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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양인 (민족)
양인(良人) 양천제(良賤制)에서 천인(賤人)과 함께 인민의 신분 범주를 이분법적으로 표현하는 법제적 규범. 양인과 천인은 각기 그 약칭인 양천으로 표기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인민의 등급을 대조적으로 구분하는 양천이 사람을 뜻하는 인(人)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양인·천인은 용어 자체가 모든 인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반드시 모든 인민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어서, 시대에 따라 범위나 구성원이 일정하지 않고 권리·의무 등의 법제적 지위도 변동되었다. 고대에는 양인·천인의 용례가 극히 희소하며, 고려 시대에는 다소 증가한다. 그러나 양인이 대칭어인 천인과 함께 모든 인민의 신분 범주를 이분법적으로 표현하고, 각자의 권리·의무가 법제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조선 초기의 일로 생각된다. 양천제가 확립된 조선 초기에 천인이란 법제적으로 노비만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양인에는 평민만이 아니라 위로는 문무 관리로부터 아래로는 신량역천(身良役賤)에 이르는 모든 비노비자가 포괄되어 있다. 양천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군주권의 확립을 토대로 하여 유교 사회에서 발달된 신분 체제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권이 확립되는 진한대(秦漢代)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당대(唐代)에 이르러 일단 제도적인 틀이 완비된다. 이러한 양천제가 우리나라에 채용되었으며, 베트남·일본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 나라나 시대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양천제의 양상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기간적인 신분 체제로서 독자적인 개성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확립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다. 이미 고조선 때부터 존재한 노비는 항상 사회의 최하층부를 구성하면서 혹심한 법제적 제약을 받았다. 그러므로 노비와 노비 아닌 자의 경계선은 언제나 선명히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노비와 비노비자를 양·천이라는 법제적 규범을 매개로 하여 파악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었다. 양인의 첫 용례는 ≪삼국사기≫ 진흥왕 23년(562)조에 나타난다. 그렇지만 당시에 양인이 이분법적 신분 범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평민 아래에는 광범한 예속민이 존재했고 평민 위에는 세습 귀족이 존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 초에 이르러 관직을 독점하던 세습 귀족이 소멸되고, 최고의 귀족으로 군림하던 왕족마저 정치권에서 배제되었다. 그러자, 국왕은 귀족의 대표자의 지위에서 보편적 신민(臣民)을 통솔하는 초월적인 지위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관계(官界)에서 소외되어 온 평민은 명목상으로나마 벼슬할 수 있는 자격이 인정되었다. 이는 비노비자 내부에 존재하던 가장 두드러진 신분적 경계선, 즉 세습 귀족과 평민 사이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을 뜻한다. 나아가 비노비자 사이의 신분적 간격이 크게 좁혀진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양천의 이분법적 체계가 형성될 중요한 단서가 열리게 되었다. 고려 시대에 양·천이라는 법제적 규범을 자주 사용하고, 양인과 천인의 혼인을 금지하는 법규까지 제정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변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비천인자 내지 비노비자 사이의 신분적 간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비천인자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권리·의무체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평민층과 향·소·부곡민 사이에는 명확한 신분적 구분이 있었고, 향리층과 평민층(일반 군현민) 사이에도 차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양인의 범위에 위로는 향리 이상층이, 아래로는 향·소·부곡민 등도 포함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는 기록의 미비라기보다는, 고려 전기까지 양천의 이분법적 신분 체계가 정착되기 어려운 상황 탓이었다고 보인다. 고려 후기에는 비노자 사이의 등질화가 괄목할 만큼 진행되었다. 그것은 평민 이상층(향리층)의 신분적 지위는 하락되고, 평민 이하층(향·소·부곡민)의 지위는 상승하는 것과 같은 형태였다. 그리하여 고려 말 조선 초기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료체제를 지향하는 사대부가 집권하면서, 국가 기반의 확충을 위하여 고려 후기 이래의 사회적 변화를 바탕으로 비노비자에 대한 보편적인 권리·의무체계를 설정하게 되었다. 비노비자는 일률적으로 양인으로 간주되었고, 양천미변자(良賤未辨者 ： 문서자료가 없어 양·천을 판별하기 어려운 자)의 종량(從良), 종부위량법(從父爲良法 ： 아버지가 양인이면 자식을 일률적으로 양인으로 하는 법)의 실시와 같은 과감한 양인 확대 정책을 실시하였다. 신역 체계의 재편성을 통하여 세습적으로 천역(賤役)을 부담하던 자가 대폭 감축되었으며, 노비가 아니면서 관아에서 천역을 부담하던 일부 여자들의 입역도 면제하였다. 천역은 남계(男系)로만 세전될 뿐 여계(女系)로는 미치지 않게 되었다. 흠 없는 양인이 벼슬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과 기회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양인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신역 부과 체계도 마련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에 따라 양천제는 확고히 정착되었다. 양천제는 16세기 이후 적지않은 변모를 겪고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지만, 법제적 기본틀만은 조선 후기까지 잔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중인·평민(상인)·천민의 계층적 대립·갈등이 심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제적으로 독립된 신분 범주는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조선 후기에도 흠 없는 양인이 벼슬할 수 있는 권리는 의연히 인정되었다. 또 공공연히 면역의 혜택을 누리는 자들이 대폭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의무 부과의 원칙이 방기된 것은 아니었다. [신분적 지위와 그 사상적 배경] 조선 시대의 양인이 지닌 신분적 성격은 대립 신분인 천인과의 대비 속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양인과 천인은 권리·의무상으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 우선 공권력에 의한 신체·생명의 보호라는 기본권에서부터 양자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양인은 자유인이며 공민(公民)으로서 기본권의 보장을 받았다. 반면 노비에 대한 공권력의 보호는 소유주에 의한 임의적인 형벌만을 제한하는 소극적인 형태였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노비는 양인보다 한 등급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양인과 천인 사이의 권리상의 차이는 무엇보다 벼슬할 수 있는 권리의 유무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다. 실제로는 양인 가운데에도 벼슬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거나 제한된 자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양인 일반은 일단 벼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로 상정되었다. 벼슬을 하기위한 과거 응시 기회나 공교육의 문호도 양인에게만 개방되어 있었다. 양인과 천인 사이의 의무상의 차등은 신역 부과 대상의 범위나 신역의 내용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양인의 경우에는 남자만이 입역 대상이었느나, 천인은 남녀 구분없이 역을 부과하였다. 또한, 양인의 신역은 일차적으로 군역을 의미하는 것인 데에 반하여, 천인은 군역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이처럼 권리·의무상으로 뚜렷한 차이를 지닌 양인과 천인은 혈통적으로 구분되었으며, 혈통에 따라 법제적 지위가 세습되도록 규제하였다. 양인과 천인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법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중단되었으나, 양인·천인 사이에 낳은 자식을 천인이 되게하는 제도는 별 변동 없이 유지되었다. 조선 초기에 일시 종부위량법이 실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곧 폐지하고 관리나 과거 급제자 등의 자식만을 예외적으로 양인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바로 서얼의 주축을 이루는 천첩자손이었다. 이리하여 조선 후기 영조대에 양천 사이의 혼인으로 인한 양인의 감소를 막고자 어머니가 양인이면 자식을 양인으로 하는 종모법(從母法)을 실시하기까지, 고려 이래의 일천즉천(一賤則賤)의 원칙이 관철되었던 것이다. 양인과 천인 사이에 이처럼 엄격한 법제적 구분이 설치된 배후에는 다음과 같은 지배층의 관념이 깔려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된 왕권을 토대로 모든 인민은 군주의 보편적 신민이라는 관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방되었다. 이와 같은 관념에 따르면 모든 인민은 군주의 적자(赤子)로서 원초적으로 동일한 위치에 놓인다. 그리고 관리는 어디까지나 현능한 자로서 군주에게 발탁된 자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신민은 능력에 따라 벼슬하여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대신 군주 내지 국가에 대한 의무(일차적으로는 군역)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민 중에는 신민으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신민의 자격 여부를 판정하는 첫번째 기준은 범죄 여부에 있었다. 국가는 신민의 자격이 불충분한 자에 대하여 정도가 심한 자부터 교화의 대상에서 소외시켜 나갔다. 그 일차적인 대상이 노비였다. 노비의 대다수는 사실상 범죄와 무관하였다. 그렇지만 토지와 함께 노비를 중요한 생활기반으로 하는 지배층은 항상 노비를 범죄와 결부시켜 차별을 정당화하였다. 노비는 벼슬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된 채, 신민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범죄에 대한 징벌로서 노역(勞役)에 복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노비가 군역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남녀 모두 입역 대상이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노비 이외에도 신민으로서의 결격자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들을 양인의 범주에 귀속시킨 것은 가급적 교화의 대상에서 소외되는 자를 축소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여겨진다. 일단 이들을 양인으로 하여 군주의 신민으로 포섭해두고 이차적으로 여타의 완전한 신민과 구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리하여 최후까지 소외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 인민, 즉 아무런 하자 없는 양인은 자동적으로 균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니게 된다. [용례와 관련어] 양(良) 또는 양인이 비노비자를 범칭하는 개념으로 정착된 조선 초기에도 이들이 반드시 비노비자 전부를 포괄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양인 중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자나 특수한 자는 별도로 명기하였다. 그리고 그 나머지 자들은 범칭하여 양인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양인은 결과적으로 양인 중에서도 가장 평범하고 수적으로도 많은 평민을 가리킨다. 양인 대상자의 신원을 밝힐 그 이상의 적절한 수단을 발견하기 어렵거나, 노비인지의 여부 이외에 보다 구체적인 인적 상황을 명시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곧잘 사용되었다. 양인 중에서도 위정자의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관리 집안 사람이 있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조상의 관등·성명을 밝혔다. 여타의 양인은 향리 아무개, 수군 아무개처럼 신역을 명기하여 양인이라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이 경우 양인은 대체로 평민 중에서도 정해진 신역도 없고, 특이한 생업에 종사하지도 않은 자의 경우에만 양인 아무개라 표기된다. 양인 남자의 경우에 양인 아무개의 기재가 드문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양인 여자의 경우에는 신역이 없으므로 주로 양녀로 나타나게 된다. 양인·천인은 본래 남녀를 불문한 법제적 규범이므로 남녀 모두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다소 용례상의 차이를 보인다. 양인 중 남자를 가리킬 때에는 간혹 양정(良丁 ： 주로 군역과 관련된 문맥에서 사용)·양부(良夫 ： 주로 혼인과 관련된 문맥에서 사용) 등이 쓰이기도 했지만 보통 양인으로 표기하였다. 반면, 여자의 경우에는 거의 양인 대신 양녀라고 지칭하였다. 천인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하다. 반상(班常)의 차별이 노골화되는 16세기 이후부터는 양인으로 비노비자를 범칭하는 경우는 감소된 반면, 양반과 대비하여 양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였다. 다만 양반과 대비하는 용어로서는 양인보다 양민(良民)이나 평민·상인 등이 더 자주 사용된다. 그리고 ≪우서 迂書≫의 논학교선보지제(論學校選補之制)·논사서명분(論士庶名分)에서처럼 평민의 법제적 자격을 논하는 문맥에서는 여전히 양인이 선호된 것으로 보인다. 양민은 양인과 어원상으로는 다같이 ‘양’에 사람을 나타내는 ‘인’·‘민’이 결합된 동의어이다. 하지만 통상 양인과는 사용처가 다르며, 지칭 대상도 일치하지 않다. 신원을 명기할 때에 양민 아무개 대신 양인 아무개라 표기한 것은 법제적 규범으로서 양인이 선호되고 양민이 기피되었기 때문이다. 즉, 양인은 비천인 일반을 지칭하는 법제적 규범으로 선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양민은 ‘선량한 인민’ 정도에 해당하는 용어로서 주로 비천인의 일부, 즉 양인 중 평민에 해당하는 자를 한정적으로 가리켰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민은 주로 사족(士族)과 같은 양인의 상층부 또는 향리·승려 같은 부류를 의식하여 보통사람임을 나타내는데 쓰였다. 반면에 양민은 유력자의 침탈에 의하여 시달리거나 노비로 전락될 위기에 놓인 자가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선량한 인민임을 강조하는 문맥에서 곧잘 나타난다. 그리고 천인 또는 승려와 달리 군역 부담자임을 강조하는 문맥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상인·평인·상민·평민은 모두 ‘보통’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상(常)·평(平)과 사람을 나타내는 인·민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진 용어로서, 문자 그대로 ‘보통사람’을 의미하는 동의어였다. 이들은 현실적인 사회계층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법제적 규범인 양인과는 쉽사리 섞어 쓸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참고문헌≫ 朝鮮封建時代農民の階級構成(金錫亨, 東京學習院東洋文化硏究所, 1960), 朝鮮初期兩班硏究(李成茂, 一潮閣, 1980), 朝鮮前期社會經濟硏究(韓永愚, 乙酉文化社, 1983), 朝鮮社會史硏究(宋俊浩, 一潮閣, 1987), 朝鮮初期身分制硏究(劉承源, 乙酉文化社, 1987), 朝鮮初期身分史硏究의 再檢討(李成茂, 歷史學報 102, 1984), 朝鮮初期 社會階層硏究에 대한 再論-李成茂敎授의 〈朝鮮初期 身分史硏究의 問題点〉 및 宋俊浩敎授의 〈朝鮮兩班考〉에 答함-(韓永愚, 韓國史論 12, 1985), 朝鮮時代 農民의 社會的 地位(金泰永, 韓國史市民講座 6, 1990), 15세기 토지소유와 농민(이병희, 역사와 현실, 5, 1991), 高麗末·朝鮮初 白丁의 身分과 差役(文喆永, 韓國史論 26, 1991), 朝鮮の律令制(武田幸男, 世界歷史 6, 岩波書店, 1971). <유승순>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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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조선] 양인 (두산) |
 [고려] 위화도 회군 (한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