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1 (부산)
부산항의 역사 11 일제강점기 3 최초의 박람회와 수산공진회(水産共進會) 만국박람회가 시작된 것은 1851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의 상품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상품과 일본상품인 『한·일상품 박람회』가 맨 처음으로 열린 것은 영국의 만국박람회에서 54년이 지난 1905년이었다. 이 『한·일상품 박람회』는 일제강점 이전에 일본이 일본상품을 선전하여 우리나라에 시장을 개척하려는 뜻이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처음 열린 박람회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컸다. 『한·일상품 박람회』가 열렸던 자리는 박람회가 열린 그 한해 전인 1904년에 준공을 본 부산상품진열관(신창동 1가, 현 광복동)이었다. 일본측 진열상품은 소비제 상품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출품한 것으로는 동래지방 특산물인 담뱃대를 비롯한 놋그릇 등의 수공업 공산품에 농산물과 수산의 건어물(乾魚物)들이었다. 부산 이외의 우리나라 각지에서 출품했던 것으로는 한산(韓山) 모시, 안동포(安東布), 닥종이(조선 문종이), 전주 합죽선(全州 合竹扇) 등 가내 공산품들이었다. 일제강점 이후에는 1923년 10월 10일부터 20일 동안 부산에서 『조선수산 공진회(朝鮮水産 共進會)』가 열렸다. 이는 수산품 박람회였다. 이 공진회가 열리기 1개월 10일 전인 9월 1일에 일본 관동지방(關東地方)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은 이 대지진을 당하여 일본 육군과 경찰은 날조된 유언(流言)을 퍼뜨려 무고한 우리 동포 수천명이 학살당하는 참사를 빚었다. 그것은 지진발생 다음 날, 발족한 야마모도(山本權兵衛)내각은 당장 시급한 것이 민심수습이란 생각이었다. 그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했고,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명분으로는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그 위기의식을 조성하는데 일본에 있는 한국인을 이용한 것이었다. 곧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켜 민심이 극도로 불안케 된 그날 오후 6시를 기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들 일본 정치인들은 유언비어의 전파에만 그치지 않았다. 민중에게 확산시키기 위해 『유언반(流言班)』 『지휘반』 『실행반』등 공작대를 조직하여 그들로 하여금 방화, 독물투입, 투탄(投彈) 등의 테러행위를 시키고는 그것을 마치 조선사람이 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었다. 그러할 때 부산으로는 일본의 대지진 소식과 함께 한국인 학살이 마구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공진회의 연기도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미 날짜를 정해놓고 추진해 온 공진회였다. 일본의 대지진과 조선의 공진회를 연관시키는 것은 공진회의 목적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공진회는 국내 한국인을 자극하지 않게 되려 행사를 화려하게 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수산공진회의 총재는 아리기찌(有吉忠) 조선총독부 정무총감(政務總監)이 되었다. 부산에서의 수산 공진회라 해도 총재가 총독부 정무총감이란 것으로 보아 전국적인 규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장은 와다(和田純) 경상남도지사가 맡았다. 공진회를 후원하는 협찬회 회장은 조선수산회 회장인 가시이(香稚原太郞)가 되었다. 공진회의 실질적인 운영은 가시이가 해 나갔다. 협찬회 부회장으로서의 우리나라 사람은 부산출신 은행가 문상우(文尙宇)가 되었다. 거물 친일파 이완용(李完用)과 박영효(朴泳孝)·송병준(宋秉畯) 등이 고문(顧問)으로 추대되어 있었다. 고문은 많았는데 그 고문으로는 조선은행 총재 미노베(美濃部)를 비롯해서 국책회사 간부 3명과 경성일보(京城日報) 외 15개 국내 신문사 사장, 그리고 12개도 도지사가 고문이 되어 있었다.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어 수산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이 고문에는 빠져 있었다. 이런 인원구성으로 보아서는 전국적인 공진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의 협찬회 위원들은 최고급으로는 일본인 유지들이었고 평의원(評議員)으로는 부산출신 한국인 저명인사들이 총동원되었다. 그 명단을 참고 삼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지주(地主)로서 이규직(李圭直)·송태관(宋台觀)·이향우(李鄕雨)·박영희(朴永禧)·이병하(李炳夏)·이형우(李馨雨)·이성우(李聲雨), 은행가로서 윤상은(尹相殷)·전병학(全秉鶴)·윤현태(尹顯泰), 부산부 의회 의원으로서 김준석(金準錫), 경상남도 의회 의원으로서 김병규(金秉圭)·어대성(魚大成), 실업가(實業家)로서 정기두(鄭箕斗)·김시구(金時龜)·안희제(安熙濟)·장경택(張敬宅)·구덕여(具德汝)·오인규(吳仁圭)·윤대선(尹大善)·김성학(金性學)·추내유(秋乃有)·오남근(吳南根)·강성문(姜成文)·김성담(金聖澹)·이영준(李英俊)·방사원(方思園)·이병희(李秉熙), 교육자 및 사회명사로는 김국태(金局泰)·오형식(吳灐植)·전성호(田性昊)였다. 이 수산공진회는 한 자리서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네 곳에서 벌어졌는데 제1회장은 충무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당시의 대정공원(大正公園)에서 어선(漁船)과 어구(漁具)의 실물대(實物大)모형, 그리고 각 도의 수산품들이 전시되었다. 제2회장은 중앙동의 옛 부산역 앞에 있던 경상남도 상공장려관(商工奬勵館)을 벽돌 2층으로 지어서 썼다. 그 상공장려관은 수산공진회 때 새로 지어진 것이다. 이 제2회장에는 수산가공품·건어(乾魚)·해조(海藻)들이 전시되었다. 제3회장은 영도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에서 열렸는데 수족관(水族館 :55평)에 도미·갯장어·농어·넙치·가물치·거북 등 50여종의 어류가 관람객의 눈길을 모았다. 제4회장은 오늘의 중구 신창동(현 광복동에 흡수)에 있었던 부산 상공회의소 건물을 썼다. 이 곳에는 수산 공예품이 전시되었다. 이 수산공진회 회장에는 네온전등이 달려 불야성(不夜城)을 이루었다. 오늘날의 중구거리에는 아치등 장식물이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관람료는 어른 20전, 어린이 10전, 군인 및 학생단체는 1인당 5전이었는데 관람권 한 장이면 제1회장에서 제4회장까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다. 이 20일 동안의 수산공진회에 몰려든 관람객은 연인원 28만명 정도이고, 관람료 수입은 9만1천원이었다. 태평양전쟁과 부산항 부산항을 요새화한 부산요새사령부 부산항은 일본이 중일전쟁(中·日戰爭 :1937년에 일어나 1941년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됨)이나 태평양 전쟁 당시는 일본군의 병참기지(兵站基地)였다. 중국으로 남양으로 갈 군수물자와 병력이 부산항으로 몰려들고 또 몰려갔다. 그러나 그 때의 상황은 군사기밀이란 엄격한 통제아래 있어서 알 길이 없다. 부산항 주위에는 차폐장치가 되어 항만을 볼 수 없었다. 부산항(특히 오늘날의 북항)주위를 다니다가는 스파이라 한 간첩(間諜)으로 취급받아야 했다. 주위로는 일본 헌병이 지키고 사복 검색 요원도 있었다. 중일전쟁이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자 전쟁수행의 본부(本部)를 대본영(大本營)이라 하여 그 대본영에서 전쟁을 총괄하면서 전쟁에 관한 모든 일은 그 대본영의 발표로 귀일시켰다. 대본영의 발표 이외의 일은 유언비어(流言蜚語)에 속해 그 단속과 벌이 가혹했다. 말하자면 전쟁수행을 위한 그들 나름의 철저한 보도관제(報道管制)였다. 그러니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1941년 12월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의 4년간은 진실의 소재를 헤아릴 수 없는 암흑의 시기였다. 그래서 그날의 역사적 진실은 현재까지도 탐색하지 못한 바 적지 않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뒤의 대본영 발표를 예를 들면 그날 동남아 여러 지역의 일본군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석권(席卷)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팔굉일우(八紘一宇)가 곧 성취되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건설은 이제 눈앞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대본영 발표와는 정반대로 1945년 미군은 일본이 점령한 루손도를 점령하고 2월 하 순에는 마닐라를 탈환점령했다. 그리고 미군은 유황도를 차지하고 4월에는 오끼나와 상륙했다. 그래도 일본의 대본영은 그런 말 한마디도 없이 전쟁은 연전연승(連戰連勝)이라 했다. 4월부터 미국 항공기가 일본 본토를 공습해도 이기고 있다고 우겼다. 공격당한 일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4월 5일에는 소련이 일·소중립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고했고, 5월 8일에는 독일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했다. 일본은 일본 본토에 상륙한 미군과 결전을 벌일 준비를 해야 하고 또 소련의 침공을 막을 준비도 해야 했다. 그 두 가지 일은 한국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일본은 미군이 조선에 상륙할 첫발을 제주도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남조선지구에 상륙하기 위한 부산지구 상륙도 배제하지 못했다. 그렇게 상륙할 시기를 일본 군부는 8월쯤으로 보았다. 그래서 1945년 4월 이후에는 독립혼성 제127여단이 부산에 신설되었다. 6월 25일 미군이 오끼나와를 점령하고부터 미군 비행기에 의한 일본본토의 공습이 격화되었다. 한국 전 지역도 미군의 제공권 안에 들어 미 해군의 함재기와 B29기는 한국 남해안에도 공습을 가해 왔다. 7월 4일에는 대전지구의 철도시설을 폭격하고 7월 31일에는 청천강의 철교를 폭파하고 7월 중순부터 8월까지의 6일간에 청진·나진·웅기에 B29기가 날아와서 항구내에 기뢰를 투하하였다. 미군기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의 등대 11개소를 폭파했다. 1945년 7월 24일 포츠담회담중 미·영·소 3국 참모총장회의에서 마샬 미 참모총장은 미군은 조선상륙은 하지 않고 그 대신 일본 큐우슈(九州)를 상륙한 후 비행기로써 조선을 제압할 작전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은 마샬의 작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었다. 그만큼 일본은 상대방의 작전 정보에 둔했다. 그러한 상황이었으니 병참기지(兵站基地)가 되어 있던 부산은 그 병참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일본군의 병력이나 시설은 그들 나름대로는 확고했다. 그러나 그날의 일본측 군사관계는 극비에 속했다. 군 상호간도 비밀을 가지면서 그 비밀을 지켰다. 그런 터전에 군사의 일은 기록으로 보존되지 못하고 민간으로 새어나올 수 가 없어 군사상의 일은 헤아릴 수 없었다. 일본군은 부산항의 외곽인 태종대와 아치섬과 오륙도를 연결하는 해안선 일대를 부산요새사령부 중심 작전지구에 소속시키면서 용호동 남쪽 끝에 패전의 그때까지 군사시설을 공고히 갖추었다. 그 군사시설이 설비된 작전지구나 용호동 남쪽 끝은 일반인의 통행을 막고 시설을 위한 공사에도 일반인을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패전 뒤는 시설물을 파괴 또는 철거했기 때문에 그날의 일을 소상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용호동 남단의 지하로 포대(砲臺)가 설치되고 방대한 탄약고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태종대에 포대가 서고 아치섬에 『서치라이트』를 설치하여 밤으로 바다와 하늘에 불빛을 내쏘며 바다로 오는 배와 하늘로 오는 비행기를 지킨 것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난 이후부터다. 그 당시 오륙도는 해상경비의 요충지였으나 군사시설은 없고 일본병들이 교대로 등대에 올라 초소임무를 맡았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는 미 공군이 용호동 일대 요새지역을 여러 차례 정찰하고 B29가 4발의 폭탄을 산발적으로 투하한 일이 있지만 교전은 없었다. 태평양 전쟁 후기에는 하단·다대포·감천·영도·우암 일대까지 요새 중심권으로 확대되었다. 그 당시의 부산요새사령부는 부산항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영주동 산비탈(현 코모도 호텔 근방)에 두고 수송부대인 아까쯔끼(曉)부대가 주력부대였다. 경마장이었던 지금의 서면 하야리야부대 자리와 지금의 우암동 적기에는 군수물자가 쌓여 있고 군이 지키고 있었다. 용두산에는 고사포(高射砲)부대가 있었고 자성대(子城臺)에는 대공감시대(對空監視臺)가 있었다. 군의 규율과 범죄를 단속하는 일본의 부산헌병대는 일제강점 이전인 1896년에 이미 발족되어 대구·진주 등지에 분견대(分遣隊)를 두고 있었다. 1911년에는 대청동 2가에 부산헌병대 청사를 지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 헌병대의 본 업무는 군의 규율과 범죄를 단속하는 군 기관이라 해도 일제강점 이후의 정치를 헌병정치라 말했듯이 당시의 헌병은 무력에 의한 민간인 단속의 무단정치의 앞잡이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 말기이자 태평양 전쟁 말기의 헌병은 그 권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했다. 경찰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그것은 무기를 가졌다는 무력이 주는 힘이었다. 일제말기 부산의 피폭(被爆) 태평양 전쟁이 끝나기 2개월 전인 1945년 6월 9일 부산항에서 약 10㎞ 떨어진 낙동강 하구(河口)에서 여수-부산간의 여객선 『가모메마루』가 미공군 『그라만』함재기의 폭격을 받아 침몰당하고 그 배를 탔던 3백여명에 가까운 양민이 사망했다. 그 뒤부터 태평양 『괌』도를 기지로 한 B29 폭격기가 종전 직전인 7∼8월에는 매일같이 부산 주변을 날아들었다. 그럴 때면 라디오가 적기(敵機 :연합군 비행기를 말함)가 날아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함께 시내 요소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부산요새사령부 소속의 고사포가 곳곳에서 터뜨려지기도 했다. 1945년 7월 하순에는 등화관제(燈火管制)로 캄캄한 밤에 초량동 산 밑의 농가 외양간을 미공군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폭탄 1발을 터뜨렸다. 이는 새벽녘 소죽을 끓이기 위해 외양간에 촛불을 켠 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본다. 이 부산 시내의 최초의 폭격피해는 소 한 마리였다. 그 며칠 뒤 밤중에 지금의 북구 만덕고개에 미군기가 또 하나의 폭탄을 터뜨렸다. 역시 인명피해는 없었다. 종전 나흘 전인 8월 11일의 수정동 폭격피해는 컸다. 그때 첫 번째 떨어진 폭탄은 지금의 부산일보에서 경남여자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중간에 있었던 일본군 육군 관사였다. 미공군기가 밤중에 떨어뜨린 그 폭탄으로 일본군 소좌(소령)가 폭사하고, 계속 떨어진 폭탄은 中島장도가 옆의 한국인 자동차 운전수 집을 흙모래로 덮어 버렸다. 세 번째 폭탄은 약 20m 떨어진 일본인 청부업자 집의 방공호(防空壕) 입구에 떨어졌다. 그때 마침 방공호 안으로 피했던 12명의 일본인 모두가 방공호에 묻혀 압사당했다. 계속해서 떨어진 폭탄은 한국인 백규정(白圭正)을 폭사케했다. 이때 떨어진 폭탄 파편은 5백미터나 떨어진 좌천동으로 날아가서 방 안에서 잠자고 있던 할머니까지 죽게 했다. 그렇게 해서 이 수정동 피폭으로 죽은 사람은 15명이나 되었다. 종전 10일을 앞두고는 미군 함재기가 오륙도 주위를 배회하면서 용호동 일대의 일본군의 부산요새사령부 기지를 탐색하고는 B29기가 폭탄 4발을 떨어뜨린 일이 있었다. 그 무렵 영도에 있었던 군수공장으로 조선(造船)과 선박수리의 일을 맡았던 조선중공업회사인 지금의 한진중공업에는 공장 안에다 폭탄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그러한 일들은 당시의 일본 군부의 보도관제로 신문에도 라디오에도 발표되지 않았다.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일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새어난 게 당국이 알게 되면 유언비어를 퍼뜨린 죄로 경찰에 잡혀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종전이 가까웠을 무렵 계속되는 공습경보 사이렌에 부산 주민은 전전긍긍이었다. 만일 일본의 패망이 얼마간만 늦었어도 부산의 피폭피해는 컸을 것이었다. (계속) 출전 : 부산라이프 부산항역사 |
|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2 (부산) |
 [근대] 부산항의 역사 10 (부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