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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개화사상 (한메)
개화사상 開化思想 조선 말기, 종래의 전통적인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근대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지향한 개혁·진보의 사상. 구체적으로는 1853∼60년대부터 형성되어 발전한 자주근대화 및 변혁과 진보의 사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문화를 계발하거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서 쓰이고 있는 <개화>라는 용어는 원래 《주역(周易)》의 <개물성무 화민성속(開物成務 化民成俗)>에서 취한 것으로, 그 뜻은 모든 사물의 궁극을 밝혀 경영하여 나날이 새롭게 하고, 새로운 것으로 백성을 변화하게 하여 풍속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顧愷之)는 《정명론(定命論)》에서 <무릇 극(極)을 세워 개화(開化)하며, 성(聲)을 세워 법칙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조선 말기의 개화사상에서는 개화라는 말이 당시의 민족적 위기를 맞아서 나라와 백성을 자주적으로 근대화, 변혁시켜 진보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형성기의 개화사상] 개화의 사상은 1853∼60년대에 오경석(吳慶錫)·박규수(朴珪壽)·유대치(劉大致) 등 선구자들에 의해서 형성되어갔다. 그들은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을 계승하고 중국에서 구입해 온 신서(新書) 등의 도움으로 개화사상을 형성해 나갔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최초의 선구자는 중인 출신의 역관 오경석이었다. 그는 북학파 박제가(朴齊家)의 실학을 공부하였고, 10여 차례나 청(淸)나라를 내왕하면서 서양 열강의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는 현실과 서양의 새로운 과학에 따른 신학문에 눈을 떴고, 《해국도지(海國圖志)》 《영환지략(瀛環志略)》 《박물신편(博物新編)》 등의 신서 수백권과 새로운 세계지도와 자명종 등 다수의 서양문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오경석은 박제가의 실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신서를 읽고 연구하여 개화사상을 형성하는 한편, 중인 출신 한의인 친구 유대치(劉鴻基라고도 함)에게도 신서 연구를 권하였다. 그리하여 유대치도 오경석의 사상과 견문을 전해 듣고 신서들을 독서, 연구함으로써 개화사상을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의 손자인 박규수는 1860년 열하부사(熱河副使)로 청나라의 베이징〔北京〕에 갔다가 서양열강에 침략받고 붕괴되어가는 중국의 실상을 직접 보고 조선의 민족적 위기를 의식하게 되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베이징점령사건에 대하여 조선왕조가 중국에 파견한 위문사절단의 부사로 그곳에 갔던 것인데, 그도 또한 귀국할 때 《해국도지》 《영환지략》 등의 신서를 사가지고 돌아와 연구하였다. 1866년 평안도관찰사로 있을 때 미국상선 제너럴셔먼호사건을 치른 박규수는 그 배의 기선장치와 병기들을 건져내어 관찰, 연구하였으며, 개화사상에 눈떠가게 되었다. 제너럴셔먼호사건과 병인양요의 충격을 받은 오경석과 유대치는 박규수가 1869년 한성판윤(漢城判尹) 겸 형조판서로 임명되어 서울로 돌아오자, 그를 찾아가서 북촌(서울의 양반 거주지역)의 영민한 양반자제들을 뽑아 개화사상을 교육시키자는 것을 제안했다. 이로써 1869년 후반에 한국 개화사상의 선구자 3인은 개화사상의 동지로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이들 오경석·유대치·박규수에 의한 형성기의 개화사상은 물론 충분한 발전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오경석의 사상을 중심으로 그들의 개화사상 요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의 사회와 민족은 곧 닥쳐올 서양세력의 침입이라는 국가적 대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조선왕조의 정치는 부패해 있고 사회와 경제는 낙후되어 있으므로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민족적 대위기를 타개하려면 일대 혁신을 일으켜야 하는데 반드시 자주독립적으로 해야 하며, 자기 나라도 지키지 못하는 중국을 의뢰하는 따위의 사대주의적 방식으로는 안된다. 국가의 일대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적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하고, 양반신분제도를 폐지하여 유능한 인재를 모든 관직에 고루 등용해야 한다. 또 조선은 세계대세에 맞는 근대국가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철·석탄을 이용하는 공장과 산업을 발전시켜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한편, 군함을 갖추는 등 근대적 국방책으로 국가를 자주적으로 방위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조선은 종래의 쇄국정책에서 벗어나서 자주적인 개국을 단행하여 세계 여러 나라와 통상하되, 조선이 손실을 입지 않는 균형무역을 함으로써 부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개화사상은, 정학(正學)으로서의 유교(주자학)를 지키고 사학(邪學)으로서의 서학(천주교)을 물리치자는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 사상이 지배적이고, 양물금단론(洋物禁斷論) 등 서양과의 통상을 금해야 한다는 쇄국주의적 주장이 우세하였던 당시로서는 참으로 판이하고도 획기적인 새로운 사상이었다. [초기의 개화사상] 먼저 박규수가 신분·지위관계로 1870년 무렵부터 북촌의 양반자제들 중에서 김옥균(金玉均)·박영효(朴泳孝)·유길준·서광범(徐光範)·박영교(朴泳敎)·김윤식(金允植) 등 젊은 영재들을 뽑아 개화사상의 교육을 시작한 것이 초기 개화파 형성의 계기가 되었다. 특히 1874년 24세로 관직에 오른 김옥균은 곧 적극적으로 동지들을 모음으로써 결사(結社)로서의 개화당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김옥균 등은 신분과 계급을 초월하여 양반은 물론 중인·평민·군인·승려·상인 등에서 동지들을 규합하였다. 1876년의 강화도조약과 개항 때에는 별다른 정치활동을 못했던 초기 개화파는, 정부조직의 중견관료로 진출한 1879년 이후 일본에 신사유람단과 유학생을 파견하고 중국에 영선사(領選使)를 보냄으로써 일본·중국의 서양문물 도입과 근대화운동을 관찰하였으며 많은 자주근대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1882년의 임오군란 후 청나라의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이 심해지고 개화당의 개화운동을 탄압하자, 이에 맞서 1882년 12월에 갑신정변을 일으켜 대항하고 <위로부터의 대개혁>을 단행하려고 하였다. 1860년대 형성기의 개화사상에 비하여 1874∼1884년의 초기 개화파의 개화사상은 훨씬 발전하여 전개된 것이었다. 먼저 정치적으로 서양의 입헌군주제와 공화제를 소개하고, 조선왕조의 전제군주제를 개혁하려 하였다는 것이 큰 특징의 하나이다. 즉 입헌군주제를 <군민동치(君民同治)>, 공화제를 <합중공화(合衆共和)>라는 말로 정확히 이해하고 소개하여 입헌군주제를 수립할 것을 추구하였다는 점이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초기의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을 때, 군주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내각제도를 수립하여 내각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정령(政令)으로 공포, 실시할 것을 선언(혁신정강 13·14)한 것은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의 개혁이 시작되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다음으로 초기의 개화사상은 근대적인 국가·국권의 개념을 확립하고, 절대적인 완전자주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음으로 초기의 개화사상은 근대적인 국가와 국권의 개념을 확립하고 절대적인 완전자주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유길준은 <국권(1883)>이라는 논문에서 매우 근대적인 국가와 국권의 개념을 정립하고 근대국가 건설을 추구하였는데, 김옥균은 이러한 국가·국권의 개념을 가지고 1883년 무렵에 조선을 독전자주지국(獨全自主之國), 즉 완전자주 독립국가로 세워, 중국의 조선에 대한 속방화정책을 분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외교의 자수자강(自修自强)을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朝鮮改革意見書). 다시 말해서 초기의 개화사상은 조선왕조를 입헌군주체제의 완전독립국가로 개혁, 발전시키려고 한 것이다. 초기 개화사상은 사회신분제도의 즉각적인 완전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는데, 김옥균의 이같은 사상은 양반 신분제도가 산업발전과 자본축적의 큰 장애가 되므로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지극히 근대시민적인 주장이었다. 초기의 개화파가 갑신정변 때, 양반신분제의 폐지에 따른 인민평등권의 제정과 문벌의 폐지로 능력에 따른 인재등용을 선언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혁신정강 2). 갑신정변 이전에 근대상공업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 초기의 개화사상은 <공업의 발전이 부강한 나라의 기초이다(김옥균)> <공업·상업을 일으키고 그 원리와 기술을 배워 익히게 하라(박영효)> <오늘날 조선의 부국강병은 모두 상공업에 달려 있다(유길준)>고 강조하였다. 이들이 말한 공업은 공장제도에 의한 공업을 가리킨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초기의 개화사상은 상공업 이외에 농업의 근대적인 발달도 강조하였으며, 광업개발의 중요성 또한 역설하였다. 광물의 용도에 대해서도 양진화(梁鎭華)같은 이는 증기관 동력의 연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석탄광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또 교통과 통신의 근대화도 주장했는데, 철도의 부설과 기선의 도입에 따른 해운, 도로의 건설과 정비, 전신에 의한 근대적 통신의 건설 등이 강조되었다. 이와 아울러 초기의 개화사상은 근대적 산업·경제 건설을 회사제도를 도입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제의 도입은 자본주의 산업경제를 건설하려는 사상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밖에도 초기의 개화사상은 신식학교를 많이 설립하여 국민들에게 산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신지식과 과학기술을 교육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 학문도 종래의 한문(漢文) 치중에서 벗어나 조선의 역사와 문물을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며, 국문(한글)을 채용하여 민지를 계발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국가의 독립을 지키려면 자주무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하고, 신식군대의 창설과 병기공장의 설립을 강조하였다. [후기의 개화사상] 초기의 개화파들이 자기들의 개화사상을 실천하려고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에, 이 개화사상은 1896∼98년 독립협회에 의하여 계승, 발전적으로 전개되었다. 후기 개화사상으로 볼 수 있는 독립협회의 개화사상이 초기 개화사상과 달랐던 점으로서 가장 발전된 부분은 자유민권사상이었다. 즉 민주주의사상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민족주의사상과 결합된 데 있었다. 그 특징으로는 국민자유권사상·국민평등권사상·국민주권사상·국민참정권사상의 정립과 발전을 들 수 있다. 첫째, 국민자유권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생명·재산의 자유권과 언론·집회·결사의 자유권을 주장하고 발전시켰다. 둘째, 국민평등권사상을 발전시켜, 사회신분제도의 폐지와 남녀평등의 이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처음으로 여권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셋째, 국민주권사상의 정립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주권이 국민에 있다고 계몽함으로써 19세기 말의 한국 국민과 관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넷째, 국민주권론을 바탕으로 하여 국민참정권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국민의 직접적인 참정을 제도화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진보적인 사상에 따라 펼쳐진 독립협회의 의회설립운동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개화사상은 후기의 독립협회에서 크게 발전, 전개되었다. [성격과 평가] 개화사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그 본질은 근대국민국가의 확립, 시민사회건설, 근대산업경제 추구의 셋으로 정리된다. 국민국가를 위해서는 완전독립된 입헌정체 및 국민참정권을 통한 민주체제 수립이 주장되었고, 시민사회를 위해서는 신분제도의 폐지에 의한 국민의 자유와 평등권의 실현, 국민 각자의 능력에 따른 제한없는 인재의 등용, 신식교육 및 세계 각국과의 문화교류 등의 교육 개혁이 주장되었던 것이다. 또 근대산업경제를 위하여 서양의 앞선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공장제도에 위한 근대 자본주의적 상공업의 개발을 주장하였다. 이들 개화사상은 단순한 개화의 본질 외에, 당시의 조선왕조가 직면했던 위기의 극복을 위한 방안이기도 했으나, 일부 양반·중인 출신의 청년 지식인층에 국한됨으로써 국민적인 지지 기반이 없이 그 영향력은 매우 허약하였다. 따라서 지지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세의 힘을 빌리기까지 했던 위로부터의 개혁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후기에 이르러 그 맥이 독립협회로 이어진 뒤에도 이러한 기반 취약은 여전하여, 개화사상은 일부 도시민 청년층에 영향을 준 정도였다. 그러나 이 영향이 집권층에 수용, 일부 제도개혁이 이루어진 점은 주목할 만하며, 국권피탈 뒤에는 개화사상이 국권회복운동·독립운동과 결부되어,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식축적에 정진해야 한다는 애국계몽사상으로 이어졌다. <이기동> 출전 : [한메파스칼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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