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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부마민중항쟁 2 (부산)
유신체제하 1970년대 부산지역 민주화 운동 2 관련문서 유신체제하 1970년대 부산지역 민주화 운동 1 유신체제하 1970년대 부산지역 민주화 운동 2 2. 부마민주항쟁의 발발과 부산지역에서의 전개 1) 부산대학교 교내시위의 분출과 시가지 진출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 교내시위의 분출로부터 발화되었다. 즉 부산대학교의 교내시위에서 발단되고 그 것이 당일 부산 도심지 민중항쟁으로 증폭되었던 시위 첫날을 기준하여 흔히 '10 · 16 부마항쟁'이라 일컫고 있는 데, 그 이후 이 항쟁에 참여한 주요 집단에 따라서는 자신들이 대대적으로 항쟁에 뛰어 든 날을 기준으로 해서 각기 다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예컨대 동아대학교 학생들은 '10- 17' 마산의 경남대학교 학생들은 '10 · 18 등으로 불러 왔다. 그러나 10월 15일의 부산대 교내시위 기도가 불발로 실패한 뒤 이튿날인 16일 다시 불붙게 된 것이 이 일련의 사태 전반에 걸친 직접적 발단인 것이며, 바로 이날을 항쟁의 시작점으로 잡아 10 · 16 부마항쟁'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1) 불발된 10월 15일의 시위 1979년 10월 15일 부산대학교 교정은 중간고사를 꼭 1주일 남겨 놓은 월요일을 맞고 있었다. 쾌청한 가을날씨에 도서관(지금의 구 도서관)은 시험준비를 하는 학 생들로 붐볐고 대운동장(지금의 넉넉한 터) 스탠드에선 많은 학생들이 교련 과목 수업을 대체하여 오전 9시부터 학군단 정기사열을 참관하고 있었다. 10시쯤 되자 조용하던 교정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꼭같이 '오전 10시 도서관 앞'으로 모일 것을 촉구하는 두 종류의 등사판 유인물이 교내 곳곳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민주 선언문)과 (민주투쟁선언문)이 그 것이었다. 공대 이진걸(기계설계3)의 팀이 뿌린 (민주 선언문)은 학원의 민주화, 언론 자유, 인권보장에의 신념을 확인하고 정치권력과 야합된 관료독점자본의 구조적 모순 및 경제적 대외종속화를 비난하면서 반민중적 유신헌법의 철폐와 유신독재정권의 퇴진을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동 (민주 선언문)은 "·.,제도화된 폭력성과 조직적 악의 근원인 유신헌법과 독재집권충의 퇴진만이 오천만 겨레의 통일의 첫걸음이요 [강조는 인용 자]‥‥얼굴을 가렸던 책을 치우고 틀어 막혔던 입과 귀를 열자. 형제의 피를 요구하는 자유와 민주의 깃발을 우리가 잡고 반민주의 무리, 착취의 무리, 불의의 무리들을 향해 외치며 나아가자 ! 10시 도서관 앞" 이라고 끝맺고 있다. 법정대 신재식(사회복지 복학2)의 팀이 뿌린 (민주투쟁선언문)은 "한민족 반만년 역사위에 이토록 민중을 무자비하고 처절하게 탄압하고 수탈한 반역사적 지배집단이 있었단 말인가?"라고 시작하여 언론봉쇄와 민중에 대한 기만선전, 매판기업가와 관료세력에 의한 한국경제의 종속화, 병든 근대화의 표상인 노동자 탄압 등을 비판 하면서 "·.·모든 경제적 모순과 실정을 근로자의 불순으로 뒤집어 씌우고 협박·공 포 · 폭력으로 짓눌러 왔음을"YH사건에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입으로나마 나불대던 민주공화국의 형식논리마저도 이제는 부정함을 야당의 파괴음모에서 깨닫게 하여 주었다. "고 탄식하며, 마침내 "·.·타율과 굴종으로 노예의 길을 걸어 천추의 한을 맺히게 할 것인가 아니면 박정희와 유신과 긴급조치 등 불의의 날조와 악의 표본에 의연히 투쟁함으로써 역사발전의 장도에 나설 것인가? (강조는 인용자)‥‥ 학우여 ! 동지여 ! 독재자의 논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모여 대열을 짓고 나서자! 꺼지지 않는 자유의 횃불을 들고 자유 민주주의의 노래를 외치면서. 1979년 10월 15일 오전 10시 도서관 앞. 부산대학교 민주학생 일동"으로 끝맺는다. 기묘하게도 일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경로로 작성된 이 두 선언문이 꼭같이 유신정권을 '악(룡)의 표상'으로 보고 있는 점이다. 위의 인용에서 강조되어 있거니와 그들은 유신 독재정권을 '악의 근원' 또는 '악의 표본'이라고 일컬으며, 타율과 굴종을 박차고 나와 유신 독재정권에 의연히 투쟁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 것만으로도 벌써 박정권 18년의 도달점이 막다른 곳까지 다달아 있음을 단적으로 상징해 보이고 있 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애초 두 갈래로 진행되던 시위 준비가 '15일 오전 10시 도서관 앞'이라는 하나의 행동지침으로 통일된 채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진걸 쪽이든 신재식 쪽이든 인원동원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이념 써클들과 접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이진결과 신재식이 각자 당시 공개 써클 '아 카데미'를 이끌던 김종세(수학3)나 비공개 스터더 그룹의 이호철(행정3) 등과 개별 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시위 일시와 장소는 중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들은 시간이 촉박하여 합의되지 못하였다. 15일 두 종류의 유인물이 각각 뿌려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선배였던 이상록(법학 복학4), 고호석(영문4) 등과 함께 비공개 스터디 그 룹-후에 '사랑 공화국'또는 '도깨비 집'등의 이름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붙여 진-을 이끌고 있던 이호철(행정3)과 노재열(생산기계3)의 증언에 따르면, 이진걸이나 신 재식 등은 '79년 2학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시국 및 시위 문제를 두고 이들 이호철 등과 가끔 논의해 왔었고 이호철 그룹 측은 그들이 제의한 시위 문제를 안건으로 적의를 하기도 하였다. 즉 '79년 9월 말쯤 이진걸은 '양서조합'을 통해서 알고 지내 왔던 이호철에게 '데모'를 제의했츤 데, 이호철의 그룹은 이 제의를 안건으로 토론한 결과 조직적 차원에서는 연대나 지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남민전' 사건 등이 터져 나온 불리한 정세가 깔려 있는 데다 아직은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보다 필요한 선택이라는 선배 이상록, 고호석 등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호철, 노재열 등은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그들이 아카데미의 김종세(수학3) 등과 함께 이진걸 팀 및 신재식 팀과의 협의를 계속하고 시위 계획의 부분적 중재까지도 해 나가게 되었다 함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이진걸이나 신재식의 10.15 교내시위 기도, 혹은 뒤에 나올 정광민의 10.16 교내시위 주동까지도 당시 성장하고 있던 부산대학 학내 운동세력과의 상당한 연계 및 그 지원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부마항쟁의 단초가 되었던 10. 16 교내시위가 마치 학생운동 세력과의거의 연계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순진하고 무모하게 분출괸 '불장난' 같은 것이었고, 그 것이 들불처럼 번져 나갈 수 있었던 까닭도 온갖 '우연적 행운'들로만 설명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저널리즘 적 서술은 그 동안 무마민주항쟁의 진상을 상당히 왜곡하였거나 오도해 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민주 선언문>의 이진걸은 10월 13일(토요일) 언더써클 쪽의 노재열을 마지막으로 만난 뒤 그의 친구 황선용(당시 서면서림 점원), 남성철(당시 노동자) 등과 모여 최종 점검을 하게 된다. 아카데미의 김종세와 비공개 써클의 노재열, 이 호철 등에게서 학생 동원을 돕겠다는 언질은 받아 놓았다. 특히 이호철의 경우 지난 9월 만 이진걸로부터 시위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직 보위의 불안감 때문에 선뜻 지원 의사를 밝히지 못하였지만, 조직내에셔의 토론 과정을 통하여 동기 노재열 등과 함게 조직 차원이 아닌 개별적 차원에서 지원해 주기로 이젠 뜻을 굳히고 자신의 조 직에도 그렇게 선언한 상태였다. 이진걸 등은 이 날 선언문 등사에 필요한 8절 시험지와 등사기를 마련했다. 시위일시와 시위장소, 시위방법도 확정지었다. 시위일 시는 월요일인 '15일 오전 10시,' 시위장소로는 남포동/서면/캠퍼스 3곳 가운데 '캠퍼스 도서관 앞'으로 결정하였다. 참가가 확실시되는 학생수는 50-60명, 전체 참여 예상자 수는 예측곤란한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때 확실시되는 예상 참여자를 50-60명으로 보았던 것은 당시 언더 써클가 몇몇 이념성 있는 공개 써클--아카데미, 성아, 전통예술 연구회 등--에서 참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인원수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15일 계획'을 은폐시키기 위해 '17일 시위설'(당시 10월 17일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한 지 7주년 되는 날이었다)까지 유포하는 등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를 마치고는 마지막으로 유인물 제작에 들어갔다. 그 날 밤 11시 쯤 이진걸과 황선용 두 사람은 부산진구 전포동의 보림여관으로 들어가서, 이틀 전 등사원지에 미리 써 둔 <민주 선언문>을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부지런히 등사하였다. 등사 상태가 너무 희미하여 알아보기 힘든 것도 있었으나, 어떻든 매수는 모드 900장 쯤 되었다. 한편 (민주투쟁선언문)의 법정대 신재식 그룹은 부산대가 너무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는 데다 보도관제 때문에 학내 시위로는 대중들에게 파급되는 시위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신재식은 처음부터 서면이나 남포동 등 시내 중심가 진출을 목표로 시간 계산을 하고 '74년에 남포등 거리시위 경험이 있는 선배 황태연(현재 신부)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나, 12일 최종 점검에서는 결국 학내시위로 계획을 굳히게 된다. 유인물 배포 방법도 드라이아이스와 선풍기 타이머를 이용,본관 (지금의 구 본관)과 문창회관, 공대, 도서관의 옥상에서 살포하자는 등의 아이디어를 짜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들 팀은 유인물의 내용과 낭독 방법, 인원동원 방법 등을 논의하고 조직동원도 아카데미 써클의 김종세 등에게 부탁했다. "이화여대생들이 가위와 남자 성기를 그려 보내왔다"든가 "시위에 대비해서 운동화를 신고 다니라"는 등의 자극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그룹도 이들이었다. 이리하여 법정대 팀도 12일 최종 계획을 마무리 지으며 시위 일시와 장소를 '15일 오전 10시 도서관 앞'으로 정하였다. 15일 아침, 이진걸은 약속대로 부산대 신정문 시계탑 앞에서 남성철을 만났다. 황선용은 당시 심한 골수염을 앓고 있었는데 수술 날짜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이진결과 남성철의 입장에서 볼 때, 일이 터지면 틀림 없이 감옥으로 가게 될 이 '거사' 에 황선용이 끝까지 참여하여 그 몸으로 모진 고문과 감옥생활을 겪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래서 황선용을 마지막 결행에는 빼기로 했던 것이다. 4") 아무튼 이진결과 남성철은 유인물이 든 가방을 각각 나눠 들고 도서관과 본관, 문창회관, 대운동장 스탠드 등지를 돌며 (민주 선언문)을 뿌렸다. 처음엔 다들 어리 등절한 표정이었으나 누구 하나 만류하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민주투쟁선 언문)을 준비한 법정대 신재식과 그의 동료들도 본관 강의실과 미리내 골 주변 벤칠를 돌아다니며 유인물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모두에서 말한 것'구럼 이 날의 시위는 실패했다. 선언문에 지정된 10 시에 학생들이 그리 많이 모이지도 않았고, 누군가 과감히 먼저 주도하는 적극적 선동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인물을 들린 뒤 이진결과 남성철이 도서관 앞 잔디밭으로 나섰을 때는 10시 20분 께였다. 이진걸이 시켜둔 대로 그의 동문 써클 '동녘'의 후배 몇 명이 묵묵히 벤취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들은 채 모이지 않았고 사복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학생들로부터 별다른 반응도 읽을 수 없었다. 본관 쪽도 마찬가지였다. 이 진걸은 후에, "당시 10시께 유인물을 뿌리면서 집결시간을 10시로 잡은 게 실패의 주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4") 실제로 10시 반 쯤, 이진결과 남성철이 시위가 '실패 했다'고 단정하면서 구정 문으로 학교를 빠져 나간 뒤에야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 했다. 선언문을 받아 쥔 학생들이 교내 곳곳에서 도서관으로 모여든 시간은 10시40분 쯤이었던 것이다. 11시 쯤에는 대운동장 스탠드에서 교련수업을 대체하여 학군단 검열 시범 참관을 마친 학생들까지 몰려와 도서관 앞 잔디밭과 계단에는 3백여 명의 학 생들로 술렁거렸다. 모두들 시위 주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대학생활 동안 단 한번도 스크럼 대열을 짜 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마음먹고 모여든 그들이었 지만 시위 주도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어쩔 줄을 몰랐다. 긴장된 순간들이 그냥 흘러 갔다. 데모를 하기 위해 모였던 학생들이 서서히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학생들의 가슴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가득 메워 졌다. '역시 (유신 대파)의 오면은 마쪘 수 없는 것인가‥‥ ? ' 그러나 어쩌면 바로 이러한 상황이 다음날(16일)의 독재타도 시 위를 그처럼 대규모로 결행케 한 뜨거운 열기를 불러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문리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김학민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 운동장 스찬드에서 은밀하게 전달된 선먼둔을 빤아 쥔 순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친구들과 함께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데 선언문을 쥔 손이 가볍게 떨릴 만큼 긴장감과 전율감으로 가슴은 마구 두근거렸다. 서울에서 내라온 친구들 로부터 시위 소식을 접할 때마다 '유신따학'이란 오명라 대한 강한 모멸감과 자과심을 금할 수 없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느끼고 있던 공통된 감정이었다. '70년대 말의 한 국사회 모순에 대한 구조적 인식과 더불어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이 다음날 10 · 16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2) 10.16 교내시위와 시가지 진출 이진결의 (민주 선언문)과 신재식의 (민주투쟁선언문)이 뿌려진 10월 15일의 시 위가 불발로 끝나자 학생들은 즉각 16일의 시위를 모의했다. 대략 4개의 그룹이 다음 날의 결행을 바쁘게 준비하였다. 법정대의 신재식 그룹이 내일 다시 시작키로 했고, 언더 써클의 이호철 ·노재열 그룹, 아카데미의 김종세 그룹, 상대 경제사학회의 정 광민 그룹이 그들이었다. 여기서 상대 경제사학회(◎렬텃탈출)란 경제학과 학생들의 자치적이며 공개적인 스터디 그룹으로서 2학년 복학생 박현호 · 여성모 등이 이끌고 있었으며, 정광민도 당연히 이 그룹의 멤버였다. 이호철과 노재열은 김종세와 만나 다음의 대처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일단 "16일 이다"라는 소문부터 내기로 하고 이호철은 이를 자신의 조직에 보고했다. 그리고 이들 각 그룹은 그날 오후 내내 내일의 거사를 위한 인원동원과 시위계획을 짜느라 동 분서주하였다. 이호철, 김종세 등은 특히 아카데미, 성아(成我), 전통 예술 연구회, 경제사학회(經濟史學會), 영목(嶺木), 동녘 등등 공개기구들의 의식 있는 멤버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였다. 이 때 정광민은 같은 경제학과의 전도걸, 황헌규, 경영학과의 박준석 등 친구들을 만나 내일의 시위 계획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고 김종세, 노재열 등에게도 인원동원을 부탁하고는, 등사기 입수 등 유인물 제작을 위한 준비에 뛰어들었다. 정광민 그룹이 본관 뒤 상대(지금의 자연과학관)에서 인원을 모아 오면 이호철, 김종세 등이 도서관(지금의 구 도서관) 앞에 모아 놓은 인원과 합류 시킨다는 기본적인 계획도 서게 되었다. 이처럼 <민주 선언문과> <민주투쟁선언문>의 돌연한 파고가 조용하던 교정에 퍼져 나간 그 오후, 한편에선 내일의 제2시위를 위한 준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미리 써두었던 <선언문>이라는 제하의 초안을 놓고 정광민은 학과 친구 전도걸과 함께 그의 집 다락방에서 유인물 등사에 들어가 뜬눈으로 밤을 밝히며 500여장을 밀어냈다. "청년학도여, 지금 너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조국은 독재자에 의해 고문받고 있는데도 과연 좌시할 수 있겠는가...로 시작되는 정광민의 <선언문>은 고도 성장 정책으로 빚어진 부조리,, 온갖 특혜와 비리로 얼룩진 권력층과 재벌의 결탁,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야기된 사회의 모슨 등을 통렬히 규 탄하였다. 그리고 유신헌법은 "국민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무모한 정치 욕을 충족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모든 정당한 비판을 무참히 탄압하는 박정희 정권의 유례없는 독재를 단호히 단죄하고 있다. 그리하여 <선언문>은 "...이러고도 우리 젊은 학도들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에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너희들의 정열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며 피끓는 청년들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일깨운 뒤, 진리와 자유의 횃불을 밝히는 청년학도들의 총궐기를 촉구하 면서 '유신헌법 철폐,' '학원사찰 중지,' '언론, 집회, 결사의 완전한 자유 보장' 등 모두 7개 항의 '폐정개혁안'(동학농민전쟁시 전봉준의 <폐정개혁안>에서 따온 이름)을 제시하고 "...10월16일 10시 도서관으로!" 모일 것을 호소하였다. 10월16일 아침 10시가 가까와지자, 정광민은 인문사회관(지금의 제2사범관)으로 뛰어들어 갔다. 박준석과 엄태언(모두 경영2)에게 경영학과를, 이성식(무역2)을 만 나서는 무역학과를 각각 부탁하면서 유인물을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신의 급우들인 경제학과 2학년들이 있는 306호 강의실로 들이닥쳤다. 정광민은 가방을 열어 <선언문>을 나눠 준 뒤 교단으로 올라가 두 주먹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했다. "여러분!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저 유신 독재정권에 맞서 우리 모두 피흘려 투쟁 합시다!" "나가자!" 40여명의 급우들이 일제히 의자를 박차고 밖으로 몰려 나갔다. 인근의 경영, 무역, 회계학과 학생들까지 가세하여 인문사회관 앞에는 순식간에 100여 명의 시위대가 형성되었다. "독재 타도!"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정관민은 <선언문> 의 뒷면에다 검은 싸인펜으로 '자유'라고 크게 휘갈겨 쓴 종이 피켓을 두 손으로 쳐든 채 4열로 줄지은 대열을 이끌었다. 상대 앞에 멈추어 학우들의 동참을 호소하던 대열 속에서 "우리의 소원은 자유..."하고 뜨거운 노래가 터져 나 왔다.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의'통일'부분을 '자유'로 바꾼 것이었다. 수업을 받고 있던 학생들도 놀라서 창문을 열고 내다 보았다. 대열은 미라보 다리를 건너 도서관 쪽으로 나아갔다.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가 도서관 앞에 이르렀을 때는 인원이 200여 명 쯤으로 불어나 있었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는 이미 또 다른 200여 명즘으 학생들이 모여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호철, 노재열, 김종세 등이 전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동분서주한 결과였다. 도서관 앞에서 두 팀은 자연스럽게 합류하였다. 시위대의 규모가 일거에 400-500여명으로 증강되었다. '아침이슬' '선구자' '애국가' '교가' '기다리는 마음' 등 절절한 가락이 학생들의 가슴과 가슴을 밟으며 이어갔다. 특히 "외치노니 학문의 자유 이 곳이 우리들의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라고 울려 퍼진 교가를 합창했을 때, 학 생들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렸다. 박기채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이 몰려와 "학생들이 이러면 안된다"며 해산을 종용했다. 이에 학생들은 "어용교수 물러가라"고 되받아쳤다. 바로 이 불길 속으로 사복경찰이 뛰어들었다. 도서관 열람실을 돌며 학우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밖으로 나오던 정광민의 멱살을 두 명의 사복형사가 움켜잡자, 주위의 학생들이 우루루 몰 려가 이들을 에워싸고 뭇매를 가하며 떠밀었다. 두 형사는 3미터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도서관 3층에서 사진촬영을 하던 형사들도 학생들에게 쫓겨 카메라를 버리고 도망쳤다. 형사들과의 난투극은 학생들을 격분시켰다. 마침내 500-600여명의 학생들이 스 크럼을 짜고 "유신 철폐!" "독재 타도!" 를 외치며 효원회관 쪽 계단으로 뛰기 시작했다. 대열은 도서관 계단을 내려가서 본관 뒤 공대2호관(현 재료관)을 지나고 미리내 골을 돌아 스탠드를 내려 밟으며 운동장을 향해 달려갔다. 뒤따라 달려온 학생들이 속속 대열로 빨려들었다. 어느 새 2,000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신정문으로 진출하였다. 투석전이 벌어졌다. 2이윽고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자 최루 가스를 내품으며 전투경찰 진압부대가 물 밀듯이 교문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일순간 시위대열은 흩어지고 학생들은 경찰에 밀려 운동장과 본관 쪽으로 후퇴했다. 따가운 최루 가스가 10월의 교정을 온통 회 색빛으로 뒤덮었다. 시꺼먼 가스 차와 기동 진압대가 운동장과 본관 진입도로를 종 횡무진 헤집고 다녔다. 운동장으로 들어온 가스 차는 깔아뭉개기라도 할 듯이 학생 들을 스탠드 바로 밑까지 몰아부쳤다. 그리고는 본관 앞까지 올라와 최루 가스를 마구 뿜어대었다. 학생들이 그래도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었던 신성한 학원의 권위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여지없이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의 적대감은 극에 달했다. 운동장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과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까지 밖으로 나와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흩어지던 학생들 사이에서 "도서관 앞에서 다시 모이자!"는 외침이 들려왔다. 오전 11시 쯤 도서관 앞엔 다시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다시 정광 민이 나섰다. 그는 경제사학회장 박현호가 전날 받아 둔 이진걸의 (민주 선언문)을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들고 낭독한 뒤 구호를 선창했다. "유신헌법 철폐하라 !" "학원사찰 중지하라 !" "구속학생 석방하라 !" "독재정권 물러가라 !" 구호 제창을 끝내고 학생들 사이에서 시내 진출의 목표지를 놓고 잠시 의견이 오갔다. 정광민도,써클 쪽의 학생들도 교외진출 계획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지만, 이제 사태는 계획 같은 것이 문제될 수 없게 되었다. 온천장, 부산역, 남포동 등 몇 가지 지점이 거론되었으나 결론을 내지늘. 못하였다. 우선 학교를 뚫고 나가기로 했다. 대열을 재정비한 학생들이 독수리 탐을 돌아 신정 문으로 내리뛰긴 시작했다. 교정 곳곳에서 구름같이 모여든 학생들이 운동장을 돌며 "유신 철폐 ! " "독재 타도 ! "를 외쳐댔다. 그날 교정에 있던 학생들의 절반은 족히 대열에 참여하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열은 대 운동장과 신정문에 이르는 공간을 확 메운 4,000여명의 물결을 이 루며 넘실대었다. 신정문을 사수하는 진압부대는 500여명에 불과했다. 이제 거의 학 생들의 결단만 남은 듯이 보였다. 학생들의 교외진출(논가쌀번) 시도에 맨 먼저 뚫린 곳은 구 정문 쪽이었다. 구 정문으로 내려간 1,000여명의 학생들은 구 정문 옆 블록 담장을 무너뜨렸다. 그 곳을 지키고 있던 진압부대 100여명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절반 정도인 500여명의 학생 들이 처음으로 교외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이들은 구 정문 우측의 주택가 골목 사이로 빠진 뒤 식물원 입구를 거쳐 온천장 방면으로 진출하였다(제1진). 한편 운동장을 돌며 시위를 하고 있던 대열의 주류 속에서 일단의 학생들이 갑자기 사대부고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사대부고 정문에서 진압부대와 접전을 벌이던 중 역시 블록 담장을 무너뜨리며 1,000명 쯤이 또 바깥으로 밀고 나갔다. 이들은 부곡동 산업도로를 거쳐 온천장 방면으로 진출하였다(제2진). 제2진이 진출한 지 15분 내지 20분 쯤 지났을 때, 경찰의 강공에 밀려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학생 600∼700 여명이 바로 그 곳으로 또 한번 뚫고 나갔다. 이들도 제2진이 갔던 길을 따라 산업 도로를 거쳐 온천장 방면으로 진출하였다(제3진). 2제1진은 온천장 금강원을 통과한 뒤 뒤따라온 제2진의 주류와 합류하면서 원예고교 -l금성사(지금의 럭키아파트)-l사직동 미남 로터리에 이르렀고, 그 곳에서 방어선을 치고 있던 진압부대를 인근 공사장의 자갈을 투석하여 대패시킨 뒤 거제리 군부대 앞까지 진출하였는 데, 거기서 진압부대와의 접전 끝에 "2시 부산역 집결"을 전파하며 해산하여 각기 시내로 진출하였다. 제2진은 "유신 철폐" "독재 타도"의 구호를 외치며 산업도로로 진출하여 고속버 스나 택시의 승객,행인들로 부터 대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행진해 갔다. 그러나 온천 입구 사거리를 지난 직후 잔혹한 진압부대와 부딪혀 많은 학생이 구타당하며 연행되는 가운데, 주류는 우측 금성사 방향으로 빠져 제1진과 합류하였고 다른 일부는 온천천을 건너거나 뒤로 되돌아 나오다가 곧 뒤따라 온 제3진에 흡수되었다. 가장 조직적인 모습을 보였던 제3진은 산업도로를 타고 나오다 온천 입구 사거 리에서 방향을 틀어 명륜동 쪽으로 나아갔다. 앞서 흩어진 2진의 일부를 그 과정에서 흡수하며 명륜동-7동래 로터리-7동래 경찰서-7교대 입구까지 무난히 진출했다. "유신 철폐" "독재 타도" "언론 자유" "학원 자유"와 같은 구호가 물결칠 때마다 거리를 지나는 기사나 승객 모두·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혼들거나 박수를 쳤고, 손가 락으로 V자를 그려 격려해 주었다. 확실히, 시민들이 지지한 것은 정권 쪽이 아니라 학생 시위대임이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었다. 제3진의 경우 행진 도중 내내 중간에 해산당할 시는 "2시 시청앞 집결"이라는 약속이 앞에서 뒤로 차근차근 전달되었다. 그런데 사직동과 거제리로 빠지지 않는 한,교대 앞은 시내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치지 않을 수 없는 목지점이었다. 경찰은 그 곳에 400여명의 진압부대를 배치해 논고 완 강한 공세를 취하였다. 최루탄을 퍼붓고 대열 속으로 뛰어든 전경들은 마구 곤봉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닥치는 대로 연행했다. 그리하여 "시청앞 집결"을 외치며 3진 역시 일단 해산하여 하나 하나 버스로 올라 탔다. 한편 교내에 남아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는 "2시 부산역 집결"이 전파되었다. 학 생들은 학내 시위의 한계를 명백히 인식했고 시내진출을 위하여 교문을 빠져나와 제 각기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1, 2, 3진 및 교내 시위대의 시내 진출로 당시 시내행 18, 19번 등의 노선 버스는 발디딜 틈도 없이 꽉확 들어찼다. 차비를 받으려 하지 않는 안내양, 어깨를 치거나 손을 잡아주는 승객, 격려의 말을 건네는 운전기사‥‥ 한대 한대의 버스가 모두 시위 버스였다. 버스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차가 뒤쫓아 오면 운전기사는 더 빨리 차를 몰았다. 부산대 교문의 제1방어선이 무너진 경찰은 서면을 제2방어선으로 잡고 학생 시위 대의 시내 진입을 막기 위해 일대 검문에 나섰다. 버스들을 세우고 학생차림의 남녀는 무조건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내 서면에서의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곳에서 버스를 한대 씩 세운다면 차량교통은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었다. 당시 서면 로터리는 하루 10만대의 차량 들이 오가는 가장 번잡한 부산의 교통 중심지였던 것이다. 버스 대열이 끝도 없이 줄을 이어 길을 막아 나갔다. 하는 수 없이 경찰은 서면을 포기했다. 그 대신 부산역을 제3방어선으로 잡았다. 시경당국은 학생들이 부산역에 집결한다는 정보에 따라 부산역 광장, 지하도, 버스 정류장 주변에 병력을 다시 집중 배치하였다. 부산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내린 학생들이 속속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연행되는 학생들은 끌려가면서도 버스를 향해 내리지 말라는 손짓을 계속했다. 경찰 또한 학생들을 가득 태운 버스들이 잇달아 부산역 정류소에 닿자 승강구 문을 열지 못하게 하고 시청 쪽으로 계속 가도록 강요했다. 서면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할 위험도 있거니와 버스에 탄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그 모든 학생을 끌어내린다는 것도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중엔 아예 정류소에 버스가 멈추지도 못하게 하고 그냥 통과하도록 했다. 경찰의 제3방어선도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2) 도심지 민중항쟁의 폭발과 확산 그리고 종결 위에서 본 것처럼 1979년 10월 16일 유신독재 철폐를 부르짖으며 감행된 부산대 학교의 교내시위는 학생 시위대가 시가지까지 진출하는 폭발적인 상황으로 발전되 었다. 이날 낮 학생 시위대는 남포동과 광복동을 중심으로 한 중구 지역 도심지에서 잇달아 시위를 계속하였는 데, 학생들의 이 도심지 가두투쟁이 마침내 민중들과 결 합·증폭되고 인접한 서구 및 동구 지역, 더 나아가 마산 지역으로까지 확산됨으로써 거대한 '부마민주항쟁'의 물결로 나타났던 것이다. (1) 도심지 민중항쟁의 폭발 오후 1시 30분 쯤, 시청 앞은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로 일순간 붐비기 시작하였다. 부산 데파트 옆 광복동 입구 화단 주위에 모인 이들은 즉석 토론회를 열었다. 지리적 여건상 그 곳이 시위 집결지로는 부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시 부영극장 앞'에서 다시 모이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몇 사람이 남아서 뒤에 도착하는 학생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파하기로 하였다. 그 즈음 광복동 다방가 역시 대학생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골목마다 책가방을 든 학생들로 뒤덮였다. 폭풍전야와 같은 정적이 흘렀다. 오후 2시-부영극장 앞에는 시청 앞에서 이동해 온 학생들이 속속 도착한다. 서 너명의 학생이 나서서 순서대로 이들을 길바닥에 앉혔다. 삽시간에 370여명의 학생 들이 어깨를 걸고 시위대열을 형성하여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유신 철폐 ! " "독재 타도 ! " 이 때부터 부영극장 앞, 미화당 백화점, 동아 데팍트, 시청앞 등 네 곳을 중심으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되었다. 미화당 백화점 앞에서는, 처음 상대생과 공대생 10여 명이 "가자 ! "라고 외치며 어깨동무를 하곤 곧장 국제시장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유신 철폐 ! " 일반 시민들 로선 듣기조차 두려워 하던-그러나 마음속 한켠에선 정말로 토해 내고 싶어 해 온-구호가 튀어 나왔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나가 빨려들 듯이 대열에 따라 붙었다. "잘한다 ! " 격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시민들 속에서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동아 데파트 앞에 집결하여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10여분 뒤 이들은 시위대를 증강시키며 넉줄의 어깨동무 대열을 만들어 국제시장 안으로 진입했다. 미화당 백화점 앞에서 일이 터지고 난 약 5분 뒤, 보수동 파출소 앞에 있던 100명 쯤의 학생들도 흑교 파출소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20분 쯤 뒤엔 창선 파출소 앞에 2,000명 가량의 학생들이 밀려들어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3시가 가까와 오고 있었다. 기동경찰대도 행동을 개시했다. 시위대의 머리 위로 최루탄이 쏟아져 내리더니 곧이어 경찰들이 대열 속으로 뛰어들었다. 무차별 방망이 세례를 퍼부으며 닥치는 대로 학생들을 끌고 갔다. 이 때 학생들 중 일부는 극장 안으로, 다른 일부는 상가로 급히 피신했는 데 깜깜한 '극장 안에선 관람객들과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단 흩어졌던 시위대가 다시 대오를 갖춰 재집결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경찰에 쫓기면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골목으로 숨거나 시 민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다시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식으로 경찰의 최루탄과 방망이질에 끈질기게 맞섰다. 오후 3시-이 날 점심시간 때 쯤부터 부산대생들의 시위 소식을 접한 도심 인근 송도의 고려신학대생들과 대신동의 동아대학생들 일부도 이 무렵 삼삼오오 시내로 달려 나오기 시작한다. 일 면식조차 없는 서로 다른 학교의 남녀 학생들이 혹은 어깨를 걸고,혹은 손을 맞잡고 도심의 골목길을 함께 뛰었다. 여학생이 뒤로 처지면 남학생이 끌어당겨 주었고, 쉴 때는 데이트 족으로 가장하여 팔장을 끼고 다니기도 했다. 성별, 학교차, 출신지 등으로부터 생기는 어색함과 머뭇거림은 사라지고 있었다. 낮선 젊음들이 한데 어울려 뛰고 두들겨 맞았으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격려하였다. 앞에서 말한 대로, 미화당 백화점 앞길의 창선 파출소 근처에 몰려든 시위대는 2, 000∼3,000여 명을 헤아리고 있었다. 아스팔트에 주저앉은 학생들은 서로 서로 어깨를 걸고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때 양 옆을 둘러싸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한 무더기의 종이 태극기가 시위대의 머리 위로 뿌려졌다. 태극기는 순식간에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전달되었다. 연좌한 학생들은 손에 손에 태극 기를 흔들며 '우리의 소원' '애국가' '선구자' 등의 노래를 불러 나갔다. 시청앞으로 향한 400미터의 4차선 도로가 태극기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그리고는 "유신 철폐 ! " "언론 자유 ! "를 외치며 그 물결이 시청으로 전진했다. 시청 앞에서 방어선을 치고 있던 진압경찰도 최루가스를 퍼부으며 전진해 왔다. 학생들은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이어 갔다.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이윽고 시위대의 머리 위로 최루탄이 쏟아져 내리며 경찰의 방망이들이 불꽃을 튀었다. 결국 시위대는 대청동 미문화원 방면으로 후퇴하였다. 그러나 그 것은 후퇴인 동시에 또한 시위대의 새로운 진출이었다. 그들은 후퇴하면서 수십 개의 작은 시위대로 분산되어 경찰에 대항했다. 국제시장, 대청등, 보수동 지역에서 한번 씩 정면 접전을 벌인 후 그들은 다시 롤아와 경찰의 뒤에서 공격을 가하였다. 바둑판 모양의 길들이 사통팔달로 이어 진 이 지 역에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이삼백명 규모로 나뉘어 흩어진 시위대는 수 없는 갈래를 이루며 상가의 거리와 골목들을 누비고 다녔다. 시위는 지칠 줄을 모르고, 경찰의 전의는 땅에 떨어졌다. 3시 30분 쯤, 미화당 백화점으로부터 대청로 쪽으로 향하던 300명 가량의 한 시 위대는 새부산예식장 앞 거리에서 "독재 타도 ! "의 구호를 집중적으로 외쳐댔다. 전날 학내에서 못다 뿌린 (민주투쟁선언문) 200여 장도 시민들에게 뿌려졌다. 그리고 이 시위대가 대청로로 진출하여 부산 우체국 쪽으로 향할 때는 어느새 대열이 2,000명 쯤으로 불어나 있었다. 시내 버스 안에 탄 승객들도 창밖으로 박수를 보냈다. 지칠 줄 모르는 시위대와 열렬히 호응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유일한 '죄인'은 경찰이었다. 경찰이 시위 학생을 붙잡아 몽등이질을 하려 하면, 모여든 시민들이 "우우 ! " 하고 야유를 보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날 경찰이 어느 한 시위대도 일망타진할 수 없었던 것은 시위대를 둘러싼 이런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후 4시-시위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간다. 이 날 4시-5시 사이 중부 경찰서 상황일지에 보고된 주요 시위대 동향은, 처음 2시경 광복통과 창선동, 남포동 일대에서 불붙고 국제시장, 신창동, 보수동, 대 청동으로 번져가던 시위가 4시 쯤을 전후해서는 동광동, 중앙동, 용두산공원, 동대신동 등지로도 계속 확산되어 갔음을 보여준다. 다 음은 당시 중부 경찰서 상황일지에 기록된 내용이다. (4 : 00) 용두산공원에 학생들과 섞여 불량배로 보이는 청소년 4명이 2흠 짜리 초산 병을 들고 서 성대고 있음. (4 . 05) 제1대청파출소 앞에서 300명, 부산우체국 앞에선 100명이 데모. 준비한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름. 동아데팍트 앞에서도 시민 응원 속에 데모. (4 : 20) 옛 시민관 자리에서 중앙동사무소 쪽으로 데모대 진행. 그 곳에서 용두산 공원으로 오르 려다가 밀려남. 다시 사무소 앞에 집결. 500명이 어깨동무하여 부산우체국 쪽으로 행진. (4 : 25) 부산우체국에서 제1대청락출소 쪽으로 데모. 그 가운데 300명은 용두산공원으로. (4 : 30) 창선동 국민은행 앞에 50명 집결중. (4 : 35) 옛 남포극장 앞에 300명 모임. (4 . 50) 동아아케이드 앞에서 200명 유신헌법 철폐를 외치며 시위. (5'00) 서구 동대신동 쪽에서 동아대생들이 5∼10명씩 홑어져 흑교 파출소 앞 지나 시내 쪽으로 가고 있음. 경찰과 시위대 간에는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끈질기게 계속되었다. 학생들이 요리 조리 골목을 빠져 나가면, 경찰은 그 꼬리를 따라다니며 힘만 소모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시위대가 놀라운 자생력으로 흩어졌다 결집되고 흩어졌다 또 결집되며 남포동, 광복동, 국제시장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쉽쓸고 다녔다. 진압 경찰이 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시위대가 예기치 않은 골목에서 쏟아져 나오곤 했다. 경찰 스스로 그들의 내부문건4")에서 분석한 것처럼 "도시 게릴라식" 시위가 펼쳐지고 있었다. 경찰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시위에 직접 나서지 않을 시민들은 학생들에게 열띤 지지를 보냈다. 시위대의 곁 으로는 그들을 둘러싸고 "잘한다! "며 응원하듯 성원을 보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박수차는 시민들의 호응 사이로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며 몰려 다녔다. 학생 시위대가 뛰어 다니는 분노의 대열이라면, 주위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는 집단으로 결합되는 놀라운 연대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시위대가 지나가는 골목마다, 다방이나 빌딩의 사무실마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흔들어 환호하거나 힘찬 박수로 격려와 성원을 보내었고, 경찰에겐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건물 위에서는 추격하는 경찰 에게 재떨이,화분, 병 등을 내리 던져 진압을 방해하는가 하면,부산 데파트 옥상에선 시위대 위로 색종이 가루가 뿌려 지기도 했다. 가게의 상인들은 쫓기는 학생들을 얼른 가게 안으로 숨기고 셔터를 내려 버리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고생이 많다. 밥은 먹었느냐?"며 음료수라도 마시라고 내놓는 것이었다. '먹자 골목'의 노점상 아주머니들 역시 학생들에게 너도 나도 먹을 것을 건네주었다. 상인들은 자신이 팔던 것을, 일반 시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어서 직접 사온 김밥, 빵, 우유, 삶은 계란, 박카스, 음료수, 담배 등등을 줄줄이 시위대에게 건네거나 던져 주었다. 자신들이 팔던 과일 이나 먹을 것을 시위대에게 나눠주기도 하던 노점상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노점 좌 판이나 물건이 시위대에 밟혀 못쓰게 망가져도 오히려 진압하는 경찰을 향해 욕을 퍼부어 댔다. 이미 경찰은 학생 시위대 만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온 시민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시위의 양상은 단순한 학생 데모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과 시민이 한 덩어리로 뭉쳐진 '민중항쟁'의 성격으로 발전해 가고 있 었다. 몰리는 쪽은 학생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행동으로는 학생들이 쫓기고 있었지만, 심리적으로는 경찰이 몰리고 있었다. 시민들의 학생 시위대를 향한 응원은, 이처럼 쫓는 편과 쫓기는 편을 뒤바러 놓았던 것이다. 이 때의 심정을 한 겅찰 간부는 뒤에 이렇게 털어 놓았다. "솔직이 말해서 죄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민들까지 학생 편을 드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잘못된 짓인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소수인 경찰입니다. 경찰에게 쏟아지는 야유와 욕지거리. 앞 뒤에서, 양 쪽에서, 그리고 위 쪽에서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었으니까 무력감과 함께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래서 진압 작전을 과감하게 수행할 수 없었어요. 시민들이 무슨 감시자 처럼 지켜보는 가운데서 학생들을 마구 다룰수도 없었고요." 오후 5시-한편으로 학생들의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 -는 보다 격렬한 민중항쟁으로 발전되는 전환점을 이룬다. 이 날 시내로 진출한 부산대학생 거의 전부가 실은 점실을 굶고 있었다. 배고픔과 피로에 지쳐 학생들은 길가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쉬었다. 그럴 때는 경찰도 같이 쉬었단. 워낙 술래잡기식 데모였기 때문에 학생도 경찰도 모두 체력 소모가 컸던 것이다. 시위의 열기가 잠시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런데 도심에서의 반독재 투쟁 소식이 전 시내에 퍼지자 이 곳으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새부산예식장 됫쪽 국제시장 골목엔 2만 이상의 학생과 시민들이 뒤섞이어 출렁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혼잡하던 도심의 거리가 더 한층 혼잡해져 갔다. 머지 않아 터지게 될 시한폭탄의 작약이 점점 더 대형화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이후 3∼4시간 동안의 가두시위는 '유신 철폐' '독재 타도' '언론 자유'를 부르짖는 학생 시위대와 이에 공개적이며 노골적인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경찰 진압력을 약화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공격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위형' 투쟁의 전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짙어져 가는 어둠과 함께 투쟁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학생 시 위대'는 '민중 시위대'로, '시위형 투쟁'은 '항쟁형 투쟁'으로 변모 발전해 가게 된다. 여기서의 '시위형' 투쟁이란 공격 목표가 결여된 비폭력적 저항을 밭하고, '항쟁형' 투쟁이란 구체적 공격 목표물이 등장하는 폭력적 저항을 일컫는다. 민중항쟁에 있어서 '시위형' 투쟁은 '항쟁형' 투쟁으로 전화하기까지의 전단계(◎팃떤)로서, 부마항쟁 첫 날의 경우 시간대 별 양상으로 볼 때 모후 2∼5시 사이엔 시위형, 5∼7시 사이엔 항쟁형으로의 전이과정, 저녁 7시 이후부터는 항쟁형 투쟁으로 각각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저녁 6시-야간시위와 더불어 본격적인 민중항쟁으로의 전화가 시작된다. 이 때 까지 경찰은 모두 31명을 붙잡아 갔다. 29명이 학생이었고, 2명만이 일반 시민이었다. 지금까지의 시위는 분명 학생들의 주도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둠이 깔리면서 부터 시위의 주도권은 점차 학생들로부터 시민들에게로 넘어가고, 시위 양상도 훨씬 격렬해 지게 될 것이었다. 도심의 가을에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경찰은 오후 5시 쯤부터 광복동 일대의 시위 열기가 수그러들자 이제 데모가 거의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학생도 경찰도 지쳐 있었다. 적어도 당시로선 더 이상의 시위가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일부의 학생들은 이 날의 '쾌거'에 축배를 들기 위해 무리지어 술집을 찾거나 귀가를 서둘렀고, 진압에 지친 경찰도 소수의 병력만 남겨둔 채 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가나 골목에 주저앉아 쉬거나 음식 점에서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이 때 부영극장 앞에서 37대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음료수를 상자째 가지고 와서 주변에 쉬고 있던 학생들에게 일일이 따주었다. 잠시 후 이 곳의 학생들 가운데 서 너명이 일어나서 돌연히 애국가를 불렀다. 학생들은 모두 일어나 목이 터져라 함께 불렀다. 누구도 일찍이 불러본 적이 없는 그런 '뜨거운' 애국가였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많았다. 애국가는 부영극장 앞에서 시작되어 남포동으로, 광복 동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 저기의 학생과 시민들이 모두 꼿꼿이 서서 함께 따라 불렀다. 학생들은 잇달아 부산대학교 교가를 불렀다. 그것은 애국가보다 더한 감동을 주었다‥‥‥외치 노니 학문의 자유 이 것이 우리들의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라는 마지막 대목에선 오전에 학교 안에서 느꼈던 전율의 감동이 몇 배나 더 증폭되어 온몸을 찌릿하게 울려 왔다. 부산대학을 졸업한 시민들도 귀에 익은 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목 소리로 부른 애국가와 교가는 그 때까지 사방으로 홑어져 뛰었던 시위대의 의지와 결의를 서로 확인하고 다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는 모두가 동지였다. 도심에서의 반독재 투쟁 대열은 학생들만의 그 것이 아님이 명백해 졌다. 애국가와 교가가 끝나자 누군가가 "모이자! " "모이자! "하며 외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골목 곳곳으로부터 학생들이 다시 쏟아져 나와 극장 앞에서 대열을 갖춰 앉기 시작했다. 300여명의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자연스럽게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며 중앙로 큰길로 나섰다. 16일의 야간시위는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경찰이 미처 제지할 겨를도 없이 귀가길의 직장인과 노동자, 고등학생들까지 합세하여 시 위대는 삽시간에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어둠이 짙어 갈 수록 시위의 양상도 점차 격렬해 져갔다. 주간의 비교적 온건했던 태도와는 달리 적극적 공격 위주의 시위 행태로 바뀌어 갔던 것이다. 마침내 6시 40분 경,부영극장 앞에서 언론의 취재차량 ITBC-TV소속]이 시위대의 투석에 밀려났다. 관제 언론을 최초의 제물로 삼아 시위대의 물리적 공격대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과 시민들의 돌이 정의의 화살처럼 날아갔다. "뭣하러 여기 왔느냐?"고 질타가 빗발쳤다. 취재차량은 허겁지겁 꽁무니를 뺐다. 저녁 7시-도심의 대로가 시위 인파로 넘쳐 흘렀다. 부영극장 앞 육교를 중심으로 시청앞에서 충무동에 이르는 6차선 대로와 광복동 일대를 꽉 메운 장대한 인파의 물결이 도심의 모든 것을 떠밀어 낼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시청앞과 충무동 입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5만여 인파의 장엄한 행렬은 밀려 왔다 밀려 가는 거대한 조수처럼 보였다. 이제 대학생은 완전히 소수였다‥‥시위대 속에는 넥타이를 맨 퇴근길의 회사원에서 노동자, 상인, 접객업소의 종업원, 재수생,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계층과 신분을 뛰어넘은, 말 그대로의 혼연일체를 이루었다. "유신 철폐 ! 독재 타 도! 언론 자유 ! 김영삼 총재 제명 철회 ! ·.." 절규하는 5만 민중의 성난 함성이 도심의 어둠을 불살랐다. 민중들은 스스로 감격하고 있었다. 유신 독재정권의 압제 아래 그들은 단 한번도 '독재 타도'를 외쳐 보지 못했다. 유신정권 최초이자 유일의 민중항쟁이 항도 부산의 도심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밤 8시-경찰진압대가 공격해 들어오자 곧바로 민중들의 격렬한 저항이 시작되었 다. 도심의 밤하늘이 온통 희뿌연 최루 가스로 뒤덮였다. 민중은 돌과 병으로 대항 하였고 곤봉에는 가로수 버팀목을 뽑아 맞섰다. 밀고 밀리는 대접전이 벌어졌다. 경 찰의 극악한 최루 가스와 곤봉 세례에 군중이 밀려나는가 하면 다시 퇴각하는 경찰을 향해서는 군중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구호를 외쳐댔다. 이 날 경찰은 애국가를 불렀다는 이유 만으로 어린 우유 배달 소년을 연행하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이 가혹해 지면 민중의 적대의식도 그 만큼 높아져 갔다. 한낮에 학생들의 시위가 터진 이래 한번도 공세의 기선을 잡지 못한 경찰의 진압행태는 갈수록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 갔다. 부상한 사람이 업히어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은 쌓여있던 민중의 분노에 더욱 큰 불을 붙였다. 시위대는 물리적인 목표물을 겨냥하여 더욱 과감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파출소와 언론기관이 시위대의 첫째 가는 표적이었다. 이 날 시위대는 수백 명씩 게릴라처럼 몰려다니며 파출소를 공격했다. 맨 먼저 B시 40분 쯤 남포동 지하도 근처에 있던 500 여 명의 시위 군중이 벽돌과 돌멩이로 남포 파출소를 습격, 파괴해 버렸다. 곧 이어 부산진 경찰서 진압대가 들어오면서 시위대는 남포동 골목으로 일단 후퇴하게 된다. IGO여 명의 경찰 병력이 기동 순찰차와 작전차를 앞세우고 중앙로를 따라 남포동 지하도 쪽으로 진입해 왔다. 이들이 시위 군중의 또 다른 좋은 목표물이 되었다. 돌과 병을 손에 든 시위 군중들의 집중 가격이 시작되자 경찰은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시위대는 각목으로 포니 순찰차의 유리를 박살낸 뒤 차를 뒤집어 엎고 성냥불을 그어 당겼다. "펑"하는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뒤따라 오던 작전차도 마찬가지로 화염에 쉽싸였다. 치솟아 오른 불길로 시청앞, 남포동, 광복동 일대의 밤하늘이 훤히 갈라졌다.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거리를 메웠다. 밤 9시 이후-밤이 깊어 가면서 경찰의 진압작전은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단지 시위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포동, 창선동, 광복동,충무동 입구 만을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남포동과 광복동 일원의 중구 중심가에서 폭발한 '독재 타도'의 항져 대열은 인접한 서구 지역으로 줄달음치며 확산되어 갔다. 한쪽 거리 차도에 증파되어 오는 경찰병력이 줄을 짓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민중의 대열이 인도를 매우며 이동해 갔다. 격화된 항쟁을 진화하기 위해 경찰은 '통금 시간 연장'을 방송하며 "밤 10시부터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항쟁의 불길은 더욱 확산되어 가기만 했다. 통금 연장 방송이 울려 퍼지던 바로 그 10시에 군중들은 부평 파출소를 파괴했다. 이어서 10시 30분에는 보순 파출소가, 10시 50분에는 중앙 파출소가 각각 파괴되었다. 영선 고개로, 부산 우체국으로, 동대신동으로 제각기 진출한 항쟁 대열들은 보이는 대로 파출소를 부수고 불질렀다. 한 시위대가 부수고 간 후 다른 시위대가 남은 것을 파 괴했으며, 다시 다른 시위대가 그것을 이어받았다. 이리하여 이날 밤 자정을 넘어 새벽 1시까지 계속된 민중들의 항쟁을 통하여 남포, 부평, 보수, 중앙, 제1대청, 흑교 파출소 등 모두 11개의 파출소가 파괴되었고, 여기저기 파출소에서 떼내어 온 대통령 박정희의 사진도 불태워졌다. 부산시에 집계된 16일 시위의 부상자는 학생 5명, 일반 시민 10명, 경찰관 95명 등 도합 110명으로서, 그 중 18명은 중상, 92명은 경상자였다. 5") 그러나 자진 신고를 기피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면 학생과 시민들의 피해가 공식 집 계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실제 부산대학교 총학생회가 펴낸 관련 자료 집에선 이 항쟁 첫째 날 부상한 시민 학생들이 600여 명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그 근거는 화인할 길이 없다. 그리고 같은 자료집 에서는 이 날 학생 282명을 포함한 시민 400여 명이 경찰측에 연행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2) 항쟁의 확산 10월 17일-4월 혁명 이래 초유의 대규모 민중항쟁이 폭발하였던 전 날의 상황을 국내의 언론들은 결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박정권은 결코 더 이상 존립되어서는 안될 정권임이 보기 좋게 입증될 일이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선 전 날의 충격적인 항쟁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도시 내의 모든 가정과 공장, 사무실, 시장에서 어젯밤의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아침부터 뜨거운 화제로 떠을랐다. 공교롭게도 이 날 10월 17일은 유신 선포 7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오전 10시, 범일동 구조방 터에 위치한 부산시민회관에서는 각급 기관장과 공무원 등 2,500여명이 모여 10월유신 7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유신체제를 더욱 굳게 다져 나갈 것을 결의하고 있었다. 시내에는 경찰과 진압 차량들이 요소 요소에 진을 치고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 어제 항쟁의 발단지였던 부산대학교는 임시휴교 조치로 교문을 닫아버렸다. 휴교 공고가 나붙은 신 ·구정 문에는 완전무장을 한 기동대가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었다. 그럼에도 1,000여 명의 학생들은 출입이 차단된 구정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전 10시 30분 쯤, 이들은 "유신 철폐" "학원 사수" 등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대열을 지어 금정국민학교 옆을 지나 식물원 방면으로 나아갔다. 식물원 입구 네거 리에서 기동대의 급습을 받은 시위대는 그 중 3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들은 각기 분산하여 어제처럼 다시 시내 진출에 나서게 된다. 동아대학교에서는 2교시 교련 수업을 중단·거부한 법대생들을 중심으로 "교련 철폐 ! " "유신 철폐 ! "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내 시위를 벌였다. 처음 170∼200명 에서 시작하여 순식간에 2,000여명 정도로 불어난 시위대는 운동장을 돌며 기동대의 최루 가스에 맞서 대항하다 일단 흩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다시 잔디밭에 집결하여 '애국가' '우리의 소원' '봉선화' 등의 노래를 부르고 시내로 진출했다. 교 내에서의 시위 중 학생들 사이에 "부영극장, 6시에 모이자"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전파되고 있었다. 이 날 시내 항쟁에서는 동대생들이 대거 가담하였다. 정오부터 학생들이 광복동 등지의 다방과 음식점, 술집 등에 자리잡기 시작하자 교수들도 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함께 나와 시내 중심가는 온통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런 가운데 오후 3시 쯤, 바로 코 앞의 시청에서는 내무부 장관 구f7춘이 기자 회견을 갖고 있었다. 전 날 시위의 진압실패 책임을 물어 이미 아침에 부산시경 국장을 해 임시킨 그는 기자회견에서 경찰병력을 충분히 증강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저녁 6시, 국기 하기식 애국가 방송이 끝날 무렬 부영극장 주위의 군중들 속에서 다시 육성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이를 계기로 몇 갈래의 시위대가 형성되어 남포동 및 자갈치시장 골목길을 누비며 기습적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6시 30분, 남포 동에선 "모여라 ! " 하는 신호와 함께 400여 명의 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시위대를 형성했다. "독재 타도 ! " "유신 철폐 ! "를 외치며 시위대는 두 갈래로 나뉘어 충무동 쪽과 국제시장 쪽으로 각각 행진해 나갔다. 다시 16일 밤의 항쟁과 꼭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시내 곳곳에서 시위 대열이 형 성되고 맹렬한 접전이 벌어졌다. 200-300명 규모의 시위대들이 무수한 갈래로 줄 달음치며 중구, 서구, 동구의 거리로 확산되어 갔다. 갈라진 시위대가 불어나 또 다시 갈래를 낳는 식으로 시위는 줄기차게 확대되었다. 시위대 없는 거리가 없었고 애국 가와 구호가 울려 퍼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어제의 패배를 설욕하듯 무차별로 최루탄을 퍼붓거나 방망이를 휘갈겼지만, 시위대를 뒤쫓는 경찰들의 머리 위로는 연탄재,화분, 빈병 등 집어 던질 수 있는 모든 것이 던져 졌다. 오늘도 경찰은 시민 모두를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수십 갈래의 시위대가 중구, 서구, 동구 지역의 거의 모든 파출소와 경찰서, 공공 기관을 공격했다. 처음 남포동에서 충무동 쪽을 향해 진출하던 시위대는 방향을 틀어 시청 쪽으로 전진하다가 경찰과 대격전을 벌인 후 다시 두 갈래로 나뉘어 부산역 방면과 운동장 방면으로 각각 진출했다. 운동장 방면의 시위대는 7시 25분 경 충무 파출소를 격파하고 서부경찰서에 투석한 뒤 동대신파출소를 또다시 파괴하면서 서구 지역을 횝쓸었다. 부산역 방면의 시위대는 8시 20분경 초량1파출소를 습격하고 부 산진역 쪽으로 계속 북상했다. 이들은 1,000여명으로 증강되어 부산진역 앞 동부경 찰서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 시위대가 경찰의 무자비한 공세에 밀려 KBS(당시 초량 고관 입구 소재)까지 후퇴했을 때, 수십 대의 무장한 군 트럭이 시위대의 중앙을 가르며 덮쳐 왔다. 이 와중에 홑어진 시위대는 KBS 공격을 포기하게 되었으나 그 후 다시 2,500여명의 대규모 대열로 집결하여 부산역과 시청쪽으로 진출하였다. 그 시각 밤 9시 쯤, 시내 중심가에선 중부세무서와 서대신 3동사무소가 습격받았다. 또 초저녁 시간대에 국제시장 쪽으로 행진해 가던 시위대도 이 무렵 국제시장에서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나와 영선고개로 진출하였다. 그들은 메리놀병원 맞은 편의 제2대청파출소를 파괴하고 방범 오토바이를 불태웠다. 가는 곳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항쟁대열은 민중의 힘을 폭발시켰고, 폭발적인 그 힘이 거리와 거리를 쉽쓸며 확산 되어 나갔다. 한편 KBS 공격에 실패하고 부산역 쪽으로 가던 시위대는 부산일보와 MBC(둘다 당시 중앙등에 소재)에 투석을 퍼부은 후 시청 앞에서 대대적인 격돌을 벌였다. 구 름처럼 몰려들던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 가스와 곤봉 세례로 흩어져 도망치자 경찰은 골목 구석까지 끝까지 쫓아가 안면에 가스를 뿜어대며 구타를 가했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돌, 병, 가로수 버팀목, 공사장의 각목 등을 무기로 끈질기게 대항했다. 경 찰은 전 날과 마찬가지로 3,400여 명의 대병력을 투입했으나 항쟁 대열을 진압하지 못하였다. 급기야 밤 10시 께는 사령관 정상만 소장이 이끌고 온 육군 2관구(현 53 사단) 소속 지역부대가 투입되기도 했으나 그것도 성난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오히려 대청동 미문화원 앞에서는 2관구 사령관의 지프차와 호위차가 습격 당하기까지 했다. 새벽 1시 30분까지 계속된 이 날의 항쟁에서도 모두 21개소의 파출소가 파손되거나 불탔으며, 경찰차량 6대 전소 12대 파손, 경남도청(지금의 검찰청사), 중부세무서, KBS, MBC, 부산일보, 일부 동사무소 등이 파괴되고 투석 당했다. 경찰 및 관공서와 언론기관들의 이러한 피격 상황은 전 날에 비하여 훨씬 확대된 것이었다. 당시 시청 옆에 있던 국제신문사가 시청 방어병력 덕분에 겨우 수난을 면하였고, 기독교방송국은 관제언론으로서의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 외 중구, 서구, 동구 지역에 있던 거의 모든 언론사와 공공건물이 파출소와 함께 이 날 시위대의 공격 목표로서 습격받았다. (3) 박정권의 무력진압과 부산지역 항쟁의 종결 10월 18일-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박정권은 18일 밤 0시를 기해 부산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2개 여단의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유신체제 등장 7년 만에 다시 발동된 비상계엄령이었다. 거리마다 계엄포고문과 함께 박정희의 담화문이 나붙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 "으로 시작된 이 담화는 "우리의 유신헌정은 거 듭된 국민적 합의에 의하여 선택 정립된 것이며 지난 7년 동안의 국민적 실천과 체험을 통하여 국난을 극복하며 민족중흥을 추진함에 있어 그 효율과 정당성이 여실히 입증된 바 있으며‥‥ 이 길 만이 우리 3,700백만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고·.." 운운하여, 자신의 강압적인 철권통치와 부패한 장기집권이 마치 국민의 자발적 지지에 따른 최선의 정치인 양 강변하고 있었다. 대학의 휴교, 집회와 시위 등 모든 단체활동 금지, 언론 출판의 검열, 사업장 이탈 및 태업의 금지, 야간 통행금지의 연장, 영장 없는 체포 등등을 알리는 포고문이 전 시내를 위협하며 나돌았다.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계엄군이 각 대학교와 관공서에 일제히 배치되었다. 부 산대와 등아대 등의 운동장엔 군인들이 캠프를 치고 정문은 착검한 무장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학교가 온통 군인들 세상이었다. 무장한 계엄군을 가득 실은 군 트 럭들은 장갑차를 앞세운 채 부산대학과 동아대학 사이를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며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그러나 계엄군의 '작전'이 심리전 으로만 그치지는 않았다. 여단장 박희도 준장이 이끌고 온 한 공수부대는 얼굴에 시꺼먼 위장 크림을 칠한 채 참나무로 깍아 만든 몽등이로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였다. 길을 걷다가 그들과 마주친 20대 청년들은 그들이 이유도 없이 휘두르는 무차별 구타를 참아 내야만 했다. 전병진(당시 31세. 당감동 253번지 거주) 은 서면 한독병원 앞을 지나다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공수부대 장교가 휘두른 Ml6 소총의 개머리판에 맞아 뇌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당시 부산의 각 언론기관에는 그 같은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행을 고발하는 제보가 빗발쳤으나 언론사들은 이에 침 묵으로 일관하였다. 지난 이틀간 쏘아댄 최루 가스의 매운 맛으로 얼룩졌던 도심의 공기가 이 날 저녁부터 내린 비로 씻겨내리고 있었다. 시청 앞 광장에선 계엄군의 탱크와 장갑차가 포진하여 살벌한 분위기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 짓눌린 분위기를 뚫고 또 다시 시위가 터져 나왔다. 빗속의 어둠이 깔린 18일 저녁 8시 경,남포동 동명극장 앞에 모여 있던 학생과 시민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300여 명이 집결하여 구호를 외쳤다. "계엄 철폐 ! " "독재 타도 ! " 시위대는 스크럼을 짜고 남포파출소로 진출하여 돌 세례를 퍼부었다. 그들이 남포 동으로 나오자 더욱 많은 시민들이 가담했다. 2,000여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시청을 향해 전진했다. 이 날은 특히 "김영삼 제명 철회 ! "의 구호가 다른 때보다 비교적 많이 나오기도 하였다. ") 전진하던 2,000 시 위대의 전면에다 시청을 방어하던 공수부대가 최루탄 공세를 가하며 대검 꽃은 총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들은 차렷총 자세로 시위대를 헤집으며 달려든 뒤 닥치는 대로 총을 휘둘렀다. 그들의 개머리판에 무수한 시민들이 부상당했다. 시위대는 비내리는 남포동, 광복동 거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부산시내는 다시금 강요된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연사흘에 걸친 부산 지역의 민주항쟁은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이 날, 항쟁의 불길은 이미 이웃 도시 마산으로 확산되어 맹렬히 타오르고 있던 중이었다. 경남대생과 마산대생을 선두로 시위에 나선 일반시민들은 여기서도 밤이 되자 공화당사·파출소 ·방송국을 타격하는 등 부산 이상으로 격렬한 시위를 전개했다. 다음 날인 19일 저녁에는 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와 상당수의 고교생까지 합세,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박정권은 이 역시 20일을 기해 마산 · 창원에 위수령을 선포, 505명을 연행하고 59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강경 무력진압을 폄으로써 마산항쟁도 막을 내리게 된다. 출전 : 부산대학교 사회학과-사회학자료실-월별사건-부마민중항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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