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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부산항의 역사 2 (부산)
부산항의 역사 2 (10) 절영도첨사영(絶影島僉使營) 절영도(현 영도)에 첨절제사영(僉節制使營)이 설진(設鎭)되기는 개항 이후인 1881년이었고 폐진되기는 갑오경장 뒤인 1895년이었다. 그러니 이 절영도진은 15년간 존속한 셈인데 15년 동안 첨사(僉使)는 13명이 바뀌었다. 맨 마지막 첨사가 부산의 선각자로 개성학교(開成學校 :현 부산商高)를 설립하고, 부산상공회의소의 전신(前身)인 부산선인상업회의소(釜山鮮人商業會議所)를 설립한 박기종(朴琪淙)이었다. 절영도첨사영이 있은 위치는 영도 동삼동의 중리(中里)였다. 동삼동에 첨사영이 설 때 부산에는 이미 부산진·다대포진·두모포진·개운포진·포이포진·서평포진들이 있었다. 그런 진들이 있었는데 절영도진을 별도로 세운 것에는 까닭이 있었다. 김의환(金義煥)의 《부산의 고적과 유물》에 의하면, 지금의 용두산 주위 일대를 차지했던 왜관이 개항으로 일본인 전관거류지가 되자 그들 일본인의 수가 불어났다. 그와 함께 신탄(薪炭 :장자와 숯)의 수요가 많아졌다. 그 신탄을 일일이 본국에서 가져오기 힘들어 우리 정부에 절영도의 나무를 베어 사용할 것을 청원해 왔다. 청원을 받은 정부는 경상감사에게 일본인전관거류지에서 온 청원의 타당성 여부를 물었다. 정부의 물음에 대해 경상감사 윤자승(尹滋承)은 절영도는 동해와 남해로 다니는 선박의 표지가 될 뿐 아니라 나라에서 진(鎭)을 두어 외적을 막는 것이 마땅할 곳입니다고 장계를 올렸다. 그 장계에는 개항으로 오는 외국선박을 부산항의 문호가 되는 절영도에서 감시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었다. 경상감사의 장계를 받은 정부는 일본인전관거류지의 청을 거부하고 절영도에 있던 국마장(國馬場)의 말을 모지포(毛知浦 :현 서구 암남동의 동물검역소 지역)로 옮기고, 개운포진·서평포진·모리진(水營 牟利津?)을 없애는 대신 절영도진을 신설한 것이었다. 세 진을 없애면서 세 진의 수군장비를 통합하였으니 아주 강력한 수군진영이 되었다. 설진(設鎭) 당시부터 첨사의 녹봉과 진속(鎭屬)의 요대(料代)는 창원·칠원·웅천·김해·청도·기장 등 각 읍의 방전(防錢)으로 충당되었다. 그런데 절영도첨사는 첨사로 발령을 받으면 두 번 울었다고 한다. 처음은 임지로 들기 위해 절영도 나루터에 닿으면 숲이 울창한 섬의 산속에 길도 없고 하늘도 볼 수 없는데 첨사영이 있는 지금의 동삼동 중리 지경으로 들면 파도소리와 숲에 부딪치는 바람소리 뿐이어서 내가 죄없이 어찌 이 무인도로 귀양오느냐고 울었다는 것이다. 해임이 되어 돌아갈 때는 떠나기 아쉬워 또 울었다고 한다. 그것은 세 진(鎭)을 통합하여 절영도진을 만들었으니 딴 진에 비해 구비가 갖추어진데다가 섬 주위는 어장이 좋아 이즈음 말로 하면 첨사에게 돌아오는 부수입이 좋았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산지역은 바다에서 침범해 오는 왜구를 막기 위해 수군진영이 설치되었다. 그 수군진영 설치를 위해 이 지역민은 수군에 소요되는 배를 만들어야 했고 성보(城堡)를 쌓아야 했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때는 바다를 통한 왜구 침입의 길목이 되고 물러나는 왜적의 통로가 되어 그들과 마주 싸워야 했고, 살아남은 사람도 적지(敵地)가 된 상황에서 고초를 입어야 했다. 임진·정유의 난 뒤는 또다시 밀려들지도 모를 침략에 대비해서 경상좌도수군이 부산의 바다 연안으로 집결하다시피 했다. 그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차출되어 온 군사들의 고충도 고충이지만 수군 병사들이 수군 선박으로 고기잡이를 하고 물자운반과 소금굽기 등 주민들의 생업에 관여하여 이곳 주민들은 그러한 민폐를 입어야 했다. 그 모두가 이 강토를 지키려는 국민적 도리였다 해도 개개 민초(民草)에 주어진 어려움은 헤아릴 만하다. 이에 즈음한 오늘날 이 지역 바다와 바닷가를 바라볼 때면 그날이 가진 선인들의 애환(哀歡)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만하다. 부산포의 왜관 상(倭商)들의 내왕(來往) 일본의 바닷가 무리들이 떼지어 우리나라와 중국 바닷가를 노략질한 왜구는 고려말로 들어서면서 더욱 격심해졌다. 그렇게 고려말에 격심해지는데는 일본의 국내사정에 영향을 받은 바 컸다. 그 무렵의 일본은 남조(南朝)와 북조(北朝)로 나뉘어 쟁란(爭亂)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자니 중앙의 통치력이 지방에 미치지 못하게 되고, 그 통치력의 약화를 틈타서 일본의 서부연안(西部沿岸) 주민들이 해적으로 바뀌어 멀리 고려와 중국지역의 노략질로 나서는 떼무리가 많아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본 서부연안에서 이쪽으로 오는 배들은 왜구로 노략질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장사를 하러 다니는 왜상(倭商)도 있었다. 그들 왜상 역시 일본의 서부연안 사람들이 일본의 특산물을 배에 실어 이곳 연안으로 와서 이곳의 특산물, 특히 곡물을 받아가는 일이었다. 그러한 왜상마저 고려말이 되자 왜구로 바뀌었다. 조선조 무렵이 되어서는 일본의 가마구라막부(鎌倉幕府)가 무너진(1333년) 뒤 60년의 남북조(南北朝)란 쟁란기(爭亂期)를 거친 끝에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 :1392년)가 서서 막부의 통치력이 굳어갈 때였다. 이에 조선정부는 왜구를 막는 금구(禁寇)정책으로 왜구에 대한 회유책(懷柔策)과 함께 교린외교(交隣外交)의 방책을 취했다. 그 교린외교로는 일본의 무로마치막부에 사신을 보내어 왜구를 억눌러 달라는 것과 왜구에 잡혀간 사람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을 촉구하는 일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쪽에서도 성의있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중앙정부격인 막부에서는 일본 국왕의 이름으로 사절(使節)을 보내왔다. 서부지방의 호족(豪族)들은 사송선(使送船)을 보내 통상무역을 요청했다. 그에 따라 조선정부는 보빙사(報聘使)·회례사(回禮使)·통신사(通信使)등을 일본으로 파견했다. 회유책으로는 바다를 건너오는 왜인에게 수직왜인(受職倭人)이라 하여 조선의 관직을 주어서 돌려보내기도 하고 귀화(歸化)를 바라는 왜인에게는 향화왜인(向化倭人)이라 하여 경상도 동남의 해안지대에 토지와 집을 주어서 생활을 영위하게 했다. 해마다 오가면서 무역에 종사하는 흥리왜인(興利倭人)에게는 접대 또는 지대(支待)라 하여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에 필요한 식량을 주고, 그들이 돌아갈 때는 과해량(過海糧)이라 하여 돌아가는 동안에 쓰이는 식량까지 지급했다. 그런한 후대로 말미암아 이곳으로 오는 왜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져 태종때에 이르러서는 수천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같은 회유책은 지금에서 생각하면 극히 소모적이면서 저자세라 할 수 있지만 그때의 실정으로써는 그만큼 왜구 금압(禁壓)에 대한 조치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는 왜인들이 머무는 곳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타고 오는 선박은 경상도 동남 연안의 여러 포구(浦口)에 제멋대로 닿았다. 조선정부는 어디에 얼마나 왔는지 또는 올 것인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관리하고 접대하기가 여간 번거롭고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 왜인들은 또 오래 머물면서 이곳 군비(軍備)의 허실(虛實)을 염탐하거나 바닷가 여러 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향화왜인(向化倭人)과 결탁하여 갖가지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부산포와 내이포(乃而浦)의 개항 조선정부는 각 포구로 흩어져 들어오는 폐단을 없애고 통제할 목적으로 태종 7년(1407) 7월 27일에 경상좌도의 도안무사영(都安憮使營)이 있는 부산포(富山浦 곧 釜山浦)와 경상우도의 도안무사영이 있는 웅천의 내이포(乃而浦 곧 齊浦 :현재의 진해시 제덕동)를 왜인이 머물 수 있는 포구로 지정하였다. 이 지정으로 이 두 곳만이 일본인을 출입케 하고 접대도 이 두 곳에 한정시켰다. 이것이 최초의 부산포와 내이포의 2포(二浦)개항이 된다. 이 개항은 비록 왜구를 근절케 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라 해도 국제간 정식으로 물자(物資)를 교류한 점은 앞으로의 발전을 약속한 일이었다. 지역을 달리하는데 따라 물자의 생산과 효능을 달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달리하면 그 생산과 효능을 달리했다. 그 달리하는 물건을 서로 나누어 갖는 것이 무역이고 보면 이 조선조초의 개항은 자의(自意)에 의한 근대교역의 시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 운용에는 폐단이 많았다. 태종 18년(1418) 3월 경상도 수군절도사가 조정의 병조(兵曹)에 글을 올린 바에 의하면 “이곳으로(부산포와 제포) 와 있는 왜인들은 왜나라 손님인 왜상(倭商)들을 상대로 술과 음식을 팔고, 남녀가 서로 어울려 교환(交歡)할 뿐 아니라, 나라 안의 사정을 염탐하고 함부로운 말과 행위를 자행하여 풍기를 문란케 하는 바 큽니다. 이에 이들을 염포(鹽浦 :울산시 동구 엄포동)와 가배량(加背粱 :경남 고성군) 등지에 일정한 거처를 설정하여 제한된 범위 안에서 살게 하는 것이 옳을 줄 압니다"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라 태종 18년(1418) 울산의 염포와 고성군의 가배량이 추가로 개항되어 이미 개항이 돼 있던 부산포·제포와 함께 개항(왜관) 사포(四浦)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이 개항지를 늘리고 왜인들이 오가면서 물자 교역(交易)을 용이하게 해 주었지만 그들의 행패는 그치지 않았다. 왜구 또한 근절되지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세종 원년(1419)에는 왜구의 본거지 대마도정벌(對馬島征伐 :을해동정)을 단행했다. 그와 함께 개항지 네 곳의 포구도 폐쇄되었다. 그러나 일본과는 전적으로 통교(通交)가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대마도를 제외한 다른 곳과는 통교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마도만이 단교상태에 있었는데 대마도의 입장으로 보아서는 조선과의 단교가 큰 타격이었다. 대마도는 산악지대가 되어 경작지가 적었다. 주민은 왜구로서의 노략질과 일본 본토와 조선사이로 오가는 통상으로 생활이 영위되고 있었다. 그런 처지의 대마도가 조선과 교역이 끊어진다는 것은 생활의 방편을 잃는 일이었다. 세종 4년(1422) 9월에는 대마도 도주 종정성(宗貞盛)이 또다시 귀순을 알리고 도주와 그의 어머니가 토산물을 헌상하는 등의 선의를 보여 세종 5년(1423) 4월에는 부산포와 내이포(乃而浦 :齊浦)를 개항해서 다시 개항 2포(二浦)시대가 되었다. 이때 왜상인(倭商人)을 위한 사옥(舍屋)과 창고 시설을 갖추어 주었다. 세종 8년(1426)에는 대마도의 청원으로 울주군의 염포(鹽浦)까지 개항했다. 개항 삼포(三浦)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세 포구를 개항하였는데도 왜사(倭使)와 왜상들은 유독 부산포로만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1440년(세종 22) 4월에는 예조가 대마도 도주에게 “전에 약정한 그대로 부산포·내이포·염포에 왜상들이 분산 분박(分泊)하지 않고 부산포에만 도박(到泊)하고 있는데 계속 그럴 경우에는 접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의 서신을 보냈다. 9월에도 다시 글을 보내어 왜선 도박순서를 1차는 내이포 2차는 부산포 3차는 염포로 윤차적(輪次的)으로 균분(均分) 도박할 것을 시달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서는 왜상들은 내이포나 염포보다 부산포에 도박하는 것이 편하고 장사도 잘 된 것 같다. 세종 25년(1443)에는 대마도 도주와 맺은 「계해약조(癸亥約條)」는 경상도 3개 포구에 개항한 삼포(三浦 :부산포·齊浦·鹽浦)로 무제한으로 들어오는 대마도의 상선(商船)을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그 약조로 한해동안 들어오는 선박인 세견선(歲遣船 :무역선)의 수를 50척으로 제한하고 해마다 조선정부에서 왜구 금압(禁壓)의 임무를 주어 도주에게 보내는 세사미두(歲賜米豆)의 양도 2백석으로 한정했다. 그와 함께 조선정부가 대마도 도주에게 도서(圖書 :일종의 印章으로서 入國査證과 같음)을 주어 그 도장이 찍혀지지 않은 문서를 가져오면 대마도는 물론 일본 각처의 선박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규정지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1544년(중종 39) 사량진왜변(蛇梁津倭變 :사량진은 통영군 사량면)이 일어났다. 이 사량진왜변 뒤의 1547년 2월 9일에는 일본과의 「정미약조(丁未約條)」가 체결되면서 일본 선박의 도박지(到泊地)는 부산포 단일 포소(浦所)로 지정되었다. 이 때로부터 부산포가 조선 유일의 개항장이 된 것이다. 말하자면 단일왜관시대가 되었다. 부산포 개항의 맨 처음 포소(浦所) 부산포 개항의 처음 포소는 지금의 자성대(子城臺) 서북쪽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동국여지승람》이 釜山(부산)이라는 산을 말하면서 그 산 아래가 곧 釜山浦(부산포)라 하고 항거왜호(恒居倭戶)가 있다고 하면서 동래현에서 21리 떨어져 있다고 하였다. 그 부산이란 산은 지금의 동구 좌천동을 형성하고 있는 증산(甑山)을 말한다는 것은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지금의 증산 아래 항거왜호가 《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1481년에는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 항거왜호는 왜관으로 장사할 물건을 가져오거나 그런 사람을 따라와서 그냥 이 곳에 머무르고 있는 왜인들 집을 말하는데 왜관과는 성격이 다르다. 왜관은 상관(商館)으로서 무역관인 동시에 일본에서 온 사신을 조선측에서 접대하는 곳이다. 일본의 선박이 들어올 수 있게 허용한 개항장으로 들어오는 왜선의 종류는 갖가지였다.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의 장군(將軍)이 보내는 제추사선(諸酋使船), 규우슈절도사사선(九州節度使使船), 쓰시마도주의 세견선(歲遣船)과 특송선(特送船), 그리고 수직왜인(受職倭人)이 보내는 수직왜인선 등 여러 종류였다. 이러한 선박을 이용하여 외교사절을 비롯해 많은 상선과 선원이 건너왔다. 이 선박들이 포구에 들어오면 먼저 소정의 입국사증(入國査證)이라 할 수 있는 서계(書契)·도서(圖書)·행장(行狀)·노인(路引)·상아부(象牙符)·문인(文引)·동인(銅印)·자부(字符) 등 8종류를 포소(浦所)에 제출하였고, 조선측 관원은 이를 접수하여 검증한 뒤 입국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렇게 정식으로 들어온 일본선박의 수효와 건너오는 일본인의 수효가 1년에 얼마나 되었는지 그 정확한 숫자를 지금으로써는 헤아릴 수가 없다. 근년의 연구에 따르면 1년에 세 포구로 들어온 일본인의 수는 5천명에서 6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모포왜관(豆毛浦倭館) 임진왜란 이전의 개항장은 지금의 동구 자성대(子城臺)의 서북쪽에 있었다. 1598년(선조 31)에 정유재란이 끝나고 강화교섭이 시작되자 1601년(선조 39)에 절영도(현 영도)에 임시왜관을 설치했다. 그러나 강화가 정식으로 성립되어 일본사신이 건너오면 임시왜관에 들어가기를 꺼려할 것을 생각하여 새로 왜관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전의 왜관 부근인 자성대는 성곽이 둘리어 그때 이미 경상좌수영과 부산진영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여 신축한 것이 이른바 두모포(豆毛浦 :현 동구 수정동)왜관이었다. 지금의 수정동에 있었던 왜관을 일반적으로 두모포 왜관이라 하지만 수정동에 왜관이 있을 때는 부산왜관이었다. 그 수정동의 부산왜관이 지금의 용두산 주위인 초량소산(草梁小山 :지금의 용두산을 그때는 초량소산이라 했다)으로 1678년(숙종 4)에 옮겨지자 초량소산쪽으로 간 왜관을 부산왜관이라 하게 되었다. 그러자니 지난날 지금의 수정동에 있었던 왜관과 새로 지어진 초량소산의 왜관을 다같이 부산왜관이라 하니 위치상의 혼돈을 가져오게 되어 지금의 수정동에 있었던 왜관을 구관(舊館) 또는 고관(古館)이라 하게 되고, 초량소산으로 이전한 왜관을 신관(新館)이라 하게 되었다. 그런 그 뒤로 기장(機張)에 있었던 수군진영(水軍鎭營)인 두모포만호영(豆毛浦萬戶營)이 1629년(인조 7)에 부산포(현 좌천동지역)로 옮겨왔다가 1680년(숙종 6) 수정동에 있었던 왜관이 떠난 자리로 두모포만호영이 옮겨가자 지금의 수정동 바닷가를 두모포만호영이 있는 포구라 하여 두모포라 하게 되고 그 두모포로 말미암아 지금의 수정동을 두모포리(豆毛浦里)라 하게 되면서 전에 있었던 왜관을 두모포왜관이라 했다. 한데 두모포 왜관이 언제 착공되어 언제 완공을 보았는지는 기록이 분명하지 않다. 1607년(선조 40) 6월에 당시의 경상감사 정사호(鄭賜湖)가 왜관 신축공사 현장을 시찰했을 때 이미 방이 완성되어 있었고 연향대청(宴享大廳)은 방금 기둥을 세웠더라고 조정에 보고하고 있다. 그러니 1609년(광해군 1) 기유약조(己酉約條)가 체결된 이후부터는 두모포 왜관이 왜관 구실을 한 것 같다. 두모포 왜관의 규모는 그 부지 1칸(間 :일반적으로 7자나 9자 평방)을 1보(步)로 하여 동서가 126보, 남북이 63보로서 동쪽이 바다에 면하고 남쪽과 북쪽 서쪽은 담장이 둘러 처져 있었다. 동문 밖으로 자좌천(自佐川)이 흘렀다. 중앙에 사신을 접대하는 연향대청(宴享大廳)이 있었다. 그 좌측과 우측에 동관(東館)과 서관이 있고 남쪽으로 배를 대는 선창이 있었다. 그런데 두모포 왜관은 이상하리만큼 화재가 자주 일어났다. 1621년 10월에 불이 나서 왜관 전부가 타고, 1667년 윤 4월, 1671년 11월, 1672년 10월과 11월, 1674년 2월, 1677년 2월 등 여러 차례 불이 나서 건물 전체 또는 그 일부가 불타거나 했다. 그러했던 두모포 왜관은 그들 일본인이 이전문제를 들고 나서 정부도 지방관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이 두모포 왜관 이전문제는 두모포에 왜관을 두어 두어 해밖에 되지 않은 1611년(광해군 3) 5월부터였다. 그러나 조선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후 1640년(인조 18) 10월에 왜관쪽에서 왜관을 이전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해 왔다. 그 요청 이유로는 왜관의 부지가 좁아 선박출입이 불편하고 지세는 낮은 데 뒤쪽이 높은 산이 되어 이외의 변을 당할 때 방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날에 왜관이 있었던 자성대의 부산성을 비워주면 그곳으로 건물을 새로 짓고 이외의 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제의에 대해 부산첨사는 부산성은 우리의 진(鎭)이 설치돼 있는 곳이 아니냐고, 남의 나라 군진이 있는 곳을 장사터로 만들자는 것은 교린(交隣)의 도리에서 어긋나는 일이라고 거절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요구는 끈질겼다. 그들은 마침내는 부산성이 불가능할 것 같으면 현재의 왜관(두모포 왜관) 규모가 좁으니 다시 지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조선정부는 일본인들의 왜관 이전요구를 거절하는 대신 건물을 보수해 주기로 하였다. 그 때는 왜관을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있었다. 왜관 건물 보수는 1645년(인조 23) 12월 경상좌·우도의 각 수군진에 소속돼 있는 변방군(邊防軍)과 부산의 봉수군(烽燧軍) 382명을 동원하여 왜관 서관 신축공사부터 착수하여 1647년(인조 25) 6월에 이르러서야 준공을 보았다. 이 공사에 소요된 일수는 9개월이었고 공사에 동원된 연인원수는 37,884명, 건축에 쓰인 목재는 2,078주(株), 목공 연인원수 8,623명, 비용으로 쓰인 무명베 2,169필이었다. 그런데 1658년(효종 9) 11월 대마도 도주 宗義眞(소오 요시마사)은 또다시 예조참판과 동래부사·부산첨사에게 왜관 이전을 요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조선정부는 이를 또 거절했다. 그러자 3년 뒤인 1661년 7월에는 지금의 왜관 선창은 풍랑이 심할 때는 선박을 정박시킬 수 없다 하여 이관(移管)을 요구하는 서계(書契)를 또 예조참판과 동래부사·부산첨사에 보내왔다. 이에 정부는 선창 개축만 해 주기로 하고 그 개축을 실행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끈질겼다. 1672년 9월 대마도 도주는 제8차로 平成令(다이라노 나리노니) 등 250명을 다시 왜관이전 교섭으로 부산에 보내 접위관 조사석(趙師錫)에게 딴 지역이라도 좋으니 왜관 이관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사석의 보고를 받은 정부는 平成令에게 다대포목장(이 다대포는 다대포첨사가 관장하는 목장이 있었던 지금의 영도를 말함)과 초량(草梁 :그 당시의 초량은 지금의 초량 以南지역 전부를 말했다. 그러니 지금의 용두산도 초량지역에 속했다) 중에서 어느 한 곳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일본인들은 초량을 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62년 동안 이은 왜관이전 교섭은 새 왜관 자리를 초량소산(草梁小山 :현 용두산)을 중심한 자리로 정함으로써 끝을 맺었다. 초량왜관(草梁倭館)의 신축공사 1673년(현종 14) 10월에 왜관을 초량소산으로 옮길 것에 대해 일본측과 합의를 보자 일본사신 平成令(다이라노 나리노리)들은 왜관이 설 자리에 표지(標識)를 세웠다. 그것이 동서가 500칸이나 되었다. 두모포왜관의 동서 126칸·남북 63칸에 비하면 너무나 넓었다. 그래서 1675년(숙종 1) 9월에 동래부사 어진익(魚震翼)과 접위관(接慰官) 류겸후(柳謙厚)는 조선정부로부터 왜관을 세울 기지(基地) 설정에 대해 구체적인 절충을 하라는 훈령을 받고 일본측과 교섭하게 되었다. 그 교섭은 그 터가 너무 넓기 때문에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의도에서 였다. 그러나 조선측이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데 대해 일본측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들의 반대 이유는 일본측이 표지를 세운 것은 조선측 관리의 양해를 얻어 세웠다는 것과 왜관이 설 뒤쪽은 용두산이 있고, 앞쪽은 바다가 되어 두모포 왜관보다 실질적으로 면적이 넓다고 볼 수 없다고 재차 교섭케 했다. 재차 교섭은 조선측의 역관 김근행(金謹行)과 일본사신 平成近(다이라노 나리지까)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헛된 논쟁만 되풀이 되었을 뿐 결말을 보지 못했다. 2차에 걸친 교섭마저 그 면적을 줄일 수 없게 되자 정부는 역관 한시만(韓時晩)과 판사(判事) 김진하(金振夏)를 대마도로 보내 도주와 직접 교섭하게 했다. 대마도로 간 역관 일행은 1677년 1월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도주와 약정한 왜관 부지는 6척(尺)을 1보(步)로 계산하여 동서가 372보 4척, 남북이 256보였다. 칸수(間數)로 환산하면 동서가 370칸, 남북이 205칸이 되고 면적으로는 11만평에 이르렀다. 왜관을 지을 터가 정해지자 신축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금의 용두산 동쪽인 동광동과 동광동 입구쪽을 깎아내려 동관(東館)을, 서쪽인 신창동(新昌洞 :지금은 광복동에 편입돼 있음) 쪽을 깎아내려 서관을 지었다. 1678년(숙종 4) 5월에 공사가 끝나서 두모포로부터 이전을 마치고 7월에 낙성식을 거행했다. 넓은 부지에 지어진 왜관 건물은 크고 사치스러웠다. 그러나 이 공사로 말미암아 경상도의 재정은 고갈되고 민중들의 생활은 더욱 곤궁해졌다. 초량왜관의 시설들 왜관 건물은 지금의 동광동쪽의 동관과 신창동쪽의 지금의 대각사(大覺寺)와 동주여상쪽의 서관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었다. 동관에는 왜관 일본인을 관리하고 외교와 무역사무를 관장하는 관수왜가(館守倭家 :48間)·두 나라 사이의 외교 또는 교역, 그리고 왜관내의 분쟁이 일어날 때 재판을 담당한 재판왜가(裁判倭家 :32間)·매월 3순(旬)의 3일과 8일에 조선상인과 일본상인들이 시가(市價)를 논정하고 교역하는 개시대청(開市大廳 :40간) 등 3대청(大廳)이 있었다. 이 가운데의 관수왜가는 여러 차례 제자리서 개축되어서는 부산이 개항되자(1876년) 일본 외무성 관리의 집무처인 일본관리청(日本管理廳)이 되었다가 부산주재일본영사관(日本領事館)으로 바뀌었다. 「을사조약」(乙巳條約 :1905년) 이후는 일본 이사청(理事廳)이 되고 일제강점 이후는 부산부청(釜山府廳) 청사가 되었다. 그러니 이 동관의 관수왜가의 변천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침략과정을 보인 보기라 하겠다. 그 동관의 관수왜가는 지금의 용두산 동남쪽 돌계단을 향한 길의 오른쪽에 있었다. 동관의 개시대청은 오늘날의 부산데파트 서쪽에 있는 은행거리 일대가 된다. 서관(西館)에도 역시 동대청(東大廳 :20間)·중대청(中大廳 :20間)·서대청(西大廳 :20間)등 3대청이 있었다. 이 밖에도 왜관 안에는 서승왜가(書僧倭家)·통사왜가(通詞倭家)·공일대관왜가(公一代官倭家)·공삼대관왜가(公三代官倭家)·공대관왜가(公代官倭家)·공하대관왜가(公下代官倭家)·공대관왜회계청(公代官倭會計廳)·판장관왜가(判掌官倭家)·들에 의왜가(醫倭家)·별금도왜가(別禁徒倭家)·고색무역가(藁索貿易家)·소주가(燒酒家)·주방(酒房)·목수왜가(木手倭家)·약재무역가(藥材貿易家)·백당가(白糖家)·조포가(造泡家) 등 허다한 건물이 즐비해 있었다. 이러한 건물들은 모두 일본인들이 자기네의 필요에 의해 지은 것이었다. 이러한 건물을 가진 왜관 둘레에는 국가의 기밀누설과 일본인들의 잠상(潛商 :밀무역) 행위를 막고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의 접촉에서 오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토담을 쌓았다가 1706년(숙종 35)에는 읍성(邑城)체제를 모방한 돌담으로 바꾸었다. 왜관의 출입문으로는 수문(守門)을 비롯해서 수문(水門)과 북문이 있었다. 수문(守門)은 지금의 동광동의 부산호텔 아래쪽에 있었는데 동래부와 부산진에서 파견된 장교 1명과 통사(通事 :통역) 2명, 문지기 2명이 10일 교대로 근무했다. 아침 저녁으로 문을 열고 닫으며 동래부에서 발행하는 첩문(帖文 :일종의 증명서)을 가진 자가 아니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수문(水門)은 오늘날의 동광초등학교 동쪽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망한 일본인의 관구(棺柩)를 운반할 때만 사용되었다. 무상문(無常門)이라고도 했다. 북문은 일본사신이 와서 그 사신 일행을 대접하는 영향이 있을 때 마다 열려서 영향문이라고도 했다. 이 영향문의 열쇠는 동래부사가 맡아 있었다. 영향은 연향대청(宴享大廳)에서 베풀어졌는데 이 연향대청을 연대청(宴大廳)이라고도 했다. 연대청은 35칸(間) 넓이였다. 이 연대청은 지금의 대청동에 있는 남일초등학교 부근에 있었다. 오늘날 대청동이란 동명은 이 연대청에서 온 말이다. 왜관 출입문인 수문(守門)에서 북쪽으로 산등성이 하나를 넘으면 설문(設門)이 있었다. 이 설문은 초량왜관이 선 32년 뒤인 1710년(숙종 36)에 일본인들의 왕래를 금하고 단속하기 위해 서쪽 산꼭대기에서 동쪽 바다에 이르기까지 수백보의 성을 별도로 쌓고 그 안에 있던 민호(民戶)를 이주시킨 뒤 왜관으로 출입하는 바깥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를 설문(設門)이라 했다. 이 설문에는 동래부에서 파견된 장교 1명, 통사 1명, 문지기 1명이 있어 경비와 검문이 엄중했다. 이 설문은 1909년에 시작된 영선산 착평공사(營繕山 鑿平工事) 이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으나 그 착평공사로 없어졌다. 초량왜관의 역할 왜관의 수문밖에 있었던 설문 안에는 조선측의 공관(公館)이 많았다. 조선 왕조의 역대 국왕의 전패(殿牌)를 봉안한 객사(客舍)인 대동관(大東館)이 설문 안에 있었다. 이 객사는 정청(正廳)과 동헌(東軒)·서헌(西軒), 그리고 좌우의 익랑(翼廊)으로 되어 있었다. 일본사신이 부산에 오면 반드시 이 곳에 와서 역대 국왕의 전패에 숙배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객사가 있었던 곳은 지금의 영주동에 있는 봉래초등학교 부근이 된다. 이 객사의 보수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하였다고 한다. 객사를 보수할 때는 역대 국왕의 위패를 옮겨야 했는데 이때마다 그 봉안행렬(奉安行列)은 장관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봉안행렬에는 동래부사 일행과 부산진 및 다대포진의 두 첨사 일행이 기마(騎馬)와 기치(旗幟)·창검(槍劍)을 거느려 장엄하고도 숙연하였다고 한다. 설문 안 우리쪽 부속 공관(公館)으로는 통역관인 동시에 왜관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훈도(訓導 :부산의 훈도는 倭學訓導라고도 했다)가 기거 집무하는 성신당(誠信堂)·훈도를 도와 왜관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별차(別差)가 거처하는 빈일헌(賓日軒)·역관(譯官)이 있는 유원관(柔遠館)·통사청(通事廳)·통인방(通引房)·사령방(使令房) 등이 있었다. 이러한 시설들은 1909년의 영선산 착평공사로 없어졌다. 일본인을 접대하는 접왜출사관(接倭出使官)에는 접위관(接慰官)과 차비관(差備官)이 있었다. 접위관은 문관 3품으로 일본사신을 연대청에 초대하여 연향을 베풀고 외교문제를 의논하고 서계(書契 :외교문서)를 접수하고 진상물과 예단(禮單) 등을 교환하는 것이 임무가 되어 있었다. 접위관에는 경접위관(京接慰官)과 향접위관(鄕接慰官)이 있었다. 경접위관은 일본 국왕의 사신인 대차왜(大差倭)가 오거나 일본 사신을 상대로 중요한 문제를 협의할 때 중앙에서 부산으로 파견되어 오는 접위관을 말했다. 향접위관은 대마도 도주가 보낸 사신인 소차왜(小差倭)나 재판왜가가 오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는 문제로 일본 사신과 협의할 때는 경상감사가 도내의 문관 수령 중에서 적당한 인물을 가려 접위관으로 삼았다. 이 향접위관은 동래부사가 아니면 부산진첨사가 맡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었다. 이 이외에 문정관(問情官)이 있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바닷가에 표류해 온 왜인을 조사하고 구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보내는 관원이었다. 이는 별차(別差)에 임용된 사람 가운데서 선임되었다. 왜관의 일본측 관리로는 대마도 도주 宗(소오)씨의 신하로 파견된 관수(館守)와 재판가(裁判家)와 대관(代官)들이 있었다. 관수는 1639년(인조 17)에 처음으로 파견되었는데 왜관 안에 모든 일을 주관하였다. 임기는 2년이고 녹봉은 일본측 관리인데도 조선정부에서 지급하였다. 재판가는 1651년에 처음으로 파견돼 왔다. 재판가는 외교문제를 교섭하고 절충하는 가운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대마도와 부산을 왕래하였을 뿐 왜관 안에 상주하지는 않았다. 대관(代官)은 1635년(인조 13)에 대마도 도주 宗義成(소오 요시나리)가 공사(公私)무역을 관장하는 일본인 24명을 파견한데서 생겨났다. 1684년(숙종 10)에는 10명으로 줄였는데 1대관(一代官)·별대관(別代官)·2대관·3대관으로 그 계층이 있었다. 왜관의 대일무역 조선 후기의 대일무역은 임진왜란 후 1609년(광해군 1)에 「기유약조(己酉約條)」가 체결됨으로써 국교가 다시 열리게 되자 두모포(현 동구 수정동)에 왜관이 설치되고 그 두모포에서 왜관의 장(市場)이 서게 되었다. 왜관의 장은 1678년(숙종 4)에 왜관이 초량(현 용두산 주위)으로 이전한 후에도 줄곧 게속되어 1876년(고종 13)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 :江華島條約)」으로 왜관이 폐지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왜관의 장을 통한 일본과의 무역에는 사무역(私貿易)과 일본의 연례송사(年例送使)들이 가져온 공사물화(公事物貨)에 대한 정부의 회사(回賜)와 공무(公貿)의 형식을 띤 공무역이 있었다. 공무역도 사무역도 왜관 개시장에서 이루어졌는데 왜관에서 장이 열릴 때면 조선정부의 무역에 대한 금제(禁制)가 엄격하여 관헌의 엄한 감시와 통제 아래 행해졌다. 왜관에서는 처음은 매월 3일, 13일, 23일에만 장이 섰다. 그러다가 1610년(광해군 2)에 이르러 3순(旬)의 3일과 8일에 각각 장이 서게 되었다. 말하자면 5일장과 같이 한 달에 6일 장이 섰다. 이 정기 시장 이외에도 일본인의 요청이 있거나 교역할 물화(物貨)가 많이 있을 때는 별도로 장을 열(開市) 수도 있었다. 두모포왜관 때의 개시일(開市日)은 표문(標文 :관청에서 내어준 증명서)을 가진 상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교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왜관을 초량으로 옮긴 뒤의 1691년(숙종 17)에는 정부에서 상고(商賈)라 하여 서울과 지방의 부자 30인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호조(戶曹)의 첩문(帖文)을 주어 왜관 개시장의 무역을 독점하게 했다. 개시일이 되면 상고들은 동래부에서 왜관출입을 허가하는 패를 받은 후에 교역할 물화를 가지고 왜관 출입문인 수문(守門)으로 갔다. 수문에는 훈도(訓導)와 별차(別差), 그리고 수세관(收稅官)·개시감관(開市監官)들이 합동으로 이들을 검문하고 신분을 확인하여 가진 물화를 장부에 기록한 후 입관(入館)을 허락했다. 이 상고가 왜관에 들어가면 개시대청(開市大廳)에 나아가 훈도와 별차에게 신고를 하고, 무릎을 꿇어 절을 한 후 각기 일본인을 상대로 시장가격을 결정하여 교역을 했다. 이때 수세관은 훈도·별차와 함께 교역 현장에 입회하여 일정한 액수의 세를 징수하였다. 교역이 끝나면 여러 상고들은 일제히 왜관을 물러나와 수문에서 다시 가지고 나오는 물화를 일일이 검문관에게 보여 장부에 기록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왜관 개시장에서 조선 상인들이 수입하는 수입품으로는 청나라로 가져가는 은과 기물의 주조(鑄造)에 쓰이는 구리와 납을 비롯하여 일본이 해외무역에서 얻은 단목(丹木), 흑각(黑角), 호초 등이었고, 이쪽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으로는 쌀과 곡식, 면포, 쇠뿔, 인삼 등이었다. 일본이 필요로 하는 중국산의 물화도 모두 여기서 구해갔다. 그러니 일본과 중국의 통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부산왜관이 일본상품과 중국상품을 교역하는 중간무역처가 되어 조선상인들의 이득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왜관개시를 통하여 동래부에는 거액의 재부(財富)를 축적한 큰 부자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에 따라 왜은(倭銀)이 거리에 나돌았다. 이같이 왜관무역이 호조를 띠게 되자 나라에서 금한 제도인 금제(禁制)를 무시하고 관헌의 눈을 피하여 일본인들을 상대로 밀무역을 하는 잠상(潛商)이 나타나서 말썽을 빚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때에 따라 정부 자체로서 또는 일본과 협의하여 규정을 정하거나 약조를 체결했다. 부산 해안으로 오고간 외국 선박들 (1) 일본선박의 내왕 부산항으로는 조선시대 왜관으로 오가는 무역선은 세견선(歲遣船: 한해를 통해 몇척이 오갈 수 있다고 정해진 선박의 수)만이 아니었다. 특송선과 특송세견선이 있었다. 그 특송선으로는 일본 막부(幕府)가 보내는 국왕사선(國王使船)이 있었다. 국왕사선은 15세기초 명나라로부터 室町幕府(무로마찌막부)의 제3대 장군이 일본 국왕으로 책봉받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쓰게 되었는데 후대인 德川幕府(도쿠가와막부)때까지 국왕사선이란 말이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德川幕府의 후대로 내려오면서 사신을 보내는 일은 없어지고 대마도 도주가 막부의 관백(關白 :막부의 장군)의 뜻을 전하는 대차왜(大差倭)가 보내졌다. 이 국왕사송선 이외에 대마도 도주의 세견선이 있었다. 이 세견선은 해마다 한번씩 건너와서 외교와 무역의 일을 수행하는 동시에 진상물(進上物)을 가져오고 회사품(回賜品)을 받아가는 일종의 공무역(公貿易)을 위한 선박이었다. 해마다 있는 일이 되어서 연례송사선이라고도 했다. 국왕사선과 대마도 도주의 세견선 이외에 수도서인선(受圖書人船)이 또 있었다. 이 수도서인선은 기유약조 체결 당시의 일본측 사신에게 조선정부가 도서(圖書 :證印)를 주어 선박을 파견하여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처음은 玄蘇(겐조오)와 柳川調信(야나가와 시게노부)에 그 기회를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 뒤로 만송원송사선(萬松院送使船)·유방원송사선(流芳院送使船)·이정암송사선(以町庵送使船)·평언삼송사선(平彦三送使船)등이 생겨났다. 이들은 기유약조 체결 당시의 도주나 사신이 죽은 뒤의 후손에게 조선정부가 그들의 공을 인정하여 도서를 낸 것으로 한 해에 한 차례씩 올 수 있었다. 이 외에 조선정부로부터 관직을 받은 일본인이 연례적으로 건너오는 선박으로 수직인선(受職人船)이 있었다. 조선 후기에 관직을 받은 사람으로는 藤永世·世伊所·馬勘七·平智吉·平信時 등 다섯 사람이었다. 이들은 임진란 후에 조선에 이바지한 공로가 있다고 인정받아 상호군(上護軍) 또는 부호군(副護軍)의 무관직을 받은 사람이었는데 한 해 한 차례씩 본인이 직접 와야 했다. 이 수직인선은 1809년에 폐지되었다. 위에서 말한 무역선은 정규적으로 일본(대마도)에서 부산으로 건너오는 무역선이지만 이 이외에 외교사절의 명목을 띠고 오는 차왜(差倭)선박은 비정규적이었다. 이들 일본에서 오는 선박들은 부산으로 와서는 왜관 선창(현 중앙동의 국제회관과 부산데파트 앞 동쪽자리 쯤의 위치)에서 정박했다. (2) 서양선박의 내박 이 일본선박과는 달리 조선 후기로 내려올수록 서양선박이 부산연해에 나타나기도 했다. 서양선박들은 16세기 이후 선진 해양국들의 항로탐색과 지리탐험에 따르는 아시아진출을 위함이었다. 당시 일본과 중국은 국내사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유럽인과 교섭을 가지면서 그들의 발달한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경제적 발전과 문화의 진보에 보탬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은 유럽인들의 무역 중심지였던 인도와 남양의 여러 섬들, 그리고 그들이 빈번하게 내왕하던 서일본이나 남중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조선정부는 상공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해금정책(海禁政策)으로 국민의 시장경제는 위축되고 해외무역은 억제되어 있었다. 그래서 해외진출이나 유럽인과의 접촉은 그 기회를 잃고 있었기 때문에 부산 연안으로 나타나는 유럽지역의 외국선박은 우연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선박의 대부분은 일본 등지를 항해하다가 표착하는 경우였다. 부산에 처음 기록으로 나타난 선박은 1787년(정조 11) 8월이었다. 그때 국적을 알 수 없는 선박이 동래부 관내의 해안에 정박하였다.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아 무엇 때문에 왔는지 그 까닭마저 알 수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가운데 시탄(柴炭 :땔나무와 숯)과 식수를 넉넉히 공급해 주었더니 9월에서야 돌아갔다. 이때부터 그들의 배가 철판으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이양선(異樣船)이라 했다. 1797년(정조 21)에는 용당포(현 남구 용당동)로 영국 해군사령관 『브라우톤』의 탐험선이 표착했으나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고 돌아갔다. 이때 온 부라우톤 일행이 스케치한 부산항박도(釜山港泊圖)는 한상복(韓相復)씨의 《해양학에서 본 한국학》에 실려 있다. 1850년(철종 1) 2월에는 흰 돛을 단 이양선 2척이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안으로 지나간 일이 있었다. 1859년(철종 10) 5월(양력 6)에는 영국 전함(戰艦)인 악테온호(377톤:함장 존·위드)가 부산항을 측량하고 돌아갔다. 그때 측량한 해도(海圖)가 131년이 지난 1990년 3월 19일 『국립수산진흥원 한국과학자료센터』에서 전시되었는데 아주 정확했다. 거기에는 『부산항』을 『초량해』로 『영도』를 『사슴도』로 표기하고 있었다. 그 때의 영도는 국마장(國馬場)으로 서양말보다 작은 조선말이 있는 것을 보고 사슴으로 본 것 같다. 그 사이 131년이 지나는 동안 부산항의 수심(水深)은 그다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륙도와 태종대 중간 해역의 수심은 현재의 28.5m 그대로 해도에도 28.5m로 조사돼 있었다. 부산의 표기는 FUSAN이었다. 그런데 이 안테온호의 부산항 표착을 일반 기록에는 『愛西亞未號』로 기록하고 동래 용당포(龍塘浦)에 들어왔다고 했다. 1859년 11월에도 영국 상선 2척이 동래 신초량에 표착한 일이 있었다. 이때 훈도 현학로(玄學魯)와 별차 이본수(李本修) 등이 현장에 나가 문정(問情)한 결과 上海를 출발하여 일본으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요청에 따라 채소, 쌀, 생선 등을 주었더니 물러났다. 그 동안 어부들의 목선이나 대마도 세견선 같은 돛단배만 보아온 이 고장 사람에게는 그러한 이양선이 나타날 때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3) 우암포(牛岩浦)의 표류 왜인 수용소 우암포(牛岩浦)에는 부산 근해에서 표류한 표류인을 구제하는 표류인 수용소가 있었다. 그 표류인은 거의 모두가 왜인이 되어 그들을 표왜(漂倭)라 했다. 표왜는 정식 수속절차를 밟아오는 일본인이 아니고 바다서 표류하다가 표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본 본토 근해거나 대마도 근해에서 어선을 탔거나 항해하다가 조선 근해에서 표류했거나 표착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부산의 우암포(현 남구 우암동)에 압송되었다. 경상우도의 바닷가 표왜는 거제도에 있는 옥포만호(玉浦萬戶) 휘하에 있는 역관(譯官)이 현지로 나가 검문한 후에 부산 다대포에 가서 표왜를 만나 신분을 확인한 뒤 우암포 표류왜인수용소에 인도 수용되었다. 전라도와 강원도 지방의 표왜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문정관(問情官)을 보내 검문하거나 그 도(道)의 역관(譯官)이 검문한 후 우암포로 압송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수용되었다. 그러니 우암포는 전국의 표류왜인의 수용소였다. 그렇게 우암포에 표왜를 수용하게 된 것은 왜관과의 연락관계와 그들에 대한 구휼(救恤)을 제도적으로 하기 위함이었다. 전국에서 모아진 이 표왜 가운데 대마도 사람은 왜관에 연계되면서도 표착한 배 1척에 쌀 2섬, 표착한 일본인 1명에 옷감으로 무명베 한필이 지급되었다. 대마도 이외의 표왜가 우암포수용소에 머물 때면 날마다 표왜 1명에 쌀 2되, 백합젓 6작7리, 미역 5전 3푼3리, 소금 6작7리, 대구 1조, 건어 1미, 참기름 2작, 채소값으로 쌀 5홉, 생잡어(生雜魚) 값으로 쌀 6홉이 지급되었다. 또 돌아갈 때는 옷감으로 무명베 1필과 배에서 먹을 쌀인 도해량미(渡海糧米) 10말이 지급되었다. 이러한 표왜에 관한 여러 가지 지급사무는 동래부에서 집행하였고 그 지급 물종(物種)은 부산진성 안의 곳간에서 나왔다. 대마도에도 이같은 표류인 수용소가 있었는데 대마도 수용소에는 조선 어민이 대마도 근해거나 일본 규수우(九州)해안에 표류·표착한 경우가 많았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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