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대] 부산항의 역사 4 (부산)
부산항의 역사 4 조선시대 3 해염장(海鹽場) 해염장으로 적합했던 부산의 해안지역 우리 나라에는 암염(岩鹽)이 생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부터 해염(海鹽)에 의존해 왔다. 그 해염을 얻기 위해 바닷물을 증발시키려면 석탄이나 석유 또는 장작같은 연료를 써서 증발시킬 수도 있지만 바닷물을 염전(鹽田)으로 끌어들여 천일(天日 :햇볕)로 증발시키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천일염전은 남쪽의 더운 지방이 수분을 증발시키는데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 국토의 남쪽 지방인 부산 해안에는 옛부터 염전이 많았다. 그 옛이란 고려때부터로 여겨진다. 향토사를 연구한 수영의 최한복(崔漢福)씨가 선산 김씨 가보(善山金氏家譜)를 인용한 《수영유사(水營遺史)》에 의하면, “김가행공(金可行公)은 전임 동래현령으로 염장관(鹽場官) 박중질(朴仲質)과 참찬(參贊) 박위(朴威)와 더불어 고려 왕씨조(王氏朝)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을 당하고 집안이 분산망명 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염장관이란 말로 보아서는 고려때 이미 나라에서 경영하는 해염장이 이곳에 있었던 것 같다. 이 해염장은 고려 충렬왕 25년(1299), 현재의 전매제(專賣制)와 비슷한 각염법(각鹽法)을 제정하여 사사(私事)로 소금을 굽는 염분(鹽盆)을 나라에서 환수하여 국유로 삼았다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해염장으로 적지였던 부산에는 고려때부터 나라에서 관장하는 염장이 있었다는 것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부산에 있었던 염장 기록이 뚜렷한 것은 15세기 전기 무렵을 밝힌 《경상도 지리지》부터다. 그 지리지에 의하면 동래현에 관청(국가)에서 경영하는 공염분(貢鹽盆) 23좌(坐)가 있고, 부산포처치사(釜山浦處置使) 관장으로 경상좌도 수군에 소요되는 소금을 굽는 염분(鹽盆) 1좌가 있고, 해운포 만호영 관장의 염분 1좌가 있다고 했다. 동래현의 속현인 동평현에는 관청에서 경영하는 공염분 30좌, 개인소유의 사염분(私鹽盆) 2좌, 부산포 군수염분(軍須鹽盆) 7좌, 다대포군수염분 1좌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염분이라는 것은 염부(鹽釜)라고도 하는데 바닷물을 천일(天日)로 증발시켜 졸인 간수를 가마(釜)에 부어 화력으로 다시 물기를 증발시키는 큰가마를 말한다. 부산에 있었던 염장(鹽場)의 염분(鹽盆)들이 수군인 부산포처치사영이라든가 부산포, 해운포, 다대포 만호영(萬戶營)들이 가진 것은 염전과 염분에 소요되는 인력을 수군 군사가 맡아 거기서 생산된 소금으로 군량(軍糧)과 군기(軍器)를 조달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이 무렵의 수군은 염전 염분 뿐 아니라 어장(漁場)도 가져 그 어장에서 잡은 고기와 어패류 해조류를 곡식으로 바꾸거나 팔아서 군이 필요로 하는 경비에 충당했다. 앞서 말한 《경상도지리지》 이후인 15세기 후기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지리지》에는 염분이 동래현의 동쪽 우비오리(于非吾里)와 남쪽의 노리(老里)·전포리(田浦里)·장림리(長林里)·부산포(富山浦)· 장술포(長述浦)의 6개처에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재의 부산 바닷가는 소금밭이 곳곳으로 있은 것이 된다. 그렇게 바닷물을 이용해서 소금을 만드는 일은 조선조 후기에도 계속되었다. 조선시대 말에 편찬된 《동래부읍지》에는 염분이 동면(현 해운대구) 23좌(坐) 남촌면(현 남구·수영구) 31좌, 부산면(현 부산진구·동구 중구·서구·영도구) 4좌, 사하면(현 사하구) 7좌가 있었다. 이 통계는 김해에서 부산으로 편입된 강서구의 염장은 들어 있지 않다. 그곳까지 합하면 그 염분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볼 때 이곳 부산은 고려이후 조선조말까지 소금을 생산하여 국내 수요에 제공되었다. 그러나 광복 이후까지 남아 있거나 자취가 남아 있었던 염장은 남구 용호동의 분포염장(盆浦鹽場)과 강서구의 명지염장(鳴旨鹽場) 두 곳이었다. 이 두 염장은 지세변천에 따라 장소가 옮겨져 가면서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분포염전(盆浦鹽田) 조선시대 남구의 용호동 염전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그 처음은 지금 대연동에 속해 있는 석포(石浦)마을에서 시작되었다. 그때의 석포마을은 남촌면(현 남구) 유일의 평지가 되어 육지의 초원지대는 석포목장이 되어 있었고, 바닷가는 염전이 개발되어 있었다. 그러나 황령산에서 홍수때면 물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토사(土沙)로 동쪽 바다가 메워져갔다. 말하자면 지금의 대연동 동쪽과 용호동 북쪽은 황령산에서 내린 토사로 바다가 메워져 생긴 지대다. 그에 따라 염전도 동쪽인 지금의 용호동(지금은 일부지역이 대연동에 편입되었음)에는 소금을 굽는 염분이 산재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용호동 북쪽과 대연동 동쪽 지역을 염분인 분(盆)이 있는 개(浦口)라고 ‘분개'라 했다. 1740년 발간의 《동래부지》의 남촌면에는 용호리란 이름의 마을은 없고 분포리(盆浦里)란 이름의 마을이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 분포염전에는 조선시대 24개의 분이 있었다. 한일합방 직전에는 6개소의 염전구역으로 정리되었다. 그 중심지가 지난날 동국제강이 자리잡은 지역이었다. 1910년 조선총독부 발행의 《재정통계연보(財政統計年報)》에 의하면, 일제강점 1년 전인 1909년의 이곳 분포(盆浦)염전에서 1년간 제염한 양은 44만2백6근이다. 이 기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제(日帝)는 일제강점 이전에 분개염전의 생산성이 좋은 것을 알고는 일본 통감부(統監府)가 시험제염 용호출장소(試驗製鹽龍湖出張所)를 설치하여 염전을 자기들 손아귀에 넣기 시작했다. 그 동안 염전을 일구어오던 분개마을민은 시험제염 용호출장소란 이름을 내건 일본인에 염전이 빼앗겨 갔다. 일제강점이 되고 일본이 이 나라를 강점하고 있던 36년 그 사이 염전이 완전히 그들 일본인 손으로 넘어가고 우리 주민은 그 염전의 고용살이로 전락했다. 그 때의 제염방법은 분포의 포구에 시설을 갖춘 염전의 모래속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햇빛으로 물기를 증발시킨 뒤 모래속의 염분을 바닷물로 걸러내었다. 그렇게 걸러낸 물은 염도17도(보통 해수는 3도반)의 간수물이 되었다. 이 간수물을 60말(斗)들이 분(盆)에 넣어 석탄 반톤으로 6시간 정도 끓이면 소금 3가마니 반이 나왔다. 1945년 광복후에도 소금은 전매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광복후는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제조된 소금 8할까지 정부고시가격으로 전매청에 납품을 해야 했다. 그러한 불리한 조건 때문에 제염 종사자는 의욕을 잃고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염전과 그 주위 약 2만평이 택지로 조성되었다. 동국제강이 약 1만평을 사들여 공장을 세웠다. 그에 따라 옛 분개염전은 주택지와 공장지대로 바뀌었다. 명지염전(鳴旨鹽田) 강서구의 명지동(당시는 鳴旨島)에 있던 사염장(私鹽場)이 정부관리의 공염장(公鹽場)으로 바뀐 것은 1731년(영조 7)이었다. 그해 삼남(三南)지방에 흉년이 들어 소금을 만들어 곡식을 얻게 하는 흉년구제방법으로 조정에서 특진관(特進官) 박문수(朴文秀)를 보내 사염장을 공염장으로 바꾸었다. 그뒤 1743년에는 조정에서 경영 관장하는 산산창(蒜山倉)이 설치되어 조정에서 내려온 별장(別將)이 명지공염장을 관리하게 되었다. 이때 명지에서는 한해 3천섬의 소금이 생산되었다. 그뒤 조정에서 보낸 별장이 관장하던 명지염장은 김해부사가 관리하게 되었다가 경상감사(慶尙監司) 관리로 넘어갔다. 이렇게 책임 관리자가 바뀐 것은 관리자가 관권을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게 되어 그 폐단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다고 관을 빙자한 부정은 그치지 않았다. 1787년의 예만 보더라도 소금 한 섬의 가격은 2냥(兩)이었는데 공염장을 관리하는 관리는 사염장이 소금을 팔지 못하게 한 공염 독점시기를 이용해서 11양까지 올려 받았다. 이러한 폐단으로 명지의 공염제도는 시작한 지 88년만인 1819년(순조 19)에 폐지되었다. 공염장이 폐지된 이후의 명지염장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사염장으로 바뀌었을 것은 사실이고, 그 사염장은 부상(富商)들에 의해 운영되면서 그에 따른 세금을 정부와 관계 요로에 바쳤을 것이다. 그것은 1895년 편찬된 《김해읍지(金海邑誌)》가 녹도(綠島)의 염민(鹽民)이 염세전(鹽稅錢) 5백량을 중앙의 호조(戶曹)에 납부하고, 경상우수영에 백합염(白蛤鹽) 11말 값으로 33냥과 염곽대금(鹽藿代金)으로 19냥5전을 납부하고, 김해부에 침장염(沈醬鹽) 한 섬을 1냥으로 쳐서 대금으로 납부했다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제염은 계속되어 명지염장에서 생산된 소금은 구포를 거쳐 낙동강 강류를 따라 올랐고 일부는 하단포(下端浦)를 거쳐 부산으로 운송되었다. 이때 낙동강 상류로 오른 소금은 나락(벼)으로 바뀌어 구포로 와서 정미소에 넘겨졌다. 그러나 8·15광복 이전인 1935년에 명지염전은 휴업을 하게 되었는데 휴업 이전까지만 해도 연 생산량은 60㎏들이 10만 가마(叭)였다. 광복 후에는 최종호(崔琮浩)·김명수(金明守)·김민두(金敏斗) 등 50여명이 명지염장의 부활을 위해 노력한 결과 배가 되는 20만 가마나 생산했다. 1백20정보(町步)에 이르는 대 염전에 남녀 종업원이 4천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얼마 되지 않아 제염장은 폐장이 되고 말았다. 그날의 명지도 남쪽 대마등도로 향하는 넓은 사장에 펼쳐진 염장지대는 그뒤 전답(田畓)으로 개간되어 농경지로 바뀌었다. 《태종실록》은 소금은 오곡 다음 가는 중요한 것이라 중시하고, 낙동강 연변 사람들은 명지소금 먹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만큼 낙동강 주위에서는 배로 실려가는 명지소금에 의지해 살았다. 조선후기의 대일외교 대일외교의 창구(窓口) 부산포 임진왜란(1592년)에 이어 정유재란(1597년)을 일으킨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1598년) 왜군이 물러남으로써 7년에 걸친 전쟁은 끝났다. 일본은 豊臣이 죽자 그 아들 豊臣秀賴(도요토미 히데요리)를 관백(關白 :막부의 최고위직)으로 받들고 여러 장수들이 그를 보좌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권은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이 쥐고 있었는데 그 德川은 전쟁이 끝난 이듬해부터 조선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대마도 도주(對馬島 島主) 宗義智(소오요시모도)를 시켜 여러 차례 화호(和好)를 요청하는 사신을 보내어 국교(國交) 재개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조선은 전란을 치른 직후였기 때문에 반왜(反倭) 감정이 격화되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603년(선조 36)에는 德川家康이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이 되어 江戶(에도 :현 東京)에 德川幕府(도꾸가와 바꾸후)를 개설했다. 그와 함께 수호(修好)를 재촉했다. 일본의 수호(修好) 요청이 거듭되자 조선정부는 일본의 참뜻을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1604년(선조 37) 송문욱(宋文彧)을 탐적(探賊) 정사(正使)로 삼아 사명당(四溟堂) 승 유정(僧 惟政)을 대동케 하여 전쟁 중에 포로로 잡혀간 우리나라 사람을 송환하기 위한 교섭이란 명목으로 일본에 파견했다. 사신 일행은 대마도에 이르러 전쟁중에 잡혀간 사람을 남김없이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대마도 도주 宗義智는 그의 가신(家臣) 柳川調信(야나가와 시게노부)를 江戶에 보내어 德川家康에게 이 사실을 전하도록 했다. 德川은 宗義智에게 사신과 함께 오게 했다. 德川 자신도 江戶에서 伏見城(후시미성)으로 내려와서 사신 일행을 정중히 맞았다. 이에 우리 사신 일행은 德川을 만나 일본의 침략행위를 꾸짖고 국교재개의 사전 조건으로 德川家康의 국서(國書)를 우리 정부에 보낼 것과 범릉적(犯陵賊 :성종의 陵과 중종의 능을 발굴한 왜적을 말함)을 포송(捕送)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 德川은 지난날의 조선침락 때 자신은 관여하지 않아 조선과 나와는 수원(讐怨)이 있을 수 없고 그 책임은 豊臣에게 있다고 조선과의 화호(和好)만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포로로 잡혀간 3천명을 송환토록 했다. 우리 사신은 이듬해 송환되는 포로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화호(和好)요청에 대한 본뜻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화의(和議) 그 자체만은 쉽게 이루어질 성질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신이 오고가는 길은 부산포였고, 그들 사신이 그들의 뜻을 전하는 곳은 동래부 부사거나 부산진 첨사였다. 그 뒤 대마도 도주가 또다시 사신을 보내 화의를 요청해 오자 정부의 중론은 德川이 豊臣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이상 德川이 사죄하고 화의를 청한다면 굳이 일본을 원수로 대할 것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1606년(선조 39) 조선정부는 일본이 진실로 화의(和議)를 원한다면 범릉적(犯陵賊)을 색출하여 조선으로 보내라는 내용의 답서를 부산첨사 김계신(金繼信)에게 주어 일본에 보내도록 했다. 대마도는 산지(山地)로써 경작지가 적어 그 생계방편을 조선과의 상거래 무역의 왜관에 의지하는 바 컸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조선과의 국교가 끊어지자 어려움을 겪던 참이었다. 대마도는 조선에서의 서신을 받자 곧 두 사람의 범릉범을 잡아 보내었다. 그들이 보낸 범릉범을 진범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일본이 성의를 보이는 이상 더 고집할 수도 없었다. 조선정부는 일본의 강화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의논이 모아졌다. 1607년(선조 40) 1월 정사(正使)에 첨지(僉知) 여우길(呂祐吉)·부사(副使)에 교리(校理) 경섬(慶暹)·종사관(從事官)에 정호관(丁好寬)으로 구성된 회답 겸 쇄환사(回答兼刷還使)를 보내기로 했다. 그 일행은 267명이나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609년(광해군 1)에는 일본 사신 玄蘇(겐조오)와 柳川調信(야나가와 시게노부) 등 일행 300여명이 3월 22일 부산에 도착했다. 그들은 부산에서 우리측의 선위사(宣慰使) 이지완(李志完)·훈도(訓導) 김효순(金孝瞬)과 구체적으로 토의하기 시작하여 6월 28일 모든 안건의 합의가 이루어져 조약이 체결되었다. 이것이 임진왜란 뒤 일본과 맺은 최초의 조약으로 전문 13조에 달하는 「기유약조(己酉約條)」였다. 이 「기유약조」로 그 동안 폐쇄되었던 왜관이 17년 만에 다시 열려 대마도와의 교역(交易)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뒷날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하여 통신사(通信使)가 왕래하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 이후로 일본 사신은 서울까지 가지 못하고 부산(동래)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어 부산이 일본과의 외교 창구가 되었다. 통신사(通信使)의 왕래와 부산 임진왜란이 끝나고서 17년 뒤가 되고 「기유약조」를 맺은 지 6년 뒤가 되는 1615년(광해군 7)에는 대마도 도주 宗義智(소오 요시모도)로부터 德川家康(도꾸가와 이에야스)가 大阪城(오사카성)을 쳐서 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후예를 멸망시킨 것은 조선으로 보아서도 경사스런 일이라 하여 조선 사신의 일본방문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617년(광해군 9) 회답사로 정사 오윤겸(吳允謙)·부사 박재(朴梓)·서장관 이경직(李景稷) 등 일행 등 428명을 일본에 파견하게 되었다. 이들은 부산을 떠나서 대마도를 거쳐 伏見城(후시미성)에 이르고, 그 伏見城에서 德川幕府의 제2대 장군(將軍) 德川秀忠(도꾸가와 히데다다)를 만나고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 갔던 우리나라 사람 150여명을 데리고 귀국하였다. 이 이후 두 나라 사이의 수호는 본 궤도에 올랐다. 일본에 관백(關白 :막부의 최고위직인 장군)이 새로 세습으로 취임하면 의례 대마도 도주의 요청이 있고, 그 요청에 따라 통신사를 파견하는 것이 상례가 되었다. 이 통신사란 호칭은 1636년(인조 14)부터가 되는데 1811년(순조 11)에 이르기까지 190여년 사이 전후 12차에 걸쳐 회답사 또는 통신사가 보내졌다. 이렇게 조선과 일본과의 교린(交隣) 관계 실무는 동래부사와 대마도 번주(藩主 :島主)가 담당하였다. 이 통신사 왕래는 일본의 제3대 장군 德川家光(도꾸가와 이에미쯔)의 습직(襲職)의 때 통신사 방일을 요청해 와서 정사 정립(鄭?)·부사 강홍중(姜弘重)이 일본으로 1624년(인조 2)에 파견되었고, 1636년(인조 14)에는 德川家光이 교린(交隣)의 정성과 신의를 알고 싶다 해서 제4차로 정사 임광(任圖)·부사 김세렴(金世濂)이 일본으로 파견되었다. 제5차가 1643년(인조 21)·제6차가 1655년(효종 6)이었다. 그렇게 간 통신사는 1763년(영조 39)에 제11차로 정사 조엄(趙樟)·부사 이인배(李仁培)가 제10대 장군 德川家治(도꾸가와 이에하루)의 습직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될 때까지는 조선 사신이 江戶(에도:현 東京)까지 갔다. 그 뒤 1811년(순조 11) 제12차로 갔을 때는 정사가 김이교(金履喬)였는데 이 때는 일본측의 사정이라 하여 江戶까지 가지 않고 대마도에 갔을 따름이다. 이 통신사가 갈 때의 일행은 대규모로 그 인원수가 아주 많았다. 정사·부사·종사관·당상(堂上)·상통사(上通詞)·제술관(製述官)·양의(良醫)·화원(畵員)들을 비롯해서 군관(軍官)·서기(書記)·전악(典樂)·이마(理馬)·배소동(陪小童)·도훈도(都訓導)·소통사(小通詞)·사령(使令)들이 따랐으며 취수(吹手)·도수(刀手)·기수(旗手)·악수(樂手)·쟁수(錚手)·고수(鼓手)·창수(槍手)·총수(銃手)들에 선장(船將)·격군(格軍) 270명까지 합하면 577명에 이르렀다. 이 사행(使行)은 서울에서 편성을 완료하고 부산에 와서 정해진 날짜에 출발하였다. 사행원(使行員) 가운데의 격군(格軍)은 부산에서 편성했다. 통신사가 타는 배는 통영(統營)에서 만든 대선 2척·중선 2척·소선 1척과 좌수영(左水營)에서 만든 중선 1척·소선 1척으로 도합 6척의 배에 나누어 탔다. 통신사 일행의 출발은 지금의 동구 범일동 성남초등학교 부근에 있었던 영가대(永嘉臺 :1904년 경부선 철도가 부설될 때 그 일부가 없어졌다가 1910년대 후기에 완전히 없어졌음) 선창에서 였다. 출발에 앞서 용신제(龍神祭 :海神祭라고도 했음)를 지내 항해의 안전을 빌었다. 용신제는 일반제사와 같이 근신(勤愼)과 목욕제계로 엄숙했다. 용신제를 지낸 이른 아침 선박 6척으로 통신사 일행은 출범(出帆)하게 되어 있었다. 이 통신사 일행은 대마도에 상륙하여 이어 壹岐島·藍島를 거쳐 赤關(현 下關)에 상륙하고 다시 瀨戶內海를 향해했다. 이어 牛窓·室津·兵庫에 기항하고 大阪에 상륙했다. 이 大阪에서 다시 배를 이용하여 京都 남쪽인 淀에 상륙했다. 이 淀에서 江戶(현 東京)까지는 육로길이었는데 이 육로는 약 2주간이 소요되었다. 김석희(金錫禧) 교수의 《조선 후기 통신사에 대하여(한일관계 학술강연회 요지 :1991년)》에 의하면, 일본의 彦根에서 大垣·名古屋을 거쳐 東海道로 접어들어 江戶로 가는 사이 건너야 할 여러 강이 있었는데 그 강에는 배를 연결한 주교(舟橋)를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木曾川의 경우에는 275척의 배를 띄워 그 위에 3,036장의 판자를 깔았다고 한다. 1719년(숙종 45)에는 우리 통신사 일행이 대마도에서 壹岐로 나아갈 때는 통신사 선단(船團)을 이끌어 갈 예인선(曳引船) 144척이 동원되고 연안에는 수십척의 경비선이 배치되었는데 그때 동원된 수부(水府·人夫)는 3,060명에 이르렀다. 일행을 선도·호위하는 데는 대마도의 번사(藩士) 800명과 각 번(藩)에서 동원된 가마의 교군과 인부가 2,600명, 말 800여필(匹)의 대행렬이었다. 일본에서 조선 통신사가 지나갈 때는 사람의 귀천을 막론하고 길가에 정지시키고 큰소리를 내거나 크게 웃거나 손가락질을 하지 못하게 했다. 남녀가 서로 섞여 있지 않도록 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했다. 그것은 그렇게 하라는 시달을 막부에서 포고(布告)로 알려 두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江戶城에 이른 뒤의 접대는 융성하기 짝이 없었다. 막부(幕府) 장군이 참가한 의식에서는 막부의 고관과 각 번주(藩主 :諸侯)들이 두루 참가하였고 호화롭고도 풍성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일본측이 그렇게 예를 갖추는 것은 막부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고자 하는 배려와 함께 정권의 안정을 보이고 교린관계를 유지하려는 명분적인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이 통신사의 왕래가 190년 사이 12차례라면 평균치는 16년만의 한차례가 된다. 통신사 왕래를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양국간의 선린외교로 평화를 유지케 하고 문화교류를 활발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양국교류에 있어서 실무를 담당한 것은 조선측으로서는 동래부가 되고 일본측으로서는 대마도가 되었다. 조선 국내에서는 사신의 행렬이 지나갈 때의 노정(路程)을 중간지대의 민폐를 고루 부담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는데 3가지 노정으로 교대하게 했다. 하지만 어느 노정으로 오고가건 국내에서 오고 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지역은 부산이었다. 그래서 통신사의 파일(派日)이 있는 해는 동래부사·부산첨사·경상도관찰사는 정부에 호응하여 관아의 이속(吏屬)과 군속(軍屬)들을 부리고 지방민의 협조를 얻는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반면 부산지역주민은 재정적 출혈과 부역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신사가 타고 갈 배를 건조(建造)해야 하고, 갖가지 물품이 조달되어야 하고, 사행원(使行員)의 무사 출발과 귀환에 마음을 써야 했다. 출항 때 일기불순으로 바다의 사정이 좋지 않으면 언제라는 기약도 없이 부산포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렇게 머무는 인원수는 이곳에서 가는 사행선만이 아니었다. 대마도에서 마중으로 온 호행차왜(護行差倭)의 배와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이곳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태풍을 만나 항해 도중에서 귀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통신사행은 조선과 일본 사이의 명분과 체면에서도 관계가 있었다. 그만큼 정부에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통신사행의 잘 잘못에 따라 사행원(使行員)과 지방관들이 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통신사행이 있는 해의 부산은 사람으로 붐비었고 손님맞이의 조심과 갖가지 부담이 떠맡겨진 채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위역관(問慰譯官)과 대마도 조선 후기에는 통신사의 파일(派日) 이외에 조정의 예조참의(禮曹參議) 명의로 대마도 도주에게 보내는 사절(使節)이 있었다. 이 사절은 대마도와의 외교 현안을 다루는 실무적 사행(使行)이었기에 문위역관(問慰譯官)이라 했다. 이를 역관사(譯官使)라고도 했는데 사역원(司譯院)의 일본어 통역관인 왜학역관(倭學譯官)이 정사(正使)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문위역관은 1636년(인조 14) 역관(譯官) 홍희남(洪喜男) 일행의 파견을 계기로 1860년(철종 11)까지 224년 사이 54차에 걸쳐 파견되었다. 이 문위역관이 통신사보다는 일본의 실정을 파악하고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하자면 대마도가 대일외교의 창구가 되었고 대변자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조선의 사정에 어두운 德川幕府는 통신사의 내방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외 조선과의 외교나 무역에 관해서는 대마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문위관을 파견할 때도 수행원이 많았다. 당상역관(堂上譯官)·당하역관(堂下譯官)·군관(軍官)·반당(伴?:신변 보호를 위해 데리고 다니는 하인 :이즈음의 경호원)·수배(隨陪)·선장(船將)·도훈도(都訓導)·서계색(書契色)·예단색(禮單色)·주방색(廚房色)·호방색(戶房色)·소동(小童)·소통사(小通詞)를 비롯해서 사령(使令)·취수(吹手)·기수(旗手)·수척(水尺)들에 격군(格軍) 30명을 합하면 89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두 배(船)에 나누어 타고 대마도로 갔다. 이 역관일행이 오고갈 때는 반드시 대마도의 사자(使者)가 와서 호송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간 역관사의 대마도 체류는 짧으면 반달, 길어질 때는 4개월이나 되었다. 체류기간 중의 외교적 교섭은 물론 수차례의 의식(儀式)이 행해졌는데 하선연(下船宴)·별연(別宴)·상선연(上船宴)·서계다례(書契茶禮)·이정암다례(以酊菴茶禮)·만송원다례(萬松院茶禮) 등 6회의 향응접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다례 후에는 음식자리가 베풀어졌는데 통신사 일행에게 접대하던 일본 최고의 요리였다. 접대비용 일체는 대마도에서 부담했다. 역관사의 파견이 가장 빈번했던 때는 무역이 활발하여 대마도의 재정이 풍부했던 17세기 중엽부터 말기까지였다. 이 문위관의 대마도 파견에는 우호적이며 화려한 면도 있었지만 실제 교섭에 있어서는 상호간의 이해가 대립되어 조절이 잘 안 되어 마찰을 빚는 때도 있었다. 이 문위역관의 파견은 평균치로 하면 4년만의 1회가 된다. 이도 부산의 영가대에서 해신제(海神祭)를 지내고 날씨가 고른 날에 출범(出帆)을 해야 했다. 이 역관 사행(使行)도 서울에서 내려왔지만 부산 현지에서 나가는 인원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고 대마도에서 이쪽 사신을 호송하기 위한 배들도 들어왔다. 통신사 행차와는 규모가 적다 해도 문위역관이 떠날 때도 당시의 동래부 관원이나 지방민은 그 모든 편의를 이 사행에 제공해야 했다. 당시의 동래부는 외교 일선이라 하지만 그에 수반된 어려움과 부담도 많았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 
|
 [근대] 부산항의 역사 5 (부산) |
 [근대] 부산항의 역사 3 (부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