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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3-04-20 (일) 20:01
분 류 사전2
ㆍ조회: 1084      
[민족] 한민족의 신화와 습속 (민족)
한민족(신화와 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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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습속의 관계]

신화와 습속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민간 구술전승(口述傳承) 일반과 습속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즉, 민간 구술전승이 습속의 언어적 표현이듯이 신화 또한 습속의 언어적 표현인 것이다. 이럴 경우 신화와 구술전승을 습속의 구술상관물(口述相關物)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신화가 습속의 구술상관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습속을 앞세우고 신화를 습속에 뒤따르는 언어표현체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신화와 습속은 동일한 발상법(發想法)에서 비롯된 서로 다른 표현체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사고방식이나 관념체계를 육체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습속이라면 언어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신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습속은 매우 포괄적인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전승되어서 관례화된 생활양식 및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나, 그 외연이 커서 적지 않은 내포를 지니고 있다. 제례(祭禮)나 의식(儀式)과 같이 격식화된 생활양식 및 행동양식만이 아니고 일정한 윤리체계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일상의 생활양식도 습속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신화와 관련된 습속에 대하여 서술함에 있어 먼저 제례·의식 등 격식화된 생활 및 행동양식을 다루고, 다음으로 일상 생활습속에 대하여 설명하려 한다.

≪삼국지≫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보이는 초기 고구려의 혼인풍속은 ≪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동명왕신화(東明王神話)에서 해모수(解慕漱)가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와 혼인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신화와 습속의 일부인 혼인풍속에 존재하고 있는 특정한 병행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로부터 논의를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혼인풍속이 후대의 이른바 신행제도에까지 그 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이라면, 고구려 신화가 당시의 혼속만이 아니라 현대의 혼속에 대하여도 상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신화맥락 속의 습속과 굿]

오늘날에도 동해안 일대와 영남·호남 일부, 그리고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마을굿은 촌락공동체가 주기적으로 치르는 계절적인 통과의례이다.

별신굿·도당굿·서낭제·당굿·동제(洞祭)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마을굿은 마을의 골막이, 곧 수호신이 한 해에 한 번 혹은 3년 내지 5년에 한 번씩 마을에 내릴 때마다 마을사람들이 그 신령을 모시고 마을의 풍요와 주민의 건강을 다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마을굿 가운데 일부는 서낭나무 또는 당나무라 일컬어지는 신성수(神聖樹) 아래서 신내림을 받는다. 사람이 잡고 있는 서낭대의 떨림으로 표현되는 신내림을 받은 마을사람들은 제주 또는 당주를 중심으로 하여 신령을 모시고 마을굿을 올리게 된다.

이와 같이 성스러운 나무 아래서 신내림을 받아 치르는 마을굿의 현장은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 환웅(桓雄)이 신단수(神檀樹) 아래로 내려오는 장면과 신단수를 둘러싸고 베풀어진 신시(神市)를 연상시켜 준다.

그런가 하면 하늘에서 내려와 숲속의 거룩한 나무에 섬겨지는 마을굿의 신령은 김알지(金閼智)의 신화를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보면 오늘날의 마을굿은 옛날의 신화를 몸짓으로 재현하고 있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군신화와 김알지신화의 육체적 재현이 곧 마을굿인 것이다.

그러나 상고대의 신화 그 자체를 언어표현체로서만 국한시킬 수는 없다. 오늘날 전해지는 상고대 신화에서 어느 만큼이 제의 내지 굿이고 어느 만큼이 신화인지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굿과 이야기의 복합이 곧 상고대의 신화이다. 다시 말해서 상고대에 치러진 굿을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상고대의 신화인 것이다.

≪삼국유사≫〈가락국기 駕洛國記〉의 수로맞이 부분은 그와 같은 신화와 굿의 복합에 대하여 말해주는 구체적인 보기이다. 하늘에 있는 신령의 공수를 받들어 공수가 일러주는 대로 춤추고 노래하면서 신맞이한 절차가 곧 〈가락국기〉의 수로맞이 부분이다. 고구려의 동맹(東盟)이나 수신굿 또는 삼한의 소도굿 등과 함께 〈가락국기〉의 신맞이가 오늘날의 별신굿이나 도당굿의 선례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별신굿 또는 도당굿이 단순히 상고대 신화의 육체적 재현이라는 면에서만 습속과 신화의 유대에 대하여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별신굿 또는 도당굿은 보다 더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차원에서 특정한 신화적 발상법이 습속과 맺고 있는 관련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다.

별신굿에 내포되어 있는 신화적 발상법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시화(共時化)이다. 자연이 지닌 시간적 기복에 인간들이 자신의 삶의 기복을 맞추어서 자연과 인간 사이에 동일한 풍요의 원리 및 재생의 원리가 존립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시화이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적인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적응 이상의 것으로, 계절의 변화를 있게 하는 자연의 원리 또는 힘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여 그것을 인간의 몫으로 확보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힘이 신령의 내림과 함께 인간에게 주어지는 현장이 곧 별신굿판이다. 자연의 힘과 신령과 인간의 일체화가 그 굿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별신굿판이 정월 보름에 벌어지는 것에서 확인된다. 작게는 어둠·무거움·닫힘·부정(不淨)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크게는 죽음을 의미하는 겨울과 봄의 가름에서 치러지는 이 굿판은 작게는 밝음·가벼움·열림·맑음 등을 불러들이고 크게는 새로운 생명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때 별신굿판은 계절의 가름에 자리잡은 통과의례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별신굿의 이러한 구실은 ‘난장판’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난장’은 묵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도기에 위치한 ‘계획된 무질서’, ‘만들어진 혼돈’이다. 이 같은 속성 때문에 난장은 묵은 것을 청산하고 새것을 예비하는 창조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제의적 광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난장은 한국인의 집단적인 ‘신명판’이고 ‘신바람판’이다. 그것은 단순히 춤과 풍악과 노래가 있어서가 아니며, 난장판에서의 신명은 매우 다원적인 것이다. 우선 춤과 노래와 놀이가 있는 흥겨움이 신바람의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러한 흥겨움보다 더 심층적이고 중요한 신바람의 요인들이 있는 것이다.

전통사회의 양반과 상민 사이의 갈등을 상민의 처지에서 발산할 수 있었던 것도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것은 또한 잠복된 공격성향을 사전에 누그러뜨리는 구실도 하게 된다. 그리고 놀이가 부분적으로나마 예술의 경지에서 표현될 때, 거기서 공격심성의 승화된 표현을 모아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원적 요소를 지닌 신바람은 신지핌 내지 신내림(혹은 신실음)으로 말미암아 가능해진다. 실제로 별신굿판은 무당을 통하여 당주(제주)가 받은 신내림이 마을 안에 널리 퍼져가는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접신(接神) 상태의 집단적 감염이라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별신굿판에서 한국인이 경험하는 신바람은 종교성·사회성·경제성과 생리적 욕구 및 정서적 욕구 등 여러 차원에 걸친 복합성을 지닌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바람을 피울 수 있는 난장이 겨울에서 봄으로, 묵은 것에서 새것으로, 부정에서 맑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옮아가는 자연의 변화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는 계기, 말하자면 인간이 자연과 공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정해진 달력을 따라 베풀어진 별신굿판은 한국인의 삶의 리듬이자 제의라는 습속이었다. 그런데 별신굿이 한국의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지켜오면서 관례화되고 제도화된 습속임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한국인의 생활습속에 깊이 관여한 신화적 원리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별신굿이 신화와 제의의 복합적 표현인 〈가락국기〉나 단군신화를 회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신굿과 신화의 연계성을 더욱 굳혀주고 있다.

[신화와 일상습속]

마을굿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며, 자연종교에 있어 어느 경우나 그렇듯이 별신굿도 매우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통사회에서 한국인의 생활 전반에 관여하였다.

난장판의 신명만 하여도 그것이 한국인의 감정생활 및 정서생활에 끼친 영향은 간과될 수 없다. 이는 별신굿이라는 습속과 맺어진 신화가 훨씬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한국인의 생활습속에 관여하였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생활습속을 규제하고 있는 관념체계, 예컨대 크게는 민간사고(民間思考)나 속신(俗信), 작게는 방위관념이나 시간관념 혹은 성(聖)과 속(俗)의 관념 등은 물론이고 지킴이나 가림 등의 행동체계도 별신굿판과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 있다. 가령 외지(外地)가 부정한 곳이라는 생각, 그래서 외지는 가려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별신굿판을 신성하게 혹은 정(淨)하게 확보하려는 의도와 맺어져 있는 것이다.

별신굿을 비롯한 마을굿에서 마을사람들은 당연히 외지인과의 접촉이 금지된다. 가림과 지킴은 대체로 부정과 금기에 대응하고 있거니와, 이 둘은 별신굿판의 행동지침이 됨과 동시에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매우 넓게 그리고 깊게 한국인의 습속을 제약하고 있다. 부정을 가리지 않으면 동티·살 등으로 표현되는 재앙을 입게 되며, 마찬가지로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해도 재앙을 입게 된다.

한국인은 일상의 나들이, 경제활동, 타인과의 교제 등에서 가리고 지키는 생활습속을 익혀온 것이다. 외지와 함께 여성과 죽음이 부정한 것임은 별신굿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다를 바가 없다. 만일 이 세 가지를 한국인이 지켜온 부정의 3대원리라고 부른다면, 그것들은 별신굿이라는 습속 안에서 기능하면서 아울러 일상의 생활습속에서도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국인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여성을 부정시하고, 먼 데 나들이에 신경을 쓰고, 남의 죽음을 되도록 멀리하려고 한다. 별신굿판에서 작용하는 부정의 3대원리가 현대의 생활습속으로 굳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여파는 이른바 남아선호(男兒選好)로 나타나 인구문제에까지 미치는가 하면, 생사관의 올바른 정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별신굿판을 둘러싼 지킴과 가림이 생활습속에도 그물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별신굿판은 상고대의 신화 및 의례를 오늘에 재현하는 집단적 종교의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과 동화하면서 살아가는 농경사회의 경제원리를 포괄하고, 사회적 행동규범을 제약하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별신굿판의 포괄성 내지 다양성이 여러 요소들의 대등한 병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다양한 국면 속에 지배적이고도 통합적인 원리가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 원리란 다름아닌 무속신앙과 맺어진 종교적 믿음이며, 또한 그 믿음과 짝지어진 신화성(神話性)이다. 신령과 인간, 성과 속, 그리고 하늘과 땅 등의 양립론적 대립을 전제하면서도 종국적으로 그 대립이 지양된 상황에서 이룩될 풍요와 안정을 구하면서 별신굿은 치러졌다.

그것은 우주론적인 차원으로 확대된 인간존재론의 특수한 표현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물음과 맺어져서 무엇이 인간들의 삶을 떠받들고 있는 으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구체적 해답이 별신굿판에서 실연(實演)된 것이다.

별신굿판의 이와 같은 우주론적인 혹은 자연주의적인 존재론을 간과하지만 않는다면 한국인의 신화 내지 신화적 발상법이 존재론적 체계에 편입된 구체적 표현으로서 그 굿판을 이야기하여도 좋을 것이다.

존재론적인 명제가 행동양식·행동규범 등 실제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습속을 제도화되고 관습화된 행동체계로 규정한다면, 상고대 신화의 오늘날에 있어서의 육체적 재현인 별신굿판이 이러한 습속을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 불문(不文)의 헌법 구실을 하였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열규>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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