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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한명회의 졸기 (성종실록)
《 성종 209 18/11/14(기유) / 상당 부원군 한명회의 졸기 》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韓明澮)가 졸(卒)하였다. 철조(輟朝)하고, 조제(弔祭)하며, 예장(禮葬)하기를 예(例)와 같이 하였다. 한명회의 자(字)는 자준(子濬)이고, 청주인(淸州人)이며, 증(贈) 영의정(領議政) 한기(韓起)의 아들이다. 어머니 이씨(李氏)가 임신한 지 일곱 달 만에 한명회를 낳았는데, 배 위[腹上]에 검은 점이 있어, 그 모양이 태성(台星)과 두성(斗星) 같았다. 일찍이 어버이를 여의고, 가난하여 스스로 떨쳐 일어나지 못하였으며, 글을 읽어 자못 얻은 바가 있었으나, 여러 번 과거(科擧)에 합격하지 못하였다. 이에 권남(權擥)과 더불어 망형우(忘形友)를 맺고, 아름다운 산이나 수려(秀麗)한 물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문득 함께 가서 구경하고, 간혹 해[歲]를 마치도록 돌아올 줄 몰랐다. 경태(景泰) 임신년(1452, 문종 2)에 경덕궁직(敬德宮直)에 보직(補職)되어, 일찍이 영통사(靈通寺)에 놀러 갔었는데, 한 노승(老僧)이 사람을 물리치고 말하기를, ‘그대의 두상(頭上)에 광염(光焰)이 있으니, 이는 귀징(貴徵)이다.’라고 하였다. 이때 문종(文宗)이 승하[賓天]하고 노산(魯山)이 나이 어리어 정권(政權)이 대신(大臣)에게 있었는데, 한명회가 권남에게 이르기를, ‘지금 임금이 어리고 나라가 위태로운데, 간사한 무리들이 권세를 함부로 부리고, 또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이 마음속으로 다른 뜻을 품고 대신(大臣)들과 친밀하게 교결(交結)하며, 여러 소인들을 불러 모으니, 화기(禍機)가 매우 급박(急迫)하오. 듣자니, 수양 대군(首陽大君)이 활달(豁達)하기가 한 고조(漢高祖)와 같고 영무(英武)하기가 당 태종(唐太宗)과 같다 하니, 진실로 난세를 평정할 재목이오. 그대가 문필[筆碩]에 종사하는 즈음에 모신 지가 오래인데, 어찌 은밀한 말로 그 뜻을 떠보지 아니하였소.’ 하였다. 권남이 한명회가 한 말로써 아뢰니, 세조(世祖)가 한명회를 불러 함께 이야기하였는데, 한 번 만나보고 의기가 상통하여 마치 옛날에 사귄 친구와 같았다. 마침내 무사(武士) 홍달손(洪達孫) 등 30여 인을 천거하고, 계유년(1453) 겨울 10월 초10일에 세조가 거의(擧義)하여, 김종서(金宗瑞) 등을 주살(誅殺)하고, 한명회를 추천하여 군기 녹사(軍器錄事)로 삼고, 수충 위사 협책 정난 공신(輸忠衛社協策靖難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고, 곧 사복시 소윤(司僕寺少尹)으로 올리었다. 갑술년(1454, 단종 2)에 승정원 동부승지(承政院同副承旨)로 초배(超拜)되고, 을해년(1455) 여름에 세조가 선위(禪位)받자, 여러 번 승진하여 좌부승지(左副承旨)가 되고, 가을에 동덕 좌익 공신(同德左翼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고, 우승지(右承旨)로 올렸으며, 병자년(1456, 세조 2) 여름에 성삼문(成三問) 등이 노산(魯山)을 복립(復立)할 것을 꾀하고, 은밀히 장사(將士)들과 교결(交結)하여, 창덕궁(昌德宮)에서 중국 사신[華使]을 연회(宴會)하는 날에 거사(擧事)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 날에 이르러, 한명회가 아뢰기를, ‘창덕궁은 좁고 무더우니, 세자(世子)가 입시(入侍)하는 것은 불편(不便)하고, 운검(雲劒)의 제장(諸將)도 시위(侍衛)하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모두 옳게 여겼다. 장차 연회가 시작되려 하자, 성삼문의 아비 성승(成勝)이 운검(雲劒)으로서 장차 들어가려 하자, 한명회가 꾸짖어 저지하기를, ‘이미 제장(諸將)들로 하여금 입시(入侍)하지 말게 하였소.’ 하니, 성승이 마침내 나갔다. 성삼문 등이 일이 이루어지지 못 할 것을 알고, 말하기를, ‘세자(世子)가 오지 아니하고, 제장(諸將)이 입시(入侍)하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겠는가?’ 하였다. 그 무리 가운데에 한명회를 해치려는 자가 있자, 성삼문이 말하기를, ‘대사(大事)를 이루지 못하였는데, 비록 한명회를 제거한다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하였다. 이튿날 일이 발각되어, 모두 복주(伏誅)되었다. <이해> 가을에 좌승지(左承旨)로 올랐다. 천순(天順) 정축년(1457, 세조 3) 가을에 숭정 대부(崇政大夫) 이조 판서(吏曹判書)로 뛰어 임명되고, 상당군(上黨君)에 봉(封)해졌으며, 겨울에 병조 판서(兵曹判書)로 옮기었다. 기묘년에 황해 평안 함길 강원도 체찰사(黃海平安咸吉江原道體察使)가 되고, 경진년(1460, 세조 6)에 숭록 대부(崇祿大夫)에 가해졌으며, 신사년(1461, 세조 7)에 보국 숭록 대부(輔國崇祿大夫)에 가해지고,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에 봉해져서, 판병조사(判兵曹事)를 겸하였다가, 임오년(1462, 세조 8)에 대광 보국 숭록 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 의정부 우의정(議政府右議政)에 가해지고, 계미년(1463, 세조 9)에 좌의정(左議政)에 올랐으며, 성화(成化) 병술년(1466, 세조 12)에 영의정(領議政)에 올랐다가, 곧 병(病)으로 인하여 사임(辭任)하였다. 정해년(1467, 세조 13)에 길주인(吉州人) 이시애(李施愛)가 반란을 일으켜, 터무니 없는 뜬소문을 만들어 말하기를, ‘한명회가 신숙주(申叔舟)와 더불어 불궤(不軌)를 꾀한다.’고 하자, 한 재상(宰相)이 아뢰기를, ‘옛날에 칠국(七國)이 반(反)하자, 한(漢)나라에서 조조(晁錯)를 죽이자 칠국이 평정되었으니, 두 사람을 마땅히 속히 가두소서.’ 하여, 임금이 그대로 따랐는데, 곧 죄가 없는 것을 알고 석방하였다. 무자년(1468, 세조 14) 가을에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睿宗)이 유교명(遺敎命)을 받들자, 한명회가 한두 대신(大臣)과 더불어 승정원(承政院)에서 윤번(輪番)으로 숙직(宿直)하며 서정(庶政)을 참여하여 결정하였다. 이때에 혜성(彗星)이 나타나자, 한명회가 아뢰기를, ‘성문(星文)이 변(變)을 보이었으니, 그 응험(應驗)이 두렵습니다. 창덕궁(昌德宮)에 성(城)이 없으니, 마땅히 중신(重臣)들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숙위(宿衛)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얼마 아니되어, 남이(南怡) 등이 반역을 꾀하여 복주(伏誅)되자, 추충 보사 병기 정난 익대 공신(推忠保社炳幾定難翊戴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고, 기축년(1469, 예종 1) 봄에 다시 영의정(領議政)에 제수되었다가, 가을에 사임(辭任)하였다. 예종(睿宗)이 승하하고 금상(今上)이 즉위(卽位)하자, 정희 왕후(貞熹王后)가 임시로 함께 청정(聽政)하여 한명회에게 명하여 이조 판서와 병조 판서를 겸하게 하니, 극력(極力)으로 이를 사양하였다. 정희 왕후가 전교하기를, ‘세조(世祖)께서 경(卿)을 사직지신(社稷之臣)이라고 하셨소. 지금 국상(國喪)이 잇달아 인심(人心)이 매우 두려워서 당황[遑遽]하니, 대신(大臣)이 자신만 편할 때가 아니오.’ 하니, 한명회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재주는 없고 임무는 중하여, 국사(國事)를 그르칠까 두렵습니다.’ 하자, 다만 병조 판서만 겸하도록 명하고, 신묘년(1471, 성종 2) 여름에 순성 명량 경제 홍화 좌리 공신(純誠明亮經濟弘化佐理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었다. 이 해에 혜성(彗星)이 또 나타나자, 한명회가 군영(軍營)을 대궐(大闕)의 동쪽·서쪽에 설치하기를 청하고, 한명회가 서영(西營)을 거느리었다. 하루는 소대(召對)에서 흥학(興學)의 중요함을 진술하고, 이어서 아뢰기를, ‘성균관(成均館)에 서적이 없으니, 마땅히 경사(經史)를 많이 인쇄하고, 각(閣)을 세워 간직하게 하소서.’ 하여, 임금이 그대로 따랐는데, 한명회가 사재(私財)를 내어 그 비용을 돕게 하였으므로, 사림(士林)에서 이를 훌륭하게 여겼다. 갑진년(1484, 성종 15) 봄에 나이가 많은 것을 이유로 치사(致仕)하기를 청하니, 윤허(允許)하지 아니하고, 궤장( 杖)을 내려 주었다. 이때에 이르러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임금이 내의(內醫)를 보내어 치료하게 하고 날마다 중관(中官)을 보내어 문병하게 하였으며, 병이 위독하여지자 승지(承旨)를 보내어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시중드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대(冠帶)를 몸에 가하게 하고, 후설(喉舌)을 놀려 입속으로 말하기를, ‘처음에는 부지런하고 나중에는 게으른 것이 사람의 상정(常情)이니, 원컨대, 나중을 삼가기를 처음처럼 하소서.’ 하고, 말을 마치자 운명하였는데, 나이가 73세이다. 임금이 매우 슬퍼하여 음식을 들지 아니하고, 특별히 내신(內臣)을 보내어 제사(祭祀)를 내렸으며, 또 백관(百官)에게 명하여 회장(會葬)하게 하였다. 시호(諡號)를 충성(忠成)이라 하였으니, 임금을 섬기어 절개를 다한 것을 충(忠)이라 하고, 임금을 보좌하여 능히 잘 마친 것을 성(成)이라 하였다. 한명회는 성품이 관홍(寬弘)하고 도량(度量)이 심침(深沈)하여 소절(小節)에 구애하지 아니하고, 항상 주장하는 이론[持論]은 화평(和平)에 힘쓰고, 일을 결단(決斷)함에 있어서는 강령(綱領)을 들어서 행하였으므로, 세조(世祖)가 일찍이 말하기를, ‘한명회는 나의 자방(子房)이다.’라고 하였다. 아들은 한보(韓堡)이고, 딸은 장순 왕후(章順王后)와 공혜 왕후(恭惠王后)이다. 【사신(史臣)이 논평하기를, “한명회(韓明澮)는 젊어서 유학(儒學)을 업(業)으로 삼아 <학문을> 이루지 못하고, 충순위(忠順衛)에 속하여서, 뜻을 얻지 못하고 불우(不遇)하게 지내다가, 권남(權擥)과 더불어 문경교(刎頸交)를 맺고, 권남을 통하여 세조(世祖)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에 알아줌을 만나, 대책(大策)을 찬성(贊成)하여, 그 공(功)이 제일(第一)을 차지하였으며, 10년 사이에 벼슬이 정승에 이르렀고, 마음속에 항상 국무(國務)를 잊지 아니하고, 품은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아뢰어, 건설(建設)한 것 또한 많았다. 그러므로 권세(權勢)가 매우 성하여, 추부(趨附)하는 자가 많았고, 빈객(賓客)이 문(門)에 가득 하였으나, 응접(應接)하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여, 일시(一時)의 재상들이 그 문(門)에서 많이 나왔으며, 조관(朝官)으로서 채찍을 잡는 자까지 있기에 이르렀다. 성격이 번잡(煩雜)한 것을 좋아하고 과대( 大)하기를 기뻐하며, 재물(財物)을 탐하고 색(色)을 즐겨서, 전민(田民)과 보화(寶貨) 등의 뇌물이 잇달았고, 집을 널리 점유하고 희첩(姬妾)을 많이 두어, 그 호부(豪富)함이 일시(一時)에 떨쳤다. 여러 번 사신(使臣)으로 명나라의 서울에 갔었는데, 늙은 환자(宦者) 정동(鄭同)에게 아부하여, 많이 가지고 간 뇌물로써 사사로이 황제에게 바쳤으나, 부사(副使)가 감히 말리지 못하였다. 만년(晩年)에 권세(權勢)가 이미 떠나자, 빈객(賓客)이 이르지 않으니, 초연( 然)히 적막한 탄식을 하곤 하였다. 비록 여러 번 간관(諫官)이 논박(論駁)하는 바가 있었으나, 소박하고 솔직하여 다른 뜻이 없었기 때문에 그 훈명(勳名)을 보전(保全)할 수 있었다.” 하였다.】 【원전】 11 집 262 면 【분류】 *인물(人物)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역사-편사(編史) 출전 : 성종실록 209권 성종 18년 11월 14일 (기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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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김인후 (민족) |
 [조선] 서거정의 졸기 (성종실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