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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개항 (민족)
개항(開港) 특정한 항구를 열어 외국선박의 출입을 허용하는 일. 이러한 일반적 의미 이외에 역사적 의미는 쇄국 정책을 지양하여 외국과 국교를 맺고 통상 관계를 가지게 되는 역사 전개를 뜻한다. 쇄국양이정책(鎖國壤夷政策)을 취해 오던 조선이 개항하게 되는 것은 1876년(고종 13)에 체결된 강화도조약에 의해서이다. 쇄국에서 개항으로의 전환은 역사적 필연의 결과로 이뤄졌다. 종래에는 조선의 개항에 대해 근대 일본의 무력적인 포함외교(砲艦外交)에 굴복한 것으로만 이해되었다. 즉, 외세에 의해 개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피동적인 역사의식이 주로 였다. 그러나 조선의 개항은 근대 일본의 무력 교섭이라는 외래적 계기와 더불어 민족사회 내에 자라고 있던 대외 개방의 내재적 계기가 작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개항에 앞선 개방의 내재적 계기의 싹은 조선 후기의 서학도(西學徒)와 북학론자(北學論者)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정부 당국에 의해 박해와 탄압을 받아 온 천주교인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서구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조 때의 유항검(柳恒儉)의 양박청래(洋舶請來)의 공작이나 순조 때의 황사영(黃嗣永)의 백서사건(帛書事件), 헌종 때 김대건(金大建)의 통교 건의, 그리고 고종 때의 홍봉주(洪鳳周)·남종삼(南鐘三)의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아책(防俄策)에 담겨진 조선과 프랑스와의 국제적 연계의 건의 등이 그것이었다. 서학도의 의도는 비록 신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데 있었지만, 대외 개방의 가능성을 보여 준 맹아적(萌芽的) 움직임이었다. 개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재적 계기는 북학론자의 학문 속에 자라고 있었다. 정주학적(程朱學的) 가치관이 이념화된 봉쇄사회에서 기술문화와 서구 세계와의 연계를 적극 주장하고 나선 것은 박지원(朴趾源)·박제가(朴齊家) 등의 북학론자와 실학의 집대성가로 일컬어지고 있는 정약용(丁若鏞)이었다. 박지원은 북학의 필요성을 깨우쳤으며, 박제가는 역산(曆算)·농상(農桑)·의약·건축·채광·조함(造艦)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서양인을 초빙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정약용은 천문역상설(天文曆象說)·농상수리기계(農桑水利器械)·측량추험법(測量推驗法)의 도입과 활용을 적극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북학론자의 활동은 순조 때의 서학에 대한 전면적 금압정책으로 말미암아 제약을 받아 위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금압정책을 실시했다 할지라도 대외 개방의 주장은 선각적인 지식인의 학문에 이어지고 있었다. 순조 때의 이규경(李圭景)은 외국과 개시(開市)하고 교역하는 일은 서로의 도움이 되는 일이며, 결단코 해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중국은 서양과 통교하며 공사간에 큰 이익을 얻고 있으니, 우리도 동남아시아에 출입하는 서양 선박인 동남번선(東南番船)과 통교한다면 크게 이득을 얻을 것이라며 개항을 적극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서양과 통교하면 수년 안에 금수(禽獸)의 지역이 될 것이라는 척사론자(斥邪論者)의 주장에 대해, 선별적 수용에 의한 주체적 개방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최한기(崔漢綺)는 독특한 기(氣)의 철학을 펴 변통과 혁구(革舊)의 필요를 주장하고, 사무(事務)와 수용(須用)의 실학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제창하며, 사교가 만연할 것이라고 우려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서양과 통교하여 취용(取用)에 힘써야 하고, 개항하여 해박(海舶)으로 주유(周遊)하게 하고 유용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서적 번역이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외 개방 자세를 취하였다. 이들의 쇄국 지양과 대외 개방의 주장은 선각자의 학문적 주장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학론자에서 시작된 대외 개방 의식은 고종 초 박규수(朴珪壽)에 의해 조선 정부에 작용될 수 있었다. 북학자 박지원의 손자이며 북학의 전통을 이은 박규수는 여러 차례 부경사대사신(赴京事大使臣)으로 청나라의 수도 연경(燕京 : 北京)을 드나들며 비교적 널리 세계 대세에 접할 수 있었고, 정치적 대외 개방의 필연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역관 오경석(吳慶錫)은 연경을 자주 내왕하면서 새로운 세계 정세를 체험하고 개항의 필요성을 깨우쳤으며, 신헌(申櫶)을 중심한 조선측 대표단의 반당(伴貴)이던 강위(姜瑋)도 대외 개방 의식을 가졌던 실학자 김정희(金正喜)로부터 개방의 필요성을 인식한 인사로 박규수와 기맥을 통하던 선각 지식인이었다. 협상 막후의 막료인 이들 개화 의식 소유자들과 정부 밖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박규수의 노력이 있어, 일본의 통교 요청을 수락할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마침내 강화도조약의 체결을 보았던 것이다. 조선이 쇄국 정책을 지양하고 개항한 역사적 전환은 내재적 계기의 작용도 있었으나, 일본의 침략적인 군사 외교의 외래적 계기가 더 컸으므로 불평등한 조약으로 이뤄져 한국 근대사 앞날은 결코 순탄할 수 없는 독소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참고문헌≫ 韓國의 開國과 國際關係(董德模, 서울大學校出版部, 1980), 近世朝鮮開國外交史-鎖國政策과 開國의 經緯-(李鍾澤, 法政論叢 1, 中央大學校, 1955), 實學과 開化思想의 聯關問題(金泳鎬, 韓國史硏究 8, 1972), 修好通商條約의 締結과 開港場(李鉉淙, 韓國開港場硏究, 一潮閣, 1975), 開港初期의 政治思想狀況(金敬泰, 梨大史苑 15, 1978), 韓國近代文化의 西歐的基礎(李元淳, 韓國史學 1,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 <이원순>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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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개항 (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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