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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부산항의 역사 3 (부산)
부산항의 역사 3 조선시대 2 삼포왜란과 사량왜변 제포왜란(齊浦倭亂) 1510년(중종 5)까지 세곳에 있었던 개항지인 부산포·제포·염포의 항거왜(恒居倭)는 수가 해마다 불어나면서 횡포해지다가 성종시대를 지나 연산군·중종때가 되어가는데 따라 그 도를 더해 갔다. 항거왜는 베어서는 안되는 금산(禁山)의 나무를 제멋대로 베어내고, 돌산도(突山島)의 목마군의 의복과 식량 그리고 진주에서 실어오는 왜료(倭料 :왜인에게 지급할 식량)를 중간에서 탈취했다. 녹도만호(鹿島萬戶)를 살해하고 민가(民家)를 습격하여 살인 방화와 약탈을 서슴치 않았다. 항거왜가 그렇게 난폭해지는데도 정부는 능동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능동적인 대책이란 그들을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돌려보낼 수 없으면 그들의 횡포를 방어할 방어태세라도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세 포구에 있는 군사들은 이름만 군적에 올려져 있을 뿐 활 한 방 제대로 쏘는 군사가 없었다. 농사마저 짓지못할 허약한 장정들이 남의 군역(軍役)을 대신하고 있는가 하면 죄지어 도망친 자가 은신처로 군적에 들어 있기도 했다. 진영(鎭營)이 가진 무기도 창과 활 정도로 빈약했다. 그러한 이쪽 진영의 불실(不實)을 날로 보고 있는 항거왜였다. 그것은 연산군 8년(1502) 5월 정언(正言) 조옥곤(趙玉崑)이 올린 상계(上啓)에서도 알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항거왜인들은 우리나라의 산천이나 군사진영의 군비를 소상히 알고 있어서 그들이 봉기하면 막기 어려울 것인데도 각 포진(浦鎭)의 첨사(僉使)는 무사(無事)에 젖어 변방의 경비를 충실히 하고 있지 않다고 하고 있다. 삼포왜란이 일어나기 1년전인 중종 4년(1509) 3월 감찰 박전(朴詮)의 상계도 그러하다. 그의 상계에 의하면, 삼포의 왜호는 날로 증가하여 말이 불손하고 우리 무관(武官)을 멸시할 정도라 하고는 이러한 상태가 나아가면 앞으로 이들을 다스리기 어려울 지경에 이를 것인데 이를 어쩔 것이냐는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그들은 중종 5년(1510) 4월 그 동안의 뜻있는 이들의 우려 그대로 삼포왜란을 일으켰다. 그들이 일으킨 구실은 부산진첨사가 왜관 안의 공해(公해 :관청건물)를 개조하는데 항거왜를 너무 혹사한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소금을 달이고 기와를 굽는 데 필요한 나무 가져오기를 항거왜에 지나치게 부과하고 독려한다는 것이었다. 제포의 웅천현감은 일본인의 흥리(興利 :貿易)를 금지하면서 양곡(糧穀)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제포첨사는 바다에서 어로작업(漁撈作業)을 하는 아무 죄없는 항거왜를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명목을 들고 일어난 것이 삼포왜란이었다. 그 삼포왜란은 제포(齊浦;乃而浦 :현 진해시 제덕동)에서 먼저 일어났다. 제포의 항거왜는 우두머리 대조마도(大趙馬道)와 노고수장(奴古守長)들이 전년에 우리나라에 내왕한 바 있는 대마도 도주가 보낸 정장(貞長)을 주장으로 난도(亂徒) 4천∼5천을 거느리고 난동을 부렸다. 난도(亂徒)들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손에는 활 또는 창을 들었다. 그 수가 4천에서 5천 정도라면 그 당시로서는 아주 많은 떼무리였다. 이 난도들은 제포성을 포위하는 한편 성 주변의 민가를 불사르고 성문을 헐고 난입하여 첨사를 사살하고 성을 함락시켰다. 제포를 점령한 왜적들은 다시 그 이웃의 웅천성을 포위 공격하여 성 근처의 인가를 불사르며 웅천현감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현감이 이에 불응하자 왜적이 노목(櫓木)으로 남문 기둥을 무너뜨리고 밀어닥치니 성중의 군졸들은 겁을 먹고 북문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웅천현감 한윤(韓倫)이 흩어진 군사를 수습하여 성을 지키고 있을 때 경상우병사 김석철(金錫哲), 김해부사 성수재(成秀才) 등이 군사를 거느리고 성에 도착하여 성이 함락되는 것을 겨우 모면하였으나 다음날은 중과부적으로 5리 가량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밤중에는 왜적이 웅천 신산 중허리에 잠입하여 일시에 밀어닥쳐 우리 군사가 다시 흩어지자 김석철은 퇴주하고 다음날에는 현감마저 성을 버리고 말았다. 부산포왜란(釜山浦倭亂) 제포에서 왜란이 일어났을 때 부산포도 수비가 보잘 것 없었다. 난도들은 부산성을 점령하여 첨사 이우증(李友曾)을 살해하고 동래의 속현인 동평현(東平縣 :현 부산진구·동구지역)의 구전리(九前里)까지 진출하여 진(陣)을 쳤다. 난도의 수는 2백명 정도였다. 그들은 4대(隊)로 나뉘어 2대는 동래군과 싸우고, 1대는 서쪽인 서면(西面)으로, 1대는 남쪽으로 나아가 민가(民家)에 불을 질렀다. 이에 동래현령 윤인복(尹仁復)은 소수의 병력으로 동래성에서 나와 적과 맞서 싸웠으나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적과 싸우면서 물러나 동래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동래성에서 군사를 정비하여 성문을 굳게 잠그고 온 종일 대적하였다. 왜적은 5대로 나뉘어 4개처에 군사를 머무르게 하고 1대는 성의 동문으로 돌입하였다. 이때 동래군은 왜적 5,6명을 사살하고 그들의 방패와 장검 등을 탈취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적은 물러나 남쪽 3리밖에 있는 개교에 군사를 옮겼다. 이때 경상좌수사 김현손(金賢孫)이 군수 문경동(文敬仝)과 우후(虞侯) 이반(李盼)이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와서 전투에 참가함으로써 동래성은 함락을 겨울 모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김석철(金錫哲)이 장계(狀啓)로 올린 변란의 소식을 접한 정부는 좌의정 류순정(柳順汀)을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임명하여 중앙에서 통제케 하고, 병조참판 박영문(朴永文)을 지중추부사로 승진시켜 경사도도순찰사로 임명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또 경상관찰사 윤금손(尹金孫)의 치계(馳啓)에 대하여서는 긴급 대신회의를 열고 황형(黃衡)을 경상좌도 방어사로, 류담년(柳聃年)을 우도방어사로 임명하여 각각 종사관 2명, 군관 30명을 대동케하여 현지로 급파했다. 전라도감사와 수사(水使)에게는 엄중 방어를 지시했다. 서울거주 왜인들의 작란(作亂)을 염려하여서는 삼포왜란의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했다. 한산무사(閑散武士)와 한량 중 이름있는 자와 무과에 초시합격자들을 경중(京中)으로 불러 대비케 하고 또 장수가 될만한 자는 물론 상중(喪中)에 있는 자와 좌수까지도 모두 전쟁에 임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러한 전쟁분비에 분주하고 방어사가 군비를 갖추어 서울을 떠날 때는 이미 왜변이 집압된 후였다. 진압되었다는 것은 삼포의 항거왜인과 대마도에서 원군(援軍)으로 온 왜인들이 모두 대마도로 도망간 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삼포왜란은 10여일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이 삼포왜란은 삼포의 항거왜인과 대마도왜인 4천 5백여명이 합세하여 그들의 대우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에 남도지방의 이곳 군사가 동원된 것은 5천명이었다. 이 난으로 인한 피해는 컸다.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황형이 정부에 올린 치계는 부산지방의 피해는 부산첨사 이우증(李友曾)이 살해될 때 군(軍)과 민(民) 1백여명이 죽었고, 동평현의 민가 15호와 동래현의 민가 1백98호가 불탔다고 했다. 이와 달리 경상좌도수군절도사 김현손(金賢孫)의 치계에 의하면 부산포의 성 안과 밖에서 죽은 자가 91명이었는데 그중에는 치마끈이 풀린 채 죽은 자, 머리가 잘려 죽은 자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성 안에서 불에 타 죽은 자가 많았다고 했다. 관민(官民)의 선박(船舶)이 소설된 것은 헤아릴 수 없었다고 했다. 각 피해지역의 사상자에 대해서는 도원수(都元帥) 류순정(柳順汀)이 치계(馳啓)한데 의하면 웅천 58명, 제포 53명, 부산 91명, 영등포(永登浦 :현 巨濟島 북쪽 끝) 95명 도상(刀傷) 20명이라 했다. 이와 별도로 중종 5년(1510) 5월의 조강(朝講)에서 특진관(特進官) 성몽정(成夢井)이 말하기를 웅천·제포·부산·영등포 성이 함락될 때 변방 백성의 사망이 많았을 것인데도 그 수를 보고하지 않았고, 부산포의 경우는 죽은 시체의 수를 헤아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뿐 아니라 다치고 포로가 된 사람도 많았을 것인데도 그 수가 보고되지 않았고, 김금철(金錦哲)이 도망할 때 군졸 가운데는 죽은 자도 있었을 것이라 했다. 그에 덧붙여 대군(大軍)이 침입하였을 때 적을 보고 진격하지 않았고 장수가 죽어도 보고하지 않았는데 이는 고의로 숨긴 일이라고 했다.그렇다고 대마도로 도망친 왜적의 피해가 적은 것은 아니었다. 중종 5년 4월 5일 거제현령 오세한(吳世翰)이 거느린 군사에 의해 5명이 사살되고 20명이 참수(斬首) 되었는데 그밖에 활을 맞아 바다에 넘어진 자도 많았지만 직접 헤아릴 수는 없었다. 부원수 안윤덕(安潤德)은 4월 19일 왜적선 5척을 침몰케하고 1백여척을 후퇴케 하는 한편 1백95명을 베고 사로잡았다. 항거왜와 대마도에서 원군으로 온 왜인들은 난을 일으킨 첫 형세와는 달리 주위의 조선군 병력이 삼포로 모여들자 자신들의 불리함을 깨닫고는 모두가 대마도로 도망쳐 돌아갔다. 돌아가니 항거왜호라 불린 그 집들도 왜관도 비었다. 만일 남아 있는 자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면 그러한 횡포를 저지른 뒤의 일이었다. 이곳 주민에 의해 결단날 것은 뻔했다. 그에 따라 왜관도 폐쇄되었다. 대마도와의 교섭도 자동적으로 단절되었다. 삼포왜란 뒤의 왜관 폐쇄와 교섭단절은 세종 원년(1419)의 대마도정벌 후인 두 번째인 91년만의 폐쇄요 단절이었다. 그런 많은 희생 뒤의 일이긴 해도 눈 앞의 혹이었던 항거왜가 죄다 철귀(撤歸)한 것은 앓던 이(齒)를 뽑아낸 것만 같았다. 남도 개항장의 문제점 항거왜들이 물러갔지만 다시 세를 모아 몰려들지도 몰랐다. 군사적 방어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무너진 성을 다시 고쳐 쌓아야 했다. 그러나 때는 5월의 농번기였다. 부역(賦役)으로서의 역사(役事)가 어려웠다. 병선(兵船)도 죄다 불타고 없었다. 병선도 건조해야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선의 임시방편적인 방어책으로 요새지에 말목을 박고 왜선이 들어오지 못하게 쇠사슬을 연결시켜 한자(尺) 물밑으로 가라앉혀 두었다. 무너진 성문을 종전의 목재에서 철재로 바꾸었다. 육지의 방어는 병력을 유기적으로 협동하게 하는 방책을 강구하면서 연해민(沿海民)을 재산과 함께 내지(內地)로 옮기게 했다. 왜적이 오갈 해로(海路) 요충지에는 야간에 복병을 두어 정찰토록 했다. 그런데 대마도는 삼포왜란 이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식량 공급처와 무역의 장소를 동시에 잃어버린 것이었다. 대마도 도주는 당황한 나머지 일본의 중앙정권인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를 중간에 넣어 통교의 재개와 교역의 복구를 간청해 왔다. 그러나 조선정부는 강경했다. 대마도가 반란을 공모하여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조선에서 병(兵)을 보내어 문책할 것이나 대국의 아량으로 그냥 두고 있는데 다시 안골포(安骨浦)로 왜구가 들어왔을 뿐 아니라 전과(前過)를 뉘우치지 않고 수교를 요구하니 진심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화의(和議)를 원한다면 먼저 삼포왜란을 일으킨 두목의 목을 잘라 바친 후 화해(和解)를 청하면 모르거니와 현재로서는 화의를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중종 7년(1512) 5월 12일 왜사(倭使)가 대마도에서 삼포왜란을 일으킨 두목의 목을 잘라 바치고 강화를 재차 요청해 왔다. 삼포왜란의 책임자의 목을 베어 온 것은 그들의 성의를 보이는 증거였다. 이에 조선정부의 중신인 류 순(柳洵) 류순정(柳順汀) 성희안(成希顔) 등이 화의(和議)를 제의했으나 중종은 화의를 불가하다고 했다. 그래서 중신들은 난을 일으킨 주동자를 목 베어 사죄하니 아량을 베푼들 왕자(王者)로서의 체면은 유지된다고 아뢴 일이 중종실록에 실려있다. 그러면서 이번에 화의를 거절하면 저들이 화친(和親)에 절망하여 노략질을 일삼을 것이니 그 노략질을 겪는 남쪽지방의 어려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하고 있다. 거기다 서북쪽 야인(野人 :女眞族)으로 변방의 근심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만약 남쪽으로부터 왜구의 침탈이 다시 성해지면 삼면으로 적을 맞게 되고, 그리 되면 우리의 군민(軍民)이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 하고 있다. 그러한 논의는 삼포왜란으로 피해가 막심했던 남쪽지방으로 보아서는 그럴 만도 하다. 그리고 당시의 남쪽 지방이 가진 군비와 방어시책의 실제상황으로 보아서는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것은 경주부윤(慶州府尹) 이계복(李繼福)이 정부에 상계(上啓)한 글로서도 알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왜인과 절교할 경우 왜인과 가까운 경상도지방은 전체 군사의 수가 10만인데 실제 병력은 2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 2만으로 33개 방어처에 3교대로 나누어 지킨다고 하면 1개처에 배당될 병력의 수는 아주 적은 수란 것이다. 합번(合番)으로 지킬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오래 계속될 때 도내 백성들은 견뎌내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다. 말하자면 통교로써 왜구의 재침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니 통교가 허락된 것은 우리쪽의 군비가 허약한데 그 영향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어려운 절차를 거쳐 화의가 이루어진 것은 삼포왜란이 있은 지 2년 뒤인 중종 7년(1512) 6월의 「임신약조(壬申約條)」였다. 이 「임신약조」로 그 동안의 폐단은 어느 정도 고쳐지기도 했다. 그것은 삼포에 왜인 거주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일이었다. 이로써 종전과 같이 항거왜인이 삼포에 정착해서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대마도 도주가 보내는 세견선(歲遣船 :한햇동안에 보내는 무역선) 50선(船)을 25선으로 줄이고 조선정부가 대마도 도주에게 보내는 세사미두(歲賜米豆 :한햇동안에 보내는 쌀과 콩) 2백석(石)을 1백석으로 줄이고, 특송선(特送船)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대마도 도주가 보내는 배 이외의 선박이 가덕도(加德島)부근으로 오면 적선(賊船)으로 규정하고, 일본 국왕이 보내는 사신 이외는 상경(上京)할 때 도검(刀劍)을 소지하지 못하게 했다. 단일 개항장이 된 제포 삼포왜란 2년 뒤인 중종 7년(1512)에 맺은 「임신약조(壬申約條)」 중에서 왜인이 오가는 바닷길은 제포(齊浦 ;乃而浦 :현 진해시 제덕동)로 향하는 직로(直路) 하나만을 인정하고 딴 해로를 거쳐 지나는 자는 적왜(賊倭 :왜구)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삼포왜란 이전의 왜선 정박처였던 3포(浦) 중의 두 포구인 부산포와 염포(현 울산시 염포동)를 폐쇄하고 제포 한 곳만을 왜선 정박처이자 상관(商館)인 왜관을 둔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세 포구에 있었던 종전의 왜관이 제포 왜관 하나로 단일화된 것이었다. 이는 세 군데에 왜관을 두자니 관리가 소홀해져서 삼포왜란 같은 난이 일어났다고 보고 왜관을 한 군데에 두어 관리를 철저히 하려는 뜻이었다. 이 「임신약조」가 맺어짐으로써 부산포왜관은 삼포왜란 이후 한동안은 계속 폐쇄상태가 되고 대마도에서 오는 무역선인 세견선(歲遣船)도 들어오지 않았다. 「임신약조」는 대마도쪽에서 보면 종전에 비해 아주 불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약조체결 얼마 동안은 그 약조를 지키면서 화친(和親)의 사은사(謝恩使)라는 이름으로 사신을 자주 보내왔다. 그것은 지난날 그대로의 통교를 바라고 애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조선정부는 사신이 올 때마다 「임신약조」를 준수할 것을 강조할 뿐이었다. 그런데 「임신약조」에서 시일이 흐르고 대마도의 사신이 화친의 사은사로 오가는 가운데 부산포로 왜선이 비공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는 대마도측이 비공식을 공식화하려는 저의가 사려 있었다. 중종 16년(1521) 마침내는 세견선(歲遣船) 도박(到泊)을 부산포 13척 제포 12척으로 할 것을 대마도 도주에게 정식 통고했다. 이는 대마도측의 간계(奸計)에도 연유가 있었지만 조선측으로 보아서는 부산포 정박의 왜선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정해진 세견선 이 외의 왜선이 더 많이 들어오면서 잠상(潛商 :밀무역)이 성행할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로써 부산포의 개항이 다시 공식화되었다. 이는 삼포왜란에서 11년만의 일이요, 「임신약조」에서 9년만의 일이었다. 중종 18년(1523) 9월 3일에는 중신회의를 열고 조선정부는 일본 국사(國使)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라 하여 세견선 수를 종전의 25척에서 30척으로 증가해주었다. 조선정부는 이처럼 오랑캐를 대접하는 것이 덕을 베푸는 일이라 하여 회유책(懷柔策)만 강구했다. 그 회유책은 우선을 모면하려는 안일책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또 상대방에 약점을 보이는 일이었다. 단일 개항장이 제포에서 부산포로 삼포왜란이 일어난 34년 뒤인 중종 39년(1544)에 사량진(蛇梁鎭 :경남 통영군 사량면)에서 왜인이 사량진왜변을 일으켰다. 사량진왜변은 1544년 4월 12일 새벽이었다. 왜선 20여척이 사량진 동쪽 강구(江口)에 침입하여 2백여명이 후방에서 사량진성을 포위하고 만호(萬戶) 류택(柳澤)과 접전하여 수군 1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부상케 한 일이었다. 사량진에서 왜변이 일어난 것이 조야(朝野)에 알려지자 왜나라와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선 조야로 비등했다. 그와 함께 조선정부는 일본에서 국왕이 보내는 국왕사 등 극히 제한된 사송(使送) 이외는 왜와의 통교를 단절했다. 이는 「임신약조」를 맺은 32년만의 일이었다. 사량진 왜변으로 대마도와의 통교가 단절되자 대마도 도주는 왜변이 일어난 다음해인 인종 원년(1545) 일본막부의 국왕사와 그들의 사송(使送)을 보내어 사량진왜변은 대마도와는 관계없음을 변명하고 강화(講和)할 것을 요구했다. 명종 1년(1546) 5월에는 다시 사량진왜변을 일으킨 두목의 머리 11수(首)를 베어서 부산포로 보내 강화를 요청했다. 이러한 일은 삼포왜란 뒤의 작태(作態)와 꼭 같았다. 조선정부는 그들의 정황을 참작하여 절왜(絶倭)는 교린의 의가 아니라는 논의가 대두되어 명종 2년(1547) 2월 9일 「정미약조(丁未約條)」를 체결했다. 사량진왜변이 있은 지 3년만의 일이었다. 이 약조로 세견선은 25척으로 다시 줄어지고, 가덕도 이서(以西)에 내박(來泊)하는 선박은 왜적(倭賊)으로 간주하고, 제포(齊浦) 도박(到泊)을 폐지하고 부산포 단일 포소(浦所)로 내박(來泊)하게 규정지었다. 이 「정미약조」로 부산포가 조선 유일의 개항장이 되었다. 그 동안의 개항지 제포를 폐지한 것은 제포는 바다 가운데 섬들이 많아 그 섬에 왜인들이 숨어서 도둑질을 일삼는 무리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부산포가 단일 왜관이 되자 부산포로 왜선과 왜인이 몰려들었다. 이와 같이 세종 원년(1419) 대마도정벌로 왜관과 함께 개항지가 폐쇄되고, 삼포왜란(1510)으로 다시 닫혔다가, 사량진왜변(1544)으로 또다시 개항지와 왜관이 폐쇄되었다. 조선정부는 그때마다 그들의 청을 받아들여 새 조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개항의 문호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패와 왜구는 근절되지 않았다. 명종 7년(1552)에는 왜구 2백여명이 제주도에 상륙하여 주민을 살해한 일이 있었다. 명종 10년(1555) 5월 11일에는 전라도 영암(靈岩)의 달양포(達梁浦) 밖에 왜선 70여척이 밀어닥쳐 동서로 나뉘어 달양포 이진포(梨津浦)에 상륙하여 성밖의 민가를 불지르고 달양포를 포위하였다. 16일에는 달양포성이 함락되고, 21일에는 병영(兵營 :강진군 병영면)이 함락되었다. 연이어 왜적은 가리포(加里浦 :莞島)를 공격하고 회고포(會高浦 :장흥군 대덕면), 녹도(鹿島 :고흥군) 등을 공격했다. 영암에서는 전라도순찰사 이순경(李淳慶)의 역전(力戰)으로 왜적은 격퇴되었으나 이번의 이 침범은 종래와는 달리 대규모 작당으로 그 피해지역이 넓어 전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을묘왜변(乙卯倭變)이라 한다. 이 결과 비변사(備邊司)가 상설기관이 되어서(1554) 왜구에 대비하는 방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을묘왜변으로 부산포 단일의 개항지는 폐쇄되지 않고 대마도를 중심한 왜관운영은 계속되었다. 임진·정유왜란 왜란 이전의 국내정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이전의 조선사회는 전반적으로 쇠약해지고 있었다. 국가 소유의 공전(公田)은 국가의 통제력 약화로 권문세가(權門勢家)가 사유화하여 공부(貢賦 :나라에 바치는 세금)를 바치지 않는 논밭이 많아지는 반면 서민이 부담해야 할 공부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져 갔다. 그에 따라 국가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서민의 원성은 날로 높아갔다. 거기다 지배층 상호간은 당쟁으로 반목을 빚는 가운데 나라 남쪽으로는 왜(倭), 북쪽으로는 여진(女眞)의 동정이 심상치 않았다. 비변사(備邊司)가 설치되어 변방의 기무(機務)에 대치하고 있었으나 태평에 젖은 지배층은 임시 미봉책으로 안일만 일삼았다. 삼포왜란 을묘왜란 등 변을 당했는데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병역도 부병제(賦兵制)가 무너지고 용병제(傭兵制)로 바뀌면서 빈농출신의 병사가 대부분인데다 군영(軍營)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나라 안은 그런 지경인데 일본은 군웅할거의 난세가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에 의해 평정되어 가던 도중 불의의 죽음을 당하고 그 부장(副將)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뒤를 이어 전국을 거의 통일하여 1585년(선조 18)부터 관백(關白)이 되었다가 태정대신(太政大臣)이 되어 일본의 정권을 장악했다. 그 도요토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5년 전인 1587년(선조 20) 대마도 도주 종의지(宗義智)에게 조선이 사신을 일본에 보내어 수호(修好)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에 따라 대마도 도주는 유곡강광(柚谷康廣)을 조선에 보내어 일본과의 수호를 청하고 통신사(通信使)를 보내도록 요구했다. 이에 조선정부는 일본의 국내정세를 비로소 알게 되고 그 대책을 서둘렀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그들의 서신만 받고 회답을 보류하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590년(선조 23)에는 대마도 도주 종의지(宗義智)가 하까다(博多)의 중 현소(玄蘇)와 대마도 도주의 가신(家臣) 유천조신(柳川調信)을 데리고 직접 조선으로 건너왔다. 조정에서는 그 먼저 왜사(倭使)로부터 교섭이 여의치 않으면 병화(兵火)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받은 바라 황윤길(黃允吉)을 정사로 삼고, 김성일(金誠一)을 부사, 허성(許筬)을 서장관으로 임명하여 대마도 도주를 따라 선조 23년(1590) 3월 서울을 출발하여 4월 29일 부산포를 떠났다. 조선의 사신들이 도요토미(豊臣秀吉)를 만난 것은 11월이었다. 조선사신이 서장(書狀)을 전하니 도요토미는 명(明)나라를 정벌할 터이니 조선이 앞장서 달라는 것이었다. 조선의 사신이 돌아온 것은 임진왜란 1년 전인 1591년 3월이었다. 돌아온 사신들이 일본의 정세를 보고하는데 서인인 황윤길은 “일본이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병화가 있으리라"한데 대해 동인인 김성일은 그 반대로 “일본이 쳐들어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조정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보고에 의견이 분분했다. 영의정 이산해(李山海), 좌의정 유성룡(柳成龍), 부제학 김 수(金壽) 등 동인계열은 김성일의 의견을 쫓고 대사헌 윤두수(尹斗壽), 병조판서 황정욱(黃廷彧) 등 서인들은 황윤길의 의견을 따랐다. 당파의 파갈림은 나라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도 의견통일을 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요행을 바라는 안일주의가 김성일이 말한 일본이 쳐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의견이 기울고 있었다. 그렇다고 황윤길의 의견이 전혀 무시된 건 아니었다. 소극적이나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군비를 갖추어 갔다. 통신사가 갔다오기 이전의 일이지만 선조 16년(1583) 비변사(備邊司)에서는 영남과 호남지방 곧 창원·양산·해남·당진·영광·순천·장흥 등지의 문관출신 수령을 무관으로 바꾸었다. 파직된 무관과 사판(仕版 :벼슬아치의 명부)에서 이름이 삭제된 무관도 다시 기용하도록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경기도에 허 봉(許封) 강원도에 이 호(李浩) 황해도에 김성일을 순무어사(巡撫御史)로 임명하여 군기(軍器)를 점검하고 사열케 했다. 선조 22년(1589) 7월에는 3도의 수사(水使)와 병사(兵使)의 인사조치도 단행했다. 이때 이순신(李舜臣)이 기용되었다. 지방으로는 국방사무에 밝은 김 수(金壽)를 경상도 감사로, 이 광(李洸)을 전라감사로, 윤국형(尹國馨)을 충청감사로 발탁 임명하면서 병기를 준비하고 성을 수축케 했다. 일본의 실정 동서고금을 통해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데는 어거지 명분이건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침략행위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이 임진년에 왜란을 일으킨 당시는 국가 상호간에 이렇다는 명분이 없었다. 오직 태정대신(太政大臣)이란 이름으로 일본정권을 장악한 도요토미(豊臣秀吉)의 단독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 행위를 분석하는 데는 일본인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구구하다. 그의 침략행위를 도요토미의 공명심과 영웅심에 기인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일본 국내에 있어서 그를 대적할 다른 영주(領主)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조선을 향해 싸움을 내걸었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해외무역을 독점하여 해외발전을 꾀하려는 야심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부터 지방의 봉건 영주는 유력한 재원을 찾아 부국강병책을 서로 다투어 강구했다. 그 가운데의 하나가 외국무역으로 서구물자를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1543년 이후 포루투갈(葡萄牙) 상인이 일본의 서쪽지역 규슈(九州)에 내왕하며 서양무역이 시작되고 일본의 서부 봉건영주들은 동북지구에 비해 무역활동이 활발했다. 그 무역으로 서구인들이 처음으로 가지고 온 무기인 소총이 봉건영주들의 새로운 욕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와 함께 그 신식무기인 소총이 다른 영주에게 전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서구인들의 상선을 다투어 자기 영내로 끌어들였다. 일본 서부 항구는 외국무역으로 번창해졌다. 히라도(平戶)는 당시 일본 서부의 서울이라는 이름이 나돌 정도였다. 1556년 무렵에는 일본 전지역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소총이 주조 보급되었다. 그것이 봉건영주들 사이에는 하나의 위협적 존재가 되었다. 그 위협이란 빈번하게 일어나는 농민의 봉기와 하극상(下剋上)의 풍조였다. 언제 어느 때 서구의 새로운 무기로 기존의 봉건영주가 실각할 지 모를 지경이 되어갔다. 그러한 정세에서 1585년 관백(關白)이 되어 일본 전토의 정복을 꾀해 가던 도요토미는 자기 세력에 위협이 되는 어떠한 것이든 제거해 갔다. 일반 농민과 상인에 대해서는 신분적인 한계와 속박을 엄중히 하였다. 서구무역에 열중해 있는 규슈(九州)지방 영주(領主)들을 정벌하고 천주교를 탄압했다. 1558년에는 도수(刀狩)라 하여 민간인과 승려들이 도검(刀劍) 소총 등 무기를 소지할 수 없게 하고, 이미 그러한 무기를 가진 자에 대해서는 그 무기를 몰수했다. 그가 그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농민반란을 미리 막으면서 병농(兵農)을 분리케 하여 영주들의 역량을 감퇴시키려는 의도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자기 자신의 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국내의 모든 금광산(金鑛山)을 직접 관리 채광토록 했다. 이런 면으로 볼 때 도요토미의 조선출병은 일본 사학자들이 말하는 그대로 일본 국내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남방무역의 이익을 탐하려는 저의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실례로는 도요토미가 조선정벌을 계획하면서 출전병사의 수를 여러 영주(領主)에게 할당했을 때 서부지방에서 남방무역을 일으키고 있는 시고꾸(四國)·규슈(九州)·기슈(紀州) 등에 대해서는 타지방에 비해 2배 내지 3배로 그 수를 높인 사실이다. 이는 그 지방이 가진 영주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대륙전쟁에 소모시켜 남방무역에의 실권을 제자신이 가지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계락 아래 조선침략으로 보낼 마지막 조정으로 나온 병력은 15만8천7백명이었다. 그 군사는 차례를 따라 9번대(番隊)로 형성되어 순번을 따라 출발한다는 작전이 세워졌다. 그 번대와 주장(主將) 및 군사의 수는 다음과 같았다. 제1군(番隊) 小西行長 1만8천7백명, 제2군(〃) 加藤淸正 2만2천8백명, 제3군(〃) 黑田長政 1만1천명, 제4군(〃) 毛利吉成 1만4천명, 제5군(〃) 福田正則 2만5천명, 제6군(〃) 小早川隆景 1만5천7백명, 제7군(〃) 毛利輝元 3만명, 제8군(〃) 宇喜多秀家 1만명, 제9군(〃) 羽柴秀勝 1만1천5백명, 총 15만8천7백명. 이 같은 작전조직으로 선발군인 제1군(番隊)은 3월 상순 나고야(名護屋)를 떠나 일기도(壹岐島)를 거쳐 13일 대마도의 부중포(府中浦)에 다다랐다. 제1군의 주장 小西行長은 대마도에서 사위인 대마도 도주 종의지(宗義智)의 군사 5천과 합류했다. 이 합류로써 제1군 선발대는 1만8천7백명이 되었다. 그들은 대마도에서 약 1개월간 작전준비를 완료하고 해상기후의 호전을 기다리고 있다가 4월 14일(朝鮮曆은 4월 13일) 부산포로 향해 출발했다. 치열했던 부산진전투 선조 25년(1592) 4월 13일 일본의 침략 선발대인 제1군 1만8천7백명의 군사는 7백여척의 병선(兵船)에 나뉘어 타고 오후 5시께 부산바다로 밀어닥쳤다. 이때 부산지방에 있던 황령산봉수대·간비오산봉수대(현 해운대)·오해야항봉수대(현 사하구 또는 서구)·응봉봉수대(현 다대포)·계명산봉수대(범어사 앞산)에서는 일제히 봉화가 올랐다. 그 봉화는 봉화대 봉화선을 타고 북으로 달렸다. 그 당시의 부산진 수군첨사(釜山鎭 水軍僉使)는 정발(鄭撥)이었다. 정발은 까마귀떼로 몰려드는 대군단(大軍團)에 소수의 병선(兵船 :당시의 부산진 소유의 병선은 대소선을 합해 10여척으로 보고 있음)으로 바다에서 맞싸우면 불리할 것을 깨닫고 부산진성(현 좌천동에 있었음) 성안으로 들어와서 전투준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13일 당일 적군은 절영도(絶影島 :현 영도) 앞바다에서 가박(假泊)을 하고 싸움을 내걸어오지 않았다. 다만 적의 주장 小西行長(소서행장)의 막료인 대마도 도주 宗義智(종의지)가 약간의 군사를 거느리고 상륙하여 부산진성을 정찰하고 휘하의 장수 平調信(평조신)을 시켜 명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길이니 길을 비려달라〔假道〕는 요구가 적힌 나무판자를 성 밖에 세웠다. 부산진성 성 안에서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오후 6시께 되돌아갔다. 부산진첨사 정발은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결의를 굳히고 전투태세를 갖추는 한편 성안의 주민(당시의 성내 민호를 약 3백호로 보고 있음)을 단속하면서 주위의 군진(軍陣)에 원군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불안 공포에서 밤을 지낸 14일 새벽이었다. 적군은 우암포(牛岩浦)를 둘러 3개 부대로 나뉘어 부산진 근방 포안(浦岸)으로 배를 붙여 차례로 상륙하여 오전 6시께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성의 모습을 일본측 기록인 《吉野日記(길야일기)》에 의하면 “성밖은 이중 삼중으로 호(濠 :성벽 바깥 둘레에 도랑을 파서 물을 괴게 한 시설)를 둘러 놓았다"고 했다. 야소회(耶蘇會)의 선교사가 쓴 《日本西敎史(일본서교사)》에서는 “바닷가에서 성에 이르는 사이에는 적병을 방위하기 위하여 말뚝을 쳐놓았고 성벽 주위에는 참호(塹濠)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를 미루어 보아서는 나라의 관문이었던 부산진성은 견고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적군은 조총(鳥銃)으로 성을 공격하면서 흙과 돌로써 참호를 메우고 성벽으로 접근해 왔다. 접근한 적은 사면으로 성을 포위하였다. 적군은 대군이었고 신식 무기인 조총을 가진 그 위에 첫 싸움의 기개에 차 있었다. 부산진의 군사와 성안 주민은 화살을 난사하며 분전했다. 천지가 진동하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이때 부산진첨사 정 발(鄭撥) 장군은 휘하의 장사(將士)들을 거느리고 성 안을 순시하며 독전을 하고 있었다. 성밖으로는 적의 시체가 뒹굴고, 성안으로는 적군의 총탄을 맞아 넘어지는 군사와 성민이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군사의 전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준비한 화살도 거의 다 쓰고 성 아래로 향해 내던지던 바윗돌도 나무둥치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적은 성의 높은 곳에서 일제히 조총을 난사하면서 북쪽의 허술한 곳을 무너뜨리고 쳐들어왔다. 마침내는 정 발이 남문 위로 올라 최후까지 싸우라고 호령하는 한편 마구 적을 베는 가운데 적의 총탄을 맞았다. 급기야는 파상적으로 밀려드는 적에 대항할 길을 잃고 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부산진성전투를 일본인 기록인 《吉野日記》에 의하면, 성 안에서는 반궁(半弓)으로 화살을 비오듯 방사하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군은 총포를 발사하여 2시계(時計)동안 천기를 어둡게 하였다는 것이다. 3심(三尋)이나 되는 성벽을 계속 공격하여 군신(軍神)이 벌인 혈제(血祭)라 하여 남자 여자는 물론 개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두 살해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부산진전투의 전투시간은 이쪽과 저쪽 사이의 기록에 차이가 있다. 송시열(宋時烈)의 《정공묘포문(鄭公墓表文)》에는 이날 정오(正午)에 정 발이 탄환을 맞아 순사하고 성은 함락되었다고 했는데 《吉野日記》는 아침 6시께(卯時)에 공격하여 10시에서 12시경(巳午)에 함락하였다고 하고 있다. 이로 보아서는 적군은 새벽부터 군사를 동원하여 거의 한나절을 싸운 것이 된다. 부산진 전투에서 부산진성을 무너뜨린 적군은 동래로 진격했다. 4월 15일에는 동래성전투가 벌어졌다. 동래성전투에 관해서는 육전(陸戰)이었기에 이 자리에서는 줄이기로 한다. 서평포와 다대포전투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左議政)에서 영의정(領議政)으로 또 도체찰사(都體察使)의 중책까지 맡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크게 활약한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이 쓴 《징비록(懲毖錄)》은 임란· 정유왜란에 대한 사실(史實)이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그 《징비록》에 의하면, ‘부산진성을 함락시킨 왜적은 군사를 나누어 서평포(西平浦:현 사하구 舊平)와 다대포(多大浦)를 함락시켰다. 이때 다대포 첨사(僉使) 윤흥신(尹興信)은 적을 막아 힘써 싸우다가 죽음을 당했다'고 기록했을 뿐 그 날짜나 전투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그 당시로 보아서는 서평포나 다대포는 부산포보다 군사적 지체도 낮고 고을도 규모가 작으면서 외떨어져 있어 그런지 그날의 상황이 분명하게 기록된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변지(邊地) 변방에 대해서는 임란의 기록마저 등한했다는 것이 된다. 임란이 지난 오랜 시일 뒤의 기록들을 들추어 보면 영조 33년(1757) 당시 동래부사를 역임한 부제학(副堤學) 조엄(趙樟)이 쓴 다대포첨사 《윤공전망사적서(尹公戰亡事蹟敍)》에 의하면 “내가 징비록을 본 바에는 다대포 첨사 윤흥신이 역전하였으나 피살되었다고 하고 또 《재조번방지(再造藩邦志)》에는 왜적이 군사를 나누어 서평을 함락케 하고 다대포에서는 다대포 첨사 윤흥신이 역전하였으나 피살되었다고 하고 있다. 《재조번방지》는 동양위(東陽尉)의 윤자(胤子) 신경(申炅 :1613-1653)이 찬한 것으로 당시의 문헌을 고증하였을 것이니 믿을 만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윤흥신공의 순절은 여러 기록에 있지만 서평포·다대포의 전투상황을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일은 그 모든 이가 순사한 뒤에 되어 남겨야 할 일이 남겨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한다. 전라 좌·우도 수군의 경상도해역 출전 1592년 9월 1일 부산포해전이 크게 일어난 것은 급격하게 밀어닥친 왜군으로 경상도 해안지역이 무너지고 경상우수사 원균(元均)이 전라좌수사 이순신(李舜臣)에게 구원을 요청한 데 있었다. 구원을 요청받은 이순신은 휘하의 장수들을 불러 구원요청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자리에서 낙안군수(樂安郡守)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수는 전라좌도의 수군은 전라좌도의 수역(水域)을 지킬 일이지 영남으로 들어온 적을 칠 책임은 없다고 관할론(管轄論)을 내세웠다. 그때 광양현감(光陽縣監) 어영담(魚泳潭)이 분연한 태도로 “경상도가 우리 국토가 아니고 왜가 우리 국적(國賊)이 아니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군관 송희립(宋希立)이 “대적이 국경을 치고 들어와서 그 군세가 뻗쳤는데 가만히 앉아서 외로운 성만 지킨다고 혼자 보전할 리 없으니 나아가 싸우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다행히 이기면 적의 기세를 꺾을 것이고 불행히 싸워서 죽는다 해도 신하된 도리로 후세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고 하였다. 녹도(鹿島 :전남 고흥군)만호(萬戶) 정운(鄭運)도 “신하로서 평소에 국은(國恩)을 입고 국록을 먹다가 이런 때 죽지 않고 어떻게 감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고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장수들의 의견을 들은 이순신은 “적의 기세가 마구 뻗쳐서 나라가 위태롭게 된 이때, 어찌 다른 도(道)의 장수라 핑계하고 물러나 자기 경계만 지키고 있을 것이냐"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경상도에서의 원병요청을 비장들의 의논에 붙인 것은 우선 여러 장수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뜻이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오늘날 우리가 할 일은 다만 싸우다 죽는 일밖에 없다는 결의를 보이면서 감히 출전에 반대하는 자가 있으면 목을 베리라고 분연한 기세를 보였다. 경상도 출전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경상우수사 원균으로부터 이순신에게 또다시 연락이 왔다. 그 원균에게서의 연락이란 “적선 5백여척이 부산, 김해, 명지와 낙동강 하구 여러 곳에 정박하여 제 마음대로 육지로 올라 연안(沿岸)을 점령하니 각 고을과 포구 그리고 수영(水營)과 병영(兵營)이 거의 함락되어 봉화(烽火)가 끊어진 것이 분통합니다. 그래서 경상도의 수군을 출동시켜 적선 10여척을 분멸(焚滅)하였지만 나날이 적병은 늘어 그 형세가 더욱 성해지는데 우리는 병사의 수가 적어 대적(對敵)할 수가 없습니다. 본영(本營)도 이미 함락되었으니 이제 두 도(道)가 합세하여 적선을 공격하면 육지에 오른 왜적들이 뒤를 염려하게 될 것입니다. 귀도(貴道)의 군선을 남김없이 거느리고 당포(唐浦) 앞바다로 급히 나와주시기 바랍니다."하는 내용이었다. 왜의 대군침입에 겁을 먹고 곤양(昆陽)으로 피해 달아났던 경상우수사 원균도 시일이 지남에 따라 제 임무를 깨우쳤는가 보았다. 그렇다고 제 자신이 군사를 모아 적을 치려는 방책보다 전라도의 원군에 의지하려는 심산이었다. 경상우수사의 연락을 받은 이순신은 경상도 출전에 뜻을 굳히고 5월 4일 오전 2시(丑時) 전라좌수영인 여수(麗水)를 출발했다. 그 출발이 출전이 되어 그 유명한 경상도 수역인 옥포(玉浦)·적진포(赤珍浦)·당포(唐浦)·당항포(唐項浦) 등에서 대승(大勝)하고 한산도(閑山島)에서 전세를 역전시킨 대성과를 거두었다. 이순신은 장차를 위해 8월 1일 전라우수사 이억기(李億祺)의 군과 합류하여 여수(麗水 :전라좌수영) 앞바다에서 연합함대(聯合艦隊)를 구성했다. 이때 편성된 함선은 전선(戰船) 74척 협선(挾船) 92척 도합 1백66척이었다. 이 전라좌·우도수군은 연합함대로서 유기적인 작전수행을 위해 연일 여수에서 맹연습을 하였다. 이때 경상우도 순찰사(巡察使) 김수(金壽)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연락은 위로 치올랐던 적군이 낮에는 숨고 밤으로 행군(行軍)하여 양산강(梁山江 :지금의 낙동강) 김해강(지금의 서낙동강)으로 연속 내려오는데 짐짝들을 가득 싣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망가려는 자취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경상우도 순찰사의 연락 통첩을 받은 이순신·이억기의 연합함대는 8월 24일 부산방면으로 출동할 것을 결정, 오후 4시께(申時) 여수를 떠났다. 8월 25일 사량(蛇梁 :통영군 사량면) 앞바다에서 경상우수사 원균을 만나 경상우수영 수군이 이에 합류했다. 8월 26일은 각호사(角呼寺 :거제군) 앞바다에서 정박하고 8월 27일은 제포(齊 浦 :진해시 웅천)·서원포(西院浦)에서 밤을 세웠다. 28일은 대부분의 전함을 가덕도 북쪽 서편 기슭에 엄폐시키고 김해 양산강 방면을 수색 정찰했다. 29일은 첫닭이 울 때 가덕도 천성(天城)을 출발했다. 양산강 김해강 앞바다에서 대선(大船) 2척, 소선(小船) 4척에 분승한 적군 30여명이 우리 수군을 보고 배를 버리고 육지로 달아났다. 경상수군의 전함과 좌별도장(左別都將) 이몽구(李夢龜) 등이 추격하여 소선 4척, 대선 1척을 쳐부수었다. 이몽구는 대선 1척을 불사르고 적군 1명을 목베었다. 적선 100여척을 쳐부순 부산포해전 1592년 9월 1일 첫닭이 울자 연합함대는 가덕도에서 부산포로 향해 출발했다. 이로써 부산포 해전의 서막이 열렸다. 아침 8시께 몰운대를 지나 화준구미(花樽龜尾)에 이르러 대선 5척, 다대포 앞바다에서 대선 8척, 서평포(西平浦 :현 사하구 구평) 앞바다에서 대선 9척, 절영도(絶影島 :현 영도) 앞바다에서 대선 2척들이 모두 바다 기슭에 줄지어 대어 있었다. 3도(道)수사가 거느리는 장사와 조방장(助防將) 정궐(丁傑) 등이 배에 가득 실은 물자와 전구(戰具)들을 남김없이 두들겨 부수고 배를 격침시켰다. 이때 쳐부수고 불사른 배만도 대소 24척이었다. 왜적들은 우리의 기세에 눌려 대항하지 못하고 도망쳐 버렸다. 우리 수군은 절영도 안팎을 샅샅이 뒤졌으나 남아 있는 왜선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 다음이 부산포를 살필 차례였다. 3도(道)연합군의 전함을 절영도(絶影島 :현 영도)바깥 바다에 대기시키고 작은 채망선(採望船 :적정을 살피는 배)을 부산 앞바다로 보내 적정을 탐지케 했다. 얼마 후 적정을 살핀 채망선이 돌아와 보고하는 말이 약 5백여척의 배가 부산포 선창 동쪽가의 산기슭 아래 줄지어 정박해 있고 왜군의 선봉(先鋒) 대선 4척이 멀리 초량항(草梁項 :지금의 영도대교, 부산대교가 놓인 해역)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채망선의 보고 5백여척은 놀라운 숫자였다. 5백여척이라면 우리 병선은 그들에 비해 3분의 1로 약세였다. 곧 이순신·이억기·원균 세 수사는 협의했다. 비록 우리 함대가 약세이기는 하나 적의 병선이 집결해 있는 것을 보고 뒤물러설 수는 없었다. 출전의 결의와 작전은 곧 이루어졌다. 기선(機先)을 제압해야 했다. 출격의 북소리와 깃발이 휘날렸다. 그 북과 깃발을 상호 선단이 호응했다. 절영도 바깥해역에서 부산포(지금은 매축돼 있는 동구 좌천동 범일동 평지에서 동천을 거슬러 오른 서면 남쪽지역이 당시는 바다였고, 그 해역이 부산포였음)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독전기(督戰旗)를 휘날리며 우리 함대는 바다 물결을 갈랐다. 우부장(右部將) 녹도만호 정운(鄭運), 구선돌격장(龜船突擊將) 군관 이언량(李彦良), 전부장(前部將) 방답첨사(防踏僉使) 이순신(李純信), 중위장(中尉將) 춘천부사 권준(權俊), 좌부장 낙안군수 신호(申浩) 등이 맨 먼저 돌진으로 들어가 초량항을 향해 나오고 있는 적의 선봉선(先鋒船)인 대선 4척을 격파했다. 이 기세를 타서 우리 전선은 깃발을 날리고 북을 치면서 부산포로 향해 장사진(長蛇陣)으로 돌진했다. 이때 적군은 부산진성(지금의 동구 좌천동에 있었음) 동쪽의 한 산(황령산일 것임. 당시는 전포동 비탈 산기슭이 깎이지 않아 그 산기슭이 동천 가까이까지 뻗어 있었을 것임) 5리쯤 되는 언덕밑에 3군(軍)으로 나뉘어 진(陣)을 치고 있었다. 그 아래 넓은 해역에는 적선 대·중·소 합해 4백70여척이 혹은 정박하고 혹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 4백70여척의 적선은 불시에 함성을 내지르고 치달아드는 우리 함대의 위세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 함대는 지휘장수의 깃발 신호를 따라 적의 해상기지를 향해 거북선을 앞세우고 깊숙이 들어갔다. 적군들은 배안, 성안, 산위와 굴안에서 총과 활을 가지고 산으로 올라 여섯 군데로 나뉘어 진을 치고 내려다보며 탄환과 화살을 빗발치 듯 퍼부었다. 편전(片箭)을 쏘는 것은 우리와 같았지만 큰 철환(鐵丸)이 날아들었다. 그 철환의 크기는 주먹덩이만 했다. 적의 해상기지 깊숙이 든 우리 전선에 대항하는 적군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우리 수군은 바다에서 천자총통(天字銃筒) 지자총통(地字銃筒)을 마구 쏘아대고 장군전(將軍箭), 피령전(皮翎箭), 장편전(長片箭)을 날렸다. 육지와 배위에서 대항하는 적을 바다에서 치는 한편 적선을 마구 쳐부수었다. 우리 군사가 육지의 적을 치면서 적선을 쳐부수는 것은 배를 없애 적의 수송과 보급의 길을 막고 육상의 적과 교통을 차단하는데 그 뜻이 있었다. 부산진성도 자성대성도 그 당시는 왜군에 점령되어 왜군의 군사기지가 되어 있었다. 왜군의 병력은 우리에 비할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 수군은 일사불란이었다. 용맹했다. 전투는 온종일 계속되었고 부산포는 전선이 불타는 연기로 자욱하고 주위 산으로는 총탄소리가 종일토록 메아리쳤다. 삼도(三道)수군은 적의 전선 1백여척을 격파, 소진(燒盡)하는 대전과를 거두었다. 이는 해전사상(海戰史上) 전무후무의 일이었다. 적군이 물에 빠져 죽고 사살돼 죽은 자가 얼마만했던지는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승전(勝戰) 일변도의 우리 수군은 여세를 몰아 육지로 올라 육지의 적을 토벌하려 하였으나 그 일만은 무리일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장계〉인 부산파왜병장(釜山破倭兵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여러 전함의 용사들을 뽑아서 육지로 올라 육지의 적군마저 모조리 섬멸하려 하였으나 성 안팎 6∼7군데에 진을 치고 있는 왜적들 중에는 말을 타고 용맹을 보이는 자 또한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사는 수군이 되어서 말 한 마리 없고 하루 종일 싸운 고단한 군사가 경솔하게 상륙하는 것은 만전(萬全)의 계책이 못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해도 저물었습니다. 밤으로 적의 소굴에 머물다가 앞 뒤 공격을 받을 염려도 있어서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배를 돌리어 자정(子正)에 가덕도로 돌아와 밤을 지냈습니다. 접전 이튿날 다시 쳐들어 가서 그곳 소굴을 불사르고 적선 그 모두를 깨뜨리려는 계책도 가졌습니다마는 육지의 적들이 여러 곳에 꽉 차 있는데 그들이 돌아가는 길을 끊는다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도적이 되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때는 수륙에서 함께 쳐야 하는데 풍랑(風浪)이 심해 전선이 서로 부딪쳐 손상을 입은 배가 많았습니다. 뒷날 적군이 몰려나오는 날을 기다려 경남감사 등과 의논하여 수륙으로 함께 쳐서 남김없이 적을 섬멸하기로 작정하고 초 2일 진을 파하고 본영으로 돌아왔습니다.' 고 하고 있다. 이 〈장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수군은 육지로 올라 적을 치려했던 것 같다. 그날의 용맹이 다시 우러러 보인다. 이순신은 적을 완전히 섬멸하지 못한 것이 장계에 나타난 그대로 아쉬웠을 테지만 큰 전과를 올린 뒤였다. 가덕도 회귀는 전승고(戰勝鼓)를 울리는 개선(凱旋)이었다. 가덕도로 돌아온 3도 연합함대는 밤을 지내고 이튿날 함대를 해산하여 각 수군은 제 위치로 돌아갔다. 이 부산포해전의 성과에 대해서는 이순신 자신도 높이 평가하여 통쾌해 여기는 글을 남겼다. 그 글에 의하면, “전후 네 차례의 열번 접전에서 번번히 승첩(勝捷)을 거두었지만 장사들의 공을 논하면 70여척의 전선으로 4백여척이나 되는 적진속으로 돌진하여 종일토록 싸워 1백여척을 깨뜨렸으니 적으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껏 싸운 공은 먼저번보다 훨씬 더하다……"고 했다. 이와 같은 승리는 이순신이 가진 탁월한 전술과 영도력에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산포해전은 적의 본거지를 무찔러 적의 기세를 크게 꺾었을 뿐 아니라 남해를 돌아 서해로 나아가 수륙으로 나란히 진격하려는 그들의 전략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이 부산포해전에서 녹도(鹿島)만호 정운(鄭運)과 사졸 5명이 전사하고 병졸 26명이 총탄을 맞아 부상한 것은 애석한 일이었으나 종일을 이은 대규모 해전이었던 사실에서 본다면 우리 수군의 피해는 가벼운 편이었다. 이 부산포해전의 1592년 9월 1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 5일이 된다. 10월 5일을 ‘부산시민의 날' 로 정해 갖가지 축제를 올리고 있는 것은 그날의 부산포해전의 대첩을 기리기 위함이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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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부산항의 역사 4 (부산) |
 [근대] 부산항의 역사 2 (부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