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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의병 (한메)
의병 義兵 국가가 외침(外侵)을 받아 위급할 때 정부의 명령이나 소집을 기다리지 않고 국민 스스로가 일어나 싸우던 자위군(自衛軍). 의병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일어났던 기록이 있으며,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렀다.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외침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은 오래된 의병의 역사와 특유한 의병정신으로 외침에 처할 때마다 승패를 가리지 않고 결사감전(決死敢戰)하여 왔다. 의병의 역사에서 가장 현저한 활동을 보여준 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 말기의 의병이었다. [임진왜란] 조선이 붕당정치와 재정적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조직화된 전투력을 앞세워 침략한 일본은 곳곳에서 관군(官軍)을 물리치며 진격하여 1592년 5월 마침내 서울을 함락시켰다. 하지만 임진왜란 초기에 일본군은 주요 도로를 따라 진격하면서 군사 요충지에만 군대를 주둔시켰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에 일본군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였다. 이러한 지역에서 의병이 일어나 왜적의 침략에 항거하고, 근왕정신(勤王精神)을 실천하고자 하는 전직 관원이나 그 지역에서 덕망있는 유생들, 그리고 승려들을 중심으로 신분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일어났다. 또한 유사시에 향토방위를 떠맡아 온 전통은 이미 예로부터 계승되어 왔기 때문에 의병부대의 조직은 수월하였고, 이런 지역적·전술적 조건을 이용, 자신들의 세력을 확대함으로써 활동무대도 자연히 넓어지게 되었다. 최초의 의병활동은 경상도 의령(宜寧)에서 곽재우(郭再祐)에 의하여 전개되었고 그 뒤를 이어 전국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나 곳곳에서 기동력을 앞세운 유격전술로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당시 의병의 활약상은 황해도 연안(延安)에서 의병을 일으킨 이정암의 《의병약서책(義兵約誓冊)》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8개항목의 <군율(軍律)>은 의병의 성격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임진왜란 때의 대표적인 의병활동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상도지방에서는 곽재우 외에도 합천(陜川)의 청인홍(鄭仁弘), 경상좌도의 권응수(權應銖), 예안(禮安)의 김해(金垓) 등의 활동으로 일본군의 전라도 침입을 견제하였으며 호남에서는 담양(潭陽)의 고경명(高敬命), 광주(光州)의 김덕령(金德齡) 등이 의병을 일으켰다. 충청도에서는 조헌(趙憲)과 의승군(義僧軍)을 일으킨 영규(靈圭)가 금산(錦山)에서 일본군과 대적하여 전원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전라좌수사 이순신(李舜臣)이 이끄는 막강 수군의 잇따른 승리와 이들 3도 의병의 활약에 힘입어 임진왜란 기간 동안 조선의 곡창인 호남·호서지방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 이 밖에 황해도의 이정암, 함경도 길주(吉州)의 정문부(鄭文孚) 등이 이름을 떨쳤으며, 또한 의병 의에도 승려들로 조직된 의승군으로 묘향산의 휴정(休靜), 호남의 처영(處英), 금강산의 유정(惟政), 해서지방의 의엄(義嚴) 등이 활약하였다. 이같은 의병의 활동과 수적 증대는 당시 관리의 위신이 떨어져 있었고, 또한 서민들이 그들을 불신임했던 결과인 동시에, 의병장들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학식과 덕망을 갖춘 명문거족(名門巨族)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조직적인 활동은 관군이 재기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겼다. [정묘·병자호란] 정묘·병자호란 때 의병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관군의 잇단 패배로 수습하기 어려워진 난국을 타개하는 데 있었다. 즉, 전방에서는 적과 대항하여 싸우고 후방지역에서는 의병을 모집하여 싸움터에 나아갈 태세를 갖추어 관군이 패배한 지역의 공백을 메우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병자호란 때에는 불과 45일 만에 조정이 청(淸)나라에 굴복하자 의병들이 실전에 참가하지도 못한 채 해산되었다. 정묘호란 때의 의병활동은 더욱 맹렬하였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정묘·병자호란중의 의병활동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보다 훨씬 미약하였다. 이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의 정치적 혼란, 경제적 파탄, 사회적 불안 등으로 지배계층과 민중간의 일체감이 약화되면서 응집력이 결여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의병으로는 정봉수(鄭鳳壽)를 중심으로 한 평안도지방의 의병이 적에게 큰 위협을 주었고, 관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과를 거두었다. [조선 말기] 조선 말기 의병은 보수적인 사상가들에 의한 주자학적(朱子學的)인 이단배척(異端排斥)의 이념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거병(擧兵)의 구호로써 토적복구(討賊復舊)를 내걸고 일본제국주의 침략자와 그에 동조하는 개화파 관료를 타도하고 이상적인 구제(舊制)의 재건을 목표로 하였다. 이들에게 개화(開化)란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수단이며, 자기를 잃고 저들에게 동화할 위험(失我化彼)을 안고 있으며 마침내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이 미미한 일본(小日本)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인식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망천하(亡天下)·망국가(亡國家)의 위기에서 절의(節義)하는 3가지 처세, 즉 거병·망명(亡命)·자정(自靖) 중에서 1가지를 선택하게 하였고, 의병에 참가한 유생들은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거병을 택한 지식인들이었다. 이 시기의 의병은 크게 1895년의 제1기 의병과 1905년 이후의 제2기 의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의병> 조선 말 최초의 대규모 항일의병으로서, 1895년(고종 32)의 명성황후(明成皇后) 시해(弑害)와 단발령(斷髮令)이 원인이 되어 일어났다. 을미의병이라고도 한다. 주로 경기·충청·강원도 등 중부지방에서 일어나 남으로 경상도, 북으로 함경도 지방까지 퍼져 나갔다. 대표적인 의병장으로는 이천(利川)과 여주(驪州)의 박준영(朴準英)·김하락(金河洛), 춘천(春川)의 이소응(李昭應), 강릉(江陵)의 민용호(閔龍鎬), 제천(堤川)의 유인석(柳麟錫)·이춘영(李春永), 흥주(洪州)의 김복한(金福漢)·이설, 문경(聞慶)의 이강년, 안동(安東)의 권세연(權世淵)·김도화(金道和), 진주(晉州)의 노응규(盧應奎), 김천(金泉)과 성주(星州)의 허위, 장성(長城)의 기우만(奇宇萬) 등이다. 그 지방의 저명한 유학자를 의병장으로 하여 구성된 의병들은 친일부역자를 응징·처단하고 진압에 나선 관군이나 일본군에 대항하였으며, 일본군의 군용시설과 주둔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의병의 공격목표가 서울·부산·원산 등 일본인이 많이 진출한 도시였다는 사실은 을미의병이 단순히 단발령에 반대하여 일어난 운동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친일정부는 서울의 수비부대를 출동시켜 전국에서 봉기한 의병들을 진압, 해산시키려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한 친러파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을 단행, 친러내각을 수립하였는데, 새 내각은 단발령의 철폐, 적체된 각종 공세(貢稅)의 탕감 등 조처를 시행하여 의병 봉기의 명분을 없애고 의병의 해산을 회유하였다. 그 결과 96년 3월 이후 의병활동은 점차 쇠퇴하였다. 을미의병은 유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척화론(斥邪衛正論)과 존왕양이론(尊王攘夷論)에 입각하여 일정한 한계성을 지녔으나, 조선 말 일본에 대항하여 싸운 최초의 본격적 항일의병운동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제2기의병> ⑴ 을사의병 1905년 을사조약 강제체결을 계기로 구국항일무력전이 일어났는데, 1906년에 그 활동이 활발하였던 까닭에 병오의병(丙午義兵)이라고도 한다. 가장 먼저 봉기한 지역은 원주·제천·단양 등 중부 일대였다. 1905년 9월 원용팔(元容八) 등이 원주에서 의병진을 편성하였으나 활동개시 전 원주진위대(原州鎭衛隊)와 일진회(一進會)의 급습으로 해체되고 말았으며, 이어 정운경(鄭雲慶)이 제천·단양 등지의 의병을 규합하였으나 역시 원주진위대에 의하여 해산당하였다. 한편 안병찬(安炳瓚)·박창로(朴昌魯) 등이 중심이 된 홍주의병(洪州義兵)은 홍주성을 공략, 실패하였으나 그 뒤 민종식(閔宗植) 등이 재차 의진을 조직, 홍주성을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한편 배일운동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최익현(崔益鉉)의 의병진은 활동은 적었으나 의병항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남 일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을사의병으로 신돌석의 의병진과 정환직(鄭煥直)·용기(鏞基) 부자의 산남의진(山南義陣)이 있었으며, 이 밖에도 죽산(竹山)·안성(安城)의 박석여(朴昔汝), 여주(驪州)·양평(楊平)의 이범주(李範疇), 양구(楊口)의 최도환(崔道煥), 홍천(洪川)의 박장호(朴長浩), 예안(禮安)의 김도현(金道鉉), 경주(慶州)의 유시연(柳時淵) 등이 이끄는 의병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을사의병은 을미의병이 해산된 뒤 은거중이던 의병장들이 전국 각지에서 의병들을 다시 규합한 것으로, 무기와 편제가 조잡하고 훈련이 부족하여 신무기와 조직적인 훈련으로 무장한 일본군을 당해내지 못했으나, 점차 확대·발전되어 정미의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⑵ 정미의병 고종의 강제퇴위, 정미칠조약체결, 군대해산을 계기로 거국적인 구국항일무력전이 일어났는데, 이를 정미의병이라고 한다. 1907∼1910년 사이에 계속되었으며, 1908년 최고조에 달하였다. 정미의병은 한국군대의 강제해산이 도화선이 되어 각 지방에서 해산군인들이 봉기함으로써 촉발되었고, 전국적으로 확대·발전하였는데, 어느 정도의 조직과 무기를 갖추고 대규모적인 항전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전국의 의병을 규합, 13도창의군을 결성하고 서울진공작전을 시도하였으나, 동대문외곽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패한 뒤 대규모 의병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자 소규모 유격활동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다가 1909년 일제의 <남한대토벌작전>으로 점차 그 기세가 꺾이고 국내활동이 어렵게 되자, 만주로 근거지를 옮긴 의병과 합세, 항일독립군의 모체가 되었다. 정미의병은 참여계층의 다양화로 전면항일전의 성격을 띠었고, 무기와 편제가 정예화하여 전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의병진이 점차 소규모화, 다원화되어 산간지대를 근거로 효과적인 유격전술을 벌일 수 있었다. 출전 : [한메파스칼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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