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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이산해의 졸기 (광해군일기)
《 광해 019 01/08/23(신미) / 아성 부원군 이산해의 졸기다 》 아성 부원군 이산해가 죽었다. 전교하기를, “아성 부원군은 국가의 시귀(蓍龜)로 그의 숙덕 중망(宿德重望)은 족히 집에 누워서도 여론을 진정시킬 만하였다. 내가 지금 그 병이 낫기를 기다려 상가(商家)의 장마비로 삼으려 하였는데, 갑자기 부음(訃音)을 들으니 애통함을 이기지 못하겠다. 모든 치상(治喪)에 관한 일들을 현임 대신의 예에 따라 할 것을 해조에 말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임금이 소인에게 미혹된 것은 선왕(先王)이 이산해에게 미혹된 것과 같은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말년에 이르러 비로소 깨닫고 하교하기를 ‘산해의 마음은 길가는 사람도 안다.’ 하였는데, 지금까지 조야(朝野)에서 그 말을 외우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왕이 그를 시귀와 장마비에 비기기까지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산해가 스스로 정책(定策)의 공훈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왕도 자기에게 공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인가? 그러나 김 귀인(金貴人)과 결탁하고 선왕의 뜻을 받들어 세자를 세우는 일을 방해하고 막은 것은 바로 이산해가 주모자였는데, 왕만이 유독 깨닫지 못하였다. 그래서 불행히도 하늘의 토죄(討罪)가 시행되지 않아 제집에서 늙어 죽었으니,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 죽음을 기뻐하고 그 늦은 것을 한스러워 하였다. 그런데 심지어 하교하기를 ‘애통함을 이기지 못하겠다.’고까지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인정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이산해는 어려서부터 지혜롭고 총명하여 일곱 살에 능히 글을 지으므로 신동(神童)이라 불리웠다. 자라서는 깊은 마음에 술수가 많아서 밖으로는 비록 어리석고 둔한 듯하지만, 임기응변을 할 때에는 변화 무쌍함이 귀신과 같았다. 오래 전병(銓柄)을 잡다가 재상에 이르렀는데, 그가 처음 여러 관직을 임명할 때에는 청탁을 완전히 끊어서 문앞이 엄숙하니, 사람들이 그 사심이 없음을 칭송하기도 하였다. 선묘(宣廟)께서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검약함을 좋아하여 대우해 주며 의심하지 않았다. 좋은 명성을 얻은 뒤로는 드디어 조정의 권한을 잡고 그가 처음에 골라 등용한 두세 소인배를 심복으로 삼아, 때때로 한밤중에 몰래 불러 은밀히 의논하면서 인물을 평가하여 뽑아 등용하거나 탄핵하여 내칠 것을 모두 결정하였다. 그런 뒤에 그 두세 사람이 모두 차례로 우익(羽翼)과 조아(爪牙)의 벼슬에 올랐기 때문에, 사람들도 감히 그 어디에서 그렇게 된 것인가를 지적하여 배척하지 못하였고, 상도 역시 한 시대의 공의(公議)로 인정하였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 자는 비록 권요(權要)에 있더라도 반드시 계책을 써서 내치고, 그가 좋아하는 자는 비록 죄를 받고 있더라도 반드시 계책을 써서 뽑아 올리므로 ‘아계현(鵝溪峴)’이라 불리웠으니, 그가 요로(要路)에서 통색(通塞)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축년(1589, 선조 26)·신묘년(1591, 선조 28) 사이에 시세가 여러 차례 변하여 그 마음의 자취가 크게 폭로되었다. 그가 처음에는 정철(鄭澈)에게 붙어서 그를 이끌어들여 함께 정치를 하다가, 정철에게 용납되지 못함을 안 뒤에는 또 떠도는 말로 몰래 궁궐과 내통해 그를 모함하여 그 당파를 일소하였다. 이 때문에 조야가 반목하니, 시정의 아이들과 촌사람도 모두 그 이름을 부르며 비웃었다. 유성룡(柳成龍) 등 여러 사람들이 모두 그와 나란히 서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그와 약간 틈이 생기자 또 유성룡을 헐뜯어 급기야 그 당파에서 떠났다. 그 마음의 술수는 대개 상의 뜻을 받들고 영합하여 교묘히 아첨함으로써 먼저 군상의 뜻을 얻은 뒤에, 몰래 역적이란 이름으로 남을 모함하였다. 한때의 간사하고 탐욕스런 무리들로, 임국로(任國老)·홍여순(洪汝諄)·송언신(宋言愼)·이각(李覺)·정인홍(鄭仁弘)·유영경(柳永慶) 등으로부터 나아가 삼창(三昌)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비록 서로 갈라져 공격하기도 하고 시종 어긋나기도 하였지만, 궁내의 총애받는 자들과 결탁하여 선류(善類)를 배척 모함하는 것은 대체로 모두 이산해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은 비록 한가하게 벼슬하지 않는 때에도 그가 만들어 배치해 놓은 자들이 모두 그의 당파로 폐조(廢朝)에 이르러서는 그 재앙이 하늘에 닿았다. 반정(反正) 뒤에 논의하는 자들이 그 수악(首惡)의 죄를 추후에 바로잡고자 했으나 역시 감히 하지 못하였으니, 그는 역시 소인 가운데 우두머리였다. 기자헌(奇自獻)이 일찍이 말기를 “이산해는 아마 용과 같은 사람이다. 붕당이 있은 뒤로 이와 같은 사람을 처음 보았다.”고 했으니, 대개 그 지혜와 술수에 깊이 감복하여 상대하기 어려움을 꺼려서 한 말이었다.】 【원전】 31 집 449 면 【분류】 *인물(人物) 출전 : 광해군일기 019권 광해군 1년 8월 23일 (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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