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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난초반 44번 최우인 역사적 맥락에서 본 나의 삶
민주화에의 열망과 함께 태어난 나 박정희 독재 왕국 시대도 18년으로 막을 내리고, 이 땅에도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가 움트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와 '피로 물든 광주의 한'으로 시작한 1980년대. 이 땅에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갈등과 복잡함 속에서, 1984년 12월 5일 수요일 나는 동대문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에서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났다. 거짓말은 도둑질이랑 똑같아! 우리 엄마는 나를 매우 엄하게 키우셨다. 조금 잘못해도 꾸중을 듣는 일은 예사였고, 치명적인 잘못(?)을 했을 때는 가차없이 맞았다. 그리고 특히 엄마가 강조하셨던 것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엄마와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부터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머리속에 선명하게 기억되는 엄마의 목소리, '거짓말은 도둑질이랑 똑같아!'. 인신매매 공포 내가 한창 피아노 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1990년, 세상이 온통 '인신매매'로 떠들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워낙 겁이 많고 머리속은 언제나 수심이 가득한 우리 엄마는 나를 13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보이는 유치원에 보내시고는 항상 나를 지켜보셨다. 그리고 그 때는 피아노 학원도 항상 엄마의 손을 잡고 다녔다. 그 전까지 혼자 다니는 길이 심심하기만 했던 나는 엄마의 걱정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마냥 좋기만 했다. 특별한 기억 - 러시아 여행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1992년에 삼성물산에서 수산물 무역을 담당하시던 아빠께서 러시아로 발령을 받으셨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이산의 아픔(?)을 가져야 했던 때다. 그리고 아픔의 대가였던지, 당시에 보통 사람들이 많이 가보지 않았던 러시아라는 나라를 잠시 여행하게 되었다. 외국을 여행할 때 필요하다는 여권을 받아들고는 신기한 듯 한 장 두 장 넘겨보던 나는 여권에 보라색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독립국가연합을 여행할 때 필요한 '특정국가 여행신고' 도장이었다. 그러나 처음에 갈 때 찍었던 이 도장은 공산당이 붕괴되고 러시아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두번째와 세번째 갈 때는 찍지 않아도 되었다. 해외 여행이라곤 난생 처음 가는 것이었는데, 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본 러시아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우리보다 생활 수준이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빠가 살던 도시는 극동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시간 떨어진 '나호드카'라는 도시였다. 공산당이 붕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여서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아직 곳곳에는 옛 공산당의 흔적이 남아있는, 약간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어린 나에게도 느껴졌다. 김일성 사망? 그럼 통일되는거야? 초등학교 4학년때, 한창 더웠던 7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집에 가기 위해 친구들과 학교 정원에 모여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야, 김일성 죽었대!"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주변은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그럼 우리나라 통일되는거야?" 과거 우리 부모님이 받았던 반공 교육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공산주의는 좋지 않고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다'라고 배웠던 나는 김일성만 없으면 우리나라가 통일되는줄 알고 뛸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아빠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이 얼마나 멍청한 것이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의 해후 - 그러나 불안했던 보름 우리 가족의 두번째 이산의 아픔은 내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97년에 있었다. 아빠가 일본으로 연수를 가시게 된 것이다. 역시 아픔의 대가로 우리 가족은 헤어진지 6개월만에 일본에서 감격스런 해후를 할 수 있었다. 1997년 8월 2일 도쿄에 도착한 우리는 며칠 후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NHK 방송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왔던 우리는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름 후면 대한항공 비행기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일본에 혼자 남아 있을 아빠도 표시는 않으셨지만 매우 불안해 하시는 눈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면세품을 팔면서 10만원짜리 수표를 받지 않는 승무원들에게 '사고 잦은 대한항공 한국 사람 아니면 누가 타냐'고 고함치면서 항의하는 한 아저씨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IMF와 아빠 OECD라는 소위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면서 신흥 선진국으로 도약하는가 싶더니, 1997년 12월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수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국난에 우리 가족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도 나에게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걱정이 담긴 E메일을 보내셨던 아빠의 귀국 직후 IMF가 터진 것이다. 아빠가 일하셨던 서울 부서가 부산의 부서와 통합되면서 1998년 봄 우리 가족은 세번째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아빠는 혼자서 부산에 집을 얻어 내려가셨고,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줄어든 봉급에 이중 살림을 하느라 가정 경제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경제적인 것 보다도 우리 가족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어려운 시기에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를 가까이서 위로해드릴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때 아빠와 떨어져 있었던 것이 나와 아빠와의 관계에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내가 사춘기를 독하게 맞고 있었을 때인데 이 시기를 아빠와 같이 있지 못해서, 아빠와 다시 같이 산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빠와 약간은 서먹한 관계다. 아빠와는 엄마와 하는 속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 1999년 중학교 3학년때 '지루한 암기과목' 국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셨던 국사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 외에도 국사, 세계사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보고, 아빠께 부탁해서 일본 역사 교과서를 구해 (그림만) 보았다. 학교에서 자세히 배우지 못해서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책과 여러 종류의 자료를 통해 4.19 혁명, 박정희 정권 시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랑스런'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처음으로 진지하게 우리나라와 역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교지 편집반 - 세상과 가까워진 느낌 성심학교에 입학한 2000년, 나는 친구의 권유로 '교지 편집반'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언니도 없고, 주변에 의지할 선배도 없었던 나는 동아리를 통해 처음으로 선후배 관계를 가질 수 있었고, 같이 가입한 친구들과도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일 외에도 연말에 나올 교지를 위해 우리 모두가 교내 소식과 국내·외 소식을 모아서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세상과 이 때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교지 작업 막바지에 내가 맡았던 '우리는 만나야 한다'라는 기사를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단어 선택에도 매우 고심했기 때문에 남북 정상 회담과 이산 가족 상봉, 시드니 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 등 북한과의 화해와 관련된 사건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책임있는 행동을...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세계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개인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떤 형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며, 그것이 곧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는 생각을 해 보니, 내 모든 행동에 책임을 느끼게 되고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거짓말은 도둑질과 똑같아!'라는 말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거짓말이 남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 아니었나 싶다. 국사 시간을 통해 알게 된 E.H.Carr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뜻을 이해하기 힘든 용어와 문장들이 많지만 나는 요즘들어 그 책을 자주 읽게 된다. 그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는 역사대로, 나는 나대로'라고 생각했던 전과는 달리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역사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자꾸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참고사이트 : http://sys.gsnu.ac.kr/~philo http://www.hid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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