·서유럽의 교류가 군사블록의 대치라는 냉전 초기에 만들어진 이합의 패턴을 뛰어넘어서 동·서유럽의 테두리를 넘어선 통합에 이르는 움직임을 실현시키느냐의 여부는 금후의 문제로서 남게 되었다. [유럽의 변화] <독립국가연합의 탄생> 1985년 소련공산당 제8대 서기장에 취임한 M.고르바초프는 이른바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라는 개혁·개방조치를 추진, 정치·외교·문화면 등에서 실적을 쌓아, 소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제면에 있어서는 일련의 개혁정책이 대부분 실패하여 일상용품까지 배급에 의존해야 될 정도였다. 이러한 경제적 실정(失政)은 고르바초프의 인기와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렸으며, 소련국민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한편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적 구조가 무너지면서 발트 3국을 비롯한 소련 전체가 민족운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1988년 12월 아르메니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소수민족들의 저항운동 또는 독립운동이 점차 표면화되는 기폭제가 되어 고르바초프체제에 큰 부담을 주었다. 이러한 인종적, 민족적 갈등의 확대는 소련이 단일국가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민족분규를 염두에 둔 고르바초프는 신연방조약의 체결로 불만을 해소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신연방정부안이 조인되기 전인 1991년 8월, 기득권 유지에 위기감을 가진 보수파에 의해 반동쿠데타가 발생하였다. 쿠데타는 비록 <3일천하>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로 인해 소련 전역에서는 대대적인 반공산주의 선풍이 일고 연방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쿠데타 이후 그 위치가 급격히 약화된 고르바초프는 연방의 존속을 위해 이러한 반공산주의 움직임의 파급을 묵인하였고, 각 공화국들에 의한 느슨한 경제·군사적 연합체로서의 새로운 연방체제를 구상하였다. 연방 존속을 위한 고르바초프의 노력은 1991년 10월, 11개 공화국이 참여한 경제공동체협정이 조인됨으로써 일단 성공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완전한 독립을 강조하던 각 공화국들이 연방권력의 재강화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이 조약에 서명하게 된 것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연방유지에 대한 해외 강대국들의 적극적인 관심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공화국이 독립국가연합(CIS) 창설을 발표하고, 그루지야공화국과 발트 3국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공화국이 이에 참여함으로써 완전히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독립국가연합협정은 소연방의 완전한 종식과 이를 대신할 새로운 형태의 국가연합이 탄생했음을 정식으로 확인시켜주었다. 이 협정의 체결로 지구의 1/6을 차지하고, 400만에 달하는 군병력과 3만여 기의 핵무기, 2억 8000만 명의 인구를 가졌던 소련이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대신 새로운 국가연합이라는 느슨한 형태의 집합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독립국가연합의 앞날이 순조로울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외관계 및 핵통제 부문 등에서 러시아연방이 실질적으로 소련을 승계함에 따라 각 공화국들의 반발이 거세고, 동시에 군사력 재편문제, 경제교류, 대외차관상환부담비율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정체결 때 각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모델로 삼았던 유럽공동체처럼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인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동유럽의 변화> 소련의 개혁 및 개방정책은 동구권에 자유화 물결을 몰고와 불가능에 가까웠던 동·서 독일의 통일을 비롯, 공산당 일당독재체제가 붕괴되고 다당제와 자유총선이 이루어졌다. 1990년 3월 동독 총선을 시작으로 동유럽 7개국을 횝쓸었던 자유총선 열풍은 6월 10일 불가리아 총선을 끝으로 일단 막을 내렸는데, 이것은 일당독재의 붕괴와 국민의 지지에 의한 합법적 정부의 출현을 의미한다. 동유럽 사회주의는 1989년 무렵부터 이데올로기중심의 당료 출신 노장파들의 대거 퇴진과 함께 급격한 퇴조를 보였다. 폴란드는 1989년 6월 자유선거에서 자유노조연대가 압승 45년간 지속되어온 공산당 일당독재가 막을 내렸고, 이듬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자유노조를 이끌어온 L.바웬사가 당선, 스탈린식 공산주의체제를 완전히 청산하였다. 헝가리는 1988년 5월 장기집권해온 J.카다르를 퇴진시킨 데 이어 같은 해 10월 공산주의체제를 포기하고 서구식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공화국이 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동구권 개혁의 선두주자로 부상하였다. 또한 체코슬로바키아도 1990년 11월 시민포럼이 주도한 시민혁명에 의하여 공산 후사크정권이 붕괴되고, <77헌장>의 주도적 인물인 W.하벨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루마니아는 1989년 12월 반정부혁명이 일어나 독재자 N.차우셰스쿠를 처형하고 루마니아공화국으로 국명이 바뀌어졌으며, 불가리아는 1989년 11월, 35년 동안 집권한 독재자 T.지프코프 서기장이 사임하고 P.믈라데노프가 등장하여 개혁정책을 수행했다. 한편 1990년 10월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되고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이듬해 해체되었다. 동유럽은 종래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성립된 7개 사회주의국가들을 일컫는 지역대명사였다. 이들 국가는 대부격인 소련의 내정간섭과 무력시위에 숨을 죽이고 소수의 지배계급에 억눌려 지내야 했던 나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과 함께 민중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지배정권은 무너지고, 오늘날 동유럽은 자유와 민주로 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최근 수많은 사상자를 낸 채 휴전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과도기에 접어든 동유럽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4개전승연합국이 전쟁 재발을 방지하고 전후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개최하였던 포츠담회담의 결과, 독일은 분할 점령되었다. 4개국 분할 점령지역은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라는 별개의 국가로 각각 수립되었고, 냉전의 시작과 함께 베를린장벽을 사이에 두고 분단이 고착화되었다. 베를린장벽은 동·서독의 분계선인 동시에 동·서 두 진영의 경계선이었다. 그러므로 독일문제는 동·서관계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었고, 국제관계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았다. 분단 이후 독일에서는 통일과 분할 속에서의 안정이 논란되어 왔는데, 다른 분단국의 경우와는 달리 패전국인 독일에서는 통일이 절대적 지상목표가 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통일노력이 공식적으로는 주창되거나 표명될 수 없었다. 그것은 2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의 눈총 때문이었다. 따라서 독일인에게는 독일의 국가존립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였다. 모든 난관은 이것을 위해 극복되어야 했고, <통일>문제는 사세의 변화에 따라 뒷날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것이 독일의 모든 정책의 근간이었으며 정당·사회단체 및 학계가 방법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목표는 같았다. 그런 가운데 독일인들은 분단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민족의 이질화현상만을 막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러나 양독(兩獨)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하여 보조를 같이할 수가 없었다. 서독은 서방세력의 후원과 높은 경제력 등을 배경으로 동독을 무시하고 역사적 정통성을 주장했으며, 동독은 국가로서의 합법적 존립 이론과 게르만민족 단일성유지라는 과제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더욱이 동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동적인 입장에 놓였다. 이러한 동독에 대해 서독은 민족 단일성유지와 경제원조를 연계시킨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통일에 대한 집요한 의지를 보였으며, 1970년대에 들어 동·서독기본조약과 베를린협정을 체결하여 교류와 사회개방을 통해 상호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 큰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1980년대 말 소련에서 전개된 개혁·개방정책이 가세하여 동유럽지역에 개방의 물결을 일으켰고, 동독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동독과 서독은 각기 통일방안을 제시하였고, 소련은 동·서독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통일논의가 더욱 활기를 띠었고 1990년 7월 1일의 화폐경제통합에 이어 같은 해 10월 3일 마침내 동독이 서독에 편입됨으로써 통일을 이룩하였다. 독일 통일의 성격과 배경을 무릇 한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려우나, 1871년 O.E.L.F.비스마르크가 <철(鐵)과 혈(血)>로 이룩한 것과는 달리 41년간의 땀과 눈물, 그리고 끝없는 인내가,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권의 개혁과 자유화에 힘입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유럽통합논의> 1991년 12월 미국과 함께 동·서 양진영을 이끌어왔던 소련이 공식 해체됨으로써, 세계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강대국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미국·소련의 경쟁 속에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과, 극적인 통일로 인해 유럽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독일 등은 소련이 사라진 이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질서에 서서히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블록화 추세의 선두주자였던 유럽공동체(EC) 12개국이 91년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합의함으로써, 소련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사라진 곳에 <통합유럽>이 자리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유럽의 통합이 가시화단계에 이른 것은 사실이며, 인구 3억 4000만의 세계 최고문명권이 정치·경제적으로 공동운명체가 됨으로써, 유럽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는데, 통합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세계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지위 격상과 함께 세계질서의 재편이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유럽' 항목-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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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제3세계 (두산) |
 [현대] 유럽의 정치 (두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