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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전호 (민족)
전호(佃戶) 고려ㆍ조선 시대에 양인(良人)으로서 전주(田主)의 토지를 경작하거나 대토지소유자에게 의지해 조(租)를 전주에게 바친 일종의 소작농. 전객(佃客)ㆍ장객(莊客)이라고도 했다. 중국에서는 한(漢)나라 이래 지주의 토지를 얻어 경작하고 소작료를 지불하던 소작농으로 서양 중세의 농노(農奴)와 비슷한 신분이었다. 전호가 발생한 배경을 보면, 전주가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경작하지 못하는 넓은 농토를 가진 지주와 노동력은 있으나 경작할 자기 소유의 농토가 부족한 소농(小農) 간에 이해가 일치하여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자경지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 소농은 지주의 농토를 빌려 경작하여 조를 전주에게 바치고 그 나머지로 부족한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지주는 휴경(休耕)할 수밖에 없는 농지를 소농에게 경작하게 하고 조를 받아 부(富)를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고대국가 시대에도 있었을 것이나 사료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고려사≫에 의하면 고려 광종 24년(973)의 기사에서 “진전(陳田)을 개간한 사람은 사전(私田)의 경우 첫해의 수확은 개간자가 모두 갖고, 둘째 해부터 반씩 나눈다.”고 했다. 예종 6년(1111)의 기록에서는 “3년 이상 묵은 진전을 개간하면 그 수확물을 2년 간 모두 전호에게 주고 제3년째에 전주와 반반씩 나눈다.”고 하여 고려시대에 전호가 존재한 것을 실증하고 있다. 전호의 성격을 말해 주는 기사로는 충렬왕 24년(1298)의 기록을 들 수 있다. “처간(處干)은 다른 사람의 토지를 경작해 조(租)는 전주에게 바치고 용(庸)과 조(調)는 나라에 바치는 것이니 처간은 곧 전호이다.”라는 내용이다. 경작에 따른 조는 전주에게 주되 요역(法役)과 공부(貢賦) 의무는 국가에 지는, 신분은 양인이나 실제로는 처간이라고 불려 양인과 천민의 중간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고려 후기에 형성된 농장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왕실ㆍ왕족ㆍ사원에 소속된 특수한 형태의 농장인 장(莊)ㆍ처(處)가 있다. 둘째, 중앙의 고급관료 또는 귀족이 소유주인 농장이다. 셋째, 지방의 토호ㆍ향리ㆍ퇴직관료 등 지방 토착세력이 경영하는 농장이다. 이러한 농장의 유형에 따라 전호의 성격은 일정하지 않으며 시대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했다. 전호의 유형을 보면 첫째, 신분은 양인이면서 전주의 집에 입적되어 법률적으로는 세전노비(世傳奴妃)와 다를 바 없는 사회적 지위로 전락한 전호가 있다. 둘째, 각종 국역을 피하기 위해서나 품관ㆍ향리 등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양인에서 천민이 된 경우이다. 이는 자기 토지로부터 이탈한 이른바 무의무고지소민(無依無告之小民)으로, 당시 광범하게 토지를 겸병한 대토지소유자에게 의지해 감춰져 있었다. 이 계층은 자신에게 부여된 자그마한 토지에서는 독립된 소경영주체이지만 소ㆍ농구ㆍ종자ㆍ비료 또는 관개시설을 소유한 지주에게 의존하고 그의 감독ㆍ관리 하에서 모든 생산수단은 물론 식량까지 지급받았다. 당시에는 그에 대한 원리(元利)를 분반(分半)소작료와 같이 회수했으므로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거의 채무노예에 가까운 상태였다. 셋째, 토지를 제외한 소ㆍ농구ㆍ종자 등과 같은 생산수단의 일부를 소유하거나 지급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전호도 존재하였다. 고려 말 조선 초에 대부분의 농장이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이러한 농장이 확대됨에 따라 과전법 체제로의 개혁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토지 국유를 표방한 과전법체제 하에서도 과전ㆍ공신전ㆍ수신전 등의 세습ㆍ사유화가 진전됨에 따라 토지의 일부 집중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농토가 없는 농민이 증가하면서 병작반수의 전호가 점점 일반화되어 갔던 것이다. 이러한 병작반수에서 빈농으로 독립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호(家戶)였던 전호는 신분상 양인만이 아니라 외거노비(外居奴婢)도 있었다. 양인 전호는 전주의 토지를 경제적 계약관계로 경작했지만 신분 차별과 과중한 공납, 그 밖의 경제외적 수탈로 실제로는 외거노비 전호와 큰 차이가 없는 반농노 상태에 있었다. 이렇게 조선 초기에는 공공연하게 병작반수가 진행되었지만 과전법ㆍ직전법 체제에서는 국가에서 법제적으로 금한 제도였다. 이러한 법 외적인 현상이 16세기 이후 사림 세력의 등장과 함께 토지의 공전제가 붕괴되면서 일반화되고 보편화되어 갔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부터는 진전(陳田)ㆍ황무지ㆍ해택(海澤) 등이 활발히 개간되어 개간지에 대한 사유권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또한 병작반수의 소작 관행도 정당화되어 갔다. 이와 같은 지주ㆍ전호관계가 일반적 형태로 발전한 조선 후기에 오면 전호는 그 신분이 양반ㆍ평민ㆍ천민 등으로 다양해져 전근대적 사회구조의 근간인 신분제가 동요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조선 후기의 전호는 소작지만을 경작한 것이 아니라 자작을 겸한 경우도 있다. 이들의 소작지는 대체로 두 전주 이상에게 대여받는 것이 상례였다. 그리고 전호가 일반 민전(民田)을 경작하는 경우와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한 궁방전(宮房田)이나 둔전(屯田)을 경작하는 경우 사이에는, 지주와의 관계에서 크게 달랐다. 즉, 민전 내의 소작관계에는 전(田)에 관행되는 도조법(賭租法 : 정액소작제)과 답(畓)에 관행되는 타조법(打租法 : 분익소작제)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도지법이 실시되는 곳에서는 전세(田稅)를 전호가, 타작법(打作法)이 실시되는 곳에서는 전주가 부담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 지주ㆍ전호 간의 이익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면서 종자와 함께 전세는 전호가 부담하게 되었다. 한편, 지주ㆍ전호 관계가 오로지 경제적 관계인 민전과는 달리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한 궁방전ㆍ둔전 등을 소유한 지주들은 전호에게 여러 가지 경제 외적인 강제를 행하였다. 즉, 궁방이 전호를 처벌하거나 재산 차압, 인신 구속 등 강제수단을 자주 동원했다. 이들 소작 전호는 대부분 영세농이거나 토지가 없는 백성으로서, 토목공사를 하거나 소작권을 매매하거나 자기 토지를 궁방에 팔고 난 뒤 다시 궁방전을 차경했다. 궁방전의 소작료는 법제적으로는 1결에 200두이지만 실제로는 분반타작제(分半打作制)로 거뒀다. 이러한 악조건으로 인해, 전호가 늘어나고 이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항조운동으로 나타났다. 영조 말엽부터는 소작료 징수방식이 도조제로, 조선 말기를 전후해서는 점점 금납화(金納化)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한 궁방전ㆍ둔전 등의 봉건적 지주권도 치열한 전호들의 항쟁에 부딪혀 봉건지주제는 소멸해 갔다. ≪참고문헌≫ 高麗史, 世宗實錄, 韓國近代土地制度史硏究(李英俠, 普文閣, 1967), 韓國土地制度史 下(千寬宇, 韓國文化史大系 Ⅱ, 高麗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1965), 韓國中世社會解體期의 諸問題(李世永ㆍ李榮昊 外, 한울, 1987), 朝鮮後期 社會經濟史(李榮薰, 한길사, 1988), 續量案의 硏究(金容燮, 史學硏究 16ㆍ17, 1964), 司宮莊土의 佃戶經濟와 그 成長(金容燮, 亞細亞硏究 19, 1965), 17世紀의 土地開墾과 地主制의 展開(李景植, 韓國史硏究 9, 1973), 16世紀地主制의 動向(李景植, 歷史敎育 19, 1976), 李朝末期의 農村小作制硏究(鄭德基, 忠南大學校論文集 10, 1971), 朝鮮王朝末期의 地主制度와 小作農民層(愼鏞廈, 曉岡崔文煥博士追念論文集, 1977), 韓國에 있어서 封建的土地所有의 性格-특히 15ㆍ16세기를 中心으로-(安秉直, 經濟史學 3, 1978), 朝鮮時代의 小作制와 農莊(金玉根, 經濟史學 3, 1979), 朝鮮の土地貫行 ‘橙作半收’試論(深谷敏鐵, 社會經濟史學 11-9, 1941), 李朝初期の公田(旗田巍, 朝鮮史硏究會論文集 3, 1967), 17ㆍ18세기 宮房田의 확대와 所有形態의 變化(朴準成, 韓國史論 11, 1984), 18ㆍ19세기 兩班土豪의 地主經營(李世永, 韓國文化 6, 1985), 朝鮮後期 奴婢勞動에 있어서의 雇立制의 전개(全炯澤, 邊太燮博士華甲記念史學論叢, 1985), 朝鮮時代 在地土族의 財産所有形態(Ⅰ)(金容晩, 大丘史學 27, 1985), 조선사회구성의 역사적 성격에 관한 약간의 고찰(李榮薰, 泰東古典硏究 2, 1986). <유원동>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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