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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2-12-29 (일) 15:43
분 류 사전3
ㆍ조회: 365      
[조선] 김석문의 우주론
독자적인 지전설을 담고 있는 김석문의 우주론

과학사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구가 자전한다는 지전설(地轉說)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이다.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에 간행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우주의 중심에는 지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자리잡고 있으며, 지구는 태양을 주위로 1년에 한 바퀴 공전하고 있고 또한 스스로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태양중심설과 지구의 자전설을 기본으로 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이론은 이후 케플러 등에 의해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천문학자들이 상정하고 있는 우주론의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이론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전해진 것은 19세기 중후반 경에 해당한다. 조선의 학자들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과 지구자전설을 처음으로 접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이다. 그런데 최한기가 1857년 {지구전요}라는 책을 통해 지구의 자전설을 주장하기 훨씬 이전인 18세기 경에 김석문(金錫文, 1658-1735년)이라는 학자는 성리학과 역학(易學)적 사유를 바탕으로 지전설을 독자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는 평소 주역의 이론체계를 이용하여 자연세계를 탐구하는 역학적 자연관에 깊이 침잠하였으며, 오랜동안의 연구 끝에 {역학도해(易學圖解)}라는 책을 저술하였는데, 지전설은 이 {역학도해}라는 책 속에서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김석문의 지전설은 우주의 본체가 태극이고 이 태극으로부터 만물이 비롯되었다는 성리학적 자연관과 원회운세법이라고 하는 상수학(象數學)적 논의를 발전시킨 소옹의 우주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가 설정한 우주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지구를 비롯하여 달, 태양, 화성, 목성, 토성과 토성 바깥에 있는 경성천(항성이 붙어 있는 천구)가 동일한 지점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우주의 중심이 되는 이 지점의 위치는 지구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으로, 지구 내부에 있다. 이에 비해 내행성인 수성과 금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체계는 티코 브라헤의 우주체계와 유사한 것이다. 티코 브라헤는 서구에서 전통적으로 믿어져 왔던 지구중심설과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절충하기 위하여 달과 태양, 화성, 목성, 토성, 항성천구는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고 수성과 금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김석문은 『오위역지(五緯曆志)』라는 책을 통해서 티코 브라헤의 이러한 체계를 접하고 이를 참고한 듯하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의 천체구조론에서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고 우주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에 비해서, 김석문의 우주론에서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으며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티코 브라헤와는 차이가 나는 독특한 것이다.

이러한 차이 이외에도 항성천구의 바깥에 태허천과 그 바깥에 다시 태극을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김석문의 우주구조는 서양의 천문학 전통이 아닌 동아시아의 성리학적 우주론의 전통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지구의 회전 또한 이러한 성리학적이고 역학적인 자연철학 사고에 바탕하고 있다. 김석문에 따르면 우주의 제일 바깥에 있는 태극은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안쪽에 있는 태허천부터 움직임이 시작된다. 태허천이 하루에 회전하는 거리는 지구의 원주길이와 같다. 그런데 지구의 원주가 9만리이므로 태허천이 하루에 움직이는 거리역시 9만리가 된다. 그는 이와 같이 하루 동안에 태허천이 운동하는 거리를 1허(虛)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태허천이 완전히 1바퀴 일주하는 데에는 9933,0601,2839,5980년(약10의 16승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이는 태허천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인데, 그 결과 태허천 운동의 각속도는 아주 미미한 것이 된다.

태허천의 운동성은 안쪽으로 전달되면서 항성천과 토성, 목성, 화성, 태양의 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이 움직이는 거리는 모두 태허천이 하루에 움직이는 거리, 곧 1허와 같다. 그런데 비록 움직이는 거리는 같다고 하더라도 각 천체의 크기는 바깥쪽으로 갈수록 커지고 안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므로, 각 천체가 운동하는 각속도는 안쪽으로 갈수록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맨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지구운동의 각속도는 하루에 1회전, 곧 360도가 되고, 달이 하루에 움직이는 각속도는 13.5도, 태양은 1도가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개월이 되고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이 되도록 만든다. 김석문이 펼치고 있는 우주론적 논의는 앞서 말한 대로 전통적인 성리학적 자연철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찍이 찾아 볼 수 없었던 상당히 독특하고 독창적인 방식의 우주론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독자적으로 지구의 자전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전 : 박권수의 한국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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